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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51화 (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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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씨?”“

“언니이...흑흑...”

마치 어린애같이 쪼그려 앉아서 울고 있었다. 이건 한동안 제정신으로 돌아오긴 힘들어 보였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서 타고 왔던 차에 끌고왔다. 울고 있는 그녀를 들어서 조수석에 태운 후 안전벨트를 매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차를 몰고 천천히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민유리는 계속 훌쩍거리더니 어느새 잠들어 버렸다. 수면스프레이 때문에 한동안 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울다 지쳐 잠든 모양이었다. 잠든 그녀는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안아들고 집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혀주었다. 여자가 이곳에 들어온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불을 덮어줬다. 한동안 깨어날 것 같지가 않았다. 볼일을 보러 나가려다가 도중에 깨어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나갔다 올 테니 쉬고 있으라는 메모지를 남겼다. 할 말이 있으니 집에 머물러 있어 달라는 부탁도 적었다. 그리고 세이브를 한 후에 집에서 나왔다. 일단 사용했던 차를 몰아서 주차금지 구역에 세워둔 후에 도망쳐버렸다. 견인되면 알아서 주인에게 연락이 갈 것이다. 그 후 번화가로 가서 핸드폰을 숨겨두었던 백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문이 닫혀있었다. [사정상 휴무입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가게 안은 깜깜했다.

그래서 만능키를 이용했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어젯밤 이후로 정리조차 안한 모양이었다. 아마 입을 막기 위해 주인에게 돈이라도 먹인 후에 이 가게도 아예 사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주인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뭐 나랑은 어찌되든 상관없는 사실이라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숨겨두었던 핸드폰을 건져 올렸다. 전원을 넣어보니 정상적으로 켜졌다. 주머니에 넣은 후에 밖으로 나왔다. 이걸로 목적은 모두 달성했다. 차를 돌려주고 핸드폰도 찾았다. 발걸음을 옮겨 바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여니 민유리가 깨어있었다. 침대에 가만히 앉아 메모지를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온 걸 깨닫고는 시선을 나에게 향하였다.

“여긴..영준씨네 집인가요?”

“네, 좀 괜찮아요?”

나는 문을 닫고 들어와서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딱히 공간을 만들려고 몸을 피한다고 하지 않았다. 옛날의 나는, 옆에 앉으면 여자가 피해버렸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죄송해요. 여러 가지로.. 아까는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아니에요. 너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녀는 얼굴을 푹 숙이더니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서예리가 언니를 죽인 게 아닌 거 같네요.... 실례지만 그 서류봉투를 봤어요.. 언니의 시체...처음 봤어요. 아무도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았을 것을..”

나는 아차 싶었다. 메모지 옆에는 누나에게 받았던 서류봉투가 있었던 것이다. 낭패였다. 갑자기 언니의 비참한 말로를 생생하게 보게 되었으니 또 마음이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또 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거짓말해서 죄송해요. 양심에는 찔렸지만, 처음으로 남을 속인 거예요. 언니의 복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행방을 묻는다고 거짓말해서...다시 한 번 사과드려요. 그 여자에게 추궁당하지 않았나요? 저 때문에?”

“아..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잘 넘어갔어요.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실은..그녀는 자길 노린 사람을 살려두는 여자가 아닌데.. 외국으로 떠나면 살려주겠다고 말했어요. 괜찮겠어요? 엄연히 살인미수를 저지른 건데, 그걸 덮어주겠다는 거니..”

그녀는 내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언니에게 가끔 그 여자 이야기를 들었을 땐, 자비 같은 거 없는 성격으로 알았는데요? 솔직히 칼을 든 순간부터 성공하던 안하던 더 이상 살아갈 생각 같은 거 없었어요.”

그건 잘 알지. 어떻게든 미리 빼내서 살려내도 결국은 실종되거나 차에 치여 죽거나, 아무튼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선택지를 통해서 진행해서 겨우겨우 이렇게 살리게 된 거지, 일반적으로 보면 죽을 운명이었다. 이 여자는.

“어차피 언니 생각나서 여기에선 못 있겠어요. 그 말대로 떠날게요. 범죄를 저지른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다고 전해주세요.”

“네? 서예리가, 비용까지 전부 대준다고 했어요. 그냥 떠나면..”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직접적으로 그 여자가 죽인건 아니라는 건 이해하겠지만, 아무튼 관련이 있으니까. 도움 따위 받기 싫어요. 저도 3년간 모아둔 돈은 있어요. 그걸로 살아가면 되니까 동정은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민유리의 표정은 매우 단호했다.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표정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뒤가 걸리는 표정이랄까. 아무래도 누가 죽였는지 모르고 떠나버리는 게 도저히 내키지는 않을 것이다.

“저기, 유리씨. 진범을 알아내고 떠나는 게 어떨까요?”

“네!?”

그녀는 내말이 매우 뜻밖이라는 듯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나에게 되물었다.

“지..진범을..어떻게 찾아내는데요? 그 여자도 조사했는데 못 밝혀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그렇지만.. 아마 그녀는 사건자체보다는, 문서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이 커요. 살인사건 자체에만 집중하면 다른 게 보일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냥 떠나면 평생 마음에 걸리는 걸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내말에 민유리는 고개를 떨구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꽈악 자신의 바지를 잡아 쥐었다.

“그..그게..가능만 하면, 뭐든지 할게요... 진범만 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뭐든지 할 수 있어요. 서예리가 죽으라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어요. 언니를 죽인 범인이 죄 값만 치루 게 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 결국에는 또 울기 시작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짐을 안고 떠나려다가 내말에 마음이 마구 요동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등을 살살 쓸어내려주었다.

“왜..영준씨는 저한테 그렇게 신경써주는 건데요? 서예리한테 살려달라고 부탁한 것도 당신이죠? 대체 왜요?”

물론 미션 때문이지만, 여기서는 좀 감동적으로 나가볼까? 이렇게 흔들릴 때 공략미션을 깰 수 있을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신경이 쓰인다고 작업을 걸었잖아요. 잊었어요? 그러니, 진범 잡으면 약속대로 데이트나 해주세요..”

“저 같은 여자한테...그럴 필요 없잖아요? 저는..영준씨를 이용했는데...”

“다 지난일이에요. 그만 좀 울어요. 하루 종일 울기만 해서, 눈물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내가 다시 등을 토닥토닥 거리자 그녀는 나를 잠시 올려보더니 다시 고개를 바닥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진범만 잡을 수 있으면, 뭐든지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건 또 영준씨를 이용하는거 같은데...”

“상관없다니까요. 언니의 복수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서 누굴 이용하는 거에 그렇게 신경 쓰면 어떻게요? 악녀가 되세요. 악녀가”

민유리는 눈가를 훔치더니 겨우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는 한참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영준씨 말대로 할게요. 그런데.. 진범은 어떻게 잡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에요. 일단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그 영준씨랑 호칭 좀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저 말 놔도 될까요? 사실 존댓말은 좀 불편해서..”

“영준씨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그 죄송해요.. 전에는 정말 언니의 복수밖에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것도 묻지 않고..”

“전 25살이요”

“아, 저는 23살이에요. 제가 동생이네요. 말 놓으셔도 되요”

쿨 하게 말 놓는걸 수락 받았다. 다행이었다. 너무 불편했다 솔직히. 존댓말에 익숙치 않다는 건 사실이다. 딱히 작업멘트가 아니다. 서예리와 만날 때는 첫 만남이 첫 만남인지라 말을 놓아버려서, 그게 그냥 쭈욱 이어져 버렸다. 만약에 그녀의 신분을 알고 만났다면, 나도 존댓말과 아가씨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아마 나한테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녀는 그런 여자니까.

“아. 고마워. 휴우. 좀 불편했거든.”

“아니에요. 정말 여러 가지로 죄송해요. 하지만, 저 오빠의 첫인상이 나쁘진 않았어요. 레시피를 핑계로 작업걸때도 그냥 연락처를 알려줘 버릴까 고민 많이 했다고요.”

뭐 그건 사실인거 같았다. 실제로 작업걸 때 호감도가 상승했었으니까. 거절당했는데도 호감도가 상승한건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그런데, 이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오빠? 나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건 태어나서 들어본 적이 없는 호칭이었다. 여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이 나를 혐오해서 오빠라고 불러준 적은 당연히 없었다. 처음들은 오빠는 참 마음을 녹여 내렸다. 오빠라는 건, 아저씨보다야 한 백배는 나은 거 같았다. 어차피 곧 이 나라를 떠날 여자기는 했지만, 잠시라도 이 순간을 만끽해야지.

그러면서 나는 스카우터를 작동시켰다. 호감도가 궁금했다.

민유리

나이 : 23세

남자친구 : 없음

직업 : 아르바이트

공략난이도 : D

사는곳 : 서울시 OO구 OO동 OO번지

전화번호 : 현레벨로는 불가

공략정보 : 지방에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중. 기본적으로 성실하다. 남친을 사귄 경험이 없다. 그것보다는 이루려는 꿈이 너무나 강대해서 아예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공략을 위해서는 그 꿈으로부터 접근해야한다.

호감도 : 80

80!! 진범을 잡아주겠다고 한 것이 많이 반영되었는지 호감도가 30이 튀어 올라 있었다. 이정도면 그냥 덮쳐도 될 것을 괜히 진범잡고 데이트 하자고 한 것 같았다. 뭔가 분위기 만들어서 넘겨버릴까?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그녀에겐 내가 멍하게 있는 걸로 보였는지 내 앞에서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정신이 있나 보려는 건가?

“나 제정신이야. 잠시 멍해서 미안해. ”

“아, 갑자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거 같아서, 미안해요. 저기 오빠? 제가 밥해드릴까요?”

뭐지 이 여자는 오빠에 이어서 꿈같은 대사를 자꾸 연발했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픈 건 사실이었고, 특히 민유리는 요리를 잘할 것 같았다. 레시피를 아무런 문제없이 적어내린 것 만해도 요리 실력이 가늠되었다. 그래서 좀 얻어먹어 볼까 싶어서 대답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데? 반찬거리를 사와야 할 걸?”

“괜찮아요. 사러 갈까요?”

“아, 그럼 혼자 갔다 올래? 나는 진범을 잡는 거에 대해서 일을 진행시켜봐야겠어. 성공하면 바로 알려줄게”

“네.. 그런데, 진범을 잡을 때 까지, 저, 이 나라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그 여자가 화내면 어떡해요? 언니가 말하길, 그 여자는 화내면 있던 산도 없애 버린다고...”

“아, 그건 일단 물어볼게.”

“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응”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에서 나가버렸다. 진범을 잡을 방법은 뭐 딱히 별거 없다. 아이템을 쓸 수 있으면 사용해서 직접 조사를 해볼 생각이었다. 아까 민유리에게 말했듯이 서예리는 정말로 딱히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으려고 하기 보단 문서 유출 건에만 매달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놓친게 있을거였다. 나는 거기에 걸어보고 싶었다.

허락을 받아서 당시의 용의자나 자료를 받아낼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다만 문제는 허락여부였다. 일단 밑져야 본전이니 전화나 해보자 싶었다.

“띨리리리리”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했다. 어젯밤에 실컷 자둔 그녀니까, 아무리 야행성이라도 지금은 깨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할 일도 있다고 했으니까 자고 있지는 않을 거다. 생각대로 금방 전화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나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면 되는 거지, 왜 전화질일까?”

받자마자 독설이 날라 왔다. 하여간 역시 이 여자답다.

“아니 그, 허락받을게 있어서”

“허락? 뭔데?”

“민유리말이야, 진범을 잡을 때까지만 외국으로 떠나는 걸 연기해줄 수 없어?”

“진범? 여태까지 조사해도 못 잡은 진범을?. 아저씨 설마, 잡을 수 없는 진범을 핑계로 그 여자를 여기 눌러 앉히겠다는 거야? 나, 그런 장난질 싫어하는데. 아저씨, 내가 그렇게 뭐든지 들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정신차려줬으면 좋겠어. 나 서예리야?”

“아니 그러니까, 내가 한번 조사해보려고, 정 그러면, 기한을 둘게. 일주일만 시간을 줘. 일주일 안에 못 알아내면, 떠나게 할 테니까”

“.........일주일?”

“응”

“내가 못 알아낸걸 아저씨가 무슨 수로? 혹시, 능력이랑 관련 있는 걸까?”

갑자기 심드렁하던 전화너머의 목소리가 호기심 넘치는 목소리로 바뀌어버렸다.

“아니 능력 같은 거 없다니까 그러네. 아무튼 뭔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접근하면 다른 게 보일수도 있잖아? 그때 자료만 좀 넘겨주면 한번 해볼게. 너한테도 나쁜 건 아니잖아? 진범을 잡으면 자연스럽게 문서를 유출한 범인에게도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내 제안에 수화기 너머로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말에 일리가 있었으므로 예리는 다행히 긍정적인 대답을 들려주었다.

“좋아. 일주일이야. 일주일 지나면, 그 여자 바로 출국시켜. 그건 절대적 조건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변경하지 않아. 알았어?”

“그래..그럼 자료는 어떻게?”

“우리 집으로와. 우리 집에서 발생한 사건이니 여기서 조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잖아? 이따가 정류장으로 차를 보낼게. 나, 바쁘니까 알아서 타고 와있도록 해”

“그런데 민유리도 같이 가도 돼? 진범을 찾는데 정말로 필사적일 것 같아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허락을 맡지 않고 데려갔다가는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알 수 없고 잘못하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도 있는 일이라 확실히 하기 위해서 질문했다.

“그러던지? 나, 그 여자한테 별로 관심 없어. 내 눈에 치이지만 않게 해줘”

========== 작품 후기 ==========

4연참이라 오타나 문맥오류 있을수 있습니다. 낮에 한번 더 다시 퇴고할 생각이니 그런게 혹시 있었더라도 걍 넘어가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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