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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차가 폭발하리라고 그 누가 생각한단 말인가. 간신히 뭔가 의구심이 든 타이밍에 폭발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로드창을 불러냈다.
[로드하시겠습니까?]
상황은 긴박했다. 누나는 이 시점에 이미 차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그리고 곧 차문을 열 기세였다.
“누나, 잠깐마아아안!!”
나는 큰 소리로 외치며 누나의 행동을 저지했다. 하지만 누나는 이미 문을 열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무지막지한 광경을 두 번이나 본 나의 멘탈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누나를 살리지?”
이미 누나는 죽어버렸다. 차량폭탄. 주로 암살을 위해 미국 같은 데서는 자주 애용되는 방식이지만, 한국에서? 하지만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일단 누나를 살려야 하는 것이다.
차문을 여는 누나를 몸을 날려 막을 수 있는 거리도 아니었다. 소리를 질러도 누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냥 쳐다보면서 차 문을 열뿐이었다. 아니다. 방법은 있다.
[스톱워치]가 있다.
멈춰버리면 된다. 물론 지금 구입해봐야 소용없다. 로드하면 없어진다.
[로드 하시겠습니까?]
나는 손에 땀을 쥐면서, 다시 찰나의 과거로 돌아왔다.
누나에게 소리 지르는 것도 포기하고 바로 아이템샵으로 들어갔다. 제발 시간에 맞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Lv.8 스카우터 700만원 ]
[수면스프레이 250만원 ]
[만능키 600만원 ]
[카메라 100만원 ]
[변신약 1000만원]
[망원경 700만원]
[스톱워치 3억]
[안경 500만원]
[향수 3억]
[시계 1억]
[드라이버 5천]
[화장품 2억]
[책 2억]
[안테나 5000만원]
[약 3000만원]
[붕대 1억]
[이어폰 800만원]
[연필 400만원]
[선글라스 1000만원]
[외제차 5억 ]
[국산차 8천만원 ]
[스톱워치 3억을 구입하시겠습니까?]
화면을 터치했다. 그리고 소지아이템으로 향했다.
바로 [스톱워치]를 발동시켰다.
“콰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세상이 폭발이 일어났고 그 후에 세상은 멈췄다. 나는 멈춰버린 세상에서 홀로 움직이며 누나에게 다가갔다. 굳어버린 누나의 몸은 이미 반 이상 부서져 내린 상태였다. 시간이 어긋나 버렸다.
세이브를 하고 누나가 차 문을 열기까지의 시간은 5초도 안 되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앞에서 쓸데없이 머뭇거린 덕분에 누나와의 거리는 100m남짓, 세계신기록으로 뛰어도 누나에게 까지는 10초가 걸린다. 즉 구할 수 없다.
그리고 스톱워치를 구입해서 사용하는데 까지의 시간이 거의 5초. 폭발과 거의 비슷한 시간. 즉 어떻게 해도 이렇게 누나의 몸은 부서진다.
빌어먹을!!
시간이 정지되면 뭐하나. 이미 구해야 할 사람의 몸은 부서졌는데. 땅을 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갑자기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유괴사건 자체가 이상하긴 했다. 하지만 갑자기 뜬금없이 차량폭발?
아무리봐도 히든미션의 상황이었다. 히든미션이라면 분명히 타개할 만한 아이템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히든미션에 돌입할 재료가 없었다. 다른 여자와는 접촉조차 하지 않았다. 스카우터는 누나에게만 사용한 것이다.
아니다.
그래도 모른다. 누나를 살려야 한다. 이러는 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일단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시험해봐야 한다.
[Lv.8 스카우터 700만원 ]
[수면스프레이 250만원 ]
[만능키 600만원 ]
[카메라 100만원 ]
[변신약 1000만원]
[망원경 700만원]
[스톱워치 3억]
[안경 500만원]
[향수 3억]
[시계 1억]
[드라이버 5천]
[화장품 2억]
[책 2억]
[안테나 5000만원]
[약 3000만원]
[붕대 1억]
[이어폰 800만원]
[연필 400만원]
[선글라스 1000만원]
[외제차 5억 ]
[국산차 8천만원 ]
스톱워치는 시간을 멈춘다. 그러고 보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그것은 [시계]다. 누가 봐도 시간과 관련 있어 보였다. 망설임 틈도 없었다. 바로 [시계]를 구입했다.
그리고 아이템 설명을 터치했다.
[시계]
[3분의 시간을 돌릴 수 있습니다.]
[3분이란 짧지만, 어떤 때에는 간절한 시간일수도?]
[각 레벨 마다 1회사용 가능]
나온건 너무나도 간절히 원하는 아이템이었다.
“크하하하하하”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사용하기 적합한 아이템이 있다는 건 지금 히든미션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인가? 항상 그랬다. 히든미션 도중에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에 빠지거나 위기에 닥치면 항상 아이템을 적절하게 이용만 한다면 위기를 빠져나올 수 있어왔던 것이다.
지금부터 3분전이면 누나가 우유를 마시고 있던 시점일 것이다. 살릴 수 있었다.
[시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사용을 터치했다. 사용횟수는 1번. 마지막 기회다.
세상이 회전한다. 머리가 울렁거렸다. 머릿속이 되감기 되는 느낌이 들더니, 곧바로 다시 현실감이 돌아왔다. 누나는 차로 다가가며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달렸다. 무작정 달렸다. 아무 소리도 않고 달렸다. 그리곤 누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누나는 먹던 우유를 뿜어버렸다.
“콜록콜록..”
기침을 격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누나의 몸을 놔주지 않았다.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곤 손을 꼼지락대서 세이브를 완료했다. 시계는 이제 현 레벨에서는 사용불가능이다.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누나를 구할 수가 없다. 세이브는 필수였다.
“도..동생아? 갑자기 무슨..”
누나는 기침을 하고나서 그녀의 허리를 두른 내 손을 잡으면서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누나 절대 차에 접근 하지 마.”
“차에?”
누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내 손을 풀고는 몸을 돌려 나와 눈을 맞추었다.
“지금 상황이 너무 이상해. 뭔가 우리 유인당한 것 같아.”
“뭐?”
일단 차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나는 차가 폭발하기 전에 느낀 유괴사건의 이상한 점을 누나에게 설명했다. 누나는 들으면서 미간을 좁히더니 아파트로 쳐들어갈 기세였다.
“당장 따질게. 그 정치가 선생을 족치면 뭔가 알 수 있겠지”
누나는 앞장서서 나아갔다. 하지만 그때 뭔가 시선이 느껴졌다. 아파트 반대쪽이었다. 우리가 아파트로 올라간 사이에 누군가 폭탄을 차에 설치했다면, 어딘가에서 상황을 감시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폭발에 말려드는지 확인을 하려고 하겠지.
[망원경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아이템을 이용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배율로 살펴보니 맞은편 아파트 쪽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누나, 저쪽이야. 누군가 우릴 감시하고 있어!!”
그 말과 동시에 누나는 검을 빼들고 뛰기 시작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또한 언제든지 [무형의 검날]을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곤 누나와 함께 그쪽으로 뛰었다. 뛰면서 한 번 더 누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누나, 차에도 뭔가 있을 수 있으니 혼자서는 절대로 접근하지 마. 내 허락 없이는 차 근처에 가는 건 금지야”
“뭐? 그게 무슨 소리..”
“누나 제발!!”
설명할 시간도 없고, 설명할 말도 충분치 않아서 그냥 믿어달라고 소리 질렀다. 다행히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압도당한 표정이었다.
“그..그래...알았어..소리 지르고 그래..”
답지 않게 또 뭔가 약해지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달려가자 숨어있던 남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명이었다. 열심히 그들을 쫓았다. 하지만 놈들은 양갈래로 나눠지기 시작했다.
“각자 쫓을까 누나?”
“알았어, 잡으면 바로 연락해”
“응”
우리는 갈림길에서, 나눠지는 놈들을 각각 쫓아서 일단 헤어졌다. 일단 상황을 보고 바로 연락을 할 수 있게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서 흘린 거지? 세이브를 하기전에 핸드폰이 아주 잠깐 울려서 손에 쥐고 있던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바로 폭발이 나고, 누나를 살리려 온 정신을 쏟고 있는 와중에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떨군 모양이었다.
일단 핸드폰이 문제가 아니다. 뛰고 있는 남자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거리가 5M이상이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거리까지는 좁혀야 기절을 시킬 수 있다. 처음 쫓기 시작할 때부터 너무 거리가 벌어져 있던 것이다.
한참을 뛰다보니 그놈은 막다른 길에 몰려버렸다. 골목으로 들어가기에 쫓아갔더니 운 좋게도 길이 막혀 있던 것이다. 기절시키고 누나에게 데려가서 고문이라도 시킬 셈으로 놈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당황했는지 가로막은 담 벽을 보고 몸을 돌리다가 그대로 넘어져 버렸다. 발을 접질린 듯 다리를 움켜잡고 뒹굴었다. 사용횟수가 얼마 되지도 않는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았다. 아까웠다.
그래서 바로 [수면스프레이]를 불러냈다.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가서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했다. 남자는 바로 잠들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다니 운이 너무 좋았다.
운이 좋다? 아니지? 이것도 혹시 함정 아니야?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었다. 누나가 혼자 있을 때가 아닌, 나와 누나가 같이 있을 때 차에 폭탄을 설치했다. 그 말은 누나와 나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함정을 파놓고 막다른 골목에서 발을 접질려 넘어져? 이것도 뭔가 이상했다. 오한이 들어서 재빠르게 [무형검]을 불러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때 등 뒤에서 뭔가가 나를 베어버렸다. 엄청난 격통이 밀려오면서 나는 그대로 [수면스프레이]를 뿌린 남자위로 쓰러졌다. 누나에게 베였을 때처럼 깊은 건 아니었는지 정신은 유지할 수 있었다. 몸을 돌려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살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눈앞에는 메시지가 떠있었다.
부상을 입었다. 당연히 로드가 정답이다. 하지만 일단 무형검을 사용했다. 어떤 놈들인지 면상이 보고 싶었다. 등에서 피가 흐르는 느낌이 매우 불쾌했다. 등전체가 욱씬거렸다.
눈앞에는 5~6명의 남자들이 복면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 진검을 들고 있었다. 어디서 본 복면이었다.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로드를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비약이라도 묻어있는 건가? 너무 상황을 낙관한 것 같았다. 명백한 실수였다. 후회가 밀려왔다.
있는 힘을 짜내서 팔을 들려고 하였으나, 무리였다. 그 모습을 남자들은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기절하길 바라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하지만 그때였다. 난데없이 총소리가 들려왔다. 소음기가 달려있는 듯 엄청나게 울리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소음기가 총소리를 완전히 막아주는 건 아니다. 내 앞을 막고 있던 6명의 남자들은 순식간에 총에 맞아 몸을 무너뜨렸다. 그 남자들을 밝으면서 눈앞에 나타난 건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 여자였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니트티. 그리고 검정스타킹. 바람에 휘날리는 기다란 머릿결. 도도하면서도 차가운 눈빛. 다름 아닌 서예리였다.
뒤에는 상당수의 경호원들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녀는 의식을 잃어가는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화가 난 듯 눈썹이 치켜 올라가 있었다.
“전화하면 바로바로 달려오겠다고 말한 거 아저씨 아니야? 그런데 전화를 안 받고 무시하다니, 이게 어디가 복종인걸까?”
“....미안...”
나는 마비되어 가는 몸을 뒤척이며 뭐라고 하려고 하였으나, 아마도 그대로 쓰러진 모양이었다.
“아, 아저씨?”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후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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