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현실은 H게임-50화 (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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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줘”

풀어달라는 의미였기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안아든 팔을 치워서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상해. 이런 게 해방감인가? 경호원들이 없어서 그런가? 이런 건 처음이야.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내 옆에 경호원들이 떨어진 적은 없으니까.”

서예리는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신나보였다.

“그러다 또 넘어진다.”

내말에 그녀는 돌리던 몸을 멈추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귓불을 장난감처럼 주물렀다. 그러더니 그 손을 점점 내려서 내 가슴팍에서 손가락을 원을 그리면서 돌리며 말했다.

“아까말야, 아저씨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배제했다고 생각했어. 호칭이 바뀐 거 눈치 챘으려나? 하지만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나봐. 그 한마디에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완전히 아저씨를 마음속에서 밀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 그 한마디가 뭔지 알고 있어? 다시 말해봐”

요염하게 웃으면서 질문했다. 물론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예리..야?”

“눈치가 꽝은 아니네? 아까 건방지다 뭐다 했는데, 계속 그렇게 불러. 허락해 줄게. 이건 특별한 거야? 그 의미를 아저씨는 알 수 없겠지만.. 그런데 그거 알아 아저씨?”

“응?”

“나 아까 잠시 밖에 나갔다 들어왔던 거 기억나려나 모르겠네?”

잠시 밖에 나갔다 왔던 거? 그러고 보니 내 급소를 걷어차고는 자유로워졌을 때 도망치듯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적이 있었다.

“어, 기억나. 그게 왜?”

그걸 왜 묻는지 조금 떨떠름해서 내가 질문을 하자 그녀는 다시 보조개를 보이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곤 내 턱을 살짝 잡으면서 말했다.

“항상 수많은 경호원에 둘러싸이고 24시간 경호체제로 돌아가서, 솔직히 이런 납치 따위가 성공할 수는 없단 말이지? 그래서 발신기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아. 다만, 각 위치에 흩어져 있는 경호원들을 집합시킬 필요가 있을 때 신호를 발생시키는 물건은 가지고 있어. 이건, 특정한 전파를 발생시켜서, 신호를 잡아내기만 하면, 무전으로 집합하라는 걸 알리지. 일일이 귀찮게 모이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도 귀찮아서 버튼하나만 누르면 되도록 만든 거야. 난 아까 신홀르 보냈어. 즉, 곧 있으면 위치를 특정한 경호원들이 데리러 올걸? 해방감은 아쉽지만, 나, 돌아가야 해. 아저씨랑 잠깐 만난만 만나고 그 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이게 뭐람? 아 맞다. 그리고 아저씨가 내 맘을 바꾸지 않았으면, 결국 아저씨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거야. 뭔가 시간에 여유로워 보이던데, 사실은 아슬아슬 했다는 소~리? 훗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항상 보면...”

“내려가자, 아저씨. 나, 짜증나던게 좀 괜찮아졌어..”

뒤통수에 망치를 맞은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나두고 그녀는 혼자서 집 쪽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하늘에서 헬기소리가 들려왔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뒤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내려와 보니 이미 집은 경호원들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명령을 한 듯 납치의 주범이라고 생각할 나에게 총을 겨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저씨, 시간이 별로 없으니 저 여자 깨워서 대려와. 유나에 대해서 말해 줄 테니”

그 말에 나는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폐가로 들어가서 잠들어 있는 민유리에게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했다. 그러자 민유리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이 부신지 떴던 눈을 계속 깜빡거렸다.

“여긴 어디에요..? 저 분명히 식당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잘 들어요. 유리씨. 지금 밖에 서예리가 있어요.”

“네!?”

내말에 민유리는 표정이 험악해져서는 바로 뛰어나갈 것처럼 했으나, 물론 밧줄에 묶여있어서 무리였다. 그걸 깨달은 민유리가 나에게 소리쳤다.

“이거 풀어줘요. 저, 그 여자를 죽여야 하니까..!!”

“잠깐만요. 서예리는 범인이 아니에요. 여기에는 다른 내막이 있어요.”

“그럴 리가 없어요!! 믿을만한 사람에게서 들었어요. 그날 언니가 저 여자가 아끼는 물건을 부셔서, 홧김에 죽이고는 사건을 은폐했다고. 실제로 시체도 가족 손에 돌려주지 않고 처리해버리고 아무리 요구해도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경찰에 매일 찾아가도 수사가 끝났다는 소리만 할뿐, 저 여자가 압력을 내렸겠죠!!”

“진정하고, 사건을 다시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원한은 그때 가져도 늦지 않아요. 서예리는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명령했어요. 그 말은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는 뜻이죠. 지금 이건 미심쩍은 부분이 있는데도 억지를 쓰고 있는 거 밖에 되지 않아요. 유리씨.”

“헛소리!! 그런 걸 어떻게 믿어요?”

“일단 서예리가 민유나씨에 대해서 말해준다니까 들어보고 판단하지 않을래요?”

“싫어요..어차피 헛소리만 늘어놓을 게 뻔해. 이거 풀어요. 빨리..!!”

전에도 그랬지만, 절대로 서예리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무슨 세뇌를 받았기에 이렇게 완강한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정 좀 해요!! 들어보지도 않고 판단할 수 있어요? 믿을만한 사람? 아무리 그래도 타인이에요. 한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할 단순한 사건이 아니에요. 저도 그 사건파일을 봤는데, 죽은 사람은 더 있어요. 이건 뭔가 큰 내막이 있다고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일단 들어보고 결정해도 되잖아요?”

자길 살리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계속 악을 쓰면서 듣지를 않는 그녀에게 나도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고, 그녀는 벙찐 표정이 되었다. 물론 히든미션을 공략하기 위해서이긴 했지만, 죽지 않게 노력한건 사실이다.

그러자 다행히 민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긍정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묶인 그녀의 몸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풀어주자마자 서예리를 향해 달려든다던지 돌발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은 생긴 듯 가만히 나를 따라왔다.

“아저씨, 나 바쁘다니까. 왜 이렇게 꾸물거려?”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다 지친 얼굴을 하고 서예리가 따지기 시작했다. 나는 손을 모으면서 봐달라는 표시를 하고 그녀와 함께 서예리 앞으로 가 멈춰섰다. 경호원들이 민유리를 향해 순간적으로 총을 겨눴지만, 서예리는 내리라고 명령했다.

“민유리? 니 행동은 용납할 수 없지만, 앞에 있는 남자 때문에 설명을 해주는 거니 잘 들어”

“사실 그날일은 나도 잘 몰라, 외국에 출장을 갔다 오니 고용인이 3명이나 죽었다고 들었어. 그래서 조사를 시키니 사인 외에는 알 수가 없었어. 다만 죽은 남자 중 한명이 기밀문서를 가지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조사해보니, 그 남자가 기밀보관소에 들어갔던 건 틀림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덮어버렸지. 하지만 최근에 그 기밀문서가 유출된 걸 발견했어. 아무리 우리라도 나라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 아니라고? 반대편은 항상 있지. 정계에서 말이야. 할아버지의 권력을 노리는 반대쪽 진영으로 추축은 되지만, 아무튼 유출된 문서가 그들 손으로 흘러 간 것 같아. 그래서 대체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다시 조사를 시작 한 거야.”

“우....웃기지마..언니가..언니가..그럼 니들 권력놀이에 희생되었단 말이야? 결국은 니가 죽인거나 다름없잖아..!!”

“그건 운명 아니야? 우리 집에서 일한다는 건 급료가 높은 만큼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고? 유나는 그걸 충분히 이해하고도 일을 한 거니 내가 죽였다는 건 웃기는 소리야. 네 언니, 나에게 좀 과한 충성을 보여서 귀찮기는 했지만 맘에 드는 하녀 중에 하나여서 실제로 휴가를 달라고 하도 부탁해서 승낙해준 것도 나였다고? 그리고 그거 알아? 항상 동생을 입에 달고 살았어. 그래, 우리 집에서 일하게 된 것도 순전히 돈을 많이 벌어서 너를 성공시키겠다는 꿈 때문이었지. 그러니, 우리 집에서 죽은 게 원인이라면, 그건 너에게도 책임이 있는 거잖아? 알겠어?”

서예리는 매우 잔인한 말을 민유리에게 내뱉기 시작했다. 그건 민유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말이었다. 민유리는 급기야 계속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니..는...그럼 누가..언니를 직접적으로 죽인 건 대체 누군데...왜 그걸 안 밝혀 낸 거야..왜 덮은 거냐고!!”

“알아낼 수가 없었으니 덮은 거지. 이제 와서 다시 꺼낸 건 아까도 말했지만, 어떻게 유출 된 건지 알아야 되니 전체적으로 재조사를 시작 한 거고”

“웃기지마...언니...언니이...”

민유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급기야 울기 시작했다. 언니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향할 곳이 없는 듯 했다.

“잠깐만, 그러면 예리야 너도 진범을 모른다는 거야?

내말에 경호원들이 흠칫 놀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내말에 서예리보다 경호원들이 더 반응을 한 것이다. 왜들 저래? 방금대사에 놀랄만한 거리라면, 아마도, 예리라는 이름 때문이겠지. 하지만 물론 그게 대체 무슨 큰 의미가 있기에 저렇게들 놀란 표정인지 이때의 난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런 경호원들을 나무라면서 서예리는 말했다.

“응, 기가 막히게 증거를 숨겨서 흑막은 밝혀내지 못했어. 집에 잠입해 있던 스파이 짓이겠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밝혀지지가 않아서, 그때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오래된 고용인을 제외하고 집에서 일하는 사람을 몽땅 갈아치웠기 때문에 지금은 집안에 범인이 있을 리는 없어. 그리고 흑막을 알았다면, 그걸로 역공을 펼쳐서, 큰 타격을 줬을 거라고? 하지만 누가 유출시킨 건지 흔적이 너무 없어. 아무튼 상황을 보면 유나는 보지 말아야할 장면을 봐서 살해당한 거 같아. 살인멸구의 피해자긴 해. 그래서 더더욱 외부로 시신조차 유출할 수 없었어. 아무튼 그렇다는 거야. 그러니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여자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 아저씨.”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경호원들과 폐가에서 떠나버렸다. 하지만 돌아가는 줄  알았던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왔다. 따라오는 경호원들까지 제지시켰다. 그리고 나를 잡아끌더니 폐가 구석으로 나를 몰아서 아무도 에게도 들리지 않게 내 귀에 속삭였다.

“아저씨..그런데, 경호원들이 말하길, 내가 납치된 상황을 깨닫지도 못했고, 정신을 차리니 내가 사라졌다고 하던데...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하지만 혹시 초능력자 같은 거야? 아니라면 도무지 말이 안 돼. 나를 그 상황에서  빼돌릴 방법 따위 현실적으론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그것도 뭐 좋아. 내가 이름을 허락한 남자가 평범한 남자라면 그것도 왠지 지루하잖아? 어차피 사실을 말해줄 생각은 없을 테니 오늘은 물러날게. 하지만 나, 밝혀 낼 테니까? 이런 재밌어 보이는 거 그냥 둘 수 없잖아? 물론 경호원들 입단속은 시킬 테니 걱정하지 마. 나 혼자 아저씨를 관찰한다는 뜻이야. 아저씨를 잡아가서 해부라도 하겠다는 게 아니니 겁먹지는 마? 후후. 아무튼 아저씨는 재미있어. 나를 항상 두근거리게 해.”

그렇게 말하면서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달려가더니 이번에는 진짜로 사라져 버렸다. 나는 얼빠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선택지 3번의 압박감 떄문에 급하게 납치를 하면서 너무 무모했나 보다. 그녀는 칼에 맞아 정신을 못 차리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상함을 눈치 못 챌 줄 알았는데,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실제로 뭔가 초능력 같은 걸로 예상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적이 아니다. 비밀을 알게 되도 상관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기분이 상하면 죽이겠다고 난리치기도 하지만 그건 그녀의 성격이지 게임과 관련된 게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거대한 경험치를 선사하기도 하고, 사이비종교 때같이 공략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러면 오히려 비밀을 알게 되면 도움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오히려 게임에 대한 걸 말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그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하지만 좋아한다고 모든 걸 줄 것 같은 여자는 아니다. 그리고 먼저 게임에 대한 걸 고백할 생각은 당연히 없다. 강제력이라도 발생하면 큰일이니 말이다.

이러니 그녀가 내가 이상한 능력이 있다는 걸 확신해 버린 지금을 없던 걸로 돌리는 로드는 별 의미가 없었다. 선택지3번을 출현시킨 게임의도가 바로 이거라면 로드해봤자 결국엔 또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선택지의 출현과 함께 이상하게 자유도가 없었다.

하지만 게임이 그녀와 계속 엮이게 하는 의도. 게임시스템의 의도가 궁금했다. 서예리가 완전클리어의 키를 잡고 있다는 걸까? 계속 엮이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보였다.

갑자기 완전 클리어의 조건이 떠올랐다. 그것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아직까지도 실마리가 안 잡히는 완전 클리어의 조건. 그리고 계속 끼어드는 서예리.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기분이다. 뭔가 엮여 있으니 이번사건이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 비밀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이른바 단서부족이다. 하지만 분명히 확인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을 것이다. 단서는 앞으로 나타나겠지. 클리어 불가능한 게임이 아니라면 말이다. 일단 더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라서 넋 놓고 있는 민유리에게 다가갔다. 이 여자는 납치된 상황 따위는 머릿속에 있지도 않아 보였다. 그저 언니만을 중얼거렸다.

레벨.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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