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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73화 (7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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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 중 한명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전에 내가 처리하라고 했던 사이비종교 어떻게 처리했어?”

“네? 그, 그거라면 아가씨께서 급 흥미를 잃으신 것 같아서, 저희도 그냥 전부 경찰에 넘기고 손을 털었을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 넘겨서 어떻게 됐는데?”

“그..그건...”

경호원은 곤란한 얼굴로 말꼬리를 흐렸다. 이거 분명히 혼난다. 나는 생각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 경호원에게 불호령이 떨어졌다.

“장난해? 지금 모르겠다는 거야?”

“바, 바로 알아오겠습니다. 5분만, 아니 3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허겁지겁 말하면서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예리는 조금 짜증난 듯 했다. 무능력한 걸 싫어하는 그녀이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말 그대로 3분후 경호원은 허겁지겁 뛰어왔다.

하지만 표정이 매우 곤란해 보였다. 일단 귀가 있어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던 지라, 아마도 경찰에게 물어본 결과가 신통치 않은 듯해서 저렇게 울상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 알아봤는데, 간부 중 몇 명은 살인을 교사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아서 교주만 입건하고 놓친 사람이 좀 있다고 합니다.”

역시 그랬군. 결국 잔당들의 행방을 알아내야 한다는 건데, 그런데 잔당만으로 이정도로 전 방위에서 우리를 공격할 수 있나? 뭔가 더 있어 보였다.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데 경호원의 말을 들은 예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당장 행방을 알아내. 집에 연락해서 인원 동원하고, 안되겠으면 돈을 뿌려. 알았어? 그리고 당신들, 나중에 봐...”

그러더니 머리를 살랑거리면서 소파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여기선 볼 것도 없다는 듯 천천히 현관으로 걸어갔다.

“아저씨, 나가자”

의외로 나한테는 말투가 부드러웠다. 그래서 졸졸 그녀의 뒤를 뒤따랐다. 배웅하는 정치가를 완전히 무시하고 예리는 다시 차로 돌아가서 뒷좌석에 올라탔다. 나는 뭐 일단 정치가에게 인사를 해주고 뒤이어 차에 앉았다.

범인이 전의 그 사이비 종교 놈들 이란 걸 알아내고 보니 딱히 할 일이 없어졌다. 옆의 여자 때문이었다. 알아서 조사를 시켰기 때문에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부분이었다. 그녀는 두통이 오는지 머리를 자꾸 만지면서 얼굴을 찡그렸다가 폈다가 계속해서 반복했다. 조금 걱정이 되어서 물었다.

“머리아파?”

“아저씨. 나 화가나. 최고의 경호원이란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바보짓만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일단은 참아봐. 생각이 있으면 빠르게 행방을 알아내 주겠지. 그보다 머리아파면 지압해 줄게, 머리에 손대도 돼?”

어릴 때 배운 적이 있었다. 두통이 날 때 효과적인 지압법이 있었다. 그냥 걱정이 돼서 무심코 한말인데 예리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거절이면 분명히, 나한테 손대지 말라며 뭔가 독설을 날렸을 것이다. 그런데 못들은 척 가만히 있었다. 매우 가만히 말이다. 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건 아무리 봐도 긍정의 신호였다. 계속 까까이 오지 말라고 한지라, 그걸 뒤집고 손까지 대는 걸 허락하기는 애매하니까 괜히 저러는 게 아닐까?

나는 멀찍이 떨어져 있던 몸을 그녀와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까지 좁혀서 앉았다. 그리고 손을 펴서 태양혈에 걸쳐 있는 그녀의 생머리를 슬쩍 귀 뒤로 쓸어내렸다. 사라락, 기다란 머리가 쓸려 넘어갔다. 그녀는 애써 앞을 처다 보고 있어서 드러난 양쪽의 태양혈이 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배웠던 지압법을 조심스럽게 시전 했다. 우선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지압을 시작했다.

“꺄앙”

예리는 손이 닿자마자, 어울리지 않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콧소리가 들어간 매혹적인 신음이었다. 그전에 목욕탕에서 흉터를 핥았을 때 이런 소리를 낸 적이 이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신음소리를 흘린 후 난리를 피우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는 중이었다. 태양혈에 점점 정수리 부분으로 이동하여 지압을 계속했다. 그 와중에 본의 아니게 계속 머리카락을 쓰다듬게 되었는데 샴푸향기인 듯, 좋은 냄새가 자꾸 코끝을 간지럽혀서 나까지 기분이 이상해 졌다.

목까지 지압을 한 후에 손을 때고 그녀를 바라봤다. 왠지 귀가 빨개져 있는 것 같은데?

“끝났어, 좀 어때? 후후”

반응이 이 여자가 같지가 않고 순종적인 여자 친구 같은 느낌이라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려버렸다. 그러자 그걸 들었는지 나를 앙칼지게 째려봤다.

“흥, 지금 웃은 거야? 미쳤어?”

“아니, 그게...”

지압까지 해줬더니 또 미쳤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나는 시무룩해져서 다시 평소의 거리를 벌리고는 그녀에게 떨어져 앉았다. 그러자 의외로 그녀 쪽에서 나를 향해 다가왔다.

“웃은 건 건방지지만, 나 누구한테 마사지 같은 거 받아본 적 없어.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거 싫어해. 아저씨니까 허락한 거야. 그러니까 아저씨 손..”

말하다 말고 내 오른손을 들더니 살짝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오싹하게 웃는 게 아닌가.

“잘라버릴까?”

“뭐...??!!!?”

“그런 얼굴 하지 마. 내 소유의 손이야. 내 맘이라고? 내 허락도 없이 다른 사람한테 이 손으로 몹쓸 짓을 할까봐 싫은걸? 그러니 미리 잘라버리면 안될까?”

“그거 진담이면...”

나는 말하다 말고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그녀는 도발하듯이 치켜뜬 눈으로 속삭였다.

“진담이면 어쩔 건데? 화라도 내려고? 한 번 내봐? 그럼 주제를 알게 해줄 거야”

“에휴.. 너, 가까이 있으면 가슴이 이상해진다며? 이렇게 가까운데 괜찮아?”

“안 괜찮아. 지금도 이상해. 너무 이상해. 하지만, 아깐 또 너무 기분이 좋았어. 마사지라는 게 원래 이런 기분이야? 그래서 싫다는 거야. 다른 사람한테 그런 기분이 들게 하기싫어. 그러니 잘라버리는 수밖에 없겠지?”

나는 결국 썩은 표정을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공포스런 대사에 대처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후후후후. 그런 얼굴 하지 마. 안 잘라, 내가 무슨 사람을 토막 내는 여자 같아 보여?”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니까, 한 번 더 해봐. 조금 두통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러면서 지나가는 투로 그렇게 명령하는 것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차는 어딘가의 빌딩으로 들어가서 주차되었다. 여긴 본 기억이 났다. 예전에 헬기를 타고 왔을 때 이곳에서 내렸던 기억이 났다. 행방을 쫒으면 바로 헬기로 날아가려는 생각 같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는 동안에도 누나의 안위가 너무 걱정이었다. 일단 그래서 저장된 스카우트의 정보를 꺼내들었다.

유지연

나이 : 29세

남자친구 : 없음

직업 : 해결사

공략난이도 : F

사는곳 : 서울시 OO구 OO동 OO번지

전화번호 : 000-0000-0000

공략정보 : 공략완료

호감도 : 91

다행히 각종 정보가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분명히 죽은 사람일 경우, 불가라는 단어로 도배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마지막에 확인했던 호감도는 90이었는데 1이 올라 간걸로 봐서는 단순히 스카우트에 저장된 정보를 보여주는 게 아닌, 최신의 정보를 표시하고 있는 것도 확실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지압을 해주고 있었더니, 그녀는 나른해진 얼굴로 나에게 입을 열었다.

“아저씨, 나 졸려..”

그러고 보니, 병원에서도 그녀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시차에 적응 하지 못한 걸까? 해외에서 바로 날아온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에 얼굴을 바라보니 정말로 눈꺼풀이 닫히고 있었다.

“일단 좀 자. 소식이 들어오면 깨우던 가 할게”

내가 그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미 그녀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잠드는 여자였다. 꾸벅꾸벅 몸을 흔들다가 그대로 의자 시트로 쓰러져 내렸다. 얼떨결에 그걸 받아서 내 무릎위에 그녀의 얼굴을 올려놓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천하의 서예리가 내 무릎을 베고 자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상하게 치울 마음이 들지 않아서 그냥 잠든 얼굴을 무심코 바라보았다. 머리가 얼굴을 가리고 흘러 내려와서, 귀 뒤로 정돈하여 쓸어내렸다.

이렇게 보니 눈썹이 상당히 길어보였다. 이렇게 귀엽게 자는 여자가 잘못 건드리면 사자보다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절대 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으응...아저씨..나 배신하지마..”

뭔가 꿈을 꾸는지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배신하지말라니...

“죽어버려, 아저씨..”

꿈속의 나 무슨 죄를 진거냐. 나를 도리도리 고개를 지었다. 나를 부르며 잠꼬대를 하는거 같아서 조금 긴장했는데, 역시나 내용은 저런 거였다. 꿈속에서 배신을 했나보다, 그래서 죽임을 당하고 있는 중인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까부터 가슴이 계속 두근거렸다. 이건 공포효과이길 바라고 싶었다.

설마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길 빌었다. 그런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조차 까마득하게 어렵고, 설령 그런 관계가 되어도 언제 죽인다고 달려들지 모르는 여자다. 특히 신체 일부는 없어질 각오는 하고 살아야 하는 거다. 그건 너무 힘든 삶이다.

그걸 알면서도 두근거리는 건 정말 미친 거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세상엔 마음에 두지 말아야 하는 여자가 존재 한다면, 그건 100%로 눈 아래 있는 여자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차문이 열려버렸다. 뭐라고 말을 하려는 경호원을 향해 나는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쉿- 이라는 포즈를 취해야 했다. 그러자 겨우 예리가 잠들어 있는 걸 발견했는지 매우 곤란한 얼굴을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가 깨지 않도록 머리를 내 무릎에서 들어서 시트로 옮겨 두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살금살금 차에서 걸어 나왔다.

“행방을 알아내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도망친 간부 중에 한명이 서해에 한 섬을 소유하고 있는 게 밝혀졌는데 최근에 빈번하게 드나든 게 확인되었고, 게다가 얼마 전, 젊은 여자를 짊어지고 배를 수배해서 그 섬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캐냈습니다.”

확실히 빨랐다. 예리는 무능력하다고 화내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유능했다. 그리고 대사 속에 나온 젊은 여자. 그건 누나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누나는 역시 그놈들에게 잡힌 것 같았다.

“실은, 재조사 결과, 교단의 과격파 집단 간부 중 한명이, 그 당시 해외에 나가있다가, 소탕작전 때 잡히는 걸 피해서, 세력을 유지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저희 실수입니다. 경찰에 너무 모든 걸 맡겼더니..아무튼 재소탕을 위해 인원을 모으고 있으니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잠시 만요. 그게 얼마나 걸리는데요?”

“2시간 정도, 그리고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이 더 걸리니까..”

“지금 헬기 준비되어 있죠?”

“네? 그렇긴 한데, 위험합니다.”

“저만 그 섬에다 내려주세요”

“그건.. 죄송하지만 아가씨 허락 없이는 헬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는 차안에 잠들어 있는 예리를 바라보았다. 빠르게 해결 할 수만 있다면,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갔다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없어진걸 알면 심기가 불편할 테지만, 그땐 또 빌 수밖에 없다. 아무튼 그 교단놈들은 피를 뽑아 사람을 죽이고, 남자의 경우 정액까지 모두 소진시키는 이상한 짓을 했다.

누나는 거기에 여자다. 재물로 바치면서 무슨 짓을 할지, 도무지 상상도 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4시간이상을 얌전히 기다릴 수 없는 건 당연했다. 할 수없이 경호원들을 다시 협박해야 했다.

“아까 예리가 저한테 한 말 못 들으셨죠?”

“네??”

“아까 너무 무능한 짓을 해서, 2년 정도는 감봉을 시킨다던가? 그런데 저는 그걸 막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어요. 정말입니다?”

“그..그건?”

아까 의원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해 들었는지 경호원은 곤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협박을 진짜로 받아들였는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내가 그걸 막을 힘이 있을 리는 없다. 말 한 다미 꺼내 볼 순 있겠지만 압살 당할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허술한 협박을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희 경호원들을 대표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예리는 되도록 잠에서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부탁드려요”

그 말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도 헬기를 빌려준 걸 들키고 싶지는 않겠지. 물론 이때의 나는, 경호원들 사이에서, 내 핸드폰 번호까지 공유 될 만큼 VIP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알 방법은 없었다. 그저 협박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며 안내를 받으며 빌딩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너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이면 잠들어 있어서,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해도 경호원들이 위화감을 못 느낄 것이다. 그럼 더더욱 몰래 다녀올 수 있겠지. 그녀가 자고 있어도, 재 소탕은 이뤄질 것이었다. 이미 그건 명령 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나는 차안에서 잊은 물건을 꺼내 온다고 하면서, 올라가던 빌딩을 뒤로하고 뛰어내려왔다. 그리고 차안으로 들어가 나를 지켜보는 경호원들에게 등을 들리고 아이템창을 터치해서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했다. 자고 있는 그녀는, 이제 당분간 일어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다시 빌딩 옥상으로 올라왔다. 한 번 탄 적 있는 헬기가 보였다.

“후우.”

헬기에 타기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무튼 소탕해야 할 놈들이다. 로드시점이 남아있긴 하지만, 거기서 누나와 떨어지지 않는 선택지를 고르면, 누나와 같이 있을 때 서예리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상한 강제력이나, 뒤틀린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되도록 돌리고 싶지 않았다. 누나가 죽는다는 최악의 경우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 말은 결국로드에 의존하지 않고 섬으로 잠입해야 한다는 거다.

레벨.8 part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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