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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가, 원래 이런 느낌이야, 누나. 그때는 너무 어둡고 상황도 긴박해서 그랬나 보지. 기분탓이야. 기분탓”
서예리에게도 써먹었던 기분탓으로 밀어 붙였다. 그녀도 갑자기 사람얼굴이 달라 질리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에 납득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더 물고 늘어지기 전에 다른 화제를 꺼냈다.
“누나 전화번호나 알려줘, 그날 억지로 끌려가는 바람에 연락처도 못 받았어.”
내가 핸드폰을 내밀자, 누나는 거기에 번호를 입력해 주면서 나에게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가씨한테 잡혀갔잖아. 괜찮아?”
“응? 뭐 별것도 아니었어. 애초에 왜 나타났는지도 의문이야”
“그 아가씨가, 별것도 아닌데 나타나서 아무것도 안하고 무사히 보내줬다고?”
“응? 뭐..아무거도 안 한건 아니지만...무사히 보내주긴 했지”
내 대답에 누나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었다.
“동생아, 아가씨랑은 어떤 관계인데?”
“그게..거의 장난감 수준이랄까?...”
“흠, 장난감?”
누나는 뭔가 납득이 안 가는지 고개를 계속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여자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전혀 이해가되지 않아서 뭐라고 대답해 줄 수도 없었다.
“내가 아는 아가씨와는 다른 모습인데..”
“깊게 생각해 봐야 우리 서민은 이해할 수 없지 뭐.”
“그렇긴 한데, 아 그나저나 너 바쁘지 않으면 누나 좀 도와줄래?”
“누나 실력에 내가 도와줄 일이 있어?”
“그날 보여준 우리 동생의 추리력이면 충분히 도움이 될 걸?, 그게 사실 살인청부를 받은 건 머리 식히기 용이었고, 사실 원래 쫓고 있는 사실은 다른 거였어, 뭐 그 덕분에 친동생의 복수를 할 수 있어서 의외의 행운이었지만”
“그래? 그놈들은 결국 그때 누나의 친동생을 해쳤던 조직이야?”
“아니..증거는 없는데...그래도 밀매조직을 때려잡는 건 모두 복수야.”
나는 저번일이 히든미션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그 조직은 과거 누나와 연루되었던 밀매조직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설명을 해줄 수는 없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건을 도와달라는 건, 미안하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목숨을 보존하려면 여자를 공략해야 하는 게 먼저였다. 시간낭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나는 게임에 묶인 시한부 인생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지금 아저씨 살인사건이라는 걸 쫓고 있는데, 범인이 떠오르지가 않아서, 곤란한 상황이야”
“뭐 탐정 같은 일도 하는 거야 누나? 해결사라며?”
“응,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거절하기 힘든 루트를 통해서 범인을 죽여 달라고 의뢰를 해와서..의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그렇구나...“
도와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건명이 좀 흥미가 생겼다. 아저씨 살인사건이라니, 대단한 아가씨 한분께서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인지 뭔가 동변상련이 느껴졌다.
“그래서? 무슨 사건인데..?”
“말 그대로 아저씨들만 의문의 연쇄살인을 당하고 있어. 공통점이 아저씨들 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다른 단서가 없어서, 경찰은 완전히 미궁에 빠졌을걸? 증거까지 찾아야 하는 경찰하고 달리 나는 그냥 범인이라는 확증만 있으면 상관없는데, 그 범인조차도 떠오르지가 않아. 완전히 미궁이야”
뭐가 좋아서 아저씨들만 죽이는 거지? 보통의 연쇄살인은 남성들의 잘못된 욕구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보통 힘없는 여자들인데, 이건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뭐 나같은 사람이 도와준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낭비할 시간도 없다.
“미안 누나...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지금 하던 일이 있어서, 이걸 끝내야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아 그래? 괜찮아.. 너도 맡은 일이 있다면 그게 먼저지..”
“응, 빨리 끝내면 꼭 도와줄 테니까. 미안해 누나아..”
그녀가 급격하게 실망스런 표정을 내비쳤기 때문에 거짓말로 거절한 게 조금 양심에 찔려서 말끝에 그녀의 약점인 누나를 붙여가면서 살짝 아양을 떨었다. 그러자 누나가 볼이 빨개져서는 몸을 꼬았다.
“그..그래...괜찮아. 괜찮아.”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 되서 나는 식탁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가 입을 맞춰버렸다.
“으웁?”
그녀는 잠깐 놀란 듯 했지만 그대로 내 키스를 받아주었다. 한참을 서로의 혀를 탐닉했다. 누나의 혀놀림이 그날 새벽보다 훨씬 적극적이었다. 입을 때자 누나의 얼굴은 완전히 상기되어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정력을 아껴야 했다. 이제부터 공략대상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섹스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괜히 키스를 해서 불을 붙였다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너무 귀여운 모습에 잠시를 못 참은 나를 탓했다.
이미 공략을 해버린 그녀이기에, 거기다 레벨5의 상황에서는 그녀의 섹스와는 경험치가 쥐꼬리도 안 오를 것이다. 게임을 떠나서 경험치와 상관없이 섹스하고 싶은 여자이기는 하지만 공략이 먼저였다. 그런 애정행각은 원래세계로 돌아가서 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결심하고는 슬쩍 시계를 보는 척했다.
“이런 큰일 났다. 정보를 줄 사람을 만나려고 했는데, 누나 미안한데, 오늘은 이만 갈게, 번호 받았으니 전화할게~”
한 번 더 거짓말을 하면서 진짜로 바쁜 척 허겁지겁 현관으로 나섰다. 누나는 그런 나를 쫓아 왔다.
“그럼 할 수 없지.. 으응, 동생아..빨리 지금 일 끝내면 좋겠다.”
현관에서 나를 배웅하면 누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다. 뭔가 상당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때 현관의 신발장에 기대놓은 그녀의 애검이 툭하고 쓰러졌다. 지팡이로 위장된 검집에 피가 엄청나게 묻어있었다.
“아, 닦는다는 걸 잊었네, ”
누나는 재빠르게 검을 들었다. 그러더니 검을 뽑았다. 번쩍이는 칼날이 전보다 더 예리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뭐지? 칼은 왜 뽑지? 뭔가 협박인가? 빨리 일 안 끝내면 혼난다는 건가? 나는 살짝 무서워져서 일부러 모른 척 하면서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집에서 나와 버렸다.
시간은 이제 저녁 9시정도를 향해가고 있었다. 생활패턴이 나도 야행성이 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직 거리에는 사람이 많을 시간이다. 누나의 집에서 나와 나는 번화가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 나오니, 공원을 양아치들이 점거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무시하고 다시 걸었다. 그러다 무심코 돌린 시선에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여자였다. 얼굴에 관심이 갔다.
임연정은 매우 섹시한 얼굴이었다. 차유린은 청순 그 자체였다, 물론 남의 얼굴이었지만, 그리고 지연이 누나는 약간 도도한 미녀 스타일이라면 이 여자는 귀여운 스타일이었다. 뭔가 보호본능 일으키는 귀여움이랄까. 살짝 갈색으로 염색하야 양갈래로 묶은 머리는 그녀의 귀여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바로 소지아이템으로 이동해서 스카우터를 사용했다.
이수연
나이 : 22세
남자친구 : 있음
직업 : 대학생
공략난이도 : E
사는곳 : 서울시 OO구 OO동 OO번지
전화번호 : 현레벨로는 불가
공략정보 : 소꿉친구인 남친과 7년간 연애 중. 같이 서울로 올라와서 동거중이다. 하지만 현재는 혼자 사는 중.
호감도 : 0
난이도 E에, 남자친구가 있는데 난이도가 E인 게 좀 의외였다. 열렬하게 사랑하지는 않는다는 걸까? 뭐 지금은 혼자 산다고 하니,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겠지. 거기에 대학생. 뭔가 평범해 보였다. 그동안의 여자들은 각자 특별한 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해 보이는 여자를 보니 반가웠다. 물론 얼굴이 귀여워서 인기는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적어도 살인이나 약장사를 하지는 않겠지?
공략정보가 비교적 간단해 보였지만, 오히려 이게 큰 힌트 같았다. 동거중인데, 혼자 산다? 틈이 있다는 소리겠지. 공략정보가 뜨는 걸 봐서 당연히 공략이 가능하다는 거니, 이번의 공략대상으로 점찍었다. 그리곤 액세서리 가판대로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여자도 나에게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구경하고 가세요. 수제품들입니다.”
자세히 보니 주로 해골 반지나, 해골 목걸이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악마를 형상하는 문양이나, 악마와 관련된 액세서리들이 전부였다. 직접 만든 것 치고는 완성도는 좋아보였다. 나는 일단 해골반지를 하나 집어 들어서 물었다.
“이거 얼마죠?”
“아, 그건, 4만원이요”
솔직히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안 왔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을 구입하다 보니 아예 금전감각이 마비되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뭐 별것도 아닌 금액이라 지폐를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꾸벅이면서 기뻐했다.
“포장해 드릴까요?”
“아니요, 그냥 주세요.”
나는 반지를 받아서 일단 가판대를 떠났다. 어떻게 접근할까 싶어서 고민하다가 매우 고전적인 방법이 떠올랐다. 아까본 양아치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를 위해 일단 현금을 충분히 마련했다. 그리고 양아치들이 점거하고 있는 공원으로 갔다. 놈들은 자신들의 구역에 허락도 없이 들어온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뭐야 이 새낀..”
“저리 안 꺼져?”
험한 말을 내뱉으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솔직히 학창시절의 기억 때문에 이런 놈들에게 약하다. 무릎이 떨리려고 하지만 계획을 위해 참았다.
“당신들, 돈 벌고 싶지 않아?”
“엉??”
표정은 험악했지만, 돈이라는 소리에 살짝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여기서 5분정도 걸으면 액세서리 가판대가 하나 있는데 거기서 깽판 좀 놔주면 2백을 주지. 백부터 선금주고, 성공하면, 백을 마저 준다.”
“정말??”
5명의 양아치들이 눈을 반짝이면서 달려들었다. 나는 100만원의 현금뭉치를 던져주었다.
“깽판만 치면 돼? 그렇게 쉬운 일로 2백? 사기 아냐?”
한 놈이 눈을 부라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나머지 백만원을 손에 쥐고 흔들면서 말했다.
“깽판 치다가 내가 등장하면 싸우는 척 하다가 도망가주면 돼, 쉽지?”
“낄낄낄 그거보다 말이야, 그냥 당신을 때려눕히고 돈을 뺏으면 되는 거 아냐?”
양아치놈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주위를 애워 싸기 시작했다. 하여간 제대로 된 놈들이 아니다.
[무형검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화면을 터치했다. 양아치의 주먹이 날라 왔다. 하지만 그들 눈에 갑자기 웬 진검이 나타났을 것이다. 나에게는 실체가 없어 보이지만 누나의 예를 보 다른 사람에게는 검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날라 오던 주먹이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실제 진검이면 손을 그대로 잘라버렸을 테지만, 방어용인 나의 무기님은, 그냥 뭐든 튕겨낸다. 양아치들은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어...어디서 나온 거야, 그 무기는, 이 새끼가 비겁하게”
“한번만 더 기회를 준다. 할 거야 말 거야.”
“요..요 앞이라고 했지? 가자 애들아”
놈들은 그대로 꼬리를 내리고 가판대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나도 뒤따랐다. 도착해보니 양아치답게 벌써 가판대를 발로차서 뒤엎고 여자 멱살을 잡고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 중이었다. 여자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당연히 바로 끼어들었다. 그게 목적이니까.
“장사하는데 왜 깽판이야?”
“뭐 이색히야?”
양아치 놈들은 욕을 날렸다. 내가 시킨 거긴 했지만 솔직히 아까부터 짜증이 나서 곱게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수면스프레이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대로 가까이 접근해서 5명의 양아치 놈들을 그대로 잠재워 버렸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갑자기 단체로 쓰러진 것처럼 보일 것이다.
“괜찮아요?”
가판대에 널브러진 액세서리를 열심히 줍고 있는 여자에게 질문하면서 같이 줍기 시작했다.
“고..고맙습니다. 이..이런 일은 처음이라....”
그렇게 말하는 손이 매우 떨리고 있었다.
“오늘은 장사 더하긴 힘들 것 같은데, 일단 진정하게 커피라도 한잔 마실래요? 제가 살게요”
“네? 그..그렇지만, 도..도와주셨으니 제가 살게요, 요 앞에 커피숍이 있어요.”
액세서리를 모두 주워서 가방에 넣더니 여자는 가판대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뭐 누가 사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정리를 마친 여자는 가방을 등에 맸고 나와함께 근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테이블에 앉아서 물었다.
“좀 괜찮아요?”
“무서웠어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그, 아까 반지사간 분이죠?”
“네, 맞아요”
“반지도 사주시고, 이렇게 도와도 주시고...고작 이런 커피로 보답이 될지...”
“아 괜찮아요.”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예전 매력치였으면 아무리 위기에서 도와 준거라 할지라도 이런 만남은 어려웠을 텐데, 자신감이 솟는 느낌이었다.
“그..그래도, 아, 그러면 이거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더니 가방을 뒤적거려서 반지를 하나 더 꺼냈다.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반지였다. 아까 가판대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이건..?”
“아, 우연히 본 무늬로 만든 건데, 머릿속에서 잊혀 지지가 않아서, 반지로 만들어 본거예요. 뭔가 빨려들어 갈 것 같은 모양이랄까, 3개밖에 안 만들었는데, 팔 생각은 없던 건데, 기념으로 드릴게요.”
“아, 네, 그럼 감사히 받을게요.”
딱히 필요는 없었지만, 거절하면 호감도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그대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스카우터를 사용해서 호감도를 체크했다.
이수연
나이 : 22세
남자친구 : 있음
직업 : 대학생
공략난이도 : E
사는곳 : 서울시 OO구 OO동 OO번지
전화번호 : 현레벨로는 불가
공략정보 : 소꿉친구인 남친과 7년간 연애 중. 같이 서울로 올라와서 동거중이다. 하지만 현재는 혼자 사는 중.
호감도 : 50
50이라. 애매하기는 했지만, 만난 지 1시간도 되지도 않은 거에 비하면 상당히 높지 않나? 잘 되 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카우터를 해제했다.
근데 여기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여자를 헌팅해본 역사가 없는 나는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이후부터 어떻게 꼬셔야할지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 가고 있었다. 그때 주문한 거피가 나왔다. 다행이었다. 일단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이왕 양아치를 때려눕힌 걸로 알고 있으니, 강한 척 어필해볼까? 그녀도 할 말이 없어졌는지, 살짝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아서 어색함을 탈출하기 위해 말했다.
“사실, 제가 해결사라고 해야 할지, 탐정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요. 싸움은 자신 있으니, 저런 놈들 또 나타나면 연락주세요”
이런 식으로 연락처를 따는 거지, 내심 좋은 대처였다고 자화자찬 하면서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아..아니에요, 또 폐를 끼칠 수는...”
그녀는 손을 저으면서 내 제안을 거절했다. 좌절이었다. 하지만 내 말에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이더니, 곧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그..그런데 해결사라면, 의뢰 같은 걸 받으시는 건가요?”
“네, 뭐...”
요즘 누나와 서예리한테 그런 쪽으로 오해받고 있어서, 아예 뭐 그런 척 하기로 했다. 뭔가 하드보일드 하고 멋있잖아. 이런 남자한테 끌리는 여자 있지 않을까? 아닌가?
“그러면! 그, 제 의뢰도 받아주실 수 있으세요? 아..의뢰비가..혹시 비싼가요? 제가, 대학생이라..돈이 별로..”
뭐지? 뭔가 내가 원하는 방향하고는 다른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직업을 어필하면서 꼬시 려고 했는데 오히려 부탁할 일이 있는 눈치였다. 그런 사무적인 관계가 되버리면 모든게 날라가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일단 내용이나 들어볼까 싶어 말했다.
“무슨 일 인데요? 돈 이야기는 사정을 들어보고 하죠.”
“네..”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실, 제가...7년 사귀 남자친구가 있는데...최근 그가 갑자기 실종 돼버렸어요.”
"실종이요?”
외전. 아가씨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