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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44화 (4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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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계속 울먹이면서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그걸 물어보고 싶었으면 어제 그 자리에서 물어봐도 되지 않았나? 그때는 그녀가 그녀라는 확신이 없었나? 조금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무시할 정도로 간절한 모습에 진심이 담겨 있어 보였다.

“그만 울어요, 가족 누구의 행방인데요? 제가 물어봐줘도 되는데.”

“아..아니에요!! 꼭 직접 물어봐야 되요.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에 그분을 모시고 제가 일하는 곳으로 밥을 드시러 오면 안 될까요? 제가 다 살 테니까 그냥 모시고만 오면 되요.”

뭐 그녀의 부탁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 서예리와 둘이서 밥을 먹는 건 3번이나 해본 적이 있고, 김밥을 먹을 때에도 그녀는 딱히 전혀 거부도 하지 않고 순순히 들어주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밥을 먹자고 하면 같이 가주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메뉴를 내가고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설렁탕도, 김밥도, 호텔도, 모두 그녀가 메뉴를 정했었다. 다만 충분히 시도는 해볼 수 있는 부탁이었다. 딱히 목숨을 걸만한 부탁도 아니고, 쉽다면 쉬웠다.

그럼 그걸 들어주면서 데이트 약속이라도 잡아볼까? 이게 바로 공략의 실마리가 아닌가 싶어서 나는 계속 울고 있는 민유리에게 슬쩍 물었다.

“좋아요. 확실한 건 없지만, 그녀에게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말은 해볼게요.”

“저..정말요!!?”

얼굴이 환해져서 나에게 소리쳤다. 울다가 웃으면 뿔난다는데, 그녀의 얼굴은 정말로 기뻐보였다.

“대신에,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면, 저랑 데이트 해주실 수 있어요? ”

“네? 그..그건... 죄..죄송해요. 그러면 절 팔아서 부탁한 게 되잖아요? 그리고 아마도 못 들어드릴 약속을 해버리고 싶지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끝까지 방어력이 견고한 여자였다.

“그래서 말했잖아요. 다 잘되면, 그때 데이트를 해달라는 거지, 만남이 실패하거나, 이야기가 잘 안 풀리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마세요”

내말에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는 거 같더니, 손수건으로 얼굴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다 잘되면요?”

“네”

“어쩔 수 없네요. 전에도 연락처도 못 알려드리고, 지금 또 갑자기 연락해서 염치없는 부탁드리고, 정말정말 죄송하고, 그러니까, 모든 게 잘 되면 그때는 데이트 할게요. 그걸로 된다면 얼마든지..”

후유. 조금 애매하긴 했지만 데이트의 승낙을 받아내었다. 연락처도 모르던 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건 왠지 서예리 덕분에 민유리의 연락처도 받아내고, 데이트 약속까지 잡은 것 같았다. 역시 서예리는 치트키 같은 여자다.

“그럼 오늘 저녁시간 때 와주시겠어요? 기다릴게요. 혹시, 무산되면 연락주시고요”

“네, 알겠어요. 일단 그녀에게 연락해보고 문자드릴게요”

“네! 그럼, 그 죄송한데 저는 일 준비하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 네, 나가죠. 그럼”

나는 그녀와 함께 커피숍에서 나왔다. 그런데 이제 10시를 향해 가는데 벌써부터 알바를 하러 가나? 하지만 뭔가 서두르는 것 같아서 그대로 작별을 하였고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버렸다.

도로에 서서 가만히 그녀의 부탁에 대해서 정리를 시작했다. 서예리에게 뭔가를 물어보고 싶다는 그녀. 가족의 행방이라고 했다. 사실일까? 표정이나 말투 등을 보면 간절함이 묻어 나와서 사실인거 같긴 했지만 일단 서예리에게 연락하는 건 민유리의 집을 뒤져보고 정하자 싶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증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그녀의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면 서예리에게 부탁하는 게 한결 더 마음 편할 것이다. 설마 원한관계 같은 건 아니겠지? 뭐 원한관계라고 해도 경호원이 항상 지키고 잇는 그녀인지라 백반집에 그녀를 데려간다고 해서 해를 끼칠 수 있다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녀의 집은 주택가에 있었다. 주소를 보아하니, 1층은 주인집이고, 2층은 개조해서 세를 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세놓은 방중에 하나를 쓰는 거 같았다. 주소는 203호였다. 근데 집 앞이 왜 이리 더러워? 쓰레기 수거를 안 해갔는지 쓰레기봉투 천지였다. 계단 옆에 쌓여있는 쓰레기봉투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나는 2층으로 올라갔다. 203호실 앞에서 일단 혹시 모르니 세이브를 하였다. 그리고 만능키를 사용하여 방안으로 들어갔다. 주방과 거실이 합쳐진 것 같은 좁은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방하나, 화장실이 다였다. 좁은 평수에 방과 화장실, 주방까지 있으려니 엄청 좁아보였다. 살펴보니 주방은 상당히 깔끔했다. 설거지를 해놓은 듯 그릇들이 깔끔하게 포개져 있었고 세제나 다른 주방도구들도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냉장고안 에도 그녀가 항상 요리를 한다는 걸 증명하듯 신선한 채소나, 계란 등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주방의 깔끔함을 제외하면 다른 건 딱히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서 장소를 옮겨 화장실에 들어가 보았으나, 샴푸와, 바디로션 등이 예쁘게 나열되어 그녀의 꼼꼼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이불이 깔려있었다. 침대는 없는 듯 했다. 화장품이 놓인 조그만 선반과, 이불, 그리고 옷장이 전부였다. 뭐 지방에서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그녀의 상황이라면 딱 그에 맞는 것 같은 방의 상태였다. 옷장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실망해서 화장품이 놓여있는 선반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게 거의 마지막이었다. 딱히 더 뒤질만한 가구나 뭔가가 있지를 않는 집이었다. 다행히도 선반의 서랍에서 편지가 한 장 나왔다. 나는 꾸겨지지 않게 조심해서 편지를 펼쳐 읽어보았다.

[사랑하는 유리야.

언니는 여전히 잘 있어. 우리 유리도 공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언니는 돈을 버는 이유가 오직 우리 유리가 성공하길 바랄뿐이라는 거 알지? 요번에도 월급이 나와서 돈을 부치니까 학원비랑 교재를 아끼지 말고 사렴. 그래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올라와 언니랑 자주 만나야지? 많이 보고 싶다 유리야. 좀 있으면 휴가를 받을 것 같아. 그때 내려 갈 테니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요즘은 워낙에 바빠서 자주 전화통화도 못해서 속상하지만 곧 만날 수 있을 테니 언니도 힘을 낼게.]

짤막한 편지였다. 설마 이 편지의 주인이 실종되었다는 가족인가? 그렇다면 저렇게 간절하게 행방을 알고 싶은 게 당연하기도 했다. 편지만 읽었을 뿐인데도 동생을 향한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언니의 행방을 모른다니 당연히 행방을 찾는 게 꿈이 될 수도 있겠지. 더불어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알바로 돈을 벌면서 남은 시간은 언니를 찾는 데에 쏟아 붓는 게 아닐까?

왠지 딱한 마음이 들었다. 수상한 점이 없는 것 같아서 서예리에게 부탁을 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신호가 아무리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야행성이라고 강조했고, 언제나 만나는 것도 거의 새벽이나, 밤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 시간에 일어나 있을 리는 없었다. 해가 넘어가면 다시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민유리의 집에서 나왔다.

현재 시간은 2시정도를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까지 일단 시간을 죽이려고 돌아다녔다. 4시간을 흘러 보낸 후, 6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나는 다시 한 번 전화를 시도했다.

“띠리리리리리”

하지만 여전히 받지를 않았다. 필요할 때는 전화를 안 받고, 필요 없을 때는 전화해서 괴롭힌다. 하여간, 안 맞는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한 시간 정도 더 있다가 전화를 하자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끊어버렸다. 그런데 끊자마자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비통지였다. 누군지는 뻔해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저씨... 나, 야행성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나? 왜 이렇게 전화질이야? 나, 자고 있을 때 깨우는 사람 상당히 싫어해.”

“지금 이미 저녁시간인데 일어날 때가 되지 않았어?”

“그걸 왜 아저씨가 정해? 언제 일어나건 그건 내 마음이지. 아저씨 건방져?”

“아예. 그러시죠. 그러면 이따 전화드릴 테니 더 주무시던가요.”

“용건이 뭔데?”

“용건?”

“용건이 있어서 전화했을 거 아냐. 아저씨 설마 시시한 말을 할 생각은 아니지? 그날 내가 봐주겠다고 하긴 했는데 나, 기어오르는 행동 까지 묵인할 생각은 없다?”

“그냥 전화 하면 안 되냐? 목소리를 듣고 싶달까? 그때 노래할 때도 목소리 엄청 좋던데...”

“..............”

내말에 그녀는 갑자기 아무 말이 없었다. 너무 대담한 말이었나? 기어오른다고 하질 않나 시시 하다느니, 이런 소리를 하니까 한방 먹여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 건데, 너무 오글거리는 대사를 말한 것 같기는 했다. 후회하면서 말을 어떻게 정정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침묵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는지 말소리가 들렸다.

“아저씨의 웃기는 노래 실력이 생각나니까, 그때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좋지 않아? 생각나잖아 푸하하하.”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한다는 말이 내 노래실력에 대한 비판이었다. 뭔가 말을 돌린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더 파고들어 봐야 노래 실력에 대한 비웃음만 더 당할 거 같아서 할 수없이 용건을 꺼내 들었다.

“지금 나오지 않을래? 밥 좀 같이 먹어야겠어. 아무것도 묻지 말고 같이 밥을 먹어주면 안될까? 아니..안될까요?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민유리를 위해 처음으로 아가씨라는 말까지 꺼내면서 말했다. 그녀를 부르는 호칭은 거의 야, 라든지, 너, 라든지 가끔 가다 서예리라고 소리친다던가 하는 게 전부였다.

“뭐? 바압? 정말 시시하기 짝이 없는 말이네. 그리고 답지 않게 저자세야? 그리고 아가씨라고 부르는 건 그만두지 않을래? 아저씨가 부를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고”

“그래....”

말투가 나올 생각이 없는 거 같아 보였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야 되나? 하지만 고민할 사이도 없이 다시 그녀의 대사는 이어졌다.

“정류장으로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자그만 반전이었다. 딱 봐도 욕먹고 전화가 끊길 줄 알았는데 다행히 나오시겠다는 그녀였다. 원래 여자의 마음이란 알 수 없는 때가 많다고 그러지만, 이 여자는 특히나 한 100배는 더 알 수가 없다.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내가 부른 주제에 늦는다면 뭔 소리를 들을지 상상도 가지 않아서 빠르게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일어난 거 같은데 벌써 나타 날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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