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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32화 (3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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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서죄송, 이전편이랑, 합쳐서 한편인데 무리해서 자르다보니..

하하하...따라서 내일 낮에 한편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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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서예리가 그전과 같이 벤치에 앉아서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대사는 달랐다.

“아저씨, 아슬아슬했어. 목숨은 건졌네?”

하지만 저번에는 2분이나 늦었는데 안 죽였잖아? 목숨은 건졌다니, 협박은 하여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벤치에 앉았다.

이후는 똑같았다. 달라진 건 없었다. 하지만 이왕 로드한 거 이번에는 현실을 조금 바꾸고 싶었다. 그래, 그 무의미한 약속을 되돌리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손해가 큰 약속이다. 변덕이 심한 이 여자에게 함부로 목숨을 거는 약속을 한 건 자살행위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지? 이미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고민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우리는 야식집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로드전과 달라진게 또 있었다. 계산을 그녀의 경호원이 했다. 이번에는 내가 늦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밥을 사라는 내 말에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승낙했다. 부르자마자 총알같이 나타나서 그런지 로드 전보다 기분이 훨씬 좋아보였다.

그럼 기분을 이대로 상하게만 하지 않으면, 그녀를 나두고 혼자 맨션으로 가는 것도 흔쾌히 승낙해 주지 않을까? 도전해봐서 나쁠 것은 없었다. 로드 전을 떠올려 보았다.

그녀는 내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핸드폰을 신경 쓰면서 이수연에게 전화를 하자, 딴 짓을 한다며 급격하게 분노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차피 이수연이 죽어있는걸 알기에 딴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핸드폰은 꺼내지도 않고 서예리에게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는 계속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내가준 스타킹은 잘 가지고 있어?”

그건 어디서 들어봤던 대사였다. 내가 딴 짓을 하지 않아서 쓸데없는 대화가 건너 띄어지고  바로 이 질문이 나온 모양이었다. 일단은 로드전과 똑같이 대답을 했다.

“응, 귀한 대접을 받고 계시지.”

“그래? 나, 누구한테 선물준거 처음이야. 그거 잊어버리면 나, 진짜 화낼지도 몰라”

그러면서 또 웃기 시작했다. 지각을 하지 않고, 야식집 앞에서도 딴 짓을 안 하고 무사히 넘겼더니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사망플래그를 계속 피해간 덕분인가 보다. 고작 2분의 지각과, 다른데다 전화한번 했던, 사소한 딴 짓을 안했다고 이렇게나 상황이 바뀌다니 놀랄 노자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자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선물이라는 단어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침 바지주머니에 반지가 두 개 있었다. 4만원을 주고 구입한 해골모양의 반지와, 이수연에게 선물 받은 이상한 문양의 반지였다. 이상한 문양이기는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나름 괜찮은 디자인이었다.

나도 선물이라며 뭔가를 주면 좀 더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스타킹을 선물이라면서 강조하는 걸 보니 자신한테도 뭔가 내놓으라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주머니에서 두 개의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게 뭐야?”

그녀는 내가 주머니에서 꺼낸 반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녀의 눈앞에 가져다 보여주었다.

“나도 스타킹을 받았으니까, 나도 뭔가 선물을 할까 해서, 물론 모든 걸 가진 너에게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거 둘 다 수제품이야. 다른데서 구할 수 없는 거라니까, 하나 줄게. 나눠서 가지자”

“어머? 반지주면서 프러포즈 하는 거야? 푸훗, 아저씨, 지금 너무 기고만장 한 거 아냐? 주제를 알라는 말이 있는 거 알아?”

“프...프러포즈라니!! 껴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선물이야 선물”

“그건 그래, 나, 이런 센스 없는 반지 처음 봐. 아저씨답게 구리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는 내 손에서 반지 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른 것은 이상한 문양이 있는 반지였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큰맘 먹고, 받아줄게. 영광으로 알아. 나, 선물 같은 거 받고 그러는 여자 아니야, 오히려 싫어 한 달까? 후후”

그러면서 손가락에 반지를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의 작은 손가락에는 맞지 않았다. 남자용이라서 너무 컸다. 하지만 별 상관없다는 듯이 그걸 그대로 움켜쥐었다. 얼굴표정은 여전히 웃고 있어서 안심이었다.

“서..선물을 받았으니 부탁이 있는데..”

슬슬 시간이었다. 이제 곧 맨션에 누나가 나타날 시간이다. 아까랑 똑같은 선택지를 위해서는 미리 가서 있어야 했다. 표정을 살피니 괜찮아 보였고, 그래서 부탁을 시작했다.

“사실 처리할 일이 하나 있어서, 먼저 보내주면 안될까?”

그러자 서예리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면서 나를 노려봤다. 젠장, 그렇게 기분이 좋아 보이더니 로드전과 아무것도 안 바뀌는 거야? 허탈해지려고 하는 나를 향해 그녀가 말했다.

“내가 가라고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가겠다는 말이야? 나, 그런 거 허락해본 적 없어. 내가 허락하지 않았는데 먼저 가는 건, 죽어서뿐이려나.”

냉정하게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아저씨, 건방지다. 고작 이런 거 줬다고 나한테 부탁을 할 수 있는 입장이 된 거라고 생각한 거야?”

오히려 아까보다 더 말을 심하게 하는 거 같은데? 어이어이. 너무하잖아. 이 여자. 나는 맨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목숨을 담보로 해서 지루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여기서 벗어나야 하나 싶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나를 보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아저씨, 얼굴표정이 왜 그래? 울 것 같은데? 농담이야 농담. 나, 오늘 기분이 많이 좋아. 그러니까 파격적이지만, 부탁을 들어줄게. 많이 급한 일이야?”

“으으응...”

나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리고는 주먹을 그녀 몰래 움켜쥐었다. 성공했다는 제스처였다. 그렇다. 바뀐 것이다. 현실이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기뻤다.

그녀의 기분을 안 좋게 만드는 플래그를 밟지 않은 결과였다. 선물은 도움이 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도 나, 예상이 한번 깨졌어. 솔직히 갑자기 반지를 들이밀지는 정말 전혀 예상조차 못했어. 비록 이상한 반지지만 말이. 재밌어. 아저씨는 역시 지루하지 않아. 후후후”

아무래도 반지도 큰 도움이 된 모양이었다. 예상을 깨버렸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래서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뭐해? 바쁘다면서? 아저씨, 가보라고 할 때 가는 게 좋을 텐데?”

“그..그래, 미안, 먼저 가볼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를 뒤로 하고 차도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택시를 잡아탔다. 다행이었다. 솔직히 그 목숨을 건 약속은 너무 자신이 없었다. 그 약속대로라면 분명히 또 죽음의 위기가 여러 번 찾아 왔을 것이다.

지금이 로드전 보다 훨씬 나았다. 다시 이렇게 만들기도 힘들 것 같아서 일단 세이브를 해버렸다. 어차피 로드해도 그녀의 죽음은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상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맨션으로 돌아갔다. 어느 정도 기다리려니 역시나 누나가 들어왔다. 아까는 미쳐 문을 못 잠갔고, 그 덕분에 누나가 아무 어려움 없이 들어왔었지만, 이번에는 일부러 문을 열어뒀다. 그리고 무형검을 불러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한 후 갑자기 검을 내리치는 누나의 검을 받아냈다.

“누나?”

“동생아?”

“여기에 왜 네가 있어?”

“의뢰 때문에..”

그 이후도 로드 전과 똑같았다. 누나는 시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색빛의 세상이 찾아오더니 선택지가 나타났다.

[선택.1 여기서 나간다]

[선택.2 유지연과 섹스한다]

아예 로드를 한다는 선택지는 사라져 있었다. 그 선택지는 완벽히 함정이었다는 소리겠지. 한정되어 있는 남은 시간을 소비하게 만드는 함정 말이다. 그 로드가 정답이었으면 다시 똑같은 선택지가 눈앞에 나타났을 리는 없었다.

레벨.5 문양의 비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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