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현실은 H게임-30화 (3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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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저번편 마지막부분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연일 연참을 하다보니 정신이 조금 나갔던것 같습니다.

이번화는 저번화 뒷부분이 조금 겹칩니다. 중요한 부분을 수정했기 때문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연참을 했으니까 봐주세요 ㅠㅠ

아 그리고 LegendaryMyth님 쪽지좀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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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녹음기]

[녹음하고 싶은 장소에서 사용을 터치하면 설치.]

[이후에 해제 할 때까지의 해당 장소의 모든 소리가 녹음됩니다.]

[각종의 소리를 구분해서 원하는 부분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원하는 소리를 선택하면 그 소리가 문자로 전송됩니다.]

실종자를 찾는 데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원하는 사람의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필요해 보였다. 일반 녹음기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각종의 소리를 구분해서 들을 수 있으면 하루 종일 녹음한 긴 파일도 금방 확인이 가능 할 것이다. 은근히 유용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선글라스를 터치했다.

[선글라스]

[까만 선글라스, 까맣기 때문에 모든 아이템의 효과를 무효화 합니다.]

뭐 이런 쓸데없는 아이템이 다 있어. 혈압이 높아지는 걸 느꼈다. 나는 급 실망해서 아이템창을 치워버렸다. 선글라스가 3가지 중에서 제일 비싼 아이템이라 나름 기대했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사용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효과를 무효화해서 어쩌겠다고? 돈 낭비였다. 결국 아이템으로 실종자를 찾는 건 힘들어 보였다. 열 받아서 확 책과 향수를 질러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착잡한 마음에 일단 녹음기나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로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로드하면 아이템까지 사라진다. 그녀는 이미 내 얼굴을 보았다. 로드를 안 할 수는 없었다. 바보 같은 실수로 돈을 날린 것 같았다. 로드를 한 후에 이어폰만 재구입 해서 다시 한 번 침입 할 수밖에 없었다. 선글라스와 연필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으니 필요할 때 재구입하면 된다. 선글라스는 뭐 의미도 모르겠고.

일단 로드해서 다시 이어폰을 설치해서 집안을 녹음한 후 좀 더 정보를 얻어내 보고도 성과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나는 진짜 해결사다. 아마도 사람을 찾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것 이다. 누나가 도와달라는 건 거부한 주제에 부탁을 하는 게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 이 빌어먹을 게임에서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니 어쩌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잠들어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차피 로드할 거 아무런 성과도 없었으니 수면스프레이 행위제한이라도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행위제한은 딱히 공략에 필요는 없지만 서도. 그냥 왠지 확인해 두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눈앞에 알몸의 여자가 있는데 덮치지도 못하는 현실상, 만지기라도 해봐야지.

아까 수건으로 몸을 닦을 때는 직접 손을 대지 않았다. 이번에는 가만히 그녀의 작은 가슴을 눌러보았다. 하지만 역시 너무 작아서 감흥이 없었다.

강간은 불가능하다. 행위제한은 유사성행위까지 불가능할까? 그런 생각에 바지를 내리고 물건을 꺼내보았다. 그러고 보니 크기를 늘리고 확인도 안했다는 게 떠올랐다. 그녀의 잠든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조금씩 물건이 부풀어 올랐고, 결국 완전히 발기했다. 크기는 15Cm정도? 굵기도 늘어나서 좀 우람해 보였다. 그럼 크기99는 한 40~50cm 되는 거 아냐? 그걸 어떻게 사용해?

그래도 새끼손가락 크기만 하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나게 커진 나의 물건에 흡족하면서 나는 잠들어 있는 그녀의 앙증맞은 입술에 물건의 끝을 가져다 대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대로 손으로 입을 벌려서 집어넣으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이빨이 닿아서 아팠다. 이건 아닌 거 같았다. 가슴이라도 좀 더 크다면, 가슴에 끼워보기라도 하겠는데 그것도 불가능했다. 물건은 흥분되는데 처리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결국 생각한 것은 가랑이 사이였다. 다리를 오므려서 음부와 가랑의 틈에 물건을 밀어 넣었다. 이외로 기분이 좋았다. 실제 섹스시의 조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음부에 스쳐서 망상에 의한 흥분이 부풀어 올랐다. 조금씩 사정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제력이 발동한 건 그때였다. 문밖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몸을 포개기만 해도 경찰이 출동했던 때와 달리 행위제한이 좀 더 자유로워졌지만 그럼에도 몸을 사용하는 건 안 되는 것 같았다. 사정을 포기하고 그대로 로드창을 불러냈다.

[로드하시겠습니까?]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 뭐있나? 나는 바로 로드창을 터치했다. 그리고는 그녀의 집 앞으로 하얀 배경과 함께 이동되었다. 뭔가 무지막지하게 허무했다. 죄악감까지 생겨났다. 자위를 하고난 뒤의 현자타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수면스프레이의 행위제한은 왠지 지겨워졌다. 역시 수면스프레이는 그냥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래도 이어폰은 사용해야 하니, 현자타임을 이겨내고 일단 소지아이템을 불러냈다.

[소지아이템]

[Lv.5 스카우터]

[만능키]

[수면스프레이]

[카메라]

[망원경]

[무형검]

당연히,[선글라스] [안경] [이어폰] [연필]이 사라져 있었다. 엄청난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타는 듯한 기분으로 이어폰만 재구입했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했다.

[남은횟수는 28번입니다.]

횟수가 너무 늘어나서 이제는 신경도 안 쓰이는 문구를 뒤로 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물소리가 들렸다. 로드 전과 똑같이 그녀는 씻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이어폰을 터치했다.

[이어폰을 사용하시곘습니까?]

터치해서 이어폰을 설치했다. 혹시라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소리가 안 나게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다음 창이 나타났다. 아이템 설명 그대로였다.

[원하는 소리를 떠올려 주세요]

으음, 당연히 사람의 말소리가 필요하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떠올렸다.

[완료되었습니다. 말소리가 문자로 전송됩니다.]

그리고는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기 전에 빠져나왔다. 일단 집에 가서 녹음기가 녹음한 소리를 문자로 전송해 주는 걸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자빠졌다. 그리곤 일단 이어폰을 보존해야 하니 세이브창을 불러내 세이브를 완료했다.

핸드폰을 열어서 집에 오는 동안 전송된 문자가 없는지 확인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별로 혼잣말을 안 하는 스타일 인 것 같았다. 그 대신 그녀가 커피숍에서 보낸 남친과 같이 찍은 사진이 전송되어져 있었다. 배경이 바다인걸 봐서는 놀러가서 찍은 것 같았다. 하지만 사진을 본다고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 기다려도 녹음된 말소리가 전송되어 오는 일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을 침대위로 던져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마디도 안 하는 거 아닌가? 이상해서 던졌던 핸드폰을 다시 들고 전화를 걸어보았다. 받으면 남친 때문에 물어볼 게 있다는 핑계를 댈 생각이었다. 그녀가 말을 하면 [이어폰]의 녹음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도 확인 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전화는 계속 통화연결음만 울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받지 않아서 통화를 종료해 버렸다.

잠에 든 건가?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빨리 잔다면 잘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뭔가 찝찝했다. 한 번 더 전화를 해보려는데 먼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부재중 통화를 확인하고 전화를 한 건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창을 보았다. 하지만 발신인은 다른 사람이었다.

창에 나온 건 비통지번호였다. 이수연이 아니었다. 누군지는 뻔했다. 안 받으면 안 될까? 당연히 안 되겠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광고문구가 떠올랐다. 엿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무슨 수로 즐겨?

“여보세요?”

마음은 그랬지만, 목소리는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아저씨, 당장 나오는게 좋을거야”

“뭐? 그게 무슨...”

“나, 두 번 말하는거 싫어해”

그리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니 어디로 갈지는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솔직히 짐작은 갔다. 우리가 만난다면 그곳이지 뭐. 투덜거리면서 터벅터벅 항상 만나던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 정류장은 여기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할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버스가 끊겼기 때문에 그냥 걸었다. 그러고 있는데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다시 받았다.

“5분 줄게”

“뚜뚜뚜뚜뚜뚜...”

네 글자만 말하고 전화가 끊겼다.

“휴우...”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아저씨 두 배로 드릴 테니, OO정류장까지 빠르게, 마구 밟아주세요.”

“손님~ 요즘에는 카메라가 많아서...”

말하는 순간에 1분이 지나갔다.

“알았어요. 10배, 아니 20배,!!

“엑셀 밟습니다. 손님~”

그러더니 갑자기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아니, 여기서 정류장까지 차로 얼마나 걸린다고 이 양반이, 어차피 네비로 카메라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으면서 날강도다 날강도. 젠장. 게다다 그렇게 속도를 냈음에도 도착했을 때는 6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후다닥 20배 요금인 10만원을 던져주고는 문을 열고 나왔다. 벤치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아저씨 2분 지났는데~?”

“그럴 리가..없어...진짜야...전화 받자마자 택시를 타고 왔다고..”

2분 지났다고 또 죽이려는 거 아냐? 이 여자에 한해서는 설마가 안 통한다. 로드창을 불러냈다. 그리고는 안색을 살폈다. 매우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역시, 이건 로드다.

“재미없는 소리 그만하고, 앉아 아저씨”

막 로드화면을 터치하려는데 서예리가 자기 옆을 가리키면서 앉으라고 명령했다. 뭐지? 일단 죽인다고 날뛰지는 않는 거 같아서 얌전히 가서 앉아 주었다.

“뭔데? 갑자기 부르고 있어. 데이트라도 하고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래?”

“푸...푸하하하하, 아저씨가..아저씨가아아 데이트? 하하하하하...”

기분이 안 좋아 보였으면서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무슨 놈의 감정변화가 심하기도 했다.

“데이트를 할 수도 있지? 나 변한 거 없어? 이미지 변신 좀 해봤다고. 이제 아저씨 같지 않지?”

매력치를 올렸기 때문에 은근슬쩍 물어봤다. 지연이 누나는 매력치를 올린 나에게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었었다..

“없는데? 아저씨는 아저씨잖아? 이상한 소리하지 마. 나, 오랜만에 웃었으니까 늦은 건 한 번 봐줄게. 하지만 다음은 없어”

그렇게 말하며 나의 기대를 짓밟아 버렸다. 이제 아저씨라고 불리지 않을 줄 알았건만, 눈이 안 달렸나? 이 여자는?

“그래서, 오늘은 또 뭐야? 왜 요즘 용건도 없이 나타나? 저번에도 대체 왜 나타난 건지 모르겠고,”

“나, 심심하니까 재롱 좀 피워봐 아저씨”

“뭐야? 무..무슨 재롱...”

그때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커피마신 거 빼고는 일어나서 아무것도 안 먹었다.

“밥이나 먹자. 저번에 내가 속아서 갈취 당했으니까 니가 사줘.”

나는 겁대가리를 상실해서 그녀에게 말했다. 눈앞에 아까부터 띄어놓은 로드창이 아직도 나의 시선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화내는 거 같으면 로드로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상태를 지켜봤다.

“아저씨 드디어 미친거야?”

대답은 상당히 무서웠다. 미쳤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다시 로드를 터치하려는 찰나 이어지는 말은 거절이 아니어서 행동을 멈췄다.

“당연히 아저씨가 사야지. 늦은 주제에 어디서 감히 그런말을 하는걸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그녀는 밥 먹는 걸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희망사항까지 말하기 시작했다.

“나, 김밥이라는 거 먹어보고 싶어”

“김밥? 갑자기 그건...”

“나, 두말하기 싫다니까? 아저씨, 자꾸 기어오른다? 오늘 기분이 별로 안좋은데 자꾸 그러면 아저씨의 그 하찮은 머리카락을 다 뽑아버릴 지도 몰라?”

아니 아까부터 기분 안 좋아 보였으니 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표정이 좋아 보이는 뎁쇼? 물론 그걸 표현할 수는 없으니 그냥 얌전히 김밥집을 찾아보았다. 이 새벽에 야식집이 있으려나? 다행히도 조금 둘러보니 분식집 비슷한 야식집이 열려있었다. 번화가라 다행이었다.

“알았어으니까, 오기나 하세요..”

내가 앞장서서 걸어가자 그녀가 도도도 뛰어왔다. 야식집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이 듬성듬성 있었다. 빈 좌석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런데 경호원은 어디에 있는 거지?, 알아서 잘 잠복해 있겠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아줌마, 참치김밥 세 줄이요.”

음식을 주문하자 서예리가 의아하게 쳐다봤다.

“왜 세 줄이야?”

“배고프니까 난 두 줄 먹으려고.”

“아저씨, 가뜩이나 아저씨인데 배까지 나오면 어떡하려고?”

아니, 그러니까 이제는 아저씨로 보이지 않으니까 상관없다니까. 원래부터 사람을 색안경을 안 끼고 쳐다봐서 그런가, 왜 매력치가 안통하지? 당황하면서 나는 물을 따라 마셨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뭔가 신기한 눈치였다.

“왜 그래? 신기해?”

“나 이런데 처음이야.”

뭐, 그거야 당연하겠지. 공주님께서 이런 서민의 밥집에 오실 리가 없잖아? 뭐라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 곧바로 김밥이 나왔다. 나는 배가 고팠으므로 바로 먹기 시작했다. 뭔가 들어오니까 꼬르륵 거리는 배가 진정이 되는 느낌이었다. 살짝 살펴보니 그녀는 김밥을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오물오물 거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먹는 모습은 평소의 성격파탄과는 다르게 조신했다. 저번에 설렁탕은 호쾌하게 먹더니, 김밥은 또 왜 오물거려?

“어릴 때..”

“뭐?”

“나 어릴 때, 소풍이란델 갔었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거기서 애들이 먹는 김밥이 부러웠어. 하지만 아무도 나눠주지 않아서, 결국 경호원이 차려주는 호화도시락을 먹어야 했어. 혼자서”

그녀는 갑자기 옛날 일을 꺼내기 시작했다. 근데 소풍에 호화도시락이냐? 대단하고만, 웬 자랑 질이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흘려들었다. 그렇다고 괜히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 되니까 대충 맞장구 쳐주면서 눈앞에 놓여있는 김밥을 흡입하는 데만 집중했다.

“나, 지금 기분이 좋은 거 같아”

“그..그래?”

아까부터 실실 웃고 계셨는데요? 여기 들어올 때부터?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왜 기분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나쁜 건 아니었다. 적어도 목숨의 위기는 없으니까.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눈 깜짝할 사이에 김밥을 다 먹었다. 그녀도 오물거리던 거에 비해서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먹은 것 같았다.

“아저씨”

“응?”

“나 오늘 할아버지랑 또 싸웠어”

그녀는 김밥 집에서 나오면서 나에게 말했다. 계산은 결국 내가 했다. 지갑이 없으셨다. 이 분께서는. 이런 분식집에서 카드가 될 리가 없다.

“할아버지라면, 그,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그래, 그런 사람하고 싸운 거야. 지루하지?”

“아니 전혀 안 지루해 보이는데 스펙터클해 보여”

“아저씨, 뭐라고?”

“아니, 니가 지금 뭘 들었든 그건 잘못들은 거야.”

나도 모르게 속으로 생각해야 할 말이 튀어나온 것을 반성하면서 얼버무렸다. 그녀는 다행히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말을 계속 이었다.

“그래서 사람을 죽이고 싶어졌는데, 다른 남자를 낚는 것도 이제 재미가 전혀 없어졌어. 그러니까 아저씨가 대신 죽어줄래?”

그녀는 허리를 살짝 숙이더니 고개만 들어서 나를 올려보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윙크까지 날렸다. 웃으면서 할 대사야 그게?

“죽여라 죽여. 기가 막혀서 정말. 아까는 기분 좋아졌다며? 왠지는 모르지만 내 덕분 아냐? 지 맘대로야 하여간”

“후훗, 농담이야 농담. 지 맘대로 라는 소리 처음 들어봐. 뭐 원래 모든 건 내 맘대로 긴 하지만 보통 날 앞에 두고 그런 말은 못 하던데. 아저씨는 역시 재밌어. 아저씨, 내가준 스타킹은 잘 가지고 있어?”

그 스타킹이라면 내 레벨을 2씩이나 올려준 귀하신 몸이라 잘 걸어두기는 했다.

“응, 귀한 대접을 받고 계시지.”

“그래? 나, 누구한테 선물준거 처음이야. 그거 잃어버리면 나, 진짜 화낼지도 몰라”

언제는 가짜로 화낸 거냐? 그럼? 선물이 스타킹이라는 것도 어이없지만. 입었던 걸 준거니까 나름 의미는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혹시나 그사이에 전송된 말소리가 없나 해서였다. 여전히 아무런 문자도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보았으나 역시 받지 않았다.

“어디다 전화하는 거야? 그렇게 혼자서 딴 짓하면 나, 지루해 지려고 하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선물운운하며 실실거리던 미소를 지워버리고 묻기 시작했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 보였다. 아주 잠깐 딴 짓 했는데? 정말로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자였다. 딴 짓 조금했다고 이러기냐.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었다. 자고 있어도 보통 전화가 이렇게 오면 깨지 않나? 뭔가 이상했다. 계속 신경이 쓰였다. 이 느낌을 무시했다가는 히든미션을 놓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한데..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먼저 가면 안 될까?”

내 말에 그녀는 나를 노려봤다. 미간이 잔뜩 좁혀지고 있었다. 이미 딴 짓 했다고 화내고 있는데다가 기름을 붓는 겪인 것 같았다.

“아저씨. 지금 누구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가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간다고? 나보다 먼저 가려면, 죽어서 가던가.”

그러더니 손을 총 모양으로 해서는 내 가슴에 갖다 대었다. 나는 황급히 애원하기 시작했다.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이라고, 일, 내 목숨과도 관련된 일이야, 제발 보내줘. 저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역시나 왜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충할게. 다음에 지루하지 않게 해줄 테니까.”

내말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더니 내 가슴에서 손을 때서 총 모양을 풀어 버렸다.

“그 말 진심이야?”

“응? 그럼 진짜지 그럼..”

“지루하게 만들면? 나, 웬만해서는 아무 감흥이 없는 거 알아? 아저씨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 할복을 한다면 한 10초간 재밌을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러려고?”

“그건 아니지만, 지루하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냐..”

“흐음.. 내 예상을 깨는 건 힘들 텐데? 목숨을 걸 수 있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 꺼 세이브로드 신공으로 예상을 또 깨보지 뭐. 먼저 자리를 뜬다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현실이 웃겼지만 어쩌겠냐.

“알았어.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보내줄게, 아저씨, 시한부 인생이네? 다음에 나를 만날 때 어떻게 되려나?”

“그때는 그때지. 아무튼, 가볼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한부 인생이었다. 게임을 완전 클리어 못하면 죽기 때문이다. 그걸 맞추다니,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녀를 뒤로하고 거리로 나와서 나는 바로 택시를 잡아서 그 맨션으로 달렸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혼자 있다고 해도 보통 한마디도 안하게 되나? 뭐 효과음 이라 던지, 그런 걸 내기 마련 아닌가? 잠들었다면 코를 곤다던지, 잠꼬대를 할 수도 있는 거고, 게다가 전화를 안 받는 게 이상했다. 보통 남친이 사라졌는데 예민해서라도 전화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았다. 남친한테 전화가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전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집에서 나왔을 수도 있는 거다. 볼일이 생겨서 이어폰이 설치된 집에서 나왔으면 아무소리도 전송 안 되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럼 전화를 왜 안 받는 거지? 너무 찝찝했다. 이제 뒤에서 칼을 맞는 건 질색이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직접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히든미션은 언제나 위험하니까.

집으로 올라가서 문을 당겼다. 당연하게도 잠겨 있었다. 바로 만능키를 불러냈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했다.

[남은 횟수는 27번..]

횟수창도 치워버리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안은 조용했다.

“수연씨~?”

크게 그녀를 불러보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나간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열려있는 화장실을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이수연이 쓰러져 있었다. 흔들어 보았으나 피부가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코에 손을 가져가자 숨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공략대상이 죽다니?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시체가 너무 깨끗했다. 목을 졸린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칼이나, 총에 의해서 죽은 것 같지도 않았다. 무슨 수로 죽인거지? 황당해서 뒷걸음 질 치다가 그대로 탁자에 걸려서 뒤로 넘어질 뻔했다.

놀라서 탁자를 짚었다. 그러다 또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놓여 있던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문양을 그렸던 종이 말이다. 치운 건가 싶어서 휴지통을 열어보았다. 다른 쓰레기는 가득했지만, 그 종이는 보이지 않았다. 마구 집을 뒤졌지만 종이는 없었다.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로드를 하면 살릴 수 있을까? 무리였다. 눈앞에 그녀의 핸드폰이 눈에 띄어서 살펴보니 부재중 이력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모두 내가 전화한 거였다. 집에서 그녀에게 처음 전화했던 시점에서 이미 죽었다는 말이 된다. 세이브가 갱신된 시점에서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 시간과, 세이브를 갱신했던 시간이 거의 동일하니 말이다.

하지만 집에서 살해당한 거면, 죽기 전에 비명을 지르거나 무엇이든지 말소리라도 나야 정상 아닌가? 왜 이어폰에는 전혀 말소리가 전송되지 않은 걸까? 모든 게 미궁에 빠져버렸다. 그때 내가 깜빡하고 열어놓은 현관문으로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긴장해서 나는 소지 아이템을 불러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해서 무형검을 불러낸 후 들어오는 괴한을 맞이했다.

레벨.5 문양의 비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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