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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79화 (7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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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두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다만 두번째 편이 좀 이상하게 올라가서

못본 분들이 있으실수도 있는데,  어제 제가 올린글 한편만 보신분은 새벽에 하나더 올려놨으니

그거 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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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더 있어보였다. 결국 옆방에 들어가 조사를 해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지금까지 알게 된 사실만으로는 한 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연지에게 알려주고 생색을 낼만한 결정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쿵- 소리의 진실을 밝히면 쓸 만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방음벽을 뚫고 옆방까지 들릴 정도의 소리다. 분명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왔다. 그 와중에도 예리와의 문자는 계속되었다. 그녀의 문자를 씹을 수 없는 것도 이유지만, 그 보단 더 큰 이유는 예리가 마지막 문자를 했을 타이밍에 쿵- 소리가 났기 때문에 시간을 재보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새벽이라 복도는 조용했다. 무심코 CCTV 위치를 확인했다. 어차피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니 CCTV에 내 모습이 남지는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보호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치정도는 알아두고 싶었다. 혹시 모르니 말이다.

복도 끝의 가장자리에 CCTV가 하나 달려있었고, 엘리베이터 앞에 하나, 그리고 계단 쪽에 하나가 있었다. 사각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나가는 범인의 모습이 분명히 찍혔을 것 같았다. 무엇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든 찍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그 흔적을 가지고 계속해서 더듬다 보면 어딘가에서 변장을 푸는 CCTV도 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에는 길거리 곳곳에 CCTV가 있으니 더듬어 추적하는 기술이 발전해 있다고 들었다. TV에서 말이다.

다만 그건 경찰이 할 일이지. 나랑은 관련 없는 이야기.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하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괴롭혔다. 시체가 있는 장소로 다가가니 사진으로 본 것보다 몇 배는 더 참혹했다. 무슨 원한이 있기에 사람을 이렇게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얼굴. 귀를 바닥에 대고, 고개를 반쯤 돌린 상태에서 죽어있었는데 뭔가로 마구 내리찍었는지 너덜너덜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다리는 아예 요상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만약 살아있을 때 이렇게 만들었다면 그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몸통은 등을 보인상태로 엎드려져 있었다. 배를 바닥에 대고 있는 자세였는데 뭔가 어색했다. 그 외에는 몸 전체에서 피가 흘러나와서 붉은 색의 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그동안 시체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서 토악질을 했을 정도의 장면이었다. 이연지가 말하길 이건 연쇄살인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원한이 아닌 자신의 쾌락을 위해 이정도 까지 사람을 짓이겨 놓았다는 이야기였다. 범인은 완전히 미친놈이라는 이야기였다.

부웅부웅-

소름끼치는 시체 앞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괜히 깜짝 놀라서 액정을 살펴보았다.

[아저씨, 나 이제부터 일하러 갈 거야. 방해하지 말도록 해? ^^  방해하면 화낼지도 몰라.]

그래 바로 이 문자였다. 이 문자를 보고, 답문을 한 후에 바로 쿵- 소리가 울렸던 것이다.

타닥타닥- 답문을 처서 송신하고 방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만능키]의 스킬은 [탐지]는, 이 방안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살아있는 생명체 말이다.

죽은 시체야 당연히 치지 않는다. 아무튼 아이템은 절대적이고, 범인이 방안에 있을 리는 절대로 없었다.

쿵- 소리를 내려면 당연히 범인이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문을 노려보면서 [무형검]을 불러내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언제나처럼 창을 터치하고 살짝 긴장한 체 상황이 변화길 기다렸다.

“콰아아앙”

하지만 소리는 방안에서 터져 나왔다. 생각보다 큰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멍해질 정도였다. 이런 소리는 한 번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때도 거의 한 시간 정도는 귀가 멍해질 정도로 소리의 크기가 거대했었다. 누나의 차가 느닷없이 폭발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 난 소리는 그때와 거의 같은 정도의 크기였다. 몸을 돌려 그걸 바라본 나는 헛구역질이 절로 나와 버렸다. 시체가 폭발해 버렸다.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고, 팔다리가 날아올라 방 구석구석에 처박혔다.

배 아래에 뭔가 위화감이 있던 걸 기억했다. 위력을 감소시킨 소형폭탄을 설치한 뒤 시체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작은 폭발의 힘이 시체만을 갈가리 찢어놓기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경찰이 연쇄살인으로 판단한 이유도 계속해서 이 폭탄으로 이미 죽은 사람을 찢어버렸기에 그런 게 아닐까? 독특한 취향이었다.

처참한 장면에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다가 커튼이 훤하게 열려진 호텔의 창밖으로 뭔가 번쩍거리는 걸 발견했다. 나는 놀라서 바로 소지아이템을 불러냈다.

아이템중에 [망원경]을 사용해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머리에 저격이라는 단어가 스치고 지나가서 창문 바로 옆의 벽에 몸을 숨겼다.

눈을 깜빡여서 배율을 높이자 뭔가 반짝인 그곳에서 망원경을 든 남자 한명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곳은 호텔 맞은편에 세워진 빌딩이었다. 맞은편이라고는 표현했지만 실상 거리는 상당하게 멀었다. 일반적인 망원경으로는 이쪽을 살피는 건 불가능한 위치였지만, 아마도 고배율의 망원경일 것이다.

얼굴을 확인 했다. 백퍼센트 범인이었다. 폭탄을 장치하고 도망친 후,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살점이 튀어나가는 해체 쇼를 즐기려고 한 것이겠지. 하지만 범인의 얼굴을 확인했으나, 범인도 나의 얼굴을 보았다. 그건 확실했다.

자신이 죽여 놓은 살인현장을 뒤엎고 다니는 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에 대한 살의를 불태웠을 것이다. 그런 정보를 쥐어주는 건 좋지 않았다. 저쪽의 정체는 나만 알고 있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 히든미션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그렇다면 그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 [로드]가 필요했다. 어차피 범인얼굴은 확인했다. 이건 나의 승리다.

[로드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하고 하얀 세상을 음미하니 다시 호텔 침대로 돌아와 있었다. 쿵- 하는 소리의 정체는 폭탄이 폭발하는 소리였다. 그 정도의 소리니 이 방까지 울린 것도 납득이 갔다.

범인의 얼굴을 잊어버리기 전에 소지아이템으로 들어갔다.

[소지아이템]

[Lv.8 스카우터]

[만능키]

[수면스프레이]

[카메라]

[망원경]

[안경]

[붕대]

[선글라스]

[이어폰]

[연필]

[무형검]

쓸 기회가 거의 없었던 [연필]이 등장할 차례였다.

[연필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하고 머릿속에서 방금 전 보았던 범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자 금방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범인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져서 저장되어 있었다.

목적을 달성했다. 굳이 범인을 쫓아 빌딩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히든미션의 정체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얼굴을 알게 되었으니 이연지에게 이 정보를 넘기면 범인은 금방 잡힐 수밖에 없다. 달밤에 위험을 무릎 쓰고 범인을 잡으려고 기를 쓸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그리고 범인이 이 세계에서 죽인 사람이, 진짜 현실에서도 죽었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오히려 멀쩡하게 살아있지 않을까? 레벨3 TIP은 분명히 그걸 암시하고 있었다. 너무 범인에 집착할 필요는 없었다. 꼭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지.

차라리 이연지를 도와 그녀가 공을 세우게 하면 호감도가 더 오를 것이다. 히든미션과 공략미션이 둘 다 공략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게다가 사진을 그대로 넘길 생각은 없었다. 사진을 보고 인상착의를 말해줘서 몽타주 같은 걸 그녀의 잡지에 싣게 하는 게 좋다. 범인의 사진을 어떻게 얻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길이 없으니 당연히 이건 숨겨야지. 하지만 사진과 달리 그림이라면 검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었다. 그 기간에 약간 변수가 있을 수도 있으니 방심은 금물이다.

아무튼 이미 범인의 얼굴을 알았으니 사건이고 뭐고 마음이 가벼워 졌다. 그쪽은 내 정체를 모르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말이다.

부웅부웅-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나 지금 일어났다.^^  아저씨 뭐함? ]

벌써 3번째 보는 문자였다. 어차피 이 문자로 현실이 바뀌는 건 없다는 걸 방금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두 차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일하는 중인데 예리가 일어날 때가 되가는 같아서 나도 문자를 하려고 하는 중 이었어]

길이도 적당하고, 아부까지 들어가 있었다. 사회생활이다. 사회생활. 기분 좋게 만들어서 나쁠 게 없다. 오히려 나쁘게 만들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지.

[정말?^_^@ 히히히. 그런 거 좋아. 계속 그렇게 복종하면 아저씨한테는 좀 더 혜택을 줄 수도 있어? 열심히 해봐]

혜택? 그게 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리송했다. 길흉화복을 단순하게 점칠 수가 없는 여자기에 혜택이란 말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 밥은 먹었어?]

혹시 몰라서 큰 맘 먹고 문자를 짧게 보내봤다. 저번에는 [일하는 중]이라고 짧게 답문을 했더니 자기보다 짧게 보냈다고 난리가 났었지. 짧게 보낼 때도 있어야지, 이 김에 그 족쇄를 풀고 싶었다.

[안 먹었어. 나 별로 밥 먹는 거 좋아하지 않아.]

호오. 먼저 기분을 좋게 만들었더니 쓸데없는 족쇄는 피한 거 같았다. 짧은 내용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문자는 계속되었다. 어느새 문자는 이전과 똑같은 내용으로 흘렀고, 마지막도 똑같았다.

일하러 간다고 문자가 끊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피곤한 상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둔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침까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도전을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녀의 마지막 문자.

[아저씨, 나 이제부터 일하러 갈 거야. 방해하지 말도록 해? ^^  방해하면 화낼지도 몰라.]

이 문자에 대담한 답장을 날렸다.

[방해하면 안 될까? 좀 더 놀아줘.  조금 한가해서 심심해. 〉_〈 방해 좀 하자. 응?]

내가 봐도 오글거렸다. 반응이 안 좋으면 [로드]해버리면 그만이라 질러봤다. 흠흠, 잠이 안 오니까, 로드 전에는 그렇게 싫었던 문자가 오히려 즐거운 기분이 드는 요상한 변화를 겪고 있어다.

하지만 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냥 씹힌 건가 싶었는데, 10분정도 흐르고 나서 문자가 도착했다.

[아저씨 때문에 일정을 하나 취소했어. 아침까지만 이야. 얘같이 구는 아저씨가 귀여워서 봐줬다? 나 요즘 너무 착하지 않아?]

이 여자가 왜 이러지? 정말 좀 착해졌나? 아니다 분명히 로드 전에 두 번은 난리도 아니었다. 기분 나빠져서 지금어디야? 라는 문자까지 받았었다. 즉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있었고, 문자 짧게 한다고 한 소리를 듣고 별일이 다 있었는데 그런 지뢰를 피했더니 착한상태가 된 건가. 하하.

아무렴 어떠랴. 11시쯤 ? 형사가 방문할 그 시간까지 죽쳐야 하는 나로서는 열심히 그녀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아침이 되 버리자 그녀는 칼같이 진짜 중요한 회의에 가야 한다면서 문자를 끊어버렸다. 뭔가 결혼한 주부의 입장이 된 것 같아서 살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예리가 남편? 나는 주부? 흠.

실소를 지으면서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침대에 누웠다.

아직도 옆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여자가 곧 일어나서 나가겠지? 굳이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예리와 문자를 열렬하게 주고받은 뒤라 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자는 척을 시작했다.

-똑똑

-똑똑똑

자는 척을 하려고 했었는데 정말로 잠들었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자고 있던 여자는 메모를 남겨두고 사라져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건 형사겠지.

나는 대답을 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행히 어느 것도 뒤틀리지 않은 똑같은 현실이 찾아왔다.

예리와의 문자내용이 조금 바뀌었을 뿐, 그것이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건 이것으로 확실해 졌다.

- 서예리가 현실을 뒤틀 것 같으면 기분을 좋게 만들어라?

한 가지 진리를 얻은 기분이었다. 후후

그 후 형사와 대화한 후 이연지와 커피숍에 가는 것 까지 모두 동일하게 진행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정보를 줄 테니 밥을 사라고 한 그 시점까지 돌아와 있었다.

레벨.8 part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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