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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건 로드전에는 병원에서 들었던 대사였다. 들었던 말이지만 그래도 조금 섬뜩했다. 닮은 사람을 눈앞에서 죽이지 말라고, 무슨 악취미야.
“나, 오늘 돌아왔어. 집에 가는 길에 잠시 아저씨 좀 괴롭히고 돌아가려고 찾아 온 거야.”
“괴롭히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건, 하는 거 봐서? 후후.”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오히려 병실에서 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병실에서는 좀 웃는다기보다는 뭔가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어찌됐든가에 아무튼 기분이 좋아 보이니 설득하려면 이때다 싶어서 사이비종교의 잔당들이 설치고 있다는 걸 말해 주었다. 외국에서 습격당한 것도 그놈들 짓이라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물론 외국에서 그녀를 습격한 것이 사이비종교의 잔장이 벌인 것인지는 확실치는 않았지만, 예리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최고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낸 건데? 아, 혹시 그 능력일까?”
전과 같이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해서 호기심을 보이면서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데, 바뀌지 로드 전과 않는 건, 내 옆으로 다가오려 고는 하지 않는 다는 사실 이였다. 또 예의 이상해진다는 것 때문인가?
“아니야, 추리라고 추리. 조사해봐. 분명히 도망친 놈들이 있을 거야”
“널 노리다니, 말도 안 되지 않아? 그리고 나도 당할 뻔 했어. 쓴맛을 보여주세요..”
“그건 그래. 나를 노리고, 아저씨도 노렸어? 그건 확실히 용서할 수 없겠네. 아저씨는 내꺼니 까 나를 두 번 노린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더니 앞좌석의 경호원에게 딱 한마디를 툭 던졌다.
“이야기 다 들었지? 오늘 새벽 안에 해결하고 보고해, 이 근처에도 잔당들이 있다니까 소탕하고”
예리는 그렇게 말하더니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시차 때문에 조금 졸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곤 전과 같이 나에게 쓰러져 내렸다. 정말로 잠든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차는 계속 서울 시내를 돌고 있었다. 예리가 명령을 한 듯,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새근새근 소리를 내면서 자는 머리를 쓸어내렸다. 로드 전에도 있던 일이었다. 곧 동이 트고 아침이 되기 시작했다. 나도 조금 졸아 버렸다. 차는 어느새 익숙한 우리 집 근처의 번화가로 들어서고 있었다.
번화가를 바라보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핸드폰은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어차피 다시 장만해야 한다. 로드의 영향인지, 전의 세계에서 소실되어 버리니, 여기서도 존재가 말살된 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결론은 사라졌다는 거다.
그리고 나는 로드전의 세계에서 예리에게 문자를 하자고 말했던 기억이 났다. 지금의 현실에서 내 무릎위에서 잠들어 있는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만, 깜짝 선물을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경호원에게 부탁해서 차를 세웠다.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를 시트에 눕히고, 차에서 내려 핸드폰 두 개를 개통해서 돌아왔다. 차에 다시 들어오자, 예리는 눈을 비비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옮기는 과정에서 잠이 깨버렸나 보다.
상황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어디 갔다 와? 내 허락도 없이 나간거야 지금?”
조금 정신이 드는지, 밖에 나가있던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아냐 잠시 저 앞 가게에, 금방 돌아왔잖아?”
차문을 닫고 들어와서 다짜고짜 그녀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뭐야 이게?”
계속 눈을 비비면서 게슴츠레한 눈으로 내 손위의 물건을 바라보면서 질문하다가 핸드폰이란 걸 깨달았는지 말했다.
“나한테 주는 거야?”
“응”
“나, 핸드폰 같은 거 싫어한다고 하지 않았어?”
빤히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설명을 시도했다.
“내 명의로 된 거라 다른데서 연락이 올 일은 없어. 내 폰하고만 연결 돼 있으니 귀찮은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문자로 연락할 수 있으니 편하잖아.”
“문자?”
그때야 조금 관심이 생겼는지, 분명 병원에서도 그랬지. 내 손위에 있는 핸드폰을 주어 들었다. 하지만 곧 화면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나, 이거 어떻게 쓰는지 몰라”
어련하시겠어요. 주위에서 모든지 전자동으로 해주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 옆으로 가서 문자 사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가 내 코를 간지럽힐 정도의 거리가 되었지만, 그녀는 핸드폰에 집중한 듯 딱히 떨어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흐응 그래?”
문자 보내는 법을 알려주지, 좀 알겠는지 스스로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아저씨 번호네?”
내 번호를 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이거 이름 바꿀 수 있지? 김영준이 뭐야. 재미없어. 어떻게 바꾸는데?”
“그건, 이렇게..”
나는 그녀에게 찰싹 붙어서, 이름 바꾸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화면을 조작하더니, 저장된 이름을 바꾸려고 하다가 내가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핸드폰을 가려버렸다.
“아저씨, 저리가? 언제 이렇게 가까이 온 거야? 이제 내가 할 수 있으니, 떨어져!”
이제야 우리의 거리를 눈치 채고는 당황하면서 말하기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거리를 벌려 물러나 버렸다. 내가 가고 나서야 다시 핸드폰을 조작하더니
“다 됐다.”
라고 말하면서 핸드폰을 무릎위에 두고 날 쳐다봤다.
“아저씨? 아저씨 스스로 족쇄를 치우네? 후후. 문자라고 했지? 고등학교 때 애들이 하던 건 봤어.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한 번 배볼게. 그 대신 바로 답장이 안 오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지?”
뭐야?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했었다. 가뜩이나 전화 한 번 안 받으면 그 난리가 나는데, 스스로 허들을 높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자, 잠깐, 그 핸드폰 생각해보니.. 도, 돌려주면 안 될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후후, 아저씨 돌아가.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야겠어. 나,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 무사히 보내줄게? 사이비종교는 다 처리되는 대로 알려 줄 테니 걱정 마.”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흐음. 가라는 데 가야 하지만 서도, 문자를 하게 만든 건 조금 실수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차는 곧바로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곧 핸드폰 울렸다. 문자였다.
[아저씨가 내 머리 쓰다듬은 거 알고 있어. 허락도 안했는데 그런 짓 하는 거 죽여도 할 말 없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술해봐. 마음에 들면 봐줄게]
아-
역시 나는 나 스스로 족쇄를 찬 것이다.
좌절하면서 답장을 보내곤, 상태창을 확인하였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히든미션의 냄새가 났는데 히든미션이 맞는다면 해결이 되었으니 반응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자 예상대로 상태창이 아닌 다른 메시지가 내 앞에 나타났다.
[히든미션 「 속 사이비종교의 소탕」 클리어, 미션난이도 D]
[축하합니다. 보너스 2억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무인도에서 로드하기 전.
- 영준이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그 시각.
예리는 당황해서 영준에게 달려갔다. 그러다가 쓰러진 복면인의 흉기에 긁혀서 스타킹에 피가 맺혔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쓰러진 영준의 등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영준을 등을 잡은 그녀의 손이 빨갛게 물들었다.
“아저씨?”
몸을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허둥지둥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소리쳤다.
“빨리 어떻게 좀 해봐? 헬기든 구급차든...”
하지만 다행히 경호원은 침착했다. 여기서 헬기에 태워 이동하는 것보단, 차로 이동시키는 게 훨씬 빠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가씨, 헬기보단 가까운 거리에 큰 병원이 있으니, 차로 옮기겠습니다.”
“그래?, 그럼 서둘러. 아저씨한테 뭔 일 생기면 다 해고해 버릴 테니까.”
그녀는 엄청난 협박을 하면서 씩씩거렸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생겼던 분노는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처음으로 걱정이라는 감정이 돋아났다. 이것이 걱정인지, 뭔지 그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를 안 받은 것 정도는 무사히 깨어나면 용서해 줄 수 있는 기분이 될 정도였다.
경호원들이 그녀의 명령을 듣고,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준을 들쳐 매고 차로 뛰기 시작한 그 순간, 골목으로 피를 뒤집어쓴 여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칼을 겨눴다.
“내 동생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지연도 습격을 받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영준과는 다르게 싸울 때 무른 감정 따위 없는 그녀였다. 솔직히 이런 사이비 종교의 잔당에게 당할 여자가 아닌 것이다. 하물며 총 같은 화력을 가진 것도 아닌, 같은 검을 든 상대에게 말이다.
그 증거로 습격한 무리를 베어버린 검 날과, 그녀의 옷에는 피가 잔뜩 튀어 있었다. 그리고 영준이 걱정대서 달려온 이곳에 그를 들쳐 업은 남자들과 마주하곤, 똑같이 적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당연히 예리는 그녀를 알아보고는 골목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눈초리는 매우 사나웠다.
“해결사 언니?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아가씨?”
지연은 예리를 보고나서야, 검은 옷들이 그녀의 경호원이란 사실을 깨닫고는 황급히 검을 내렸다.
“어떻게 된 거죠? 피, 피가...”
자세히 영준의 상태를 살핀 지연도, 예리처럼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리는 그럴수록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아저씨랑 뭐하고 있었냐고 묻잖아?”
재차 그녀를 노려보며 물었고, 지연도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숨길 일을 하고 있던 것도 아니라서 당연히 솔직하게 말했다.
“같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웃기지 말아줄래? 분명하게 말하는데 이 날 이 시간부로 아저씨 옆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말 알아듣지?”
예리는 본심이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이 여자가 아저씨 옆에서 친한 척 하는 게 너무나 싫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싫은 건 싫은 거였다. 게다가 놀랍게도 그 싫음의 정도는 상당히 거대했다. 일을 봐주는 도장과 깊은 관련이 있는 여자만 아니라면 유혈사태를 감안하고도 이 자리에서 죽이라고 명령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일단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살 수 있는 기회를 말이다.
“그건, 아무리 아가씨의 명령이라도 들어 드릴 수가 없겠는데요. 그는 제 동생입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람이에요.”
“......”
예리는 주먹을 떨기 시작했다. 그런 거 누가 허락했단 말인가. 인내의 실이 끊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경호원이 급하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말이다.
“아가씨,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먼저인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 그 한마디 때문에 예리는 제정신으로 간신히 돌아왔다.
“빨리 옮겨, 왜 당신들까지 멀뚱멀뚱 서있는 거야?”
“그게, 아가씨께서 움직이지 않으시면, 저희는 아가씨의 경호가 무엇보다 중요한 입장이라..”
그 말에 잔뜩 인상을 구기면서 다시 지연을 노려보다가 계속해서 피를 흘리는 영준을 쳐다보고는 입술을 깨물면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연도 그 뒤를 따라갔다. 피를 흘리는 그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따라오려는 거야? 너 내말이 말 같지 않은 거야?”
호칭이 점점 급변하고 있었다. 언니에서, 이제는 그냥 너였다. 그만큼 그녀는 지연에게 적의를 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영준의 상태가 걱정된 지연은 예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치료를 받는모습 정도는 보면 안될까요?”
“뭐..좋아 일단 따라와.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예리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지연을 불러들였다. 따라오는 모습을 봤을 때 바로 발포를 명령하려다가, 이 여자를 제대로 굴복시키고 싶다는 감정이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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