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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말해 보실래요?”
“네.. 집에 안돌아온지 3일정도 지났어요. 알바 하러 나가서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다음날 물어보니 알바도 무단결근 했다고 하더라구요. 전화도 계속 꺼져있고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질 사람이 아니에요. 고향집에도 연락이 전혀 없었다고 하고, 경찰에 신고도 했는데 3일밖에 안 지났는데 호들갑이냐고, 사건성이 없다면서 상대도 안 해줬어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 느낌이 너무 안 좋은데...”
“다른 갈만한 곳은 없어요?”
“없어요. 그건 확실해요!!”
내말에 흥분했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커졌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됐다. 부끄러워 졌는지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고개를 팍 숙여버렸다.
“아..죄..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뭐 괜찮아요. 제가 한번 조사해 볼게요.”
“정말요?”
네 말에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조사비는..얼마나...?”
“그건 걱정 마세요. 안 비싸요. 그보다는 실례지만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전, 이수연이요. 그..근데 안비싸면..그게...얼마나..”
“그럼 수연씨, 돈 이야기는 치워두고, 연락처 좀 알려주실래요?”
“네..? 아...네!”
조사 의뢰라는 명목이 있었으므로 연락차를 따는 건 식은죽 먹기였다. 헌팅자체가 목적인거와는 여자의 경계심 자체가 다르다. 그녀는 아무 경계심 없이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이제 이 세계에서 전화통화 가능한 목록은 3명으로 늘어났다. 서예리, 지연이누나, 이 여자다. 차유린의 번호도 있었지만, 그녀는 죽었으니까 논외다.
“그리고, 남자친구 사진 있어요?”
“핸드폰에 있어요. 전송해 드릴게요.”
“전송하는 김에 이름하고, 생년월일도 같이 보내주세요.”
“네!”
그녀는 힘차게 대답하고는 핸드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얼마 있자 핸드폰에 착신음이 들렸다. 확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들어가 보세요. 전 조사를 한번 해보고, 연락을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 하지만 비용은..”
아까부터 그녀의 관심하는 오로지 비용이었다. 그만큼 가난한 건가? 남자친구도 실종도 중요하지만, 마치 비용이 많이 들면 찾는 걸 포기 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요. 다른 방식으로 지불할 수도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다른 방식이요?”
“으음. 예를 들어 하룻밤의 관계 라던지?”
“네에? 그..그건..”
그녀는 갑자기 안색이 바뀌어서 경계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뭐 당연한 반응이지. 나는 일단은 발을 뺐다. 너무 경계심을 드러내도 문제다.
“농담이에요. 농담. 비용은 그때그때 달라지니까. 일단 간단한 조사는 공짜로 해볼게요. 경찰 기록이라던지, 뭐 그런 거 말이에요”
“저..정말요?”
“네, 조사를 해보고 다시 이야기 하죠. 비용 같은 것도”
“네..네!!”
그녀는 공짜라는 말에 환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내 속내는 비용을 끝까지 확정하지 않고, 나중에 큰 비용을 불러서 진짜로 조사비대신 몸을 받는 게 목적이었다. 실종자도 찾고, 몸도 받는다. 그것은 즉, 히든미션도 클리어하고, 공략미션도 클리어 한다. 일석이조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와 헤어졌다.
자 이제 어떡한다? 물론 나한테 실종자를 찾을 재주 따윈 없었다. 진짜 해결사가 아니니까.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점은 아이템을 이용가능 하다는 것 정도다. 그러니 아이템을 이용해야지. 일단 그녀의 집에 잠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의 조사는 공략의 기본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힌트가 집 안에서 나왔었다. 그러므로 돌진이었다. 스카우터에 주소가 나오기 때문에 미행은 필요 없었다. 주소를 확인하니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맨션이었다.
그녀가 충분히 집에 도착했을 시간까지 잠시 시간을 때우다가 주소의 맨션으로 향했다. 사람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그녀가 이전의 여전들과 달리 평범해 보이기는 했지만, 반전이 있을 수도 있었다. 직접 남친을 죽여 놓고, 알리바이를 위해 조사하는 척 하는걸 수도 있잖아? 이제는 공략정보가 뜨는 여자를 있는 그대로 믿는 짓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임연정, 차유린, 그리고 누나까지 모두 살인하고 관련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뭐 물론 관련이 없으면 좋은 거고. 제발 평범한 여자 좀 공략하자. 평범한 히든미션도. 흑흑흑. 아마도 이번에도 살인과 관련 있으면, 그건 더 이상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게임은 원래부터 이런 구조인 거겠지.
아무튼 나는 금방 맨션 앞에 도착했다. 당연히 세이브를 했다. 그리고 나와 있는 주소로 올라갔다. 소지아이템을 불러냈다.
[만능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창을 터치했다.
[남은 횟수는 29번입니다.]
연이어 나오는 창을 기계적으로 터치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바로 수면스프레이를 불러냈다.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사용할 작정으로 창을 띄어 놨다. 하지만 거실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물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집에 오자마자 씻는 모양이었다. 물소리가 나는 문 앞으로 가보았다. 샤워시설이 딸린 좁은 원룸이라서 물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렸다. 현관문을 잠갔기 방신하고 화장실문을 열어 놓은 체였다. 문을 재빠르게 열었다. 곧바로 나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조사 후 로드할 생각이다.
“꺄아아악”
당연하게 비명을 지르다가,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하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쓰러지는 몸을 받아 어서 거실로 끌고 나왔다. 젖은 몸을 그대로 두는 것도 뭐했으므로, 화장실에 걸려있는 대형수건을 가져와서 그녀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어차피 로드할 것이라 상관없지만 그냥 닦아 보고 싶었다. 그녀의 몸매는 크게 반전이 없었다. 사실 베이글녀 였다라는 반전이 있엇으면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그녀의 가슴은 아담했다. 아무리 봐도 A컵을 넘기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워낙 얼굴이 귀염상이라, 오히려 작은 게 더 조화로웠다. 귀여움이 증가된다고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대로 허리를 와 골반으로 수건을 가져갔다. 젖어있는 여자 몸을 닦는 건 당연히 처음이다. 뭔가 에로했다. 차유린처럼 가슴이 작으면 골반이라도 잘빠지면 좋으련만 이 여자는 허리와 엉덩이까지 아담했다. 음모도 거의 나지 않았다. 귀여운 얼굴을 반찬으로 하지 않으면 흥분이 덜 될 것 같은 몸매였다. 작은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르겠지만 나는 큰 가슴 선호파니 말이다.
젖은 몸을 다 닦은 후 일단은 일어났다. 작은 원룸 안에는 남친과의 동거를 증명하듯이 두쌍의 물건들이 많았다. 커플쿠션. 커플베개, 커플티로 보이는 옷들도 걸려있었다. 그러고 보니 반지나 장신구를 수작업으로 만든다고 했는데 작업장은 따로 있는 듯 집안에는 전혀 흔적이 없었다. 다만 탁자위에 노트에 그려서 찢어놓은 그림 한 장이 있었다.
살펴보니 아까 선물이라며 준 반지에 새겨 있던 문양이 더 자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딱히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대로 다시 탁자위에 놓고 그녀가 밖에서 매고 있던 가방이 탁자 옆에 놓여있어서 가져와 열어보았다. 가판대에 진열해 놓았던 액세서리들과, 지갑이 있었다. 차유린때는 지갑의 내용물이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혹시나 싶어서 꼼꼼하게 살폈지만, 현금 조금과, 신분증, 그리고 학생증이 전부였다. 전의 일도 있고해서 스카우터에 나온 이수연이라는 이름과, 신분증의 이름을 대조했지만 동일했다. 지갑에는 남친과 같이 찍은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었다. 사이좋은 모습이었다.
별 성과가 없어서 되돌려 놓았다. 딱히 그녀가 남친을 죽였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실종 된 건가?
그녀가 남친을 살해했다면 그 유부녀처럼 집안에 숨겨놨을 텐데 이 좁은 원룸에는 사실상 숨겨놓을 곳이 없어보였다. 그렇다고 무거운 시신을 남의 눈을 피해서 혼자 힘으로 유기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토막을 내서 버리는 것도 여자 힘으로는 힘들다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뼈를 절단하는 게 엄청난 노동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집안이 아닌 밖에서 살해했다면 벌써 경찰에 발견되었겠지. 딱 봐도 그녀의 아담한 체구로는 액세서리가 담긴 가방을 매는 것도 버거워 보였으므로 결국 남친살해설은 물 건너 간 거 같았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 남친의 물건을 찾아보기로 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는지 관련 잡지가 많았다. 대충 떠들어 보았지만 그냥 잡지 그 자체였다. 다른 물건을 더 뒤져보았지만 결국 별다른 건 발견하지 못했다. 머리가 아파졌다. 갑자기 막막해졌다. 정말로 실종된 거라면 어디서 찾아낸단 말인가? 나는 경찰이 아니고, 실종된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 것 같은 아이템은 없었다. 가만 아이템?
나는 혹시 몰라서 아이템샵을 불러내었다.
[Lv.5 스카우터 500만원 ]
[수면스프레이 250만원 ]
[만능키 600만원 ]
[카메라 100만원 ]
[변신약 1000만원]
[망원경 700만원]
[스톱워치 3억]
[안경 500만원]
[향수 3억]
[책 2억]
[이어폰 800만원]
[연필 400만원]
[선글라스 1000만원]
[외제차 5억 ]
[국산차 8천만원 ]
실종사건에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이템은 뭐가 있을까? 선글라스? 이어폰? 연필? 향수? 책? 우선 향수와 책은 무리였다. 너무 비싸다.
아이템 강화만 하고 아이템 구매를 보류한 건, 돈을 좀 더 모아서 고가의 아이템, 즉 향수와 책을 사보기 위함이었다. 비싸니까 뭔가 더 쓸 만한 아이템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책과 향수는 실종자와는 관련이 없어보였다.
반면에 선글라스, 연필은 뭔가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선글라스는 쓰면 사람을 찾아준다던지 하는 기능이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탁지위에 놓인 노트에 그려놓은 문양이 연필로 그려졌기 때문에 왠지 연필도 신경 쓰였다.
결국 [이어폰] [연필] [선글라스]를 사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어폰은 딱히 관계가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책이나 향수와는 달리 싼 가격이니 혹시하는 마음으로 구매를 결정했다.
각각의 구매창을 터치해서 구입을 마친 후 소지아이템으로 돌와 왔다.
[소지아이템]
[Lv.5 스카우터]
[만능키]
[수면스프레이]
[카메라]
[망원경]
[안경]
[연필]
[이어폰]
[선글라스]
[무형검]
구입했으니 설명을 봐야지. 연필부터 터치했다.
[연필]
[스쳐간 기억을 사진처럼 그려낼 수 있습니다.]
[장면을 떠올리면 됩니다.]
애매했다. 뭔가 과거에 본 장면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때는 써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필요가 없다. 이번에는 이어폰을 터치했다.
[이어폰]
[녹음기, 녹음하고 싶은 장소에서 사용을 터치하면 설치.]
[이후에 해제 할 때까지의 해당 장소의 모든 소리가 녹음됩니다.]
[각종의 소리를 구분해서 원하는 부분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원하는 소리를 선택하면 그 소리가 문자로 전송됩니다.]
실종자를 찾는 데는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원하는 사람의 정보를 모으는 데는 필요해 보였다. 일반 녹음기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각종의 소리를 구분해서 들을 수 있으면 하루 종일 녹음한 긴 파일도 금방 확인이 가능 할 것이다. 은근히 유용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선글라스를 터치했다.
[선글라스]
[까만 선글라스, 까맣기 때문에 모든 아이템의 효과를 무효화 합니다.]
뭐 이런 쓸데없는 아이템이 다 있어. 혈압이 높아지는 걸 느꼈다. 나는 급 실망해서 아이템창을 치워버렸다. 선글라스가 3가지 중에서 제일 비싼 아이템이라 나름 기대했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여러 개의 아이템을 사용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효과를 무효화해서 어쩌겠다고? 돈 낭비였다. 결국 아이템으로 실종자를 찾는 건 힘들어 보였다. 열 받아서 확 책과 향수를 질러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간신히 참아냈다.
레벨.5 문양의 비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