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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83화 (8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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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몽타주의 사람을 알아냈어요?”

이번에는 조용하게 속삭였다. 소리치는 거 아니면 속삭임이야? 중도가 없는 여자일세. 그래도 언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따로 지적하지 않고 설명했다.

“혹시 민욱이라는 이름의 재벌 알아요? 00호텔의 오너 이기도 하고 유명할 것 같은데.”

“민욱이요? 으음, 들어본 거 같은데..”

오랜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을 하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생각났어요. 잠시 만요. 편의점에 좀 갖다 올게요!”

그렇게 외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나갔다. 얼마 후 그녀는 잡지를 한 아름 안고서 돌아왔다.

“여기에요 여기.”

잡지를 테이블위에 쏟아버리더니, 하나를 들어 펼쳐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특집기사가 실려 있었다. 00호텔 오너 김민욱를 해부한다!! 뭐 이런 제목이었다. 대충 보니 인터뷰가 들어가 있었고 호텔경영이 어쩌고 하는 주제로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몇 달 전에 붐이 일어가지고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했었어요. 우리 잡지사에서도 기사를 낸 적 있어요. 이거예요.”

다시 다른 잡지를 펴서 보여주었다. 아까잡지보다 더 자극적인 멘트를 사용했다. 급이 낮아질수록 이런 걸까? 집에까지 찾아간 듯 단독주택을 찍은 사진까지 있었다. 본가가 아닌 별장에 자주 드나드는 김민욱씨를 찾아가 보았다. 라는 주제였다. 집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한 것 같지만 잠복하다가 나오는 김민욱과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 내용은 찬양일색이었다.

이 말은 잡지사에 김민욱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였다. 몽타주라고 편집장에게 들이민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만 이 잡지에는 얼굴이 실려 있지 않은 걸로 봐서 인쇄까지 넘긴 편집장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것 같긴 하다.

“여기에는 얼굴이 실려 있어요.”

다른 잡지를 뒤지던 그녀가 펼쳐든 페이지에는 호텔에서 보았던 재수 없는 면상이 실려 있었다.

“몽타주랑 정말 비슷하네요. 이 사람이 범인이에요? 믿을 수가 없어요. 뭐가 부족해서 살인을?”

“사람의 사정이란 건 모르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 더 조사를 해볼래요?”

“당연하죠. 진실을 파헤치고야 말겠어요. 저 당신 말대로 이젠 지지 않을 거예요.”

주먹을 불끈 쥐고는 결의를 다져보였다.

“하지만 조금 무서우니까, 끝까지 같이 있어 줄 거죠?”

“하하하 뭐 일단은요.”

“헤헤헤”

내말을 듣고 그녀는 바보같이 웃기 시작했다. 다음 계획은 이랬다. 아무튼 자주 드나든다는 별장이 수상했다. 집 나두고 별장엔 왜 자주가? 따라서 조사를 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주소가 확실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이 뭐예요? 이름도 모르네?”

그걸 이제야 묻다니, 이 맹한 여자야.

“전 김영준이라고 합니다.”

“아 그럼 영준씨네요!”

발랄하게 또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발 목소리 좀 조절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나저나 연지씨 잡지사에서 범인의 별장주소를 알고 있는 거 같은데 혹시 아는 거 없어요? 제 생각에는 이 별장에 뭔가 증거가 있을 것 같아요. 자주 드나든다는 게 좀 수상해 보이네요.”

“그 취재는 희연선배가 했어요. 하지만 최근 무단 결근중이라 물어볼 수가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실종상태에요.”

“네? 결근 중이라고요?”

별장에 잠복까지 했던 여자가 무단결근이라. 뭔가 냄새가 났다.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그나저나 그럼 어떻게 알아내지..”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깨달았는지 소리쳤다.

“희연선배는 책상서랍에 중요한건 다 넣어놓고 잠그고 다녀요. 그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데..하지만 어차피 열쇠가 없어서..”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어떤 문이든 나에게 걸리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에게는 만능의 [만능키]가 있었다.

“잡지사 사람들은 언제쯤 퇴근해요?”

“아마 지금쯤이면 사무실이 비었을 걸요?”

“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잡지사로 갑시다.”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일단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막아섰다.

“제가 낼게요. 원래 밥도 사기로 했었고, 계속 신세를 졌는데 돈 까지 쓰게 할 순 없어요.”

그러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직원이 카드를 긁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저 잔액부족이라고 나옵니다만?”

“네에에엣? 마, 말도 안 돼!”

신용카드도 아닌 체크카드였나 보다. 잔액부족이라니. 월급도 안주나 그 잡지사는?

“괘, 괜찮아요. 연지씨.”

나는 현금으로 결제를 하고 체크카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서있는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미안한 듯이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나에게 질질 끌려왔다.

“죄송해요오오. 흐흐흑. 제가 거지라서요..커피값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괜찮아. 그런데 그럼 밥은 어떻게 사려고 했는데요?”

“그건 편집장한테 돈을 받아 내려고했죠. 정보제공자에게 정보료 명목으로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졌다.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왠지 평생가도 이 여자를 누나라고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누나다운 구석은 진짜 한 구석도 없었다. 애교를 부리는 건 귀엽다만, 그건 연상에게 품을 감정은 아니지?

“우씨. 왜 그렇게 쳐다봐요? 불쌍해요? 흥, 돈 생기면 밥 사면되잖아요! 밥살꺼에여. 살꺼야!”

팔을 풀어주었더니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그렇게 외치고 다녔다. 정신이 없었다.

“알겠으니 그만 가죠.”

방방 거리는 그녀와 함께 잡지사 건물로 이동했다. 올려다보니 불은 완전히 꺼져서 어둠이 건물 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 말대로 전부 퇴근한 것 같았다.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손전등을 준비했다. 나 같은 경우는 [안경]을 쓰면 그만이지만, 같이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 손전등을 선택했다.

4층으로 올라와 잡지사 사무실의 문 앞에 섰다. 비밀번호를 쳐야하는 도어록이 우리를 맞이했다.

“손전등 좀 비쳐주실래요?”

그녀의 부탁에 도어록을 손전등으로 비쳐주자 그녀는 비밀번호를 눌렀고 곧 문이 열리고 우리를 안으로 초대했다.

“그 선배라는 사람의 책상은 어디에요?”

“저쪽 끝이에요”

그녀는 살금살금 걸어서 책상 앞까지 이동했다. 아니 굳이 살금살금 걸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스파이야?

“아, 역시 잠겨 있어요. 때려 부술까요?”

“아뇨 그럴 필요는..”

“제가 좀 기술이 있는데, 비밀이라서 다른데 보고 있어줄 수 있어요?“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서랍이 열려버리는 걸 보여줄 수는 없잖아?

“네? 치사해요! 그런 건 공유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나도 알려줘요 그 기술!”

“생각해 볼 테니 지금은 그만 조르고 다른데 보지 않으면 그냥 가버립니다?”

“치이, 알겠어요.”

그냥 가버리는 건 절대로 싫었는지 볼을 부풀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래서 나는 바로 [만능키]를 불러냈었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했다. 이제 서랍은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내 등으로 뛰어들었다.

“꺄아아악”

“또 왜 그래요?”

“누, 누군가 밖에서 쳐다본 거 같아요.”

내가 몸을 돌린 관계로 내 품안에 안겨버린 그녀를 내려 보았다. 아니 실상 이 여자가 키가 좀 큰 편이라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서 엄밀하게 말하면 내려 본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우리는 묘한 자세로 엉켜있었다.

“연지씨..?”

“아, 죄송해요!“

내 말에 남자의 품안에 안겨있었단 걸 깨닫고는 몸을 때었다. 가슴볼륨은 별로였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부드러운 느낌이랄까. 나쁘지 않았다.

“너무 놀라서 그런 거예요!”

변명을 하면서 창밖을 가리켰다.

“못 믿겠으면 창밖을 봐 봐요.”

그 말에 일단 조심스럽게 창밖을 살폈으나 특이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여자가 대체 뭘 보고 그러는지 궁금했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사실을 말하자 그녀는 그럴 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분명히 뭔가 있었단 말이에요.”

“제 품에 그렇게 안기고 싶었으면, 그냥 말로 해도 될 텐데..”

내가 실없는 농담을 꺼내자 그녀는 팔짝 뛰면서 부정했다.

“아니에요! 아니란 말이에요. 그야, 조금은 가슴이 뛰는 거 같기도 하지만..”

“네? 지금 뭐라고?”

“아, 아니에요 혼잣말이에요. 흥. 그보다 서랍은 열었어요?”

내가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으로 서랍을 살펴보라는 듯이 손으로 가리키자 그녀는 내 곁으로 다가와서 서랍을 열어보았다. 스르륵- 하면서 아무 저항 없이 서랍이 개방되었다.

“우와! 정말이네. 영준씨 직업이 도둑 아니에요?”

갑자기 수첩을 들고는 인터뷰를 할 기세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기자정신이나 안일한 정의감으로 나를 추궁하려들면 실망스러울 거라고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도둑이면 신고하려고요?”

내가 실실거리자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씨익 웃으면서 선심 쓴다는 듯이 내 가슴을 툭툭 쳤다.

“봐줄게요. 지금은 동료니까, 제가 아무리 기자지만 동료를 팔진 않아요.”

그러고는 몸을 돌려서 서랍을 뒤적뒤적 거렸다. 그리고는 두툼한 다이어리 같은 걸 꺼내들더니 웃기 시작했다.

“이거에요. 그 선배는 여기에 중요한 사실을 꼭 적어놔요.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 확실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한참을 뒤지더니 찾는 주소를 발견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제발 큰 소리 좀 내지 말라니까 정말.

“차, 찾았어요!”

“조용히 말해요, 밖으로 새나가면 어쩌려고”

“죄, 죄송해요”

입을 막으면서 나에게 다이어리를 넘겨주었다. 확실히 그곳에는 김민욱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취재파일이라는 제목아래 말이다.

이제 이 주소를 뒤지면 뭔가 알 수 있겠지. 게다가 지금은 호텔에서 연회가 한창이니 웬만해선 마주칠 일도 없을 것이다.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 경찰을 불러내면, 뭔가 힘을 쓰기도 전에 모든 게 밝혀지게 해버리면 그만이다.

“아무튼 일단 이 집으로 가 봐요. 우리.”

“네, 두근두근 거려요. 진짜 기자가 된 거 같아!”

눈을 빛내면서 사무실에서 나가는 뒤쫓아 왔다. 아니, 작은 잡지사긴 하지만 일단 당신도 기자긴 가지인데 진짜 기자가 된 거 같다니? 물론 그전에 기자가 남의 집을 무단침입하진 않는다. 뭔가 한참 잘못된 여자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택시에 타고 먼 거리를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값비싼 주택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다. 보통사람은 평생을 걸려도 소유하지 못할 단독주택이 고작 별장이라니.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명언을 떠올리면서 대문으로 향했다. 그녀는 내 등을 잡고 걸어왔다. 호기심 강한 눈을 번쩍이는 주제에 무서운지 등 뒤에 숨어있었다.

“또, 문을 딸 거예요? 이런 집의 문도 딸 수 있어요?”

등 뒤에서 당연한 의문을 말했다. 그래서 또 그녀에게 말했다.

“아까 오다 보니 편의점이 있던데, 초 좀 사올래요? 손전등도 좋지만 불빛이 더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의 집에 침입하면서 대놓고 형광등을 킬 수는 없잖아요? 그동안 전 문을 열고 있을 테니 어서 갔다 와요.”

혹시 모를 위험 때문에 [안경]이 아닌 [무형검]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니 초든, 손전등이든 불빛은 많이 필요하다.

“알겠어요.”

그녀는 몸을 돌려서 가려다 말고 물었다.

“왠지 으스스한데, 괜찮을까요?”

“여기 돈 있으니, 제발 애 같은 소리하지 말고 빨리 갔다 와요”

“우우, 정말 아까도 뭔가 봤고, 여기도 너무 으스스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돈을 받아가지고는 편의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여기는 고급 주택가라 방범도 좋고 으스스할 일은 전혀 없는데 뭐가 그렇다는 거지? 영감이 강한 걸까? 이 별장 안에서 뭔가 원한이 맺혀 있고 그것 때문에 저런 반응이라면 이해는 가긴 했다. 유령을 믿는다기보다는 뭔가 으스스한 기분을 느끼는 체질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축이다. 영감이 좋은 사람 말이다.

뭐 지금은 쓸데없는 이야기지. 나는 [만능키]를 불러냈다.

[만능키를 불러내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하자 바로 대문이 열렸다. 정원을 가로 질러서 현관문으로 가서 현관문에도 만능키를 적용시켰다. 출입문을 개방 하자, 서연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왔다. 손에는 초가 들려있었다. 상당히 굵직한 초였다. 뭔가 SM이 떠오른 달까?

“하아..하아...이,...이거면 되죠?”

손에서 초를 들어 보이면서 신음소리를 흘렸다. 물론 뛰어와서 그런 거지만, 뭔가 묘하잖아? 아무튼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여주면서 현관문을 열어보였다.

“우와, 무슨 열쇠업자에요? 정말로 도둑인거 아니에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들어가죠.”

“알았어요. 뭐.. 왜 화는 내고 그래”

레벨.8 part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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