40. 정유환은 고자가 아니었습니다
[HOT] 은유커플(이은서X정유환) 키갈 떠먹여 줘도 못 먹어(feat.정유환고자설) +127
제목부터 신랄하다.
- 정유환 별명 바꿔야 함 개새끼에서 정고자로 ㅋ
⌞하도 개새끼 짓만 해서 키갈은 잘 할 줄 알았더니만 떼잉
⌞⌞떠먹여 줘도 못 먹으니 정고자 인정임
- 지금까지 귀엽다 귀엽다 우리 집 개새끼 하는 짓 귀엽다 해 줬더니 키스를 안 해? 선 넘네?
⌞말모 우리 개새끼 드디어 섹텐만 남발하다 드디어 뭐 하나 했다
⌞⌞은유 커플 둘 다 좀 정신 차려야 해 이건 케미 낭비다!!!!
⌞⌞⌞진짜 덕후들 굶주리는 거 안 보이냐? 손만 잡아도 존나 우는 애들 안 보여??
⌞⌞⌞⌞나 진짜 기대했나 봐 5회에서 얼굴 조온나 들이대길래 키스도 갈길 줄
⌞⌞⌞⌞⌞다들 왜 이렇게 빡쳤냐 ㅋㅋㅋㅋㅋ 드라마는 좀 드라마로 봐라
⌞⌞⌞⌞⌞⌞드라마니까 빡치는 거거등? ㅋ 정통 멜로라매!! 왜 안하냐고 키갈!!!
5회 마지막 장면에서 이어진 6회 첫 장면은 짧게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은 어색하게 서로를 보다가, 서로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심장 박동 소리가 효과음으로 은은하게 울려 퍼졌고 그게 끝이었다. 그 장면의 끝. 즉, 낚시였다. 떡밥을 날리는 척하는 페이크였다.
- 아니, 근데 기회는 있었다니까? 정유환이 이은서 침대에서 같이 잔 적도 있잖아
⌞그는 정말 잠만 잤습니다
⌞⌞개새끼가 잠만 잤어 미친놈이 진짜
⌞⌞⌞손도 안 잡았다 그 새끼
⌞⌞⌞⌞아니 봄잠바야 뭐야
⌞⌞⌞⌞⌞얘들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정유환 다쳤자나 ㅠㅠㅠㅠ
이것도 보다 보니 웃기다.
핸드폰을 보던 유수한이 고개를 돌려 모친을 보았다.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응?”
“정유환이 답답해? 키스 안 해서.”
뭐든 시청률은 장년층이 답이다.
그러니 나이대가 지긋한 모친에게 묻는 건 당연했다.
“좀 그렇긴 하드라, 얘.”
“뭐가 그랬는데?”
“아니, 좀 남자답게 리드할 줄 알아야지.”
“그래?”
“분위기만 잡으면 뭐 한다니?”
“그, 그럼 엄마도 정유환 고…… 고…….”
“뭐? 무슨 말이니?”
“아니야.”
댓글을 너무 읽었나 보다.
유수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축하합니다!”
6회가 방영된 다음 날.
“우리 드라마가 드디어 시청률 15%를 돌파했습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청률이었다.
그리고.
[라이프 체인지] 시청률 15% 달성 포인트 적립! <현재 총 누적 포인트 : 123>
개꿀 포인트도 챙겼다.
무려 15 포인트였다. 쫌쫌따리 1 포인트씩 적립하던 걸 생각하면 15 포인트는 아주 다디단 꿀처럼 느껴졌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은 유수한이었다.
“가볍게 케이크 먹고 촬영 시작합시다!”
SBC 방송국도 기쁘긴 한가 보다.
특별 주문 제작 한 케이크에 커피차까지 보낸 걸 보면. 올해 계속 드라마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 이렇게 유난 떠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소문난 잔칫집은 더 요란하게 소문내야 한다. 그래야 아직 잔칫집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찍먹이라도 하러 오기 마련이었다.
“우리 목표가 15%였는데, 이제 상향해야겠네요.”
“그럼 20% 할까요?”
“그럽시다. 우리 목표는 20%인 걸로.”
드라마가 성공하면 팀 분위기는 당연히 무르익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드라마 인기가 있다 보니, 힘든 것도 덜 힘들게 느껴졌다.
“형, 요즘 반응 좋은 거 느끼시죠?”
“그런가? 촬영장 말고는 다니는 곳이 없어서.”
팀 스태프와 함께 식사하러 나온 유수한이 의아한 듯 김민수를 보았다. 물론 커뮤니티 사이트를 자주 찾아보지만, 실제로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몸 관리 한답시고 이렇게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일도 드물었고, 거의 매일 혼자서 닭가슴살 따위를 씹어 삼키던 유수한이었다.
“그, 그, 맞지?”
하지만 오늘 점심을 먹으러 온 국밥집에서 의외의 인기를 체감했다.
“그 맞지?”
식당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이름이 딱 떠오르지 않는 듯 ‘맞지?’만 되풀이하셨다.
“왜 있잖아. 드라마! 시간!”
“네, 맞아요.”
유수한이 밝게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아휴, 실제로 보니 더 잘생겼네.”
아주머니는 주름진 손을 내밀었고 유수한은 거리낌 없이 그 손을 잡아 주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온다.
사인을 해 주며 팬 서비스를 하던 유수한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나이가 지긋한 어머님을 보았다.
“이게 누구야! 아들!”
손을 붙잡힌 유수한은 밝게 웃으며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반갑게 손을 흔들며 웃던 아주머니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혹시 진짜 고자야?”
예?
“우리 딸이 글쎄. 걔가 남자구실을 못 한다던데…… 아니지?”
유수한을 주변으로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순간 침묵이 흐른다. 당황한 유수한의 눈이 커진다.
“아니에요. 저, 저, 진짜 멀쩡합니다!”
당황해서 얼굴까지 빨개진 유수한이 말을 더듬으며 부정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주머니는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웃음을 터트리더니 유수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지? 이렇게 잘생겼는데 아깝잖아. 난 또, 내가 우리 딸한테 속았네!”
어머님. 그 자녀분과 거리를 두시는 게 어떨까요.
“나 드라마 너무 잘 보고 있잖아. 어쩜 이렇게 곱게 생겼을까?”
“감사합니다.”
“나 사진 찍어도 되나?”
“그럼요!”
“우리 딸한테 자랑하려고. 고마워, 아들.”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것도 고마운 관심이었다. 단막극을 끝내고 나서도 이런 반응은 없었는데, 성공한 미니시리즈의 효과를 톡톡히 체감하고 있었다. 유수한은 몰린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고 말리는 김민수를 물러 세웠다.
식당 안에 사람이 있어 봤자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사인을 하고 사람들이 물러나자 뒤늦게 빈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체감됐다.”
유수한이 물을 마시며 말했다.
“이제야 인기가 좀 체감된다.”
처음에는 부담스럽다고 느껴졌던 사람들 관심이 이제는 감사하기만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동안 치팅 데이도 없는 사람처럼 절제된 식단만 고집했지만, 이제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 조금씩 일반식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확실히 체력에 도움이 되었다.
“이게 얼마 만의 순댓국이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을 보며 유수한이 입을 다셨다.
“형. 사람이 변하면 입맛도 변하나 봐요?”
“갑자기 뭔 말이야?”
“원래 이런 거 되게 싫어했잖아요.”
김민수의 옆에 앉은 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귀족 납셨죠, 늘.”
눈을 굴리며 할 말을 찾던 유수한이 수저를 들며 덤덤히 말했다.
“저번에 단막극 찍을 때 먹어 보니 맛있더라.”
“그때도 놀랐어요. 국밥 먹기 싫다고 할까 봐.”
“시끄럽고 밥이나 먹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유수한이 조심스럽게 한술을 뜬다. 기름진 육수, 뜨끈한 국물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다.
밥을 말고 섞박지와 함께 식사를 이어 나갔다.
‘이게 사는 맛이지.’
오랜만에 맛보는 과거의 맛.
유수한은 익숙한 그 맛에 전율을 느꼈다.
* * *
지금까지 유수한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부족한 연기력을 채우고 있었다. 부족하다면 노력하면 된다. 대본이 어렵다면 끝없이 읽어 보며 공부하면 된다. 그렇게 노력을 바탕으로 발전해가던 유수한이 처음으로 맞닥뜨린 위기는 애정씬이었다.
키스.
우습게도 김대한은 키스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경험의 부재는 유수한을 궁지로 몰았다. 헤매고 또 헤매다가 겨우 감을 잡았고 이제야 김대한이 아닌 유수한으로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한아. 정유환이 되자.’
그 짧은 한 마디는 유수한을 일깨웠다.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유수한이 아니라, 김대한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유수한은 제대로 정유환을 입지 못했다.
다른 연기는 유수한이 아니라 정유환이었지만, 키스씬에 있어서는 정유환이 아니라 유수한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다시 잡았다.
「왜 그런 눈을 하고 있어?」
정유환은 시골 병원에 옮겨졌다. 이 모든 것은 이은서가 움직인 결과였다. 대학병원처럼 눈에 띄는 곳이 아니라 서울 외곽 지역으로 사람 눈을 피했다.
정유환의 사고 장소가 인적이 드문 서울 외곽 지역 국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은서는 빠르게 움직였다.
애초에 두뇌가 명석하고 사고 전에도 기업인으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은서였다.
「내가 죽을까 봐 걱정했어?」
정유환은 애써 장난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조금은.」
망설이던 이은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또 이렇게 한 사람을 잃을까 봐 두려웠어.」
「의외네. 나는 그쪽이 간절하지만, 그쪽은 아니잖아.」
「…….」
「사실 이대로 콱 죽었으면 했어.」
정유환이 쓴웃음을 지으며 허공을 올려 보았다. 엉망진창이 된 그의 얼굴에는 서글픔이 엿보였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거 같은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은서를 보며 정유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 내가 죽어도 울어 줄 사람은 없을 테고.」
「지금은 아니야.」
그 말에 정유환이 미간을 좁혔다.
순간 잘못 들었나 해서 고개를 갸웃거린 그가 이은서를 본다. 이은서는 붉어진 눈으로 정유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정유환은 애증이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고 미운 짓만 골라 하는 게 꼴 보기 싫으면서도 곁에 두고 싶었다. 곁에 있고 싶다는 말보다는 곁에 두고 싶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이은서에게 조성운은 모든 걸 포기하고 곁에 있고 싶었던 사람이었고 정유환은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는 행동과 다르게 약한 사람이었기에, 손에 힘이 있어야만 곁에 두고서 지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운 정이 들었나 봐.」
그 말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어두운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불을 끄고 잠도 못 자는 나약한 인간. 매일 훈수를 늘어놓으면서도 불안증이 도지면 옷부터 벗어 던지는 파렴치한. 그런 주제에 수영도 제대로 못 하면서 물에 빠진 이은서를 구한 알 수 없는 어리석은 인간.
「결혼반지는 잃어버렸어.」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어색함에 허공을 보던 정유환이 화제를 돌렸다.
「오늘 주려고 한 달 동안 준비했던 반진데, 하필 사고 날 때 잃어버렸어.」
「중요한 거 아니잖아. 좋아서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게.」
잠시 뜸을 들이던 정유환이 입술을 잘근 베어 물며 작게 웃었다.
「근데 왜 그렇게 신경 쓰이지?」
사고가 나던 순간 손에서 떨어진 반지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간절히 손을 뻗어 보지만, 덮치는 트럭에 정신을 잃었다.
그 짧은 순간, 머리에 스쳐 지나가던 사람이 이은서였다.
「내가 아무래도…….」
머뭇거리며 말하던 정유환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밖에 비 와.」
어색한 기류를 깨고 이은서가 창밖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정유환의 얼굴도 창밖에 머문다. 침묵이 흐르고 정유환은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이은서를 의식하고 있었다.
“후.”
무알콜 맥주를 든 유수한의 손이 덜덜 떨린다. 이제 곧 그토록 그를 힘겹게 했던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이윽고.
비 내리는 창가를 비추던 화면에 정유환이 들어왔다.
「…….」
곁눈질로 이은서를 보던 정유환은 말없이 그 얼굴을 관찰했다. 작은 얼굴, 이마, 높은 콧대, 이윽고 닿는 도톰한 입술.
멍하니 그 입술을 보다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홱 돌린다. 심장이 기분 좋게 뛰었고 다시금 곁눈질로 이은서를 보던 정유환의 눈에, 침대에 툭 놓인 손이 보였다.
하얗고 긴 손가락.
그 손가락을 보던 정유환은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건드려 본다.
툭.
그리고.
「아…….」
눈이 마주친다.
정유환의 시선을 의식했던 건 이은서도 마찬가지였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정유환이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걸 모를 리가 없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정유환이 되레 그 작은 손을 붙잡는다. 정유환의 손에 잡힌 이은서의 작은 손.
이은서는 미간을 좁히고 정유환을 물끄러미 보았다.
긴장감.
서로를 보는 두 사람에게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정유환이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되레 더 가까이 다가간다.
차분한 커플 테마곡이 흘러나오고.
이윽고.
정유환이 이은서의 입술을 훔쳤다.
“으악!”
상기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던 유수한이 소리를 질렀다.
그토록 어렵게 찍었던 장면이었다. 입술을 부딪히고 떨어지는 그 순간은 짧디짧았는데,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
「하아…….」
이게 끝이 아니었다.
저렇게 가볍게 입술을 부딪히고 끝날 일이었다면 3시간이 아니라 2시간이면 족했을 것이다. 입술을 떼고 서로를 보던 두 사람은 간신히 붙들고 있던 정신줄을 놓는다.
사랑에 빠지는 건 순식간인 것처럼.
물론 속수무책으로 정줄을 놓는 사람은 역시 정유환이었다.
「미안해…….」
정유환의 가라앉은 목소리. 이윽고 조금 전보다 더 딥한 키스가 이어졌다.
그리고.
[HOT] 시간 은유커플 드디어 키갈함!!!!(feat.정유환은 고자가 아니었습니다) +395
정유환은 이제야 비로소 고자설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