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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56화 (56/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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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하시겠습니까?]

그 후는 또 모든 게 똑같이 흘러갔다. 아니, 모든 걸 일부러 똑같이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등을 계속해서 관찰했다. 어디서 손등에 독극물을 묻히게 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마트 다녀온 그녀에게 물었으나 물 한 방울도 손에 닿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트는 아니었다. 이후일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나와 백반 집에 핸드백을 찾으러 들어갔다. 그리고 전과 똑같이 나는 한발 늦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주방에서 나오는 그녀 모습이 뭔가 상당한 위화감이 들었다. 손등에만 주의하다보니, 지금 그녀의 손등이 살짝 젖어있는 걸 발견해 낸 것이다.

“안에서 뭔가에 묻었어?”

내가 다짜고짜 달려와 묻자, 민유리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으나, 질문에는 대답을 해주었다.

“네, 핸드백을 나뒀던 곳을 뒤지니까 위에 뭔가 물이 뚝뚝뚝 떨어지던데요?”

그 말에 나는 그녀를 곧바로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손을 씻겼다.

“오빠? 그냥 물이에요. 굳이 씻을 필요는..”

“아니야!!”

나는 그 말을 부정하면서 소리쳤다. 분위기에 압도당한 민유리는 깜짝 놀라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디가 핸드백이 있던 자리야?”

“저기에요..”

그녀가 쫄아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곳을 살펴보았다. 핸드백은 선반위에 올려 있었던 듯한데, 뭔가 비슷한 핸드백이 들어있었다. 그게 자신의 것인지 확인하려면 필수적으로 안에 손을 넣어야 했다. 그리고 그러면 위에서 물이 뚝뚝 흘러내려와 손등을 적시는 구조였다.

“하하. 웃기지도 않는 장치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의 핸드백은 잊어버린 게 아니라, 이 장치를 한 사람이 가져간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그녀에게 독을 묻히기 위해서 핸드백을 가져가 버린 걸까?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진짜 핸드백을 넣어놨으면 거의 100퍼센트 손을 집어넣을 것 이였다. 즉 성공률이 더 높아진다는 거다.

그 말은 민유리의 목숨뿐만 아니라 핸드백에도 뭔가 비밀이 있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았다. 그냥 어디다 흘린 줄 알았던 핸드백이 큰 단서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저기, 핸드백에 뭘 넣어놨어?”

“네?...오빠, 눈이 무서워요..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아까부터 아무 설명 없이 갑자기 손을 씻기지 않나 심각한 표정으로 캐묻지 않나, 너무 강하게 나간 덕분인지 그녀는 상당히 압도당해서 무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데없이 손에 묻은 물만으로 독이 묻었다고 설명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일단 그냥 사과했다.

“미안해, 무서웠어?”

“네..”

“괜찮아. 이제 안 그럴 게. 일단 여기서 나가자. 설명해줄 테니까.”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가게 밖으로 나왔다. 정류장으로 걸으면서 내가 설명했다.

“아무래도, 네 핸드백은 누군가 가져가 버린 것 같아”

“그렇죠?...하긴 저, 분명히 선반위에 올려놓은 기억이 있는데 없어서 꿈이라도 꾼 건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가져간 사람이 범인일 거야.”

“언니를 죽인 범인이요?”

“아마도 관련은 있겠지.”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뭔가 깨달았는지 소리쳤다.

“아, 핸드백에 언니의 편지, 편지를 모두 넣어뒀어요!! 사실, 죽을 마음이어서 집안을 모두 정리하고 모두 쓰레기로 내놨는데 언니의 편지만큼은 못 버리겠어서 핸드백에 모두 집어넣고 집을 놔왔어요”

“그래? 편지라..”

거기에 뭔가 진범에게 불리한 사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편지내용 기억해?”

“하도 양이 많아서, 대충정도만 기억해요..”

“뭔가 이상한 내용 없었어? 아니면 범인에 대한 단서 같은 거 라든지..”

“아니요..? 그런 게 직접적으로 쓰여 있었으면 벌써 알아차렸겠죠? 몇 번 씩이나 읽은 건데..뭔가 수상한 낌새가 나는 내용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 걱정시킬 내용을 써 보낼 사람도 아니고요. 편지에는 아가씨나, 동료들 이야기나 저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고, 그 내용이 전부 생각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부 평범한 일상적인 내용들이에요”

“그래?....”

그런 일상적인 내용을 왜 가로채 간 거지? 아무래도 핸드백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었다. 직접 보면 뭔가 다른 게 보일수도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만 더 묻자면, 그 저번에 이야기 했던 믿을만한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어?”

“네? 네...그분은, 그 언니의 일자리를 구해주고 계속해서 신경써준 분이라고 언니에게 소개받았어요. 언니의 은인이니 당연히 믿 을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후에도 가끔 내려와서 언니의 부탁이라며 제 상태를 살피고 갔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연락을 한 적도 만나적도 없네요. 다만 언니가 죽은 날, 죽인사람이 서예리라며 복수를 할꺼면 도와준다고 했었던 건 기억해요. 계속 울고 있는 저한테 그렇게 말했지만, 저는 도움 같은 건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거절하고 혼자서 복수의 결의를 다지면서 서울로 올라왔어요. 하지만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고 시신을 넘겨달라고 요청한 것도 묵살당하고, 자세한 수사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그것도 묵살당해서, 도와준다는 걸 그냥 승낙할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었어요. 언니의 복수가 중요한데 괜히 거절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 후 접촉해오는 일이 없어서 그대로 연락은 하지 못 했어요”

민유나의 일자리를 소개하고 그 후에 계속 상황을 살피고, 거짓된 살의를 만들었다? 게다가 언니가 죽었다는 소식에 울고 있는 민유리를 보았다면, 그녀의 울 때 버릇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서예리의 적들이 한 행동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용인 명부 중에 그 사람 있었어?”

"네? 고용인 명부요??"

아차. 이시점에는 아직 서예리의 집에 가지 않았었다. 그래서 말을 급하게 바꾸었다.

"아, 말이 헛나왔어. 그사람, 나이나 느낌이 어때? 서예리집에서 일하는 사람같은 느낌 안났어?"

“아니요?  굉장히 중후한 신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나이도 50은 훨씬 넘어보였어요”

“그래?”

그렇다면 직접 고용인으로 잠입한 사람은 아닌 듯 했다. 로드하기 전에 본 고용인명부에 나온 용의자들 중에서 50이 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이른바 흑막이라는 걸까? 어디서 어떻게 뭐가 연결이 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접 손을 쓰는 위치는 아닌 거겠지. 아무튼 모든 건 그들이 가져가 버린 핸드백을 보고 예상 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나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로드를 선택했다.

[로드하시곘습니까?]

그리고는 다시 똑같은 시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게로 향했다. 이 시점에는 분명히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누군가 핸드백을 가져갔다면 분명히 문이 강제로 열려있거나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 후에 내가 문을 열고 나오는 바람에, 범인들은 딱히 강제로 열 필요도 없이 안에 잠입했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서 그녀가 가리켰던 장소를 보니 역시나 그녀가 들고 있던 핸드백이 있었다. 그리고는 무형검을 불러내었다. 여기에 잠복하고 있으면 범인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나타나면 바로 스킬을 쓸 생각으로 숨죽이고 있었다. 한 번에 일망타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밖에서 내가 들어간걸 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이 핸드백을 지금 발견함으로써 뭔가 또 현실이 바뀌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놈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성과가 없어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집에서 그녀가 사라져있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비워서, 진범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한 민유리가 다른 생각을 품고 없어진 듯 했다.

남겨놓고 간 메모를 읽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죄송해요. 영준씨. 너무 폐를 끼쳤네요. 서류봉투를 보고 언니를 서예리가 죽인 게 아니라는 건 알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용해서 죄송합니다. 다음 생에서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녀가 일어나자마자 돌아가서 그녀에게 진범을 잡자는 희망을 주지 않는다면 결국 또 자살을 선택하는 루트인 것 같았다. 즉 내가 애초에 집으로 돌아간 시간은 너무나 적절했다는 이야기였다. 거지같아서 욕을 하면서 다시 로드했다.

이번에는 바로 핸드백과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와서 모든 걸 똑같이 했다. 어느 정도 큰 변화가 있게 되면 알고 있던 현실이 바뀐다는 건 방금 또 확인해 버렸다. 가게에서 진범을 잡겠다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잠입한 순간, 나와 진범을 잡자는 대화를 하지 못한 민유리가 복수에 대한 희망도, 앞으로 살아갈 기분도 나지 않아서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려면 중간에 뭔가 변화를 주는 건 역시나 대단히 위험하다. 그래서 나는 핸드백을 가져온 걸 제외하고는 그대로 행동했다. 서예리의 집에 가서 목욕을 하고, 흉터를 핥아서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모든 걸 똑같이 한 후에 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언니가 쓰던 방에 처박혀 있는 민유리를 사랑채의 서류가 놓인 방으로 데려왔다.

“샤워실이 있던데, 뜨거운 물에 씻지 않을래? 그럼 기분이 좀 나아질 수도 있어”

혹시 어딘가에서 또 독이 묻었을 수도 있다고 샤워를 권했다. 그러자 민유리는 자기 몸을 킁킁대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제 몸에서 내..냄새나요?”

“아..아냐, 씻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수도 있잖아? 지금 언니 방에 있다 와서, 울고 싶은 기분 아냐?”

내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일어나더니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씻고 올게요. 엿보면 안 되요 오빠?”

어이없는 말을 남기고 방밖으로 나갔다. 나는 샤워실 앞에서 기다리며 혹시 모르는 변수에 대비했다. 30분정도 후에 그녀는 볼을 상기시키고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샤워실 바로 앞에 있는 나를 보더니 머리를 감아둔 수건을 내리면서 말했다.

“오..왜 코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무...무슨 짓 한 거죠? 엿본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냥 방안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나와 있던 거지, 여기서 잠겨있는 안을 무슨 수로 엿봐?”

일리가 있는 말에 그녀는 혀를 내밀더니, 나와 함께 다시 서류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독이 묻어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나는 바로 그녀를 재워버렸다. 빨리 아침이 돼서 일단 죽지 않는다는 현실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막고는 나도 졸기 시작했다. 핸드백을 꼭 껴안은 채 말이다.

“오빠?”

“오빠???”

목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더니, 민유리가 내 앞에 꿇어 앉아 나를 깨우고 있었다. 실컷 잤는지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응?”

얼떨결에 대답하자 민유리는 걱정스럽게 쳐다보면 말했다.

“졸리면 침대에 가서 주무시지, 왜 그러고 졸고 있어요?”

그 말에 정신 번쩍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이었다. 그녀가 무사한 아침이었다. 기쁨이 몰려왔다. 원하는 결과를 간신히 얻어냈다. 그리곤 핸드백을 안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이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그녀에게 핸드백에 들어있는 편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대충 누군가 노리고 있던 것 같다고 꾸며내서 말하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믿을 만한 사람이 수상하다는 것도 잊지 않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분은 정말로 친절해 보였는데..”

“오히려 그 사람한테 네 언니도 이용당한 걸 수도 있어. 증오해야 할 사람이야. 원수일수도 있다고?”

“...................”

정황을 맞춰보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는지 더 이상 반박을 하지 못하고 조용히 방바닥에 앉아버렸다.

“그런 그렇고 편지에 뭔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핸드백에서 꺼낸 편지다발의 반을 넘기면서 말했다.

“있을 거야. 꼼꼼히 편지를 읽다가 혹시, 아까 설명한, 안채를 청소해서 범인으로 지목된 5명중에 편지에 이름이 언급된 사람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줘, 아 혹시, 죽은 두 명 중에서도 언급된 사람 있으면 알려주고”

“네, 오빠도요”

우리는 서로에게 그렇게 말하고 민유나가 민유리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를 정독하기 시작했다. 편지에 언급되는 이름에 주의하면서 말이다. 그 안에 단서가 있으니 핸드백을 가져가려고 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외전. 아가씨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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