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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52화 (5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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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항상 끊는다고 말하고 끊는 적이 없었다. 투덜거리면서 핸드폰을 컴퓨터 책상위에 던지고는 민유리를 기다렸다. 한 10분정도 있으니 민유리가 돌아왔다. 하지만 빈손이었다. 의아해서 물어보니 그녀는 고개를 계속 숙이면서 사과를 연발했다.

“죄송해요. 마트에 가서 보니 지...지갑이 없어서, 그냥 돌아왔어요. 아마, 일하던 가게 안에 나둔 것 같은데...”

핸드폰도 지니지 않고 있었으니, 일하는 중에는 아마 핸드백을 가게 안에 보관해두고 있었을 거다. 몸에 지닌 게 없는 상태인건 당연했다. 집에서 나가기 전에 안 살펴보고 마트까지 가서야 그걸 발견하다니, 꼼꼼한 성격인줄 알았는데 약간 맹한 구석도 있나보다.

“괜찮아. 어차피 저녁을 해먹을 시간도 없게 돼 버렸어”

“네?”

나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는 그녀에게 방금 전 통화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이 화색이 되어서 말했다.

“정말요? 거기에 들어가서 조사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렇게, 그렇게, 언니의 유골이라도 돌려달라고 매일 가서 요청해도 가까이 접근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그래? 아무튼 바로 가야할 것 같으니까 나가도록 하자”

“네에..오빠 그런데, 정말로 아무사이도 아닌 거 맞아요? 그렇게 쉽게 집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해주다니..”

“에이. 아냐. 변덕이지 그 여자의 특기인”

나는 민유리의 말을 부정해하면서 그녀와 함께 집에서 나왔다. 그녀는 내 대답에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거의 얼버무리려고 하는걸 알았는지 더 이상 질문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론 나도 민유리가 말한 점은 솔직히 조금 느끼고는 있었다. 여전히 독설에, 딱히 호감도가 높다는 체감은 전혀 못받겠지만, 조금은 나를 대하는 게 변화했다고나 할까? 서예리의 행동이 말이다. 그래봤자, 벌레이하에서 애완견수준이 된 것 같지만 말이다.

“오빠, 가다가 가게에 들르면 안 될까요? 핸드백에 지갑하고 핸드폰이 다 들어있어서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어차피 서예리가 차를 보내기로 한 정류장과, 민유리가 일하던 가게는 거의 코앞이어서 문제가 될 건 전혀 없었다. 다만 아까 낮에도 다녀왔던지라, 그때 신경을 좀만 더 써서 챙겨올 껄 그랬다고 살짝 후회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나를 막아섰다.

“택시 타게요?”

“응? 그래야지?”

내 대답을 들은 민유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내 팔을 잡아끌었다.

“오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돈을 아껴야 해요. 오빠 집을 보니, 한참 저축해야 될 것 같던데, 아낄 수 있는 건 아껴야죠? 버스 타요 버스!”

나는 그 힘에 이끌려서 택시를 부르려던 손을 내리고 마을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버렸다. 요즘 돈에 대한 감각이 이상해져서 아낀다는 개념은 아이템 같은 비싼 걸 살 때나 느끼는 감성이었다. 아이템에 비하면 택시나 버스, 양쪽의 비용에 아무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서울하늘에 혼자 살아오던 여자이니 만큼 악착같은 생활력이 나의 낭비를 두고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어디보자..”

마을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고개를 숙여서 노선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뭔가를 발견했는지 그걸 가리키면서 나를 향해 외쳤다.

“한 번에 가는 게 있잖아요. 정말이지, 아끼세요. 오빠!!”

팔을 허리에 두르고는 시어머니 같은 잔소리를 퍼부었다. 눈썹을 위로 치켜뜨고 뾰루퉁한 표정이었다. 정정한다. 시어머니는 아니다. 이렇게 귀여운 시어머니가 있을 리는 없지.

“하지만, 여기 마을버스는 간격이 넓어서 자주 안다녀.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울 때가 많아서...”

하지만 내가 변명이 끝나기도 전에 번화가로 가는 마을버스가 거짓말처럼 정류장 앞에 멈춰섰다. 미친 왜 오늘따라 이렇게 빨리 나타나? 내가 마음속으로 절규하는 걸 모르는 민유리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두 손으로 내 팔을 잡아끌고 버스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한마디 하는걸 잊지 않았다.

“오빠가 이상한 소리를 하시니까 버스도 금방금방 오고, 괜찮은데요?”

뭔가 이겼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버스로 가서 뒤에 있는 빈자리에 앉았다. 나도 요금을 지불하고 뒤따라서 그녀 옆에 앉았다.

“오빠, 제 버스비는 지갑을 찾는 데로 드릴게요.”

“아니야. 나 그렇게 거지는 아니야. 집만 보고 모든 걸 판단하지 말아줘. 버스비정도야 뭐.”

“거지랑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어제는 오빠를 그, 이..이용해버렸고, 그 후로도 계속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제가 내지는 못할망정 신세만 지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죠. 이거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시무룩해져서는 말꼬리를 흐렸기에 나는 기회다 싶어서 틈을 파고들었다.

“그건 걱정 마. 일 끝나면 데이트하기로 했잖아? 뜨거운 데이트를 보답으로 해주면 되지 않을까? 후후후”

내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몸을 움츠리더니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뜨...뜨..뜨거운 데이트요? 그냥 데이트가..언제 뜨겁게 변한 거예요? 이상해..”

“그러게? 그러니까, 계약을 할 때는 계약서를 꼼꼼히 보라는 소리가 있는 거지”

“계약서가 어딨었는데요!! 흥... 오빠 응큼한 생각하고 있는 거죠?”

정곡을 찔려버렸다. 쿨 하게 인정해야 하나? 아니면 회피할까? 고민하다가 두 번째를 선택했다. 본성은 좀 더 나중에 들어내야지.

“아닌데? 뜨거운 게 왜 응큼한 게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너야말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제 보니 정말 선수네요. 그때 작업걸 때 알아보긴 했지만.. 못 말려요.”

그러면서 삐친 척 고개를 확 돌려버렸다. 그런데 선수라니. 그건 난생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웠나? 매력치가 높아지니 자신감까지 덩달아 붙어 버린 듯 선수라는 소리를 다 듣고 감개무량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고개를 잠시 돌리고 있던 민유리는 그 상태에서 조그맣게 속삭였는데, 나에겐 쾌재를 부르게 하는 내용이었다.

“언니를 죽인 사람만 찾아낼 수 있으면 괘, 괜찮아요....”

그 말은 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 같기도 해서 나는 일단 못 들은 척 넘겨버렸다. 다만 이걸로 진범만 잡으면 공략, 히든, 둘 다 깰 수 있다는 건 확실해졌다. 그 후 곧바로 번화가의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직 서예리가 보낸다는 차는 도착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래서 민유리와 함께 백반 집으로 핸드백을 찾기 위해 걸어갔다.

“백반 집에서는 오래 일했어?”

“네.. 우연하게 이 거리에 서예리가 가끔 산책하듯이 나타난 다는걸 알게 되서..일도 근처에서 잡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부탁이니까 그녀 집에 가서는, 기분 상하게 만드는 말투나, 호칭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진범 찾는 게 중요한 거지, 괜히 자료도 제대로 못보고 쫓겨나면 큰일이잖아?”

서예리는 항상 말하곤 했다. 주제를 모르는 행동 싫어한다고 말이다. 대뜸 그녀의 집에 까지 가서 민유리가 폐가에서처럼 서예리를 대했다가는 바로 쫓겨날 뿐 아니라, 겨우 보장받은 민유리의 목숨까지도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해두고 싶었다. 하지만 민유리는 내말에 갑자기 쿡 하고 웃어버렸다.

“오빠!! 저 사회생활 그래도 꽤 해왔다고요. 뭐가 중요한지는 알아요. 전에야 원수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고, 물론 지금도 서예리의 영향도 간접적으로 있다는 생각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내 탓도 있다는 그녀의 말도 존중해요. 그리고 이제는 진범을 찾도록 해달라고 부탁해야하는 입장이니 당연히 알아서 잘 할게요. 절 어떻게 생각하신 거예요?”

“아..그래? 미..미안..”

나는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어버렸다.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그런 대화 끝에 도착한 백반 집은 여전히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민유리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한 번도 가게를 쉰 적 없는데...”

“아, 아마도 가게 안에 그 소동이 일어났으니, 서예리가 입을 막기 위해서 조치를 취해서 그런 거 아닐까?”

“네? 그 말은, 사장님과, 사모님을 죽이기라도..”

“아냐, 일반적으로 이럴 때는 그냥 돈을 먹여서 입 다물게 하는 거 같더라고”

“그래요? 그렇다면 다행인데...문이 잠겨 있으면, 저도 열쇠는 지금 안가지고 있는데..”

민유리는 곤란하다는 듯이 가게앞에 서서,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핸드백이 지금 그렇게 필요한건 아니라서 다음에 찾자고 말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가게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그러자 웃기게도 아무런 저항 없이 문이 열려버렸다.

“어? 오빠. 열려있는데요?.”

“안 잠근 걸까? 다행이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열려있지? 아까는 잠겨있어서 만능키를 사용했었는데? 아니다, 그러고 보니 핸드폰을 찾고 그냥 나온 탓에 가게 문을 다시 잠그지 않았었다. 즉 이 문은 내가 열어놓은 상태로 쭉 유지되었다는 이야기다.

“하하하...”

먼저 들어가 버린 민유리에게 안 들리게 허탈한 웃음을 흘린 뒤에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주방 쪽을 이미 뒤져보고 나온 그녀의 표정이 이상했다.

“왜 그래? 핸드백은?”

“이상해요. 분명히 주방안쪽에 있는 보관함에 놔뒀었는데 없어요. 어제 집에서 핸드백을 안가지고 나왔나? 가지고 나왔는데..”

“어디다 흘린 거 아냐? 아침에 나랑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핸드백 가지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죠?!! 그럼 그 후에 어디다 흘린 걸 까요?”

“으음... 너 복수에 미쳐서 정신이 전혀 없었던 거 아닐까?”

나는 아무래도 그럴 꺼 같다고 생각했다. 가게에서 서예리를 본 그녀는 아예 정신이 나가버려서 내가 진실을 말해줘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나, 차에 치이질 않나, 곤란하게 만들었었다. 그러니 서예리와 내가 가게에 나타나기 전에도 원수를 갚을 생각으로 아무 정신이 없었겠지. 어디다 흘렸을 거다.

“아마도.. 솔직히 가게에서도 그렇고 기억이 애매해요. 어떻게 그 오늘 아침에 폐가에 가게 된지도 모르겠고, 폐가에서도 제가 거의 미쳐버렸단 것만 기억해요. 아마 계속 울면서 난리도 아니었죠?”

“응...”

“죄..죄송해요..”

얼굴이 살짝 빨개져서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예의바른 것 같으니라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누나가 나에게 해주듯 말이다.

“에?”

그녀는 당황한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싫은 건가 싶어서 바로 손을 때버렸다.

“미안, 너무 착한 거 같아서 나도 모르게.. 불쾌했어?”

그녀는 내말에 양손을 저으면서 부정했다.

“아니요? 그냥 놀라서.. 남자 손은 크군요..?”

“응?”

“저...아버지를 본적도 없어서... 머리를 쓰다듬어준 사람은 처음이라 놀랐을 뿐이에요..”

“그..그래?”

“네...”

“아무튼 그럼 여기엔 없으니 그냥 일단 서예리의 집으로 가자. 나중에 네 전화로 전화해서 찾아보지 뭐”

“그래요 오빠..”

우리는 결국 다시 별 소득 없이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가보니 정류장 앞에 고급차 한 대가 서있었다. 항상 서예리가 타고 다니는 중형세단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보낸 자동차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익숙한 차림새의 경호원이 옆에서 인사를 해왔다.

“모시러 왔습니다. 이 차에 타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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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이상..왜이리 느리지..업을 못하겠네요..

내 컴퓨터가 이상한건가 ㅠㅠ

아 곧 다음회도 올라갑니다. 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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