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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78화 (7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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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이러지 마시고, 정 그러면 일단 저기 있는 커피숍이라도 들어가죠.”

“정말요?”

뭔가 알려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눈을 빛내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고개를 끄덕여 주자, 그때야 무릎을 털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는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가 앉았다. 사람들이 나를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쑥덕거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온 방향이 호텔이어서 그런지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허둥지둥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이목을 집중시킨 원흉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았다. 쇠심줄 같은 신경을 가지고 있나보다.

일단 걸어가면서 [스카우터]를 사용했다. 이렇게 커피숍까지 가게 된거 공략대상인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공략불가 난이도면 대충 아무 말이나 둘러대고 도망칠 생각이었다. 시간낭비니까.

[Lv.8 스카우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이연지

나이 : 27세

남자친구 : 없음

직업 : 기자

공략난이도 : D

사는곳 : 서울시 OO구 OO동 OO번지

전화번호 : 000-0000-0000

공략정보 : 현재 조그만 잡지사의 기자로 일하고 있음. 그럼에도 기자라는 것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 언젠가는 대형신문사로 옮기는 것이 꿈. 몸담고 있는 잡지사의 편집장을 곤란하게 할 만큼의 기자정신을 내뿜고 있어서 공략의 키는 그녀의 직업에 있을 듯.

호감도 : 30

깔끔하게 모든 정보가 표시되었다. 난이도 D면 민유리와 같은 난이도다. 히든미션은 확인할 수 없지만 공략은 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요즘 너무 시시한 난이도만 상대해서 돈과 경험치가 너무 찔끔찔끔 벌리고 있었기에 이정도 난이도는 상대해야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왠지 그 옆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연을 맺게 될 거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도 상관은 없었다. 차라리 살인범은 무섭지 않았다. [무형검]이 있기 때문이다. 저격이나 기습적으로 발사된 총알이 무서운 거지, 기껏해야 칼이 무기인 살인범은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공략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커피숍에 들어와 앉자마자 그녀는 수첩을 꺼내들었다. 내 입술만을 응시하면서 펜을 쥔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매달려서 떨어지지 않는 상황을 모면하고자 커피숍으로 오자고 한 것뿐이었는데 저런 행동은 난감했다.

“저기,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시는 게 아닌가요? 놔주질 않으셔서 오긴 했는데 정말로 아는 게 없습니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껏 기대하고 있는데 그게 무슨 말 도 안되는 소리냐는 표정이었다.

“그럼 여기는 왜 오자고 하셨어요? 사람을 갖고 노시는 건가요? 기자로서 그런 거 용납할 수 없네요.”

그렇게 말하더니 수첩에 뭔가를 막 적기 시작했다.

“지금 뭐하는...”

“당신을 고발하겠어요. 성추행으로요! 아까 길거리에서 저를 다리에 매달려 있게 하는 장면을 본 사람 많다고요!”

거기까지 말하더니 씩씩거리면서 수첩에 적은걸 내 눈앞에 들이밀었다. 고발장이라면서, 이 사람이 자기를 성추했다고 휘갈겨 놓았다. 얘냐? 어이가 없어졌다.

“저, 그만 가보겠습니다.”

가는 척 하면 오히려 그쪽이 더 아쉬울걸? 나는 누명을 씌우려는 여자에게 대응공격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번에는 갑자기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성격한번 엄청났다.

“자, 잠시만요! 고발안할 테니, 그 대신 제발 뭐 좀 알려주세요... 네? 안 그러면 저 잘린단 말이에요..”

이제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또 다시 주위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자리에 앉아서 황급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제발 좀 그쳐 봐요. 아는 건 말해 줄 테니”

“저, 정말요...? 흑흑...”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을 닦았다. 그러자 언제 울었냐는 듯 말끔한 얼굴이 되 버렸다. 기자가 아니라 연기자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운 것도 연기 아냐? 그런 의문까지 들 정도였다.

“뭘 아시는데요? 말씀해 주세요!”

고발장이라며 적었던 부분을 급하게 찢어버리더니 다시 펜을 들었다. 아는 건 없지만, 관련된 거라면 한자기 생각나는 건 있었다. 잠들기 전에서 옆방에서 쿵- 하고 큰 소리가 들렸었다. 예리와 문자를 마친 직후라서 시간도 확실하게 기억났다. 하지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사망추정시간 같은 건 요즘 비교적 정확하게 나오지 않나?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일단은 자세한 사정을 들어볼까? 그 잘린다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 공략미션에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다.

“일단, 사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래요? 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들어보고 아는 걸 말해도 저한테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것 같으면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사건에 대해서요? 흐음, 요즘 세상을 들썩이고 있는 연쇄살인사건인데 모르세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었어? 내 몸 하나 돌보기 힘든데 관련도 없는 사건을 알 필요는 없지.

“네, 전혀요.”

“시, 신문도 안보세요?”

그녀는 정말로 신기한 사람을 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모두가 너처럼 신문에 빠져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줘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아무튼 고문을 하고 죽이는 엽기적인 사건으로 유명해요. 오늘 발생한 사까지 4번이나 살인을 저질렀어요. 고문방식이 잔인하지만 일관성이 있어서 연쇄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사실 저도 작은 잡지사에 근무할 뿐이라서 더 깊게는.....”

설명하다 말고 말꼬리를 흐리면서 자책을 하더니 갑자기 손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그리고, 편집장님은 이런 쓸데없는 거에 매달리지 말고, 연예인 가십이나 모아오라는데, 특종을 잡아오겠다며 큰소리치고 나왔어요. 아무것도 못 알아 가면 자른다고 했단 말이에요. 저 기자 못하면 못살아요. 그러니, 당신이 뭔가 알고 있지 않으면 곤란하다고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내려고 했던 잘린다는 말의 속사정까지 들어버렸다. 흥분하면 말이 막 나오는 스타일 인가? 확실히 공략정보에도 기자인 걸 이용하라고 했었다. 기자를 계속하게 할 수 있는 정보만 주면, 호감도를 올리고 데이트 약속이라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제가 큰 정보를 드리면 뭔 주실래요?”

물론 지금은 아무 정보도 가진 게 없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어서 나는 그렇게 조건을 걸어봤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궁금했다.

“당연히 사례는 해드려야죠. 편집장님한테 말해서 정보료를 두둑히 드릴게요!”

뭐 일반적으로는 돈이겠지만, 난 그런 푼돈이 필요 없는 상황이란 말이지. 나에게 필요한 건 경험치였다. 하지만 그녀는 완전히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기대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례지만, 돈을 필요가 없는데요?”

“네에? 돈이요? 어째서요? 부자세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뭐 일반적으로 돈이 필요 없는 사람은 없지. 하지만 나는 지금 필요 없단 말이다. 총 4번이나 되는 질문을 연달아 날린 그녀에게 나는 상큼하게 대답해 줬다.

“아무튼 돈은 필요 없고, 다른 걸 원합니다.”

“그럴 수가.. 드릴 수 있는게 없는데요..”

“별거 아니고, 정보를 드리면 밥이라도 사주시죠?”

“네엣? 그 정도로 괜찮아요?”

그녀는 무슨 신을 영접한 마냥 갑자기 만세를 부르더니 몸을 일으켜서 마주보고 있는 나에게 몸을 굽혀서는 내 손을 맞잡았다.

“얼마든지 사드릴게요. 얼마든지! 배가 터져 죽게 해드릴 수도 있어요! 후후후. 드디어 편집장님에게 한방 먹일 수 있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공략의 실마리가 보이는 여자였다. 히든미션은 모르지만 왠지 공략미션은 자신이 있었다. 성격이 파악이 되간다고 할까? 이런 식으로 정보를 조금씩 주면서 호감도를 마구 올리는 거지. 후후.

그런 생각에 지금의 호감도를 체크해봤다. 그러자 30이었던 초기 호감도가 50으로 뛰어있었다. 그야 지금 그녀에게 나는 잡지사에서 안 잘리게 구원해줄 동아줄 같은 존재로 보일 것이니 당연했다.

기자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공략정보에 나와있었다. 그래서 섹스를 하면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다. 기자정신은 곧 정의감이다. 그러니 정의감이 가득한 이 여자는 그런 식의 거래에 응하는건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난이도가 D인이상 그렇게 쉽게 이야기가 풀릴리도 없었다. 그건 너무 쉬웠다. 함정이다. 함정.

결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차근히 호감도를 올려서 자연스럽게 섹스를 시도하는 게 최고 같았다. 실제로 호감도도 쭉쭉 올라가고 있잖아?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밥을 사게 만들 만한 정보는 없었다. 당연히 믿을 만한 구석은 로드뿐이다. 잠시 돌아가서 쓸 만한 정보를 조사한 후 다시 이 상황을 만드는 수밖에.

[로드하시겠습니까?]

나는 창을 터치하고 과거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부웅부웅 -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돌아온 실감이 확 나는 순간이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여자를 확인 한 후 문자를 확인했다.

[나 지금 일어났다.^^  아저씨 뭐함? ]

여기서 고민했다. 아예 한 소리 듣지 않게 길게 문자를 보낼까? 아니면 전과 똑같이 문자를 보낼까? 이건 충분히 고민할 만 했다. 이 여자는 로드전과 로드후의 현실을 바꾼 적이 많았다.  나비효과 덩어리 같은 여자니,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일단 아까전과 똑같이 짧은 문자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문자를 치는데, 아뿔싸-

고민하다가 너무 시간이 지나버렸는지 이미 현실이 바뀌어버렸다.

[아저씨, 답문이 느린데? 지금 어디야? 5초안에 대답해.]

5초라니!?

[지깅ㅎ느금 일하는주입비낟, 즌저어서 미안!]

오타건 뭐건 그냥 엄청난 스피드로 문자를 쳐서 보냈다. 이대로는 가면 이 호텔에 강림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름끼치는 생각에 오한이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5초도 지났어.]

허허. 이번에는 진정하고 제대로 문자를 쳐서 보냈다.

[5초 만에 보내라고 해서, 하도 빠르게 문자를 쳐서 그런 거야, 이제부터는 안 그럴게]

부웅부웅-

그러자 빠른 속도로 답문이 도착했다.

[싫어, 죽어버려]

뭐? 답문의 내용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차라리 그냥 다시 로드를 선택하려는데 곧바로 문자가 하나 더 도착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착한여자니까 선심 써서 한 번은 봐줄게^^]

다행히 장난을 한 거 같았다. 위기는 있었지만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닌 거 같았다. 여기서 화내고 쳐들어오면 나비효과 탄생이지만, 핸드폰을 준걸 칭찬해준다며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걸로 봐서 문제는 없어보였다. 게다가 이 후의 문자 내용은 전과 토시하나 안틀리고 똑같았다. 안심하고는 옆방의 상황을 알아볼 방법이나 궁리하기 시작했다.

만능키로 따고 들어갈까?

이 시점에는 아직 상대가 살아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구하고 봐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그러면 이연지와의 접점이 사라질 확률이 커보였다.

일단 상황부터 확인하고 고민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자내용은 로드전과 완전히 똑같아서, 별 고민 없이 똑같은 답장을 쳐주면서 옆방을 향해 아이템을 사용해 보려고 소지아이템을 불러냈다.

[소지아이템]

[Lv.8 스카우터]

[만능키]

[수면스프레이]

[카메라]

[망원경]

[안경]

[붕대]

[선글라스]

[이어폰]

[연필]

[무형검]

사용할 아이템은 [카메라]가 적당했다. 이걸 쓰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옆방을 살필 수 있었다. [카메라]는 [망원경]과 달리 벽과 같이 두꺼운 것도 투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사용해서 옆방 벽을 향하여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핸드폰이 부웅부웅 울렸다. 아마 사진이 전송되었을 것이다.

사진을 확인하니 이미 호텔방의 바닥은 피로 물들어 있고 사람이 죽어있었다. 그 외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로드하고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이렇게 많은 피가 바닥에 흥건한 걸로 봐서는 죽인 건 한 참 전인 거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만능키의 스킬 [탐지]를 발동시켰다. 이 스킬은 밖에서 집안에 있는 생명체를 탐지 가능한 기술이다. 그러니 옆방을 살피는 데에도 충분히 적용되지 않을까 싶었다.

[탐지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옆방에 몸을 붙이고 화면을 터치했다. 그러자 곧바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동물이상의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시 범인은 이미 옆방에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러면 이상했다. 로드 전에 예리와 문자를 끝마칠 때쯤 났던 쿵 ? 하는 소리는 대체 무엇이지?

========== 작품 후기 ==========

저번편에서 주인공이 누나에게 하루종일 끌려다녔다고 언급한 적이있습니다.

그부분은 곧 외전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레벨.8 part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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