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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트릭이 있는 걸까.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느낌에 서류를 던져버리고 방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민유리가 너무 오래 돌아오지 않는 것 같았다. 올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서 사랑채에서 나와 밖에 있는 경호원에게 물어보았다.
“행랑채에, 민유리가 있는 곳으로 가 봐도 될까요?”
“네, 행랑채는 출입하는데 제한은 없으십니다. 아무 상관없습니다.”
경호원의 말을 듣고 나는 바로 행랑채를 향해 걸어갔다. 묻고 물어서 원래 민유나가 사용했다는 방으로 도착해서 문을 열었다. 그곳에 민유리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오빠?”
나를 보고 고개를 들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 되서 와봤어. 괜찮아?”
“네. 그런데, 여기 언니가 쓰던 그대로 치우지 않았다고 해요. 그렇게 생각하니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어요. 죄송해요.”
“그래.. 용케 울지 않고 참고 있었네?”
언니가 살던 방. 그것도 당시 흔적 그대로 라면 아침처럼 엉엉울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그녀는 용케도 가만히 앉아 명상 중이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요. 하지만, 저 오늘은 여기서 자면 안 될까요? 언니가 자던 침대에서 자고 싶어요.”
“그래? 알았어. 그럼 진범을 찾는 건 내일부터 같이 움직이자.”
“네..죄송해요.”
“아니야, 그럼 쉬도록 해. 너무 울면 안 돼?”
“네, 괜찮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방에서 나왔다. 언니와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아직은 참고 있지만 금방 울음이 터질 것 같았으나, 그런 울음은 달랜다고 멈춰지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실컷 울게 나두자고 생각하고는 다시 사랑채로 돌아왔다.
사랑채에서 나에게 내어준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다.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생각해보니 어제 폐가에서 잠시 졸던 걸 제외하고는 잠을 자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나자 더더욱 졸려져서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어 정신이 차린 후 하품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날이 밝아 있었다. 푹 잠든 모양인지 시간은 아침이었다. 혹시 몰라서 어제와는 다른 얼굴로 보이는 경호원에게 물어봤다.
“혹시 민유리는 안 돌아왔어요?”
“네. 아무도 접근한 사람 없습니다. 인수인계 받은 것도 없습니다.”
“흐음..”
아직도 안 일어난 걸까? 그녀는 나처럼 야행성도 아니고, 정상적인 신체리듬을 가졌으니, 어제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다면 벌써 일어났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행랑채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그녀 언니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어보았다. 문은 닫혀있었다. 잠들기 전에 잠근 걸까?
그래서 문을 두드렸다.
“아침인데 일어나? 울다 지쳐서 자면 몸에 안 좋다고?”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너무 조용했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죽은 사람의 방이 있는 곳이라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구역이라서 그런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른 고용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아서 더더욱 고요한 느낌이었다.
바로 만능키를 불러냈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하고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타난 광경에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민유리는 눈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있던 것이다. 달려가 숨을 살폈지만, 이미 죽은 지 오래인 듯 차갑기 짝이 없었다. 매우 비참한 꼴로 죽어있었다.
왜 또?
겨우 그녀의 죽음에서 벗어나 3번 선택지를 골라, 많은 위험을 무릎 쓰고 서예리를 대항까지 하면서 심지어 능력에 대한 것 까지 눈치 채게 만드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살려냈더니 또 다시 죽어버렸다는 사실에 화가 치솟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집안의 경호는 완벽한 수준이었다. 누군가 침입해서 죽일 수는 없지 않나 싶었다. 같은 건물을 쓰는 고용인이 아니면, 밖에 있는 경호원이 직접 손을 쓰지 않고서는 죽음이라는 결말이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민유리가 죽어있는 모습은 완벽하게 타살이었기 때문이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엄청나게 정이 든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빠라고 불러주면서 웃던 얼굴이 떠올랐다.
바로 서예리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역시나 저지당했다.
“야. 서예리..!!!”
집안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렀다. 경호원들은 안 된다고 외치며 난동을 피우는 나를 저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목소리를 들었는지 얼마 있어 그녀가 모습을 나타냈다. 자다가 일어난 듯 매우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어제부터 기분이 상해있었는데 잠까지 깨웠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저씨. 여기가 어디라고 그렇게 자기 집 마냥 소리를 질러? 나, 잠 깨우는 걸 제일 싫어한다고 했을 텐데..”
“예리야...”
나는 그녀에게 달려가 그녀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간절하게 그녀를 불렀다. 내 상태가 좀 이상한 걸 깨달았는지 그녀는 화를 내려다 말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저씨 왜 그래?”
“너.. 혹시..민유리를 죽이라고 명령했어..?”
나는 조용하게 그녀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속삭였다. 그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일주일 기간 준다고 했잖아? 나, 약속은 지켜. 죽이긴 누굴 죽인다고 그래?”
“하지만, 민유리가 죽어있는데? 이집에서 그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
“뭐??”
서예리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졸려 죽겠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냐는 눈빛이었다. 왠지 그 행동에서 거짓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녀가 누굴 죽이고 발뺌할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당하겠지. 그렇다면 정말 아니란 말인가. 그럼 대체 누가? 아직 그날 있었던 사건이 끝나지 않은 건가? 대체 그럼 왜 민유리까지 죽이는 거지?
3명이 죽은 그 살인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란 이야기?
나는 소름이 돋아서 그대로 다시 사랑채로 달려버렸다. 뒤에서 그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빠졌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미 서예리의 기분까지 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로드하면 민유리를 살릴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는 로드창을 불러내었다.
[로드하시겠습니까?]
그리고는 창을 터치했다. 그러자 세이브시점, 폐가에서 돌아와 잠든 민유리를 침대에 눕힌 후 핸드폰을 찾으러 나가려던 시점으로 돌아왔다. 지금 나의 목표는 하나였다. 전과 똑같이 진행시켜서 현실을 뒤틀리게 하지 않은 후 마지막만 바꾼다. 그녀 혼자 행랑채에서 자게 만들지 않고, 사랑채로 데려와 같이 있는 것이 목표였다. 그럼 죽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로드전과 하나하나 똑같이 진행시켰다. 차를 돌려주고, 가게에 가서 내 핸드폰을 찾아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와 대화를 하고, 그녀는 마트로 가고, 서예리에게 전화를 해서 허락까지 받았다.
그리고 다시 집에서 나와서, 가게에 들어 핸드백이 없어진 걸 확인하고 차를 타고 서예리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심지어 서예리의 화장자국을 핥는 것 까지 일단 똑같이 해버렸다. 이것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 같지만, 여기서 기분이 안 상해 버리면 그야말로 또 현실이 바뀌어버릴 가능성이 있어서 다른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목욕탕에서 목욕 후 산책을 한 후에, 언니의 방에 있는 그녀를 찾으러왔던 그 시점까지 돌아왔다.
“돌아가자”
“오빠? 하지만 저 오늘은 여기서 자고 싶어요..”
“그건 다음에 해도 되니까. 제발 돌아가자. 응? 중요한 걸 발견했어. 같이 가줘 응?”
물론 아직 진실에 이르는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했지만 거짓말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간절하게 부탁했다.
“정말이요?..알겠어요.”
진범도 중요한지 그때야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나를 따라 행랑채에서 나와 사랑채로 돌아왔다. 행랑채는 안에서 고용인들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사랑채는 손님이 우리 둘뿐이고 밖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을 통하지 않고 접근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민유리가 죽는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민유리와 함께 나는 서류가 쌓여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진지하게 아까 정리했던 사건을 설명하였다.
“5명중에 범인이 있는 거 같은데,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어떻게 생각해?”
“그러네요.. 근데 이게 중요한 사실이에요?”
“아니, 뭐 혹시 언니한테 들었던 사람이라던가, 그런 거 없나 해서..”
이정도로 자신을 억지로 불러왔냐는 질문에 나는 대충 둘러대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말을 믿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추려낸 고용인 명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몇 명 이름이 낯익은 것도 같아요. 하지만 언니가 워낙에 편지를 자주 보내서..자세하게 생각은 안나요. 다만 가장 많이 등장했던 건 아가씨라는 단어와, 열심히 공부하라는 거지만, 가끔 동료들 이야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렇군. 그거야 그렇겠지. 한참을 그렇게 서류를 보는데 민유리가 졸린 지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혼자 방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눈 좀 붙일래?”
나는 방에 있는 침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래도 되요?”
“응 나는 좀 더 살펴 볼 테니까, 일단 좀 자둬”
“오빠..잠든 사이에 이상한 짓 하려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런 상황에?”
민유리는 그 와중에 농담을 하면서 침대로 들어갔다. 일단 내 눈앞에서 잠든 것에 안심하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한참 후 잠들어 버렸는지 몸을 뒤척이다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면서 언니의 꿈이라도 꾸는 듯 했다.
어떻게 해도 울긴 우는 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언니에게서 들은 적 있다고 말한 사람들의 명부를 계속 읽어 내렸다.
그때 갑자기 민유리의 상태가 급변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놀라서 침대로 가보았는데, 이미 눈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왈칵왈칵 피가 뿜어져 나왔다. 너무나 기괴한 장면에 깜짝 놀라서 한걸음 물어났다가 다시 그녀의 숨을 살폈으나, 이미 죽어버린 후였다.
난감했다. 대체 왜? 무슨 일이지 이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갑자기 자다가 죽어버리는 건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다시 한 번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사인이 동일해 보였다.
전에도 분명히 눈가에서 피가 나온 흔적이 있었고 지금도 눈에서 피가 쏟아지면서 사망했다. 뭔가 독극물에 당한 것 같은 피부색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눈에서 피가 쏟아지는 건 외부충격이 아닌, 내부에서 터져 내린 죽음이었다. 하지만 독극물이라면 대체 어디서 언제 어떻게 당한 걸까? 지금도 계속 나와 같이 있었다. 왜 멀쩡하다가 잠이 드니까, 독에 당한건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냉정하게 지난 일을 낱낱이 들춰 보았다. 뭔가 놓친 게 있을 것이다. 뭐지? 뭘까? 뭘 놓쳤을까? 생각해 내야한다. 뭔가 위화감이 있을게 분명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어떻게 독을 쓴 건지 말이다. 첫 번째로 죽었을 때는 울다가 잠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습을 봤을 때 분명히 울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리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로 흐느끼다 잠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울음이 죽음과 관련이 있어보였다. 울다죽는다. 운다. 울게 되면 필연적으로 눈물을 훔친다. 눈을 비빈다.
그녀가 울 때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주로 손등을 이용해서 눈물을 훔쳐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의 손을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범인은 그녀의 손등에 뭔가를 묻힌 건가? 그렇다면 어디서? 하지만 손등이라면, 손을 씻지 않는 이상은 뭔가 묻은 게 사라질 일은 거의 없었다. 손바닥과 달리 다른 물건이 닿을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신체부위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버릇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그런 사람이 있어? 언니도 사망해서 고아인데?
“믿을 만한 사람이 말해준거예요...”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믿을 만한 사람. 설마 그 사람이 민유리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 3년 전의 살인사건만 해결하면 되는 줄 알았던 단순한 생각이 깨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와서 갑자기 민유리를 죽이려는 이유는 대체 무엇이지?
다시 로드하기 전에 생각을 가다듬었다. 행동방침을 정해야 했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그녀가 어디서 독극물을 묻혔냐는 거다. 그녀는 우리 집에 있을 때부터 여기에 올 때까지 딱히 씻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 관계로 독극물을 묻힌 순간을 특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살릴 방법 말이다. 손을 씻기는 거다. 그리고 그 믿는다는 사람에 대해서 캐묻는 게 가장 최우선으로 보였다. 나는 로드창을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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