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현실은 H게임-91화 (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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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선택지.2번이다. [무형검]의 [절대방어]가 있어서 1번도 도전은 해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선택지에 [함정은 없을 것이다.] 라고 나온 부분이 너무나도 수상했다. 함정은 없는데 다른 뭔가가 있다는 소리로 보였다. 이 빌어먹을 게임 뭘 꾸미고 있는지 모르지만 [로드]가 가능한 상황이니 선택지.2번을 선택했다.

회색빛의 세상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여전히 등 뒤에는 그녀의 가슴이 밀착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가슴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2번을 선택했으니 거부를 해야 한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예리는 그런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 눈은 화를 내는 눈빛이었다.

“어째서 일어나?”

“예리의 생각을 모르겠어.”

“내 생각이라니?”

예리는 치켜뜬 눈썹을 풀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침대에서 기어 나와 내 앞으로 걸어왔다. 티셔츠 한 장밖에 입지 않은 터라 가슴이 흔들리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알몸일 때보다 오히려 더 자극적인 장면이었다.

“아저씨가 미쳤구나? 내가 부탁도 들어주고, 편의도 봐주고 했더니 내가 만만하게 느껴지지? 아니라면 내가 아저씨밖에 없다는 말까지 했는데 이렇게 창피를 줄 수는 없는 거잖아? 후우..아저씨, 정말 마지막 기회야? 함정 같은 거 없으니까 뒹굴어 보자. 남녀사이란 그런 거 아냐?”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하더니 팔을 벌려서 다시 내 몸에 안겨들었다. 그녀의 향기와 얇은 티셔츠 하나 사이로 느껴지는 가슴의 부드러움이 섹스라는 단어를 마구 나의 뇌 속에 아로새겼다. 하지만 머리를 흔들었다. 이미 선택지는 선택했고 아직 그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마치 무슨 섹스가 의무인 마냥 뒹굴어 보자는 그녀의 표현에서는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 더더욱 내 마음을 단단하게 굳히도록 만들었다. 예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 밖에 없다든지, 아저씨는 내 것 이라든지 하는 말에 사랑이 들어있지 않다는 건 확실했다.

그래서 나는 예리를 몸에서 때어내었다. 다시금 거부당한 그녀는 매우 화난 표정이었다. 아까의 노려보던 표정이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이랄까.

“아저씨,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이게 바로 배신이라는 거 알아? 나, 돌아갈래. 다시는 아저씨 볼일 없을 거야.”

쫒기는 신세이면서 어딜 간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예리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문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위험한 것도 위험한 거지만 하고 싶은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나가려는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이거 놔”

예리는 강하고 짧게 내 손을 거부했다. 하지만 나는 놔줄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질질 끌어서 다시 침대로 대려와 그녀를 앉혔다. 의외로 강하게 거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생긴 것 같다는 추측을 하고 나도 그 옆에 앉았다.

“이제 와서 섹스를 하자는 거면 소용없어 아저씨. 정말로 아무런 위협도, 함정도 없이 순수한 호기심으로 하자는 거였는데 아저씨가 스스로 날려버린 거야.”

“그런 거 아냐. 일단 이야기 좀 들어봐”

“무슨 이야기? 나, 이미 마음이 상할 데로 상했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들어봐 예리야 제발 좀!”

재대로 이야기도 안 듣고 일방적으로 계속 나를 매도하는 그녀에게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자 예리는 눈이 동그라져서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해보였다.

“지금 소리를 지른 거야? 아저씨 주제에 나한테?

“휴우, 그런 거 아냐. 아무튼 들어봐. 예리야.. 너 날 사랑해?”

“.....뭐!?”

그래.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 말에 화를 내던 표정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말했다.

“사랑이라는 게 대체 뭔데? 학교 다닐 때  자주 듣던 단어긴 하지만, 난 대체 그게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물어본다면 나도 확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나도 연인이 있어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서 논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눈앞의 여자보다는 많이 알지 않나 싶었다.

“적어도 섹스를 하려면 사랑하는 사람하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너처럼 감정을 알아보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닌 거 같아 예리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섹스가 사랑하고 무슨 관계인데? 아저씨도 난교파티에서 봤잖아? 아무하고나 뒹구는 남녀들을. 그게 사랑한다는 거야?”

“뭐? 그건 절대 아니지. 사랑은 그런 성욕에 미친 것하고는 다른 거야”

예리는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사랑에 대해서 설명할 어휘가 부족했다. 그녀를 이해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한 느낌이다. 일단 되는대로 말해보았다. 조금이라도 알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한 사람을 너무나 사랑해서 다른 게 눈에도 들어오지 않고, 평생을 함께 있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그 감정에 대해서 확실히 알기 전에는 너하고 섹스를 할 수 없어. 나중에 후회 한다 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아까처럼 화를 내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상태는 또 아니었다. 그래서 일련의 행동 때문에 잔뜩 헝클어져 있는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나, 아저씨를 평생 놓아줄 생각은 없는데, 그럼 이게 사랑이야?”

“으응?”

머리를 쓸어 넘겨주는 와중에도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지 엉뚱한 말을 꺼내들었다. 평생 놓아줄 생각이 없다고? 그건 소유욕 같은데. 맘에 드는 장난감을 다른데 뺏기고 싶지 않은 거 아냐?

“조금 다른 거 같은데...”

“어째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게 사랑이라며?”

아. 사랑에 대한 설명을 확실하게 할 수 없는 내 스스로를 탓하면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놓아줄 생각이 없다며, 그건 소유욕 아냐? 남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거지.”

말하다 보니 번뜩이는 게 있었다. 그녀가 내 옆의 다른 여자를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결국 질투가 아닌 소유욕에서 비록된 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말이다. 가끔 보면 예리의 마음은 정말로 모르겠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보니 본인 스스로도 감정자체에 너무 무지했다. 그저 분노라는 감정만 배운 아이 같은 꼴이다.

“아. 됐어. 머리아파 아저씨. 골치 아픈 이야기는 그만해. 아무튼 꼭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섹스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후회를 한다는 거야? 그건 변명이 되지 않아. 날 거부한 변명을 하려면 더 그럴 듯 한 걸 하도록 해”

하아. 모르겠다. 정말로 모르겠다. 더는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그녀의 입술을 빼앗아 버렸다. 감정을 알게 해주려면 이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았다. 위험요소는 있었지만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느껴지자 기분이 널뛰기 시작했다.

“흐읍...하..”

언젠가의 헬기에서처럼 입술만을 맞닿은 게 아닌, 진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술을 혀로 벌려서 혀와 혀가 만나기 시작했다. 타액과 타액이 입안을 옮겨 다니며 늘어졌다. 뜨거운 숨결이 우리사이에 흘러내렸다. 서로 교차하면서 빨기 시작한 혀와 혀가 만났다 떨어지는 감촉이 기분을 계속해서 고양시켰다.

이러다가 정말로 그녀를 넘어뜨리고 섹스를 할 것 같아서 이성이 있는 동안 입술을 때어내었다.

“가..갑자기 무슨 짓이야..”

그녀의 반응은 매우 의외였다. 말소리에는 힘이 없었으며 볼을 상기시키고는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 후에 가슴에 손을 대었다가 때었다가 어쩔 줄 몰라 하는 행동을 했다.

“예리야. 키스할 때 무슨 생각이 들었어?”

“아, 아저씨를 죽여 버려야겠다는 생각. 갑자기 키스를 해? 섹스는 안한다면 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그 생각 말고 다른 건 없었어?”

“............”

뭐가 있긴 했는지 그녀는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의외의 모습이었다.

“예리야?”

내가 재촉하듯이 이름을 부르자 내 입술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이, 이런 게 사랑이야?”

“응?”

간신히 꺼낸 말은 다시 어려운 주제로 향하고 있었다.

“아저씨를 가지고 싶어. 가둬놓고 계속 같이 있고 싶어. 그런 느낌이 들었어. 이게 사랑이야?”

아니. 여전히 다른 것 같은데. 역시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는 건 아직 먼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럴 때 까지 역시나 섹스는 무리였다. 그녀의 마음을 전부다 열어내지 못하고 섹스를 했다가는 평생 갇혀있을 오한이 든다고나 할까.

“그건 역시나 소유욕 같은데 예리야?”

“그럼 대체 사랑은 뭔데? 뭐가 뭔지 모르겠어. 왜 사랑해야 섹스 해야 하는 것도 모르겠고. 짜증나려고해..”

“일단 지금 꼭 미친 듯이 섹스를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잖아? 오히려 반대랄까? 나중에 정말로 사랑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으면 강요하지 마 예리야.”

“그게 뭐야? 내가 꼭 섹스를 못해서 발정이 난 여자 같은 말투인데? 나, 여러 가지 알게 되고 싶어서 섹스를 하자고 한 것도 있지만 아저씨를 기쁘게 해주려고 섹스하자고 한 거야? 남자들은 섹스를 좋아한 다는 거 하나는 맞는 사실 아냐? 사랑이 없어도 얼마든지 하는 주제에”

“그건 그런데...에잇. 아무튼 이건 아니야. 정말로 사랑을 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좀 더 숭고하달까. 아무튼 이 이야기 좀 그만 해. 네가 사랑을 알게 되고, 나를 사랑하는 게 확실하게 될 때까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웃겨 아저씨. 사랑을 안다고 해도, 왜 아저씨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리고 그럼 아까 그 키스는 뭔데? 키스는 사랑하지 않아도 해도 되는 거야?”

헉. 그건 아니지. 키스야 말로 정말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건 오히려 섹스보다 키스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이번 건 너한테 지금 너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흐응,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 알았어. 내가 몸이 싫어서 거부한 건 아니라는 거지?”

“응 설마 그렇게 생각한 거야?”

“나를 밀쳐냈잖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 아닐까?”

“그건 아니야. 사실 지금도 발기되어 있는 상태라고? 간신히 참고 있는 거라는 것만 알아줘”

내 말에 예리는 내 하반신을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획 돌려 버렸다. 어? 좀 반응이 이상한데? 아까 이불에서 알몸을 보일 때도 그렇고. 언제는 사정하는 모습을 보이라면서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내 물건을 뻔뻔하게 바라보던 그녀가 말이다.

“아, 아무튼 좋아. 나도 조금은 사랑이라는 거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어. 나, 호기심이 생긴 건 바로바로 알아내는 편이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그때가선 절대로 아저씨랑 섹스 같은 거 해주지 않을 거야.”

조금 곤란한 말을 하면서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뭘 원하는지 몰라서 내 손을 올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크게 쉬더니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손 말고, 핸드폰 줘봐. 아저씨가 내 경호원이었으면 바로 죽여 버렸을 지도...바보..”

그녀의 말에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자택하면서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그러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핸드폰을 조작했다. 내가 그녀에게 선물한 핸드폰도 같은 기종이니 익숙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역시 빼앗겼는지 아까 소지품을 태워버릴 때도 선물했었던 핸드폰은 없었었다.

“나야. 준비는 다 됐을까?”

“그래, 당신들이 힘을 쓰지 않아도 구출될 거라고 했잖아? 내 예상을 깨는 일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고? 당신들도 그런 예지력을 믿고 나를 따라 나선 거 아냐?”

“그래, 거기로 갈게. 데리러올 필요는 없어. 알아서 갈 테니까 준비나 잘하고 있어”

예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기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터벅터벅 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예리야? 어디 가는데?”

“반격을 해야지? 할아버지가 날 죽이려고 한 범인인 것 까지는 몰랐지만, 이번일로 내가 가진 권력을 다 빼앗아 버리려고 한다는 건 예상했어. 그래서 미리 손을 써놨다고 할까? 물론 그건 아저씨가 나를 구해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지만.”

뭐 그렇게까지 엄청난 도박을 하면서 나를 믿어준 건 고마운데, 혼자서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하잖아. 그래서 내심 선심을 쓴다는 듯이 그녀 앞으로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같이 가줄게. 티셔츠 한 장 입은 몸으로 밖으로 나가겠다는 건 아니지?”

“아저씨는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그건 섹스랑 달리 선택지가 없는 건데? 아저씨는 내꺼니까 당연히 날 도와야지. 사랑은 모르겠지만, 내 소유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당연히 같이 가는 거였어? 멋있게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려고 했는데 약간 어이가 없어져버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나는 일단 옷걸이에서 아직 계절이 이르긴 했지만 그녀의 몸을 가려줄 코트를 하나 꺼내서 덮어주었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드디어 알게 되는 예리를 표현하는데 중점이 될것 같습니다. 누나는 이미 자신의 마음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으니까요. 아무튼 예리의 사랑을 중점으로 나가면서 액션과 조금의 스릴러가 나올예정입니다. 그리고 선택지.1번. 이것또한 그냥 지나쳐가는 선택지가 아닙니다. 의미가 있어서 등장시킨거고 1번루트도 이번 챕터에서 나올껍니다... 다만 폭참을 준비하고 있어서 오늘은 한편밖에 못 올렸네요..ㅈㅅ

레벨.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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