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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92화 (9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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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형검]으로 예리를 경호하며 그녀를 뒤따랐다. 도착한 곳에는 자주 보던 경호원들이 상당 수 보였다. 아마 저들이 그녀 쪽의 경호원이겠지. 하지만 예리가 분명히 심한 대우를 했던 것 같은데 용케도 이런 상황에서 따르는 경호원들이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뭐 그녀는 감금되고 내가 구해줄 것까지 예상했다고 하니, 이건 경호원들이 그녀에 대한 호의로 작전을 준비하고 있던 게 아니고, 이미 돈으로 꾸민 일 같기는 했다.

“아가씨, 바로 밀고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한 번의 승부입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저쪽은 아가씨가 도망친 걸 모르는 것 같은 눈치입니다.”

“그렇겠지. 후후. 좋아. 그럼 지금부터 할아버지에게 빚을 갚으러 가자”

경호원은 예리의 말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차에 타자마자 예리에게 현 상황의 이유를 물었다. 추측은 해봤지만 정확한 사실이 알고 싶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왜 너를 따르는 거야? 솔직히 지금 너는 밀려난 거랑 마찬가지인 신세 아냐?”

“뭐? 그건 아니지. 내 재산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들은 원래 내 쪽이야. 그 말은 할아버지가 받아주지 않는 다는 거지. 할아버지가 날 그렇게까지 감금한 것도 이 경호원들에게 명분을 만들어 주지 않기 위해서 라고 할까. 그리고 이미 감금되기 전에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니까. 이미 이야기는 끝낸 상태였어.”

“그래?”

“그리고 나는 원래 이 사람들을 막대하긴 했어도 그만한 충분한 대가를 주었어. 돈말이야. 할아버지 쪽 경호원보다는 훨씬 더 대우해 줬다고. 배신하지 않는 게 더 큰 이득이니까 당연한 거 아닐까?”

흐음, 뭐 그렇다면 납득은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곤 장비를 둘러보았다. 언젠가 보았던 대형 덤프트럭까지 있었다. 저걸로 집을 박아 버릴 셈인가? 전에 사이비종교 때도 덤프트럭으로 셔터가 닫히는 문을 뚫어버리고 공격했던 기억이 났다.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역시 눈앞의 여자는 대단한 여자였다. 괜히 그 피 말리는 권력다툼 속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건 그저 집안싸움이라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를 밀어낸다면 결국 모든 건 그녀에게 승계되겠지.

“아저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예리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면서 물었다. 멍하니 있는 내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니 그녀는 바로 옆에 있었다. 언제 내 옆으로 꼭 붙어왔는지 놀라웠다. 하지만 그때였다. 뒤쪽에서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예리의 집은 원래부터 워낙에 경기도 외곽의 외진 곳에 지어져 있었다. 그녀를 감금에서 구해 냈을 때도 차가 보일 때까지 상당히 걸어야 했었다. 그만큼 인적이 드문 곳이다. 그런 곳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난다는 걸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걸 의미한다.

차가 갑자기 멈춰서 버렸다. 눈앞에는 바리게이트 같은 게 장치되어있었다. 예리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지 앞좌석에 있는 경호원에게 명령을 했다.

“나가서 살펴보고 와”

명령과 동시에 경호원이 밖으로 나갔다. 그 경호원은 분명히 나에게 전화를 해서 예리의 상황을 알려주었던 경호원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것도 예리가 일부러 시킨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 후 돌아온 경호원의 얼굴은 다급했다.

“아가씨, 아무래도 행동이 읽힌 것 같습니다. 특히 주인어른께서는 특수부대까지 동원한 듯합니다. 아무래도 배신자가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결국 집까지는 가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

“죄송하지만..”

그 말에 예리는 고개를 획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화가 날 때 자주하는 행동이었다.

“아저씨..나, 밀려버린 것 같아.. 후후후 할아버지가 예상외로 단단하네?”

“그럼 이제 어떡하려고?”

그 와중에도 밖에서 들리는 총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교전이 격해지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후우. 집 앞까지는 할아버지 모르게 접근 했어야 했는데 어디서 잘못 된 걸까.”

이 상황은 예측하지 못한 듯 말소리에 힘이 없어보였다. 나는 그래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하면서 물었다. 전부터 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예리야 차라리 그놈의 권력 포기하면 안 돼? 포기하고 일반사람으로 돌아가자. 응?”

“아저씨,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 도망간다고 할아버지가 날 놔둘 것 같아?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죽이려고 할 걸? 그리고 내가 공식적으로 밀려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들 얼마나 많다고 생각해? 아저씨가 나를 24시간 계속해서 지켜줄 수 있어?”

“그건...”

나도 게임에 묶여있기 때문에 24시간 그녀를 지킨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 또한 분명히 알고는 있는 사실이었다. 그녀를 가만 둘리는 없었다.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먹히느냐 살아가느냐.

결국 죽게 할  없으니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되찾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악마 같은 여자에게 다시금 최고의 위치를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이 설사 나에게 위협이 되는 날이 있더라도 말이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예리는 내 손을 잡더니 뭔가 비장한 얼굴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도망가. 괜히 휘말릴 것 없어. 내가 시작한 싸움이기도 하니까, 굳이 아저씨의 목숨까지 뺏을 생각은 없어. 나 집안으로 가서 할아버지와 담판을 지을게. 아마도 죽지 않을까 싶어. 나에게 테러를 한건 명분이 없어서였지만 이제는 내가 당신을 공격했다는 명분이 생겼으니까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지.”

“뭐? 혼자 도망가라고?”

“싫어? 그럼 같이 죽어 줄 테야?”

예리는 이런 상황에서도 당당한 얼굴로 그런 말을 해왔다.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너무 태연한 거 아냐? 죽음에 대해서 말이야.”

“이런 집안에 태어났을 때부터 어차피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어. 아저씨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 가둬두고 나만 가지고 놀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지고 놀 수가 없게 되면 장난감은 풀어줘야 하는 거잖아? 나, 그렇게 나쁜 여자 아니니까. 같이 죽자고 하지는 않아. 어서 도망가 아저씨.”

후우. 그런 말 하면 가슴이 아파지잖아. 어떻게 혼자 두고 도망가? 거기에 그녀가 생각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방법은 있었다. 다만 그것이 실현가능한지는 일단 물어 볼 필요가 있었다.

“혹시 말이야, 할아버지만 눈앞에서 잡아둘 수 있으면 상황을 바꿀 수 있어?”

“그거야 당연하지. 할아버지가 내 손에 들어오면 저쪽 경호원이나, 지금 할아버지가 쓰고 있는 특수부대도 모두 처리 가능해. 할아버지가 쓴 인맥의 라인이, 곧 내 라인이야.”

“그래? 그럼 다시 집안도 장악할 수 있어?”

“응, 밖의 사람들이 모르게 빠르게 장악하면 당연히 가능하지. 지금도 그럴 셈으로 처 들어가고 있던 거고, 내가 중학생 때부터 이 바닥에서 얼마나 수많은 인맥과, 또 그들의 비리와, 수많은 약점들을 캐내며 살아왔는지 아저씨는 모를 거야. 할아버지 대신에 내가 전면에 나선 것도 이미 오래되었고, 즉 이건 할아버지와 나의 싸움이야. 무릎 꿇는 쪽이 지고, 모든 걸 갖는 거지.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는데?”

방법은 몇 가지 있었다. 일단 [로드]였다. 다만 어차피 똑같은 길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보다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당연히 [스톱워치]다. 시간을 멈추고 예리를 집안에서 빼온 것처럼, 똑같이 그녀의 할아버지를 빼오면 되는 일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레벨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레벨업은 그녀가 도와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치트같은 존재니까 말이다.

“너를 순식간에 구해온 거 기억하지?”

“응 기억하지. 아! 혹시 할아버지만 집안에서 빼올 수 있는 거야? 나를 납치했을 때처럼?”

예리는 갑자기 희망이 보이는지 눈을 빛내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뭐 정답이긴 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응, 그 방법이 최고라고 생각해.”

“아저씨? 그런 방법이 있으면 왜 진작 쓰지 않은 거야? 날 도와주기가 싫었어? 아저씨는 내 껀데? 이제 와서 능력을 숨겨도 별 의미도 없잖아?”

“그건 그런데, 다만 많은 사람들이 내 능력을 알게 될 테니까....”

“걱정 마 .아저씨.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내 편의 경호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일생각 이었으니까. 피해가 가는 일은 없어? 이쪽 사람들은 입막음이 가능하고 말이지.”

그건 그렇겠지. 뭐 여기서 죽는다고 진짜로 죽는다는 게 아닌 확률이 크다는 걸 알고 있는 이상 동정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비밀을 묻으려면 모두 죽인다는 게 확실한 방법이긴 했다. 하지만 한 가지가 걸렸다.

“너, 설마 친할아버지도 죽일 생각이야?”

그래,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진짜 죽음이 아니라고 해도, 경호원들을 죽이는 것과 친 혈육을 죽이는 건 큰 차이가 있다. 그건 인륜을 저버린 불문율이 아닐까? 거기에 발을 들여놓는 다는 건 예리가 마음만 먹으면 나조차도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되는 것 같아서 너무나 꺼려졌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당당했다.

“할아버지가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는데? 당연한 거 아냐? 이미 남이야 그 사람하고는..”

냉정한 말투였다. 하지만 그건 아니잖아. 예리야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폐시킨다던지 그런 것도 있잖아? 다시 생각하면 안 될까? 친할아버지를 죽이면 나중에 분명히 후회할 거야”

내말에 예리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나, 그런 거 몰라. 후회 같은 거 해본적도 없어. 죽인다면 죽이는 거야. 다만.. 생각은 해볼게. 아저씨가 만들어줄 기회니까, 그 정도는 들어줄 수도 있어. 내가 아니고 아저씨를 위해서야? 나 후회 같은 거 할 생각 없다는 것만 알아둬.”

그나마 다행이었다. 생각은 해본다는 건 나아진 거다. 이미 정말로 할아버지를 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여자에게 더 이상의 설득은 오히려 역효과 일 것 같았다.

“그래. 그 정도면 됐어. 근데 한 가지 더 문제가 있어.”

“또 뭔데?”

“그게, 능력을 쓰려면 예리가 조금 도와줘야 해.”

“돕다니? 이번에는 아저씨가 날 돕는 건데, 내가 도울 일이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면서 예리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게 조금, 엉뚱한 이야기인데, 능력을 위해서는 예리가 그, 나의 사정을 도와야 가능해. 하하하. 해괴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다 이유가 있어. 그건 나중에 모든 게 끝나면 말해줄게. 아무튼 해줄 수 있겠어?”

“에에에에엑!? 그게 무슨 소리야?”

예리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나에게서 떨어져 좌석끝으로 이동해 버렸다.

“너, 섹스를 하자고 했던 주제에 뭘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건데?”

“가, 갑자기 사정을 시켜달라니, 모,, 몰라. 아저씨한테 사랑 어쩌고 들은 후부터 어쩐지 그런 거 창피해졌어. 예전에는 당연히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나도 이상하단 말이야....”

“그래서 못해주겠어? 그럼 정말로 능력도 사용 못하는데..”

“뭐..뭘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인데?”

어처구니가 없긴 했다. 전에는 억지로 내 물건을 보이게 하고는 자위까지 시켰던 그녀였다. 그 정도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가 갑자기 왜 이런 반응인지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그, 입이라든지, 손이라든지, 아니면 저번처럼 발이라든지..”

“입이라고 했어? 차라리 섹스를 하고 말지. 입이라니, 미친 거 아냐? 내가 그런 굴욕적인 행위를 해줄 것 같아?”

레벨.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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