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현실은 H게임-71화 (71/104)

-------------- 71/104 --------------

“응...”

“문자라면 그건가? 학교 다닐 때 애들이 하는 건 본 적 있어..참 쓸데없는 거에 인생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긴 했어”

“그..그러냐..”

“하지만 정 선물하면 한번정도는 해볼 수도 있어. 어디한번 가져와봐. 그걸 보고 아저씨의 처분 다시 생각해 볼게”

나이쓰. 나는 쾌재를 불렀다. 통했다. 전화보다는 문자라는 거에 반응한 듯했다. 평생 문자 같은걸 해본 적이 없을 거다. 친구가 없는 애였으니 당연했다.

“그래, 상처만 아물면 바로, 대령 할 테니까..”

“그러던지?”

별로 끝까지 관심 없는 말투였지만 표정은 안 그래 보였다. 뭔가 기대하는 모습이랄까? 이제 이 여자의 표정은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 아저씨한테 너무 관대한 거 같아. 그걸 보고 경호원들까지 요즘 기어오르는 거 같고. 어쩌면 좋지?”

“그걸 나한테 물어도..”

물론 그녀 말처럼 언제까지고 누워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당했으니 빨리 갚아줘야 한다.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

그녀가 덮어준 이불을 걷어내고 링거대를 밀면서 말했다.

“화장실? 아저씨, 걸을 수 있겠어?”

“별거 아닌 상처라고 스스로 말해놓고 무슨 말이야?”

반문하자 그녀는 미간을 좁혔다. 화를 내는 건 아니었다.

“그럼 좀 잡아주던지?”

그래서 말도 안 돼는 부탁을 하고 말았다. 대답은 뻔하지. 미친 거 아냐? 라든지, 죽고 싶어? 같은 단골대사가 나올 걸 예상하고 있었다.

“알았어.”

하지만 의외로 내 팔을 잡고 링거대를 자신이 밀면서 문밖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그녀가 바로 옆에 접근한 기분이다. 어딘가 달콤한 냄새가 났다. 요즘 항상 가까이만 가면 벌레 취급하듯 떨어지라고 명령을 하니 하는 말이었다. 그러더니 문을 발로 쾅 하고 차버렸다. 그 소리에 놀란 경호원들이 급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무슨 일이..”

“비켜”

하지만 그녀는 매우 냉정하게 한마디만을 남겼고, 경호원들은 양쪽을 갈라져 길을 터주었다. 이건 마치 모세의 기적 같은 느낌이다.

“아저씨, 조심해서 걸어.”

그렇게 말하면서 손짓을 하며 경호원들을 뒷걸음질 치게 하면서 화장실까지 이동했다. 딱히 멀지도 않았다. 바로 앞이 화장실이었다. 병실에 딸린 전용 화장실 인 듯 했다. 예리는 남자화장실인데도 불구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 들어오려고 했다.

“여기 남자화장실인데? 이제부터는 혼자가도..”

“그게 어떻다는 건데? 어차피 안에 사람 없어. 이 층 자체를 빌렸으니까”

“아니 그래도 여자라면 조금 부끄러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왜 고작 이런 글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돼? 웃기지 말고 빨리 들어가”

별수 없이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된 이상 큰 걸로 위장해서 변기 칸으로 들어가자고 마음먹었다.

“큰일은 봐야하니까, 차라리 경호원을 딸려주고 넌 병실에 돌아가 있는 게 어떨까?”

그 말에 내 눈을 한참 쏘아보더니, 부끄러움은 없어도 큰 거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는지 결국엔 항복했다.

“아저씨 더러워. 나한테 무슨 꼴을 보여주려는 거야?”

“아니, 나는 분명히 돌아가라고 했는데?”

“우...짜증나..”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몸을 획 돌려서 화장실 밖으로 씩씩거리며 나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마디는 남겨주었다.

“경호원 보내 줄 테니, 부축 받아서 돌아와”

뭔가 독설을 날리는 거 같으면서도 오늘은 왠지 모르게 다정한데? 이거야 말로 위화감이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일단 대변 칸으로 들어와 앉았다. 물론 화장실을 볼 마음은 없었다.

[Lv.8 스카우터 700만원 ]

[수면스프레이 250만원 ]

[만능키 600만원 ]

[카메라 100만원 ]

[변신약 1000만원]

[망원경 700만원]

[스톱워치 3억]

[안경 500만원]

[향수 3억]

[시계 1억]

[드라이버 5천]

[화장품 2억]

[책 2억]

[안테나 5000만원]

[약 3000만원]

[붕대 1억]

[이어폰 800만원]

[연필 400만원]

[선글라스 1000만원]

[외제차 5억 ]

[국산차 8천만원 ]

아이템 샵을 불러내서 [붕대]를 구입했다.

[붕대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사용해야지. 붕대를 사용하면 한 번에 낫지는 않아도 가만히 입원해 있는 것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몸이 회복할 것이었다.

그러자 뭔가 몸이 훨씬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진통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상태가 매우 안 좋아서 다쳤다는 실감을 나게 해줬었는데 그런 기분이 말끔히 사라져있었다. 깊은 상처가 아니라니, 금방 [붕대]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팔에 꼽힌 링거를 빼버렸다. 더 이상 영양제를 주사 맞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오자 예리의 명령을 받은 경호원이 서있었다. 그런데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

분명히 민유리가 잡혀있던 호텔에서 나와 거래를 했던 경호원 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경호원은 뻣뻣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손뼉을 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 사람이면 몰래 전화를 빌리기가 수월할 것 같았다.

“전의 호텔에서 그분이시죠? 그 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무,,무슨?”

“예리에게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예리에게 말입니다.”

경호원은 매우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임무를 있고 기절해 있었다는 게 예리의 귀에 들어가면 볼만하겠지. 그러니 내가 그 호텔에 나타났다는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도 생계와 어쩌면 목숨까지 걸려있어서 내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거기에 나는 예리라는 이름을 강조하면서 그에게서 반항의지를 완전히 빼앗아 버렸다.

“핸드폰 좀 빌려주실래요? 잠시만 쓰겠습니다?”

경호원은 인상을 구겼으나, 결국 마지못해서 품안에서 핸드폰을 꺼내주었다.

“물론 비밀입니다?”

“그, 그러시죠..”

떨떠름하게 대답하는 경호원과의 모종의 거래를 마치고 나는 누나의 번호를 눌러 통화를 눌렀다. 번호를 기억하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이 세계에는 딸랑 기억할 번호가 2개뿐이라 저절로 외워진 거지만.

“띠리리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

하지만 불안하게끔 누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끊고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누나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전화를 안 받을 상황이라는 게, 나처럼 핸드폰을 흘리기라도 하지 않는 한, 떠올리기 힘들었다.

특히 예전에 누나는 싸우면서도 전화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물론 그땐 내 번호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금은 전화를 못 받을 상황에 처해 있다는 거다. 나는 전화를 다시 경호원에게 돌려주고 병실로 돌아왔다.

예리는 경호원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마침 이야기가 끝난 듯 경호원들은 다시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아저씨? 링거는 어쨌어?”

“다 나았어. 별거 아닌 상처라 이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

“뭐? 일주일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의사가 그랬는데?”

“돌팔이 아냐?”

나는 제자리에서 점프를 해가며 멀쩡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갑자기 뭔가 깨달았다는 듯 실실 웃으면서 접근했다.

“알았다. 아저씨, 화장실 가더니 나 몰래 능력을 쓴 거지?”

“아...아닌데?”

뜻밖에도 엄청나게 날카로운 감으로 거의 100%정답을 외치고 있었다. 예리했다. 이름값을 하네.

“정말 궁금해, 그리고 수상해. 하지만 나, 자존심이 있는 여자야. 스스로 알아내고야 말테니까 두고 봐?”

그러면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내 몸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환자가운을 들추고 등에 있는 붕대를 유심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래도? 원래 상처자체가 별거 아니야”

“히히히, 뭐 좋아. 다음엔 화장실 안에도 따라가 주겠어.”

공포스런 말을 남기면서 도도히 걸어 나갔다. 병실 밖으로 말이다.

“어디가?”

당연히 궁금해진 내가 묻자, 그녀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다 나았다며? 오진을 한 의사를 잡아 족치고, 돌아가려고”

“서, 성격이 왜 그래? 그냥 돌아가자, 날 습격한 놈들 찾아준다며, 실은 나도 가볼 곳이 있어.”

그렇다, 당연히 누나에게 유괴사건의 의뢰를 맡겼던 그 정치가를 찾아가서 말을 들어봐야 했다. 왜 범인이 감시하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이 아닌 해결사를 부르게 된 건지, 그런 부분을 들으면 뭔가 실마리가 풀릴 거라 생각했다.

“그래? 그럼 앞장서”

“너도 가려고?”

“아까 말했잖아? 아저씨는 내꺼야. 맘대로 다치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아저씨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건 나뿐이어야 한다고. 그러니 나, 그런 권리를 빼앗아간 놈들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저 내꺼야 라는 부분이 다른 감정에 의한 것이면 좀 듣기가 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슨 노예마냥 소유물이라 남이 건드리는 게 싫다는 감정은 좀, 왠지 마음에 안 들었다. 다만 거부할 수 입는 입장은 아니었고, 그녀가 도와주면 나쁠 거야 없다는 생각에 같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같이 병원을 나섰다.

“아 맞다”

병원 문을 나서다가 나는 급하게 다시 병실을 향해 올라갔다.

“아저씨?”

갑작스런 행동에 나를 불렀지만, 일단 갖다 와서 설명하기로 하고 위로 올라갔다. 병실 안으로 가자 그녀가 벗어던진 스타킹이 있었다. 그녀가 준 선물이다. 만약 잊어버리면 나중에라도 무슨 불상사가 생길지 모른다는 느낌에 이마에 땀까지 흘려버렸다. 다시 스타킹을 가지고 1층 정문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머리가 까진 의사가 연신 예리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냉정한 얼굴로 팔짱을 하고 의사를 내려 보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자 시선을 돌려 까칠해진 말투로 물었다. 갑자기 달려 나간 게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내가 불렀는데도 무시하고 어딜 갔다 온 거야?”

“아, 이거를 잊어서 가지러 갔다 왔어”

이마에 땀을 닦으면서 그렇게 설명하자, 예리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쿡쿡거리더니 배에 손까지 얹고 웃다가 여전히 머리를 숙이고 있는 의사에게 말했다.

“아까 한말 취소. 됐으니까 돌아가. 병원에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을 거야”

“저,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빨리 사라져?”

“감사합니다!!”

의사는 계속 고개를 굽실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옆에 있던 비서 같은 사람이 병원장님? 이라면서 그를 따라 걸었다.

“뭔데 저 사람은?”

“아저씨의 상처를 오진해서, 조금 불이익을 주려고 했지, 아무리 그래도 멀쩡한 병원을 닫게 할 수는 없고, 다만 비리를 좀 터뜨려 준다고 했더니 저러는 거야”

“그러니까 오진이 아니라니까?”

나는 등을 굽히고 사라지는 의사를 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날렸다. 불쌍한 사람.

“아무튼 그냥 봐주기로 했어. 아저씨 때문이니, 저사람 아저씨한테 고마워해야 할 걸?”

“내가 뭘 했다고?”

말을 마치고 다시 쿡쿡쿡 거리면서 웃는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대답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현관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타에 올라탔다.

“빨리 타, 아저씨”

명령 아닌 명령에 일단 차에 올라타자 차는 곧바로 출발했다. 기사에게 나는 그 정치가의 아파트로 가줄 것을 부탁했다.

“아저씨, 이마에 땀 좀 닦아? 내 선물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어? 뛰어갔다 온 거야? 후후”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다정한 말투로 묻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얼굴을 봤다면 첫눈에 반할만큼 아름다웠다.

“그렇지, 선물이라고 주신 건데 당연히 잘 챙겨야죠.”

“그런 거 좋아. 갑자기 아무 말도 안하고 뛰어가 길래, 조금 화나려고 했지만, 그건 봐줄게. 후후, 또 조금 가슴이 이상해지기는 하는데, 하지만 지금은 기분 좋게 이상해 진달까? 나, 왜 이러는 걸까? 아저씨가 나에게 충성을 다하는 걸 보니까 그런 걸까? 그런 걸 수도 있으니 계속 그렇게 복종해 아저씨? 화나게 하지 말라는 말이야”

그러면서 계속 웃고 있었다. 저러다가도 뭐 기분 나쁜 말 한마디 하면 얼굴에 반전이 일어나겠지만, 그래서 그냥 차라리 기분 좋게 나두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몸을 실었다.

거리가 멀지 않았는지, 5분도 안 되서 아파트에 도착했다. 나와 예리는 차에서 내렸다. 누나의 안위가 걱정되어 죽겠지만, 딱히 방법도 없었다. 그러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아내서 뒤를 쫓을 수밖에. 최악의 경우에는 마지막 세이브포인트가 누나와 같이 있는 시점이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는 보험이 있는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 작품 후기 ==========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네요 ㅎ

원고료쿠폰도 항상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레벨.8 part 1[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