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현실은 H게임-20화 (20/104)

-------------- 20/104 --------------

포장마차 째로 사라진 잠재워 놓은 아주머니.

독이 아닌 마비약...왜 굳이 마비약을?

그리고 처음에 내가 포장마차에 혼자 들어갔을 때는, 왜 마비약을 쓰지 않은걸까?

왜 누나와 둘이서 방문했을 때는 마비약을 탄 거지?

그리고 어디로 사라진 거지?

이 핏자국은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정치가의 집은 왜 그렇게 생활감이 없지?

그 집과, 포장마차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는데?

하지만 둘 다 너무 수상함..

다시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공략미션만 쉽고 히든미션은 어려울 것 같은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나는 울상이 지어 버렸다. 쉽게 가는 법이 없구나. 살려줘.

우울해져 있는데 저 멀리서 누나가 지팡이처럼 보이는 칼집에 의지해서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걷는 폼이 약간 어기적거리는 걸로 봐서, 아직 아픔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여기로 올 필요 없다고 외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리리리”

핸드폰이었다. 발신번호를 보니 비통지번호였다. 이 시간에 누구지? 궁금한 마음에 통화버튼을 누르고 입을 열었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늦게 받아?, 아저씨, 고작 전화 늦게 받은 걸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거 알아 ?”

대답한건 다짜고짜 몰아치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매우 낮익은 목소리이기도 했다.

그렇다. 전화 상대는 공포의 대마왕이었다. 순간 그냥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이 새벽에...왜...왜...전화를?”

순간적으로 쫄아서 말까지 더듬거렸다.

“나 야행성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러자 조금은 까칠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빠르게 그 말을 반박했다.

“아니, 나는 자는 시간인데...?”

“안자고 있잖아”

“전화소리에 깼다고는 생각 안 해?”

“그게 뭐? 당연히 깨서 전화를 받아야지, 내가 아저씨 편한 시간에 맞춰 전화를 해야 돼? 재미없는 소리 하지 말아줘”

아예. 그러시겠죠. 왜 전화해서 성질을 긁는 거지. 이 여자님은. 당당하게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해줄 수 없는 내 신세가 처량했다.

“그래서 용건은?”

“아저씨, 내가 전화해 줬는데 말이 짧네? 나... 재미없는 사람도 싫어하지만 분수를 모르는 사람은 더 싫어하는데..”

“왜...전화 하셨는지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지루해”

아놔 어쩌라고, 이 망할 여자야. 욕을 퍼부어 주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구쳐 오르는 걸 참느라 힘들었다. 미치겠네.

“난 지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으니까 제발 용건을 말해줘, 정말 바쁘다고”

“심각한 상황? 뭔데? 뭔데? 재밌는 거야?”

“아니..재미가 어디에 있어, 이쪽은 죽을 위기라고...”

“어머? 그거 재밌겠다. 내가 말했잖아, 아저씨한테 관심이 생겼다고, 날 지루하지 않게 해주니까. 혼자만 재밌으면 화날지도 몰라”

이 미친...녀...어어어언이......진짜 진심으로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무슨 얼어 죽을 놈의 재미야.

“용건이 없으면 전화 끊어도 될까? 재미는 죽을 위기를 해결하고 찾아볼게...”

“호호호, 전화를 끊어? 아저씨 목숨을 끊는 게 아니고? 뭐 좋아. 죽을 위기라니 한 번 봐준줄 알아. 열심히 해서 죽지 않도록 해봐. 나한테 재미를 줘야하는 장난감이 벌써 망가지는 건 싫으니까. 알았지? 그럼 빠이빠이”

그러더니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겼다. 사사건건 사람목숨가지고 장난하는 여자였다. 게다가 이젠 아예 장난감 취급이었다. 나는 치를 떨면서 핸드폰를 저멀리 은하수까지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게 안되니 하다못해 수신거부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도 없다는 게 저주스러웠다.

통화를 하는 동안 여기까지 도착한 누나는 내가 전화를 끊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야?”

“아, 좀 나사가 빠진 이상한 사람이랄까, 그나저나 괜찮아? 걷는데 좀 불편해 보이던데”

“괜찮아, 수련하다가 칼에 다리를 관통하고도 걸어 다녔던 나야”

“그...그래?”

왜 이렇게 주위에 이상한 여자들만 득실거리지? 평범한 공략을 하고 싶다 정말. 가는곳 마다 살인사건을 일으키는 꼬마탐정도 아니고 왜 공략하려는 여자마다 이 모양일까.

그래도 다행히 공략대상이 적이 아니라는 사실이 나를 그나마 안심시켰다. 임연정이나 차유린 때처럼 공략대상은 곧 적이라는 등식이 성립해다면 앞이 깜깜했을 것이다.

적은 커녕 이번에는 같은 편이다, 후후.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같은 편이되어 든든한 나의 누님께서는 내가 망상에 빠져있는 동안 포장마차가 있던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내앞으로 돌아와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포장마차 자체가 사라졌네.”

“응, 뭔가 이상해. 한패가 있는 것 같아”

내가 그말에 동의하자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명쾌한 분석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살인자체가 목적인 것 같지가 않은데, 그런 경우 대개 단독범인데..”

그런가? 하긴, 책에서 보면 싸이코패스 같은 살인마들에게 패거리가 있는 건 못 본 것 같다.그리고 여기만 이상한 게 아니다, 그 집도 이상했다.

“누나, 그 정치가집은 어떻게 알아 낸 거야? 가족과 같이 사는 집 같지가 않던데”

“나도 잘 몰라, 어젯밤에 미행을 하니까 그 집으로 들어가더라고, 그래서 당연히 살고 있는 집이라고 생각했지."

“그래?, 그리고 또 이상한 게 정치가는 보통 경호원이 있지 않나?”

“맞아, 그래서 경호원부터 잽싸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싱겁게도 혼자 있더라?”

가족이 없는 집에, 경호원도 혼자 있다? 일반인도 아닌 사람이? 모든게 이상했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한 번 그 집으로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기 있어 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다시 그 집으로 가자. 좀 더 자세히 뒤져 볼 필요가 있어, 그런데 괜찮겠어? 누나? 다른 일이 있거나 하는 거면...”

“괜찮아. 나한테 마비약까지 먹였던 놈들인데, 그냥 둘 수 없지. 그리고 누나 동생이잖아? 누나란 동생을 챙겨주는 거 아닌가?, 따라갈 테니 걱정 마.”

공략정보는 대단했다. 하긴 차유린에 대해서는 난교파티부터 접근하면 된다고 비교적 쉬운 정보를 줬었지. 공략정보를 따르면 섹스까지는 쉬운 편이었다. 차유인도 섹스자체는 쉬웠으니까.

그리고 그녀도 스카우터의 공략정보에 나온 대로 누나동생놀이에 완전 꽂혀 있었다. 동생을 챙겨줘야 한다며 강한 책임감을 내비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시 집에 도착한 우리는 밝은 곳에서 뒤져볼 생각으로 형광등을 모두 켜놓고 일단 2층으로 올라갔다.

“이거 이상한데?”

하지만 올라가서 시체를 보자마자 뭔가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내 눈에는 별다른 이상한 게 없어 보였다. 그냥 목이 베여 죽어있는 시체였다.

“왜 그러는데? 뭔가 이상해?”

“누워있는 자세가 미묘하가 달라”

미묘하게? 그런 걸 구분하다니, 신기할 뿐이었다. 그녀는 아예 주저앉아서 시체를 이리저리 분석했다. 하지만 쳐다보기만 할 뿐 시체를 만진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은 또 여자여자였다.

“누군가 몸을 뒤 진거 같아”

“엥? 정말?”

의외의 사실을 말하기에 놀라서 재차 확인했으나 그녀의 표정은 단호했다. 자신의 분석을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도...동생아...”

“응?”

“시러러어어어”

냉정하게 분석하던 얼굴은 어디가고 갑자기 사색이 돼서 나한테 안겨들었다. 그러자 아까 전 몸을 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불구하고 그녀의 살냄새를 맡으니 다시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정력을 조금 올렸다고 재발기의 타이밍이 빨라졌다. 그런데 이 여자는 갑자기 왜 이래?

“누..누나? 왜...왜 그래?”

“쥐...쥐!!”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으나 쥐 같은 건 없었다.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금방 사라졌겠지. 하지만 쥐가 사라졌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평소처럼 천을 감아서 가슴을 압박할 시간이 없었는지 생동감 넘치는 젖가슴이 부드럽게 내 가슴팍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워매 좋은 거. 이것이 노브라의 위력인가. 한조각의 티셔츠만이 우리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았다. 한참을 그대로 그녀의 살내음과 젖가슴의 부드러움에 매료되어 있다가 이러다가는 아랫도리가 팽창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할 것 같아서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때어내면서 설명했다.

“쥐 도망쳤어 이젠 괜찮아.”

“그...그래?”

내말에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확인하고서야 나에게서 멀어지면서 완전히 몸을 때내었다. 그러면서 부끄러웠는지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버렸다.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죽이면서, 쥐를 무서워해? 그렇게나 강하면서도 묘하게 부끄러움을 잘 타지 않나. 아무리 생각해도 갭이 매력적이었다.

아무튼 쥐 때문에 잠시 주제가 어긋나 버렸는데 다시 생각을 가다듬으면 시체가 움직여진 흔적이 있다는 건 좋지 않았다. 누군가 이 집에 들어왔었다는 이야기였다. 포장마차가 없어진 것도 누군가 다른사람의 소행이었다.

그렇다면 포장마차의 살인마와, 이 집의 시체는 설마 접점이 있다는 걸까?. 불어나는 의문속에서 나는 아직도 쥐가 있나 없나 두리번 거리는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 다시 1층으로 내려가자”

레벨.3 미궁의 밤거리[7]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