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오늘의 데이트 1
K엔터 이성실 대표는 투명한 사람이다.
유수한이 부활할 기미가 보이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단막극 때와는 차원이 다른 푸시였다.
SBC ‘오늘의 데이트’는 드라마나 영화 홍보로 배우들이 자주 찾는 예능이었다. 30분 단락의 짧은 예능이었지만, 드라마 홍보로는 제격이라서 저조한 시청률에도 계속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홍보만은 아니었다.
Y튜브에 공개되면 조회수가 꽤 짭짤했고 단독 채널에 비하인드 영상도 업로드되고 있었다.
“여기는 서울역입니다!”
아직 드라마 첫 촬영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 유수한이 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성실의 힘이었다.
이성실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쨌든, 회사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계약서에 유수한이 사인을 했다. 수익 배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조항이 회사에 유리했다.
유수한이 드라마 ‘시간’으로 다시 일어서든, 아니든.
회사에는 크게 리스크가 없다.
“오늘은 기차 데이트를 할 건데요. 서울역 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죠?”
유수한은 스태프 사이에서 대기 중이었다.
예능 출연은 처음이라 긴장한 얼굴이 역력했다.
“요즘 이분을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작가가 열심히 스케치북을 넘기고 있었다.
생각보다 예능도 드라마만큼이나 사이즈가 컸다. 꽤 많은 스태프와 카메라. 방송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지금 바로 모셔 보겠습니다!”
MC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꽃거지 유수한 씨!”
요즘 유수한은 ‘꽃거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길을 다니다 보면 들리는 소리가 꽃거지였다. 이제는 익숙해졌고 그것도 연기를 잘했다는 증거 같아서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게 보편적인 인사라고 생각했는데, 예능에서는 다른 모양이다.
유수한은 갑자기 팔을 벌리며 달려드는 개그우먼을 보고 당황해서 뒷걸음질 치다가, 이내 현실을 깨닫고 다가갔다.
폭 안기는 솜씨가 한두 번 안겨 본 게 아닌 듯했다.
“저 오늘 계 탔어요!”
텐션이 하늘까지 치고 올라간다.
분위기는 화기애애 좋았다. 가볍게 오프닝 촬영을 하고 본격적으로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사실 가볍다고 표현했지만, 시간을 보면 가볍지는 않았다.
무려 두 시간.
그것도 야외에서 진행된 촬영이었다.
날이 따뜻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른 시간에는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네요.”
보라가 추운지 잔뜩 움츠려진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 강릉까지 최소 2시간이지?”
“네.”
“고되네.”
“왕복으로 잡아야죠. 최소 4시간.”
“아, 그렇구나.”
기차 안은 벌써 촬영 세팅이 끝난 상태였다. 서울역에서 살다시피 했던 유수한은 정작 기차를 탈 일은 없었다.
이렇게 기차를 탈 기회가 생기는구나.
기분이 묘했다.
“수한 씨.”
서브 작가가 유수한에게 다가왔다. 손에는 촬영 구성안이 들려 있었고, 촬영 시작 전에 간단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 주었다.
“뭐, 예능에서 대본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대로 가지는 않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작가의 설명을 들었다.
“갑자기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고 그냥 이 구성안은 예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예능 방송은 모두 대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돌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예능 프로그램마다 촬영 구성안은 있어도 말 그대로 예시일 뿐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어떤 이야기가 터져 나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야외 촬영 시에는 항상 스케치북을 들고 상황을 조절한다.
“수한 씨는 저를 보면 되고요. 그렇다고 계속 보시면 곤란하니까, 제가 스케치북 들 때만 확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프닝은 끝났고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 * *
처음 하는 경험은 늘 정신없다.
질문에 대답하고 웃고 그러다가 갑자기 개인기를 시킨다. 당황해서 순간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작가를 보았지만.
‘괜찮으니까 편하게 개인기 보여 주세요!’
라는 대답만 들었다.
그 얼굴에 웃음이 번져 있는 걸 보니 이 상황이 꽤 즐거운 듯 보였다. 기존 유수한도 그렇지만, 지금의 유수한도 개인기라는 게 없는 사람이었다.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이렇게 말해 본들 달라지는 건 없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노래를 불렀는데 아는 노래도 별로 없어서 고른 노래가 고작 ‘겁쟁이’였다. 그게 그나마 아는 노래였다. 그리고 유수한이 알고 있는 노래 중에 가장 최신곡이 그 노래였다.
“근데 수한 씨, 진짜 많이 변했다.”
유수한의 노래를 듣고 잘 부른다며 호들갑을 떨던 조은희가 화제를 바꿨다.
“제가요?”
“많이 변했어요. 예전에는 개인기 시키면 죽어도 안 했잖아요.”
모르는 이야기라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오죽하면 개인기 자료가 그 옛날 비트박스가 전부겠어요?”
하하.
애써 웃고는 유수한이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시키는 건 다 하려고요.”
“아, 진짜요?”
“네.”
“그럼 노래 한곡 더?”
유수한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그 모습에 조은희가 박장대소를 하며 깔깔 웃었다. 대체 뭐가 저렇게 웃긴지 모르겠다.
“자자, 예능 관계자분들 보고 계시죠?”
조은희가 카메라를 보며 짐짓 진지한 척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유수한 씨, 시키는 건 다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작진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에 당황한 유수한도 따라서 박수를 친다.
아직도 예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유쾌한 분위기는 조용한 유수한에게는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유수한 과거 영상!”
조은희가 유수한을 보며 말했다.
“모르셨죠? 저희가 사전에 유수한 씨 자료 조사하면서 옛날 예능 다 찾아봤거든요.”
“아, 그러셨어요?”
“늘 수한 씨는 뭘 시키면 싫다고 도망갔거든요.”
“아, 제가요?”
진심으로 몰랐던 사실이다. 그때는 유수한이 아니라 김대한으로 열심히 막노동이나 하거나 길을 헤매며 살았을 테니까.
“지금 한번 볼까요? 자료 화면 틀어 주세요!”
유수한은 따로 태블릿 PC로 예전 방송 영상을 지켜보았다.
거만한 태도.
예전 유수한은 거만한 태도로 대답도 대충 했고 시키는 건 죽어도 하지 않았다. 좋게 부끄러워하며 거절했으면 모를까, 유수한은 거만하게 싫다고 짜증까지 냈다.
오늘 예능 분위기가 좋아서 그렇지, 유수한에 대해서 반감이 있는 제작진이 골로 보낼 생각으로 준비한 영상으로 보였다.
“이때는 왜 그러셨어요?”
조은희의 물음에 유수한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때는 제가 좀 병에 걸렸었나 봐요.”
이럴 때는 그냥 솔직한 게 최고였다.
기존 유수한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김대한은 유추할 수 있었다. 그가 왜 그렇게 거만했는지 그 이유를.
“연예인병이요.”
“아, 그럼 지금은요?”
“완치했습니다.”
“의사가 그러던가요?”
“앞으로 많은 분들께 제 병이 완치됐다는 걸, 스스로 증명할 생각입니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유수한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되었을 것이다.
소속사 힘에 의해서 출연을 확정 지었지만, 모든 제작진이 유수한을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유수한은 소문과 달리 성실했다.
난감한 걸 시켜도 어색한 대로 열심히 하려고 했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지금.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유수한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
“멋있다.”
조은희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수한 씨, 저 오늘부터 유수한 팬 될 것 같아요.”
힘들었던 촬영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형님, 괜찮아요?”
끝없이 유수한을 비추던 카메라가 사라지자, 비로소 평안이 찾아왔다. 기가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예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죽을 것 같은데.”
물을 마시며 유수한이 한숨을 쉬었다.
총 7시간 진행된 촬영은 차라리 드라마 촬영을 하는 게 백번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 예능을 기피하는 배우가 제법 있었는데, 그 이유도 알 듯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내성적인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다.
“근데 오빠 노래 잘하던데요?”
보라의 말에 유수한이 픽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유수한의 몸으로 노래를 부른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 아이템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노래도 발성이 중요하니까.
“이거 방송은 언제래?”
얼핏 들었지만, 정신이 없어서 잊어 먹었다. 운전하던 매니저가 대답했다.
“2주 후요.”
고개를 끄덕인다.
이성실이 꽂아 준 프로그램이라 더 열심히 했다. 듣기로 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처음 하는 예능이었지만, 진행 내용이 꽤 신선했다.
꽃거지 합성 짤을 여러 개 보여 주었고 갑자기 MBTI 질문이 터져 나왔다. 우습게도 유수한은 MBTI가 뭔지 몰랐다.
그것만으로도 재밌었는지, 즉석으로 MBTI 검사까지 했던 유수한이었다.
“근데 오빠가 I인 줄은 몰랐어요.”
그저 웃는다.
유수한은 요즘은 혈액형이 아니라 MBTI로 성격을 판단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검사하고 나서 정말 놀랐던 것은 제 성격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나도 몰랐다.”
세상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정신없는 세상에서 벗어나 아늑한 차에 앉아 있으니 피곤함에 졸음이 밀려왔다. 촬영 내내 계속 긴장하고 있었기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듯했다.
“나 좀 잘게.”
오늘은 이미 사회성이 바닥났다. 유수한은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사회성이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특히 사회성이 필요한 날이었다.
눈을 감고 선잠을 자는데, 자꾸만 오늘 있었던 일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아악!
눈을 감고 있던 유수한이 파드득 몸을 떨며 소리를 질렀다.
아직도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 * *
요즘 온리유의 덕질 생활은 풍족하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떡밥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미친, 존나 귀여워.”
덕질을 시작할 때는 잘생긴 외모에 시선이 닿는다. 그러다가 점차 그 사람의 작은 부분까지 찾아내고 결국 귀엽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발 뺄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랐다는 뜻이었다.
지금 이경민은 ‘오늘의 데이트’ 예고편을 보고 귀여움에 벽을 부술 듯 치고 있었다.
“노래 뭐야. 존나 잘하잖아.”
예고편에는 유수한이 수줍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짧게 나왔다. 목소리도 좋았고 고음도 매끄럽게 올라갔다. 부끄러운지 계속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덕후의 심장을 격하게 울렸다.
요즘 이경민은 팔로워가 꽤 많이 늘었다. 단막극 방송 이후로 거침없이 유입되던 팔로워는 드라마 ‘시간’ 캐스팅으로 또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심이 거의 0이었던 처음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 관심도가 일취월장했다.
- 온리유님, 예고편 보셨어요? 진짜 유수한 개존잘이에요!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팬도 늘어났다.
하지만 단연 네임드는 온리유였다. 유수한은 한물갔다는 평가 속에서도 꿋꿋이 입덕한 그녀는 유수한에게서 선물까지 받은 계 탄 덕후였다.
뒤늦게 유수한에게 입덕한 사람들이 이경민을 부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당연히 봤죠! 진짜 목소리 미쳤어요 개존잘 못하는 게 뭐임 ㅠㅠㅠㅠㅠ
지금 막 예고편을 파랑새 계정에 올리고 있던 찰나였다.
확실히 덕질은 같이 팔 상대가 있어야 더 재밌는 법이었다. 제법 팬이 늘어서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그렇게 친해져서 지난주에는 함께 만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이경민이 가장 좋아하는 팬은 글을 잘 쓰는 팬과 그림을 잘 그리는 팬이었다.
영상이나 사진은 이경민 전문 분야였기 때문에, 자신이 하지 못하는 장르를 잘하는 사람을 원하는 건 당연했다.
- 헐, 그림 뭐예요 너무 귀엽다 ㅠㅠㅠㅠㅠㅠㅠ
유수한 팬은 그 수는 적었지만, 알짜배기만 모였다. 그림을 잘 그리는 팬이 최근에 붙어서 질 좋은 그림을 쏟아 내고 있는데, 볼 때마다 손이 떨릴 정도로 미친 듯이 좋았다.
- 이 그림으로 포카 만들면 안 돼요? 진짜 심장 찢어질 것 같은데 ㅠㅠㅠㅠㅠ
⌞ 거울도 만들면 안 돼요? 아, 진짜 이건 남겨놔야 해요 ㅠㅠㅠㅠㅠ
⌞⌞ 온리유님도 보정 고퀄이잖아요 ㅠㅠㅠㅠ 포토북 소취 ㅠㅠㅠㅠㅠㅠ
요즘 사는 맛이 난다.
일하고 나서 파랑새로 덕질하는 일이 이경민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더군다나, 돈 쓸 일이 생각보다 없었다.
조공을 하려고 했지만, 소속사에서 서포트 금지라고 말했기 때문에 따로 돈을 모을 일이 없어졌다.
그건 좀 아쉬웠다.
아이돌 덕질 하며 돈을 쏟아부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크게 쓰지 않기 때문에 더 건전한 취미 생활처럼 느껴졌다.
“유수한 보고 싶다. 팬미팅 안 하나?”
그리고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요즘은 배우들도 팬미팅을 종종 여는데, 유수한은 소식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경민은 소속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녀는 생각을 곧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회사 공식 메일을 복사해 그대로 메일 주소에 옮긴다.
[안녕하세요. 유수한 배우 팬입니다. 혹시 팬미팅 계획 없으신가요?]
요즘 이경민은 K엔터가 유수한에게 소홀하다고 느껴서 몇 번이나 불만을 토해 낸 적이 있었다. 팬들끼리 진지하게 항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찰나에 예능 출연이 떴다.
새로운 떡밥에 자연스럽게 항의하자는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소속사에 대한 불만은 가지고 있었다.
메일을 보낸 이경민이 이내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 * *
토요일.
오후 5시 30분.
이성실은 오랜만에 텔레비전을 켰다. 유수한 모니터링을 하는 건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다. 예고편이 제법 잘 뽑혀서 요즘 사내 메일로 팬들이 메일을 보낸다고 들었다.
배우에게 팬이 붙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사건 사고를 쳐댔던 유수한에게 다시 팬이 붙었다는 건 다소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여기는 서울역입니다!」
방송이 시작되었다.
이성실은 자세를 고치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이걸 맨정신으로 보려니까, 미치겠네.”
지금 유수한도 방송을 보는 중이었다.
사실 그날 예능 촬영이 성격에 맞지 않아서 창피하기만 했던 유수한이었다. 그래서 방송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적어도 어떻게 편집이 되었는지 정도는 확인해야 한다.
「요즘 이분을 이렇게 부르더라고요!」
하아.
유수한이 얼굴을 싸매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 바로 모셔 보겠습니다!」
흐린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꽃거지 유수한 씨!」
다시금, 유수한의 고개가 힘없이 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