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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지는 별이 박혀있는 듯 반짝반짝 거리는 눈망울로 빨리 정보를 달라며 호소하고 있었다.

“실은 저, 형사들에게 말하지는 않았는데 범인의 얼굴을 봤습니다.”

“에엣?“

내 대답에 이연지는 무지막지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상상한 것 이상의 정보를 입에 담는 나에게 놀란 것 같았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뻐끔뻐끔 거렸다. 웨이브가 들어간 갈색의 머리카락이 잠시 동안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멈춰버렸다.

“저, 저...정말요?!”

하지만 곧 침묵을 깨고 엄청나게 큰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렇게 소리를 지를  건 없잖아? 덕분에 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되 버렸다.

“목소리 좀 낮춰요. 깜짝 놀랐네.”

“아, 죄, 죄송해요. 너무 흥분해서. 그런데 그 말 정말이죠?”

“네”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그녀는 몸을 뒤틀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하늘에 기도하는 자세로 빙글빙글 돌다가 옆 테이블에 부딪쳐서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죄, 죄, 죄송해요!”

그 사람들에게 사과를 한 후 업 된 기분을 조금은 다운시켜서 원래 자리로 걸어왔다.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실 수 있는 거예요?”

“네”

내 대답에 그녀는 핸드백을 급하게 뒤지더니 커다란 노트를 꺼내들었다.

“사실 저 몽타주 그리는 기술도 독학했어요. 원래 그림은 좀 그리는 편이라. 그리고! 이런 정보를 남에게 그리게 할 수는 없잖아요? 새나가 버리면 특종을 뺏기니까요! 빨리 불러주세요. 당장 그리지 않으면 몸이 달아서 못 버틸 것 같아요.”

“후후, 좀 진정하세요. 전 어디 안 갑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진정이라는 걸 모르는 여자인 듯 콧김을 마구 내뿜으며 핸드백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듯 연필하고 지우개까지 꺼내서 만만의 준비를 다 갖춘 상태였다.

“그걸 항상 가지고 다니세요?”

궁금해져서 묻자 그녀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게 될지 모르고 사진을 못 찍을 상황에 스치고 지난 간 장면이라면 바로 그릴 수 있도록 만만의 준비는 당연하죠! 왜나면, 전 기자니까요!”

그래. 당신의 기자정신은 충분히 알겠어요. 나는 마음속으로 그 정신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사진으로 찍었던 범인의 인상착의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지한 얼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림은 꽤 잘 그리는 편이었다. 사실적으로 잘 표현 한다고 할까? 오히려 기자보다는 연기나 그림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누가 이 여자에게 그 사실을 진지하게 설득해 줬으면 하는 기분이랄까?

한참을 설명했더니, 어느새 몽타주가 완성 되 버렸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범인과 얼추 비슷했다. 이정도면 경찰이 충분히 범인을 추릴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즉 내 계획은 이것으로 점점 완성이 되 간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다 그려진 몽타주를 두 손으로 들고는 내 눈앞에 갖다 대면서 질문했다.

“어때요? 똑같아요?”

“네, 상당히 비슷한 거 같습니다.”

“정말요? 후후. 좋았어. 특종이다. 엄청난 특종이야.”

“저 가볼게요. 당장 편집장에게 그림을 넘기고 큰소리 쳐야 겠어요.”

정말로 그렇게 말하면서 뛰어 나가려고 했다. 이 여자가?

나는 그런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아서 행동을 저지시켰다. 하지만 너무 세게 잡아끌었는지 그녀의 몸이 반 바퀴 회전해서 내 품으로 떨어져 내려 버렸다. 그리고 하필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을 향해 박치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만 입술과 입술이 그대로 만나버렸다. 솔직히 얼굴이 다가오자 살짝 의도한 건 있었다.

쪼오옥.

본의 아니게 나와 그녀는 키스를 해버렸다.

“꺄아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때고는 얼굴을 빨개져서 난동을 부렸다.

“이, 이...입술...”

말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에 앉더니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울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앙, 첫 키스인데, 첫 키스인데에에에.”

괜히 의도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녀가 내 몸을 향해서 정면으로 넘어진 건 의도한 게 아니다. 그저 천운이 좀 따라서 몸을 조금 움직인 것만으로 그녀의 입술과 박치기를 했을 뿐. 실제로 그렇게 로맨틱한 키스도 아니었다. 오히려 입술이 째질 것 같은 아픔이 더 컸다. 부딪힌 건 사실이니까.

“연지씨? 진정해요. 실수잖아요 그냥 실수.”

이럴 때는 이 여자가 나보다 2살이나 연상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솔직히 생긴 것도 동안이라서 누나라는 생각은 거의 제로였다.

“몰라아...책임져요. 책임져..”

언제 울었냐는 듯 테이블에서 고개를 들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어떤 책임을?”

“당장 결혼해요. 결혼! 입술을 빼앗아 갔으니 당연한 거 아니에요?”

대체 어느 시대 사람이냐? 조선시대로 입술만으로 결혼을 강요하진 않았겠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본능적으로 반항하기 시작했다.

“이건 키스로 치지 않아요? 키스는 아프지 않다고요. 지금 아팠죠? 솔직히?”

그래 입술 안이 살짝 찢어졌는지 피 맛이 나고 있는데 이 여자도 분명히 충격이 있을 것이다.

“원래 첫 키스는 아픈 거 아니에요? 첫 경험은 아프다고 친구들이 그랬어요!”

그래. 그건 첫 경험이고. 첫 키스가 아니고. 이 여자 대체 뭐야? 나는 머리가 아파왔다. 전에 섹스를 가지고 거래를 하지 않은 게 호감도를 위해서 정말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키스를 첫 경험이라고 생각하다니,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란거야? 어떻게 기자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픈 건 섹스지, 첫 키스는 달콤해요? 지금 안 달콤했죠? 그러니 노카운트”

“에에엑? 세...세...섹스으으?”

갑자기 큰 소리를 치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는 바람에 또 주위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 오늘 대체 몇 번째야.

“변태네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귀까지 달아올라서 나를 째려보았다. 그러다가 내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듯, 표정을 바꿔서 질문했다.

“하지만 그거 정말이에요?”

“네 뭐가요?”

“키, 키스가 달콤하다는 거..”

“적어도 아프진 않을 걸요?”

“정말 그렇다면 방금 건 노카운트? 후후. 다행이다!”

울다 화내다, 웃는다.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조금 진정된 것 같아서 원래 그녀에게 하려고 했던 원래 질문을 날릴 수가 있었다.

“근데 그 몽타주만 가지고 뭐라고 설명할 건데요?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할까요?”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면서 생각하죠 뭐!”

그녀는 마음속에서 키스를 노카운트 하더니, 다시 빨리 특종을 뿌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한지 몸과 마음이 이미 커피숍을 떠나있었다.

“한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일단 같은 호텔에 투숙한 사람의 목격정보라고 넘기되 제 이름은 밝히면 안 돼요? 그 정도는 당연히 아시죠?”

“네? 정말요? 밝히면 안돼요? 사회의 암적인 살인자를 잡은 목격자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게 얼마나..”

나는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서 말을 막아버렸다. 아주 정상이 아니다. 진짜.

“제가 위험해 질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하세요?”

“그, 그건...”

듣고 보니 그런지 말꼬리를 흐리며 시무룩해졌다.

“아무튼 저희는 원래부터 가십잡지사라서 막 지르고 보니까, 이것도 분명히 실릴 것이고, 경찰도 주목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리고 잡힌 범인이 몽타주와 비슷하다면, 우후후. 저는 뜨겠죠? 그러면 대형신문사에서 스카웃이 오겠죠? 우히히히.”

아주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거 확실한 정보인줄은 확신하세요? 제가 어디서 어떻게 그걸 목격했는지, 대충 그냥 둘러댄 건 아닌지 확인 안하셔도 괜찮아요?”

너무 경계심 없이 내 말을 믿고 있어서 나는 살짝 세상의 무서움을 알려주기 위해 겁을 주어 보았다. 그녀는 이번에는 갑자기 징징대는 얼굴로 바뀌었다.

“거짓말이었어요? 그...그럴 수가. 절 갖고 논거면, 고소할거에요! 갖고 놀고 버리면 좋아요?”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래서 황급히 정정했다.

“아니 사실 맞아요. 더 확실하게 말해주려고 그러죠”

“정말이죠?”

씩씩거리면서 나를 노려보더니 금방 다시 얼굴표정을 풀고는 말했다.

“그 전에, 식사약속은 확실히 해야 되지 않아요?”

“좋아요. 저도 확실한 여자예요. 그럼, 내일 점심에 뵙죠. 여기로 제가 올 테니 배를 비워두고 기다리세요. 왕창왕창 먹여드릴게요. 그러니 지금은 놓아주세요. 네? 저, 빨리 편집장의 얼굴에 이걸 던지고 싶어요. 그 사람이 저를 얼마나 맨날 괴롭히고 또 괴롭히고..”

“네네, 아무튼 그 몽타주에 나온 사람은, 전화하려고 복도에 잠시 나갔는데 우연찮게 옆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거예요.”

자진해서 묻지도 않은 설명을 해주자 이건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는지 수첩을 꺼내더니 열심히 적어 내렸다. 다 적고 나서는 핸드백에 다시 넣은 후에 말했다.

“감사합니다. 더 없죠? 그러면 진짜로 가볼게요. 내일 약속 있지 마세요?”

특종에 이미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는 뒤도 보지 않고 커피숍에서 달려 나가 버렸다. 웃긴 건 뛰어가다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만 두 번이나 넘어져버렸다는 거다.

활발한 걸 넘어서 폭주하는 여자였다. 저 상태로 잡지사에 도착할 때까지 몇 번이나 더 넘어질지 궁금했다. 내기를 하자면 10번 이상에 전 재산을 걸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뒤 호감도를 확인해 보니, 50에서 75로 올라있었다. 정보하나 줬다고? 겉으론 편집장에게 간다면서 난리를 쳤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고마워하고 있다는 걸까? 그러면 작전은 성공인데? 게다가 25나 되는 수치가 오른 걸로 봐서는 노카운트로 친다는 그 키스도 기분이 나빠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맘에 드는 결말에 훈훈한 기분으로 커피숍에서 걸어 나왔다.

배가 고파졌기 때문에 근처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나오자 번화가의 대형TV에서는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하지만 범인에 대해서는 접근 하지 않고 엉뚱한 살인동기에 대해서 열심히들 분석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살인동기야 쾌락이지. 그걸 분석해야 아나? 한심했다.

그나저나 경찰들은 아직도 CCTV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걸까?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은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일 이연지를 공략하기 전에는 시간을 때워야 했다.

그리고 결국 어느덧 밤이 되 버렸다. 이쯤 되자 경찰이 범인에 대해서 얼마나 추적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나에겐 경찰에 대한 인맥이 없지.

누나에게 알아봐 달라고 해야 하나? 매번 그러긴 미안했다.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닌 일로 누나에게 신세를 지기는 내키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명함 두 장이 나왔다. 이연지의 명함과, 아침에 만났던 형사의 명함이었다.

형사에게 뭔가 다른 정보를 미끼로 상황을 알아내고 싶어졌다. 처음 명함을 받았을 때는 절대로 다시 엮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화를 걸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사람일이란 모르는 거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겠지.

“띠리리리리리”

“여보세요?”

신호가 가자마자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침에 호텔에서 명함을 받았던 사람인데요..”

“아침에요? 아, 호텔 옆방의 그분?”

“네”

“아, 혹시 뒤늦게 생각난 거라도 있으십니까?”

“혹시 지금 범인을 어느 정도 추려냈나요?”

“죄송하지만 수사상황은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그래? 참나. 그렇다면 나도 넘겨줄 정보 따윈 없었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거 아닌가? 기본을 안 지키는 형사라고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그럼 저도 뭔가 생각난 게 있는데, 대답해 드릴 수 없겠네요. 그렇게 불친절하게 나오시면..”

“네? 뭔가 생각나셨나요? 흐음, 하지만 사실 저도 수사에서 쫓겨나서 상황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쫓고 있으니 생각난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수사에서 쫓겨났다고? 아침까지 잘 수사하던 사람이? 경찰의 사정이 뭔가 웃기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

“한 가지 궁금한 것만 이야기 해주시면 말씀해 드릴 게요”

“음, 밝힐 수 없는 것만 아니라면 말씀해 드리죠.”

“그, CCTV에 찍히지 않았나요? 그것만 쫓아도 충분히 범인의 동선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안 잡혔다는 게 의문이 들어서요”

“CCTV요? 그게 실은.. 저도 그쪽에서 접근하려고 하였으나, 압수수색을 하자고 상부에 요청했다가 쫓겨나버렸죠. 제가 확인한건 호텔 CCTV가 단데 이것마저도 업체에서 실수로 지워버렸다는 대답이 돌아와서..”

으음? 그건 또 무슨 소리. CCTV업체에서 파일을 지웠다고? 듣던 중 해괴한 소리였다. 생각보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알게 된 정보는 뭡니까?”

“실은 뭔가 폭발음이 울렸던 게 생각났습니다. 시간은..”

저들도 알고 있을만한 정보를 말해주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끊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자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작은 잡지사라도, 그만한 정보를 알게 되었으면 뭔가 급하게 특종을 터뜨리기 위해서 호외 같은 것을 발행했을 것이다. 범인의 몽타주가 돌아다니는 데 경찰이 이렇게 조용하다?

의문이 들어서 그대로 옷을 걸쳐 입고 번화가로 택시를 타고 뛰쳐나왔다.

하지만 가판대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녀에게 넘겼던 몽타주에 대해서 나온 건 전혀 없었다. TV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범인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라는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급하게 몽타주를 가지고 뛰어나갔으면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 난거지?

나는 그녀의 명함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리리”

하지만 아무리 지나도 전화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뭔 일이 있을까 싶어서 스카우터에 저장된 그녀의 정보를 불러냈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었다. 죽어서 전화를 못 받는 건 아니라는 거지. 갑자기 죽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럼에도 찝찝한 기분에 명함에 적혀 있는 잡지사로 몸을 옮겼다. 명함에 주소가 나와 있었기 때문에 찾아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 작품 후기 ==========

모바일웹인 분들은 공지를 클릭해 보시면 검은스타킹을 신은 캐릭하나가 보일껍니다..ㅎ

그리고 이연지는 멀쩡하게 살아있을 예정입니다..또 똑같은 패턴일까봐 답답해 하시는 분이 계셔서..미리 이점은 스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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