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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102화 (1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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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세이브] 시점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이번에도 예리의 기억도 같이 [로드]가 되었을지 궁금했다. 우선적으로 말하면 예리가 죽은 것 같은 상황에서 강제력이 발생하고 내가 [로드]를 해버렸으니, 저번에 같이 [로드]되었던 때와 거의 같은 상황이라, 아무래도 그녀의 기억도 보존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바로 전화를 해보자, 얼마 후 예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녀는 살아있다.

“아저씨!”

“응 예리야.”

“여기 과거지? 또 어떻게 된 걸까?”

역시나 그녀의 입에서는 과거를 논하고 있었다. 이전과 똑같은 현상이었다.

“예리야. 내가 가고 나서 폭탄이 터진 거야?”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죽는 거란 거 유쾌하지 못 하네 정말.”

“지금 어디야?”

“마음이 복잡해서, 아저씨 집으로 가고 있어.”

그 말에 후다닥 마중을 나가자 얼마 후 차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예리를 바로 와락 끌어안았다. 예리는 몸을 살짝 떨고 있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죽음은 무서운 걸까. 나는 일단 그녀와 함께 집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아 예리야?”

“으응. 좀 괜찮아 졌어. 그런데 어떻게 또 과거로 돌아온 걸까?”

“그건, 다 이유가 있지.”

“응?”

예리는 무슨 이유냐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일단은 말을 돌려서 질문했다.

“아직도 권력을 놓을 마음이 안 들어?”

“.......실은,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서 혹시라도 아저씨와 못 만나게 될 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

“그래?”

“아저씨, 나 모든 걸 포기하면 정말로, 나와 평생 같이 있어 줄 거야?, 나에게 힘이 없어지면, 바로 버리는 거 아니야?”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나. 힘이 없어진다고 예리의 머리가 어디가겠냐만은, 아무튼 현실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평생 같이 있어줄 생각이다. 이렇게 사랑하는 그녀다.

“무슨 그런 생각을 해?”

“하지만, 불안하단 말이야. 힘이 없어져도 날 버리면 무슨 일이 있어도 죽여 버릴 테지만...”

“그래 바로 그 자세야. 그러니까 은퇴하고 나랑 살자?”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술에 키스를 했다. 예리는 입을 벌려서 내 혀를 받아들이면서 내 손을 맞잡았다.

“좋아...아저씨가 말했던 데로 할아버지와 협상할게.”

서로를 탐닉하던 키스가 끝나고 예리는 그렇게 고했다.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정말?”

“응!”

그리 말하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결심에 부흥해서, 나도 결국 모든 걸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와 평생 함께 하는 건 좋다. 하지만 게임을 공략해야 하고나서의 이야기다. 예리의 히든미션으로 게임이 클리어 되면 상관없지만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해받으려면, 지금 말해야한다.

“예리야 그럼 나도 전부터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말해줄게”

“뭐어?”

나가려는 예리의 팔을 잡고 다시 침대에 걸터앉힌 후에 나는 그동안의 일을 설명했다. 다만 그 공략의 끝이 섹스라는 것과 예리 또한 미션의 대상이라는 건 말할 수 없었다. 왠지 예리에 대한 사랑까지 거짓으로 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정말이야..?”

“응... 그러니까 전의 민유리나, 아무튼 다른 여자들은 전혀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거야. 나한테도 오직 너뿐이야 예리야”

“왠지 꿈같은 이야기네... 아저씨, 죽는 거 아니지? 나, 힘을 조금 더 가지고 있을까?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게”

“아니야, 그러다가 또 우리 둘 다 죽을 위험에 처하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 빨리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으응 알았어. 정말로 언제나 같이, 있어 줄꺼지? 나, 사랑하는 거 맞지?”

“이제 와서 그걸 의심하면 어떻게 대답해?”

“몰라!,”

“이그...”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팔을 잡아 이끌었다.

“그럼 같이 갈까?”

“아니야, 혼자 결판 지을게.”

“그래, 아 예리야 그리고... 혹시라도 게임이 클리어 돼서, 현실로 돌아가 버리면, 모든 게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나를 기억한다면 그 정류장으로 와줘. 무슨 상황에 놓여있어도 거기서 기다릴 테니. 이 집이 없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응, 하지만 그런 게 아니어도 난 아저씨를 무조건 찾아 낼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서 드디어 집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히든미션 「마음의 치유」 클리어, 미션난이도 A]

[축하합니다. 게임을 완전 클리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갑자기 하얗게 변해버렸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안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시야 구석에 항상 깜빡이던 조그만 창은 없어져 있었다. 정말로 현실로 돌아온 듯 했다. 그래서 바로 컴퓨터를 켜보았다.

윙- 소리를 내면서 컴퓨터가 보란 듯이 부팅되었다.

아, 정말로 현실로 돌아왔구나.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주머니를 뒤져서 핸드폰을 들었다. 먼저 예리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누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안이라면 시간상 아직 입원해 있을 누나일 텐데 전화는 불통이었다.

그래서 부모님께 전화를 해보았다. 신호가 울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바로 잔소리가 이어졌기에 전화를 한 걸 조금 후회하고, 통화를 끝냈다.

역시나 예리의 히든미션은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고 나와 함께하는 걸 선택하는 거였다.

만약 현실로 돌아오게 되면, 그 정류장에서 예리와 만나자고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에 집에서 뛰쳐나왔다.

정류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밖에서 깜짝 놀라 걸음을 멈췄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임연정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TIP이 떠올랐다. 호감도가 일정수준이상 넘지 않으면 나를 기억할리 없었다.

당연히 그 유부녀는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다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 일어난 건 모두 현실이 아니었다는 실감을 갖게 해주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게임 안에서라면 살인마일 그녀가 평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준다.

이렇게 되자 예리가 날 기억할지 더더욱 걱정되었다. 호감도는 100이긴 했지만, 혹시 모른다. 확인하기 전 까진 알 수 없는 일이다.

조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서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에 일단 기다려 보자는 생각으로 정류장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렸으나 끝내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밤을 새며 기다렸으나 바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만 구경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어서 택시에 올라서 그녀의 집으로 가보았다. 그러자 예리의 집이 있던 곳은 공터가 돼있었다. 게임에서는 분명히 존재했던 거대했던 집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모든 게 사라졌단 말이야?

하지만 분명히, 호감도가 일정부분 넘어가면 현실로 승계된다고 말했었는데. 믿기지가 않았다.

허탈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을 사용해서 서예리와, 그녀의 할아버지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 보았으나, 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그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던 그녀의 할아버지에 대한 것도 그저 게임의 설정일 뿐이었나?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어서 통장을 가지고 은행으로 뛰었다.

호감도가 계승된다는 TIP이 거짓이라면, 게임세계에서 번 돈이 현실로 이어진다는 TIP또한 거짓일 것이다. 통장을 정리해 보니, 무려 50억이라는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상태창]이 나오지 않아서 확인하지 못했지만, 예리의 히든미션이 50억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거겠지. 하지만 엄청난 돈을 거머쥐었다는 기쁨보다는 TIP이 사실이라는 기쁨이 크게 다가왔다. 어딘가에는 예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내 기억을 가지고!

하지만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대체?눈물이 날 것 같았다.

호감도가 높았던 다른 사람, 누나의 집도 그럼 없어졌을까 싶어서 택시에 올라탔다. 누나의 아프트로 달려가 초인종을 눌렀다.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집에서 나오는 사람도 역시나 다른 사람일까?

하지만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부터 있어야 할 아파트였기 때문에, 예리의 집처럼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살고 있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면 대체 예리나 누나는 어디에서 존재한다는 거지?

허탈한 마음에 터덜터덜 걸어서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 곧 문이 열렸는데, 그 안에서 나타난 건 놀랍게도 누나였다.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날 기억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려고 하는데 오히려 누나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영준아?”

누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분명히 내 이름을 불렀다. 기억을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 말은 즉 기억이 승계되었다는 이야기다. 너무나 기뻐서 그대로 누나에게 뛰어들었다.

그러자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꿈이 아니었어?”

“꿈?”

“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응 누나”

방으로 들어온 누나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들었다. 그래, 이건 변하지 않았구나. 그것 자체가 너무 기뻤다.

“영준아, 자고 일어났더니 한 달 정도 있었던 일이 모두 꿈같이 느껴지는 거야. 아니, 꿈에서 있던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이어서, 누나는 그게 꿈이라고 생각 한 거야. 저장된 네 번호도 불통이었으니... 누나는 이 꿈에서 깨어난 지 별로 되지 않았어. 그래서 영준이 집에도 가볼 생각이었는데...”

“정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꿈이라는 형태로 내 기억이 덧 쓰인 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예리는? 대체 그녀는 어떻게 된 거지?

“영준아...”

누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나를 덥석 끌어않았다.

“그게 모두 꿈인 줄 알았어. 흑흑...”

“나도, 누나...”

그렇게 말하면서 서로 부둥켜안았다. 한 참후에야 다시 대화를 재개할 수 있었다.

“누나, 그런데 역시 누나는 해결사?”

“응? 맞는데.”

그렇다면 직업까지 게임의 설정은 아닌 모양이었다. 누나의 경우에는 말이지.

“그렇구나. 누나, 서예리 기억하지? 그녀는 마치 존재가 없던 것처럼 찾을 수가 없게 돼버렸어.”

“영준아, 역시 아가씨가 신경 쓰이는 구나..”

“뭐 그거야...”

누나는 샐쭉한 표정을 지으면서 볼을 부풀렸다.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잠시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후우... 괜찮아 영준아. 누나가 한 번 찾아볼게. 경찰 쪽에 부탁하지 뭐, 이름하고 나이는 알고 있으니까”

“정말?”

“조금만 기다려봐”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누나는 전화를 꺼내더니 통화를 시작했다. 한참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누나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역시 경찰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가?

“아니, 일단 실존인물이기는 한데,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데”

“병원에!?”

나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대체 왜 병원에? 그래서 정류장으로 못 온 건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엄청나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일단 같이 가보자. 실은, 병원에 입원한 게 하루 이틀 전이 아니야... 가면서 설명해 줄게”

“응? 으응...”

누나는 내 기대를 박살내는 말을 하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서 정류장으로 못 나온 게 아니고 아예 입원해 있었다는 말이면 대체 게임에서의 일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누나를 따라갔다. 웃기게도 누나의 차는, 내가 [무형의 검날]로 소멸시켰던 바로 그 차였다. 새로 산 차가 현실로 딸려오는 일은 없었나 보다. 하긴 누나는 플레이어가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예리는 개인실에 입원해 있다고 했다. 덕분에 약간 면회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누나는 뭔가 인맥을 사용하는 것 같더니, 다행히 곧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혼자 왔으면 면회조차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병실에 들어가 보자 예리는 상당히 앙상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저 누워있었다.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나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게임 안에서는 죽어있는 존재였는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나보다.

“실례지만, 예리는 대체 언제부터 입원해 있던 거죠?”

내가 묻자, 그 아주머니는 매우 의외라는 표정으로, 조금 경계하는 눈빛까지 보내면서 말했다.

“10년도 넘었는데요...? 가끔 정신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뇌사 상태랍니다..”

어두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아주머니는 이어서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대체 예리를 어떻게 아시는지?”

“그게... 거기에는 조금 사정이...”

당황한 나를 보며, 가만히 있던 누나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아주머니에게 입을 열었다.

“저기 조금 드릴말씀이 있는데 잠시 밖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 까요?”

“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아주머니였으나, 곧 누나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이건 누나가 예리와 잠시 둘만 있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손을 잡아보았다. 게임 안에서의 따뜻하고 앙증맞은 손이 아니었다. 뼈만 남은 것 같은 앙상함.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이러니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가 선반 위에 있는 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예리의 글씨체였다.

놀라서 노트를 펼쳐보니 정신이 있을 때 쓴 것인 듯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페이지에는 끄적끄적 뭔가 이상한 게 적혀있었는데, 그건 내가 겪은 게임의 이야기와 비슷했다.

이건 그녀가 쓴 소설? 어이가 없어졌다.

손에 땀이 흘러 나왔다.

갑자기 강제력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녀가 죽을 위기에 처했던 강제력이 말이다.

그 게임세계에서 그녀는 거의 신 수준의 권력이었다. 그리고 죽을 위기도 매번 벗어나고, 마지막에는 기억까지 [로드]되었다.

즉 게임이 그녀가 구상한 세계였다는 이야기다. 그녀의 꿈 안에 내가 들어가 있던 것처럼 말이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가 적어놓은 소설의 내용이 너무나 게임 시스템과 비슷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를 가련하게 여긴 신이 있어서, 그녀의 소설을 구현해 주기라도 했다는 말이었다. 게임의 세상이 빠져있던 나에게, 이미 비현실이란 비현실은 모두 경험한 나에게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하지만 예리를 보호하던 그 강제력은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리가 깨어나서 나에게 아저씨라고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나는 그 후 매일 그녀의 병실에 들렸다.

예리가 깨어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매일의 일과가 되 버렸다.

그리고 백수생황을 청산하고, 누나의 밑에 들어가서 해결사의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누나의 권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이템]의 능력 없이 해결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해서 망설였으나, 누나가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파트너로써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꿈을 꾼다.

언젠가, 예리가 일어나서, 누나와 함께 셋이서 살아갈 수 있는 꿈을 말이다.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가 말한 그 꿈에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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