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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72화 (7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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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는 신기한 눈빛으로 아파트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여긴 왜 온 건데?”

“아까 누나와 함께 이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을 조사하다가 휘말려서 습격을 당했는데, 그 사건자체가 의문점이 많아서 재조사를 해보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범인들에게 다가가지 않을까?”

예리는 그걸 듣더니 갑자기 내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포지션 오랜만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쿡쿡쿡거리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는데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 상태로 그녀는,

“누나? 유지연을 말하는 거야?? 아직도 만나고 있어?”

더욱 거세게 멱살을 잡으며 소리를 높였다. 차안에서의 그 분위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대처가 어려웠다. 민유리 때도 그렇고 다른 여자 이야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슬슬 그 점은 확실하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러고 보니 아까 경호원에게 빌려서 몰래 전화를 해본 건 그야말로 정답이었다. 게다가 분명히 해결사 언니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갑자기 호칭이 이름으로 바뀌어있었다.

“만나고 있다니? 동료야. 동료. 같이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대체 왜 이러는 건데?”

하도 세계 옷깃을 잡아서 숨 쉬는 게 조금 힘들어질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동료...? 누나라고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면서, 동료라고??”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여기서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예감을 느꼈다.

“그건 누나니까!!”

소리를 지르자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낯빛이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었다. 차갑게 말이다.

“누나라고? 누나 동생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족 같은 의미라고? 내 목숨을 구해준적 있으니 가족같이 생각하는 건데, 그것까지 하지 말라는 소리야? 그건 너무한 거 아냐?”

“가족? 가족이면..나랑 할아버지 같은??”

“그래 그런 의미..”

물론 몸의 관계를 가졌지만, 그리고 어찌 보면 좋아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그게 누나로서 좋아하는 건지, 여자로서 좋아하는 건지는 확신이 가지 않았고, 누나또한 내가 누나 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동생이라서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니 엄연하게 말하면 거짓말은 아니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급속도로 차가워져가던 낯빛에 다행히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정말일까?”

그녀는 풀린 표정으로 재차 물어왔다. 멱살을 잡고 있던 손을 풀어주어서 간신히 호흡을 회복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공기가 잘 통해서 그런지 기침이 몰려왔다.

“콜록 콜록...”

몇 번 기침을 하고나서야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정말이라니까? 아니면 지연아~!! 라고 불렀겠지? 너한테처럼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 거 보면 모르겠어?”

“흐으음...”

미심쩍다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 뜨곤 나를 훑어보았다. 이건 뭐 질투하는 여자한테 바람피다 걸린 장면을 해명하는 기분이었다. 질투? 그녀가 나에게? 서예리가??

나도 모르게 질투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려다가 나는 황급히 말을 삼켰다. 이 말을 밖으로 내뱉어서 얻게 될 결과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것뿐이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인정할 리가 없고 기분만 나빠할 것이다.

“같이 조사한 사건은 뭔데? 자세하게 설명해 아저씨”

지금부터 같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선 당연히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긴 했다. 지금까지 다른 대화를 하다가 계속 설명을 할 기회를 놓쳤었는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는 유괴사건의 전말을 말하기 시작했다.

“흐응 그래?”

설명이 끝나자 갑자기 콧소리를 내더니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어디가??”

“아저씨, 이런 시시한 사건 그냥 놔둘래. 돌아가자”

“뭐...?”

“너 설마...누나가 행방불명 됐다는 거에 반응해서 그러는 건 설마 아니지?”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왜 관심도 없는 여자에 반응을 해? 웃기지마. 아저씨 복수는 계속 경호원들 시켜서 조사하면 되잖아? 아저씨도 빨리 차로 돌아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차로 걸어갔다. 정말 난감한 여자다. 도와줄 것처럼 하더니, 게다가 혼자 돌아가는 거면 그래도 그나마 낫다. 그런데 나까지 오라고 하는 건 결국 조사를 더 하지 말라는 소리다. 나는 빠르게 걸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너, 한번 말한 걸 그렇게 쉽게 바꿔도 되는 거야? 같이 조사해 보자.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는 김에, 누나의 행방도 찾게 되면 좋은 거고. 둘이서 비밀에 접근하는 거야.”

“싫다고 하면?”

“그럼 나 혼자라도..”

“그건 절대로 안 돼”

그녀는 너무나도 단호하게 내 말을 끊었다. 혼자서 조사할 여지를 절대로 남겨주지 않는 말투였다. 그럼 결국 그녀와 함께 조사를 하는 쪽으로 설득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같이 하자? 자, 따라와”

나는 제발 손을 뿌리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속목을 잡은 손을 미끄러뜨려 그녀의 손바닥을 맞잡고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향해 이동했다. 예리는 나와 손이 잡히자 얼떨결에 그대로 나를 따라 걸어왔다. 다행히 뿌리치지는 않았다.

“아저씨, 건방져. 지금 누구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는지 알고는 있어?”

“알고 있지, 이건 우리 예리의 손?”

무심결에 나온 말에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조용하게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알았어..”

“응?”

“알았으니까 이거 놔. 같이 가면 되잖아. 허락 없이 내 몸에 손대지 말라니까? 나, 이상해진다고 했잖아!”

그러면 뿌리치면 될 일 아닌가. 어이는 없었지만 일단 놔달라니 손을 놔주었다. 예리는 그 손을 한참 바라보더니 얌전히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행동에 맞추어 당연히 경호원들도 우왕좌왕 움직였다.

아파트 현관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이건 누나가 알고 있었다. 아마도 인터폰을 통해서 열어주는 시간에 납치된 아들이 잘못될 수 있으니, 손쉬운 접근을 위해서 알려준 듯 했다. 자동문이 열리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 사건이 해결된 후 씻었는지 말끔해진 정치가가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인가?”

“그게 아까 전 사건에 대해서 물어볼 말이 있어서, 시간 좀 괜찮으세요?”

“아까는 고마웠네만, 바빠서 더 할 말이 없다네. 그냥 가주겠나? 자네도 말이야 주제를 알아야지. 그거 좀 해결해 줬다고 무슨 부탁을 하러 왔나 본데, 아무튼 가주게,”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닫으려고 하였다. 아까는 그렇게 고맙다고 난리를 치더니 아들과 부인이 무사해지자 태도변화가 너무 심했다. 실망감이 치솟았다. 역시 정치가답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시형 의원님??”

뒤에 가만히 서있던 예리가 그걸 보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 얼굴만 쳐다보고 바로 문을 닫던 정치가는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그때야 내 뒤를 처다 보았다. 그러더니 깜짝 놀라서 그대로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맨발이었다.

“아가씨??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예리는 이제야 발견했냐는 말투로 시크하게 추궁했다.

“의원님, 이제 눈이 흐릿하신가 봐요? 은퇴하실 때가 되신 건가?”

흐음, 나는 조금 놀랐다. 그녀의 존댓말 때문이었다. 그래도 국회의원정도 되면 일단 존중은 해주는 모양이었다. 물론 내용은, 존중이라고는 없고 협박으로 들리지만, 그리고 솔직히 예리의 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난처한 얼굴을 하는 정치가를 보니 속이 시원한건 사실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아가씨.. 은퇴라니 그런 말씀은”

“의원님 지역구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 많아요? 그리고 저번에 사고하나 치친 거 기억하고 있어요? 그거 다시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요?”

“죄송합니다!!”

완벽하게 약점을 잡혀있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90도로 숙이더니 허리를 필 생각을 하지를 않았다. 물론 예리는 여전히 냉담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차갑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당장 아저씨한테 사과해.”

그건 존댓말도 없는 명령이었다. 근데 그 명령이 또 의외였다. 자길 못 알아 본것 보다 나한테 무례하게 한 게 더 화난건가? 그건 왜? 소유물이라고 생각해서? 팔짱을 끼고 정치가를 내려 보며 말하는 그녀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조금 가슴이 두근거릴 뻔했다. 허허. 소유물이든 뭐든 뭔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광경이랄까. 저 여자가 날 생각해 주다니.

예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치가는 나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숙인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와 아시는 분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쥐도 궁지에 물리면 발끈하기 마련이다. 너무 이렇게 몰아세우는 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니 흑막 같은 게 생기는 거지. 예리에게 언젠가는 진심어린 충고를 해줄 생각을 하면서 정치가에게 말했다. 물론 그래도 뿌듯 한건 사실이다. 아까 말했듯 속 시원하고, 후후후.

“괜찮습니다. 일단 들어가죠? 정말로 물어볼 게 있습니다.”

내 말에 정치가는 겨우 허리를 펴고, 예리에게 들어오시라는 손짓을 했다. 내가 눈짓을 하자 예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고, 정치가 선생은 문을 닫고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부인께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 같아서 물었다. 예리는 들어오자마자 소파로 가서 다리를 꼬고 앉더니 가만히 내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알아서 하라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 너무 놀라서, 지금 아들하고 같이 방에서 진정제를 먹고 자고 있습니다.”

정치가는 내 질문에 매우 싹싹하게 대답했다.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었는데 난데없이 존댓말을 하니 오히려 불편할 지경이었다. 그냥 빨리 물어보고 여기서 나가는 게 모두를 위해서 나을 것 같았다.

“그럼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 범인이 감시하고 있는데 무슨 수로 해결사를 부른 거죠??”

“실은, 그건 그쪽에서 명령을 한 겁니다. 안사람과, 아들을 위협하면서, 말을 들으라고 했죠. 당연히 돈을 요구한 게 아니고, 요구조건은 니들이 거래하는 여자해결사를 부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자 해결사 누구냐고 물었더니, 특정할 수 없어서 찾는 해결사가 나올 때까지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항상 거래하는 도장에 전화를 했고, 아까 그 여자해결사분이 오시게 된 거죠.”

그렇게 된 일인가? 역시나 처음부터 우리를 노린 거였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는데 이걸로 확실해졌다. 아마 습격을 한 범인들은 정확하게 누나와 나의 신상명세를 모르고 있어서 이런 방법으로 얻어 걸릴 때까지 해결사를 불러낸 것이 아닐까? 즉 해결사라는 것만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치가들과 끈이 있는 해결사. 딱 누나를 찾는 게 확실했다. 왜 나까지 노린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거 말고는 별 다른 건 없었나요? 수상한 점이라 던지?”

“네 없었습니다.”

정치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내 저었다. 처음부터 우리를 노린 거라는 건 확실해 졌지만 결국 사건은 다시 미궁이다. 그것 말고는 풀리는 게 없었다. 나와 누나를 노렸다. 나와 누나를.

응? 그러고 보니, 예리도 파리에서 습격을 당할 뻔 했다고 말한 게 갑자기 떠올랐다. 나는 소파위에 앉아서 가만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그녀에게 다급하게 질문했다.

“너, 분명히 습격을 당할 뻔 했다고 했지? 그것도 한국인에게?”

“맞아. 아저씨랑 비슷한 사람이 있어서 여기까지 데려 오려고 했다고 말한 거 벌써 잊었어?”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말했었다. 거의 비슷한 시간상에서 나와 누나, 그리고 예리까지 습격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 명에게 동시에 원한을 품을 만한 사건이 있을까?

민유리의 사건, 흑막이 관계되어 있고 아직 밝혀내지 못해서 솔직히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흑막과 누나는 접점이 없다. 아마도 노린다면 예리만 노리지, 나와 누나를 찾으려고 사건을 일으켰을 리는 없었다. 그럼 우리 세 명이 전부 연루된 사건이라고 하면 뭐가 있지?

딱히 머리를 쓸 필요도 없다. 모두가 연관된 사건은 한가지뿐 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복면이 낯이 익다고 했었는데, 그걸 떠올리니 더 확실해 보였다.

“예리야, 너 전에 사이비종교 잔당들, 어떻게 처리했어?”

나는 그녀 앞에 다가가서 다급하게 물었다. 분명히 일망타진 했을 텐데, 어떻게 우릴 노리고 있는 거지? 물론 그들이라면 우리 세 명을 눈에 불을 켜고 노릴만한 동기는 충분히 있긴 했다.

“몰라? 그날 경호원에게 떠넘긴 후로 머릿속에서 지웠는걸?”

그때 분명히 갑자기 기분이 안 좋다면서, 물론 원인은 나인 거 같지만, 아무튼 경호원들한테 죽이던지 경찰에 넘기던지 확실하게 처리만 하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경호원들한테 그 후에 어떻게 처리했는지 물어봐줘”

내가 부탁하자 그녀는 미간을 좁혔다.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 아저씨가 혹시 간이 부어서 밖으로 꺼내달라고 하는 건가?”

아-

지금은 그녀와 입씨름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 미친 종교집단이라면, 어쩌면 누나가 위기에 쳐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누나에 대해서 설명하면 또 도와주기는커녕 신경질을 낼 테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했다.

“너무 급해서 말이 잘못 나왔어. 알아봐 주면 안 될까? 나를 습격하고, 그리고 너까지 습격한 게 그때 그 교단 놈들인 거 같아서 그래.”

나는 어느새 그녀 바로 옆에 앉아서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를 조종하는 법은 대략 이렇다. 아무튼, 감히 그녀의 목숨까지 노렸다는 걸 알려주면 알아서 화를 내며 움직일 것이다.

“그놈들?? 하지만..나, 확실하게 처리하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나에게 외쳤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가까이 오라고 했어?”

나도 모르게 우리의 얼굴과 얼굴의 거리가 매우 근접해 있었고, 그녀는 거기에 반응을 하면서 나에게 떨어지라는 손짓을 하며 중얼거렸다. 일단 이야기는 통한 거 같아서 소파위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경호원에게 손짓을 했다.

레벨.8 part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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