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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현실은 H게임-9화 (9/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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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떨결에 몸을 치우자 몸이 해방된 차유린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말했다.

“일이 있는 거 같으니 잠시 가볼게요, 죄송해요, 대신 처음엔 이 애가 상대해 드릴 거예요, 그 이후에는 마음에 드는 여자랑 마음껏 하시면 된답니다. 호호”

그렇게 말하더니 서예리의 팔을 잡아끌고는 방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았다. 얼마 후 서예리가 다시 침대 앞으로 돌아왔다. 차유린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어떻게 여길?”

“그러는 아저씨는 왜 이런데 있는 거예요? 아저씨를 발견하고 놀라서 구실을 만들어 여기로 오느라 힘들었어요.”

서예리는 그렇게 말하더니 문을 닫고는 침대로 나를 이끌었다. 그러더니 나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문이 잠기질 않으니까 갑자기 누구라도 들어왔을 때 멀뚱히 서로 쳐다보고만 있으면 수상하게 생각할 테니 하는 척하게 누워보세요”

일리가 있는 말이어서 일단 순순히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 보았다.

“아저씨, 방금 언니가 오늘 가입했다던데, 어쩌다 저 여자에게 걸려든 거예요?”

“아! 오해는 하지 마. 난교를 하고 싶어서 온 게 아니야. 조사할게 있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변명을 시작했다. 내 말을 믿은 건지 예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드레스 안에서 캡슐로 된 약을 꺼내 보였다.

“뭐, 어제도 끝까지 안 했던 아저씨니까 믿어 줄게요. 하지만 큰일 날 뻔했어요. 이거 보이시죠? 아까 언니가 나가면서도 반드시 먹이라고 당부하더라고요...”

“그건..마약 같은 거야?”

“맞아요.”

그러더니 그녀는 그대로 그 약을 자기가 먹어버렸다. 나는 놀라서 소리 질렀다.

“헉? 그걸 네가 먹으면 어떻게!?”

“괜찮아요. 이거, 마약이긴 한데 신기하게 여자에게는 효력이 없어요.”

“그래?”

나는 안심하면서 대답했다. 역시나 로드하기 전에 차유린이 나에게 먹였던 건 마약이었다. 녹을 위험이 있는데도 입에서 입으로 옮긴 건 여자에게 해가 없어서 한 행동인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의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솔직하게 다 말해주는 걸까? 그보다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여러 가지 의문이 동시에 들어서 복잡해진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진정시킨 후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아까도 물은 질문이긴 한데 넌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이 동네에서 몸을 팔다보면 저 언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요..”

말하는 얼굴이 뭔가 슬퍼보였다. 그녀에게도 사정이 있어보였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있다가 곧바로 다시 나에게 주의를 주기 시작했다.

“아저씨 제 일은 됐고요, 여기는 언니뿐만 아니라 거대한 조폭이 관리하고 있어요, 약을 안 먹은 걸 알면 큰일 나요. 이따 언니가 돌아오면 최대한 헤롱헤롱한 척 하세요”

“아...그 약은 먹은 적 없지만 그 느낌은 알고 있어.. 연기해 보지 뭐”

이미 경험해 본바 있어서 연기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나저나 너무 놀라서 몰랐는데 그녀는 어제와는 달리 화장을 진하게 한 상태였다. 머리도 고급스럽게 묶어 올려서 의외로 잘 어울렸다.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미모가 빛나고 있었다.

“슬슬 언니가 돌아올 것 같으니 섹스 하는 것처럼 아저씨 몸 위에 앉을게요. 아 뭐하면 섹스해도 되는데 하실래요? 어제 받은 돈도 있고..”

“아니 그건...”

나는 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하지 말아야 할 섹스를 했더니 결국에는 체포되었다. 수갑까지 채워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랭크A인 이 여자를 건드렸다가는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요? 이상한 아저씨야..”

예리는 그렇게 말하더니 옷을 벗어 던졌다. 차유린과 마찬가지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안에는 속옷하나 입고 있지 않았다. 분홍빛을 내고 있는 적당한 크기의 유륜과 유두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모양이 매우 예뻤다. 어제는 브래지어를 하고 있어서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아시다시피, 전 몸에 흉터가 많아서 항상 옷을 입고 상대하는데, 뭔가 한 것처럼 보여야 하니까 옷을 벗을 게요”

그리고는 내 하복부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은근히 몸이 섹시했다. 차유린의 골반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슴은 조금 더 컸고, 그리고 엉덩이의 감촉이 매우 부드러웠다.

“그런데, 왜 날 도와주는 거지? 그냥 나두는 게 너를 위해서도 낫지 않겠어? 도와주다 걸리면 어떡하려고”

“어제 별 이유도 없이 밥까지 사줬잖아요? 보답이에요... 여기 나오는 건 억지로 끌려 나온 거라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런 거예요. 운이 좋은 줄 아세요.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했을 지도 몰라요....여긴 정말로 무서운 곳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가 좀 글썽거리는 것 같았다. 자신은 이곳에 계속 출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말하는 팔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왠지 측은했다. 이 세상의 여자들은 항상 나를 천대하고 이용하기만 했었다. 이렇게 나를 아무 대가없이 도와주려고 한 여자는 처음이다. 하지만 그런 고마움 마음에도 불구하고 내 물건이 생리현상으로 딱딱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에 닿아서 저절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걸 어떻게 한 단 말인가.

“어머? 화, 확실히 불능은 아니네요?.”

“그..그렇지?”

“역시 할래요?”

“아니, 그건 왠지 아닌 것 같아.”

“그럼 좀 있다 언니가 오면 섹스를 마친 척 할 테니까, 대충 몸이 안 좋다고 쉬는 척 하면서 시간 때우다 폐장하면 바로 빠져나가세요. 그전에는 절대 못나가니까 괜히 나가려고 시도하다가 수상하게 여겨지지 마시고요.”

“그럴게, 그럼 따로 만날 수 있어? 이곳에 대해 서로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더 이상 관여 안하는 게 좋으실 것 같은데요?”

여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정보가 필요했다. 여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을 듣고 싶었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도 하고 싶었다.

“괜찮아. 나 그렇게 힘없는 사람 아니야.”

진자하게 말하자 그녀는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물론 아이템 말고는 그다지 힘은 없었지만 허풍을 부려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화상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쳐다보는 걸 알아차렸는지 팔을 가리면서 결심했다는 말했다.

“그러면 이따 아침 7시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봐요. 기억하시죠?”

“기억하지.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그렇게 대답하고 있으려니 차유린이 볼일을 마쳤는지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곧바로 서로 몸을 감싸고 헐떡이는 척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 끝났다는 듯 예리가 침대에서 일어나서 태연하게 말했다.

“언니 약은 먹였어요. 아, 아마 지금 정신이 없을 걸요?”

“그래? 잘했어, 근데 옷은 왜 벗었니? 넌 옷 벗으면 가치가 떨어진다니까?”

“어차피 제 정신이 아닐 텐데, 상관없을 것 같아서요..”

“됐고, 빨리 옷 입어”

“네네..”

서예리는 나에게 곁눈질로 살짝 고개를 꾸벅이면서 밖으로 나갔다. 조심하라는 의미 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약에 취한 듯 헤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까 진짜로 약을 먹었을 때와 똑같이 말이다.

“김영준씨. 쾌락에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밖으로 나가서 마음에 드는 여자랑 재미를 보세요.”

그 말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짜로 약에 취한 것처럼 보이려고 나가려는 그녀에게 달려들어 보았다. 등 뒤에서 껴안고 하반신을 그녀의 엉덩이에 흔들어 댔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밀쳐버렸다. 나는 약에 취해서 힘이 없는 척 하면서 비틀 거리면서 쓰러졌다.

“약을 몇 알을 먹였는데 저 모양이지? 힘이 하나도 없네.”

그녀는 그러더니 벌레를 보는 표정으로 나를 훑은 후에 다가오는 검은 양복의 남자에게 말했다.

“제물로 삼으려고 했는데 그냥 절여야겠어. 저렇게 힘이 없어서야 계속 여자를 범하는 영상을 만들 수가 없잖아”

내가 정신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속삭이지도 않고 말했기에 아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아까 로드하기 전에는 그럼 영상까지 찍었단 말이었다. 증거자료로 삼기 위해서였겠지.

나는 계속 힘이 없는 척 하면서 결국 파티의 폐장시간 까지 버텨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밖으로 나왔다. 나와서 생각하니 정말 짜증이 났다. 저 여자는 공략이 아니고 쳐부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파티체로 말이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5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정말로 질리도록 오래 박아대는 파티였다. 나는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서예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골치 아플 뻔했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또 강제로 약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고 또다시 수갑을 차는 상황이 반복되었겠지.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저 여자의 공략을 포기했을 거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 여자를 쳐부수는 건 좋은데 현재 알고 있는 정보로는 너무 막막했다. 일단 서예리가 뭔가 정보를 가지고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만나기로 한 7시까지는 코앞이었다. 나는 첫차가 다닐 때까지 기다린 후에 그녀를 처음 만났던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7시였다. 일단 세이브를 새로 했다. 다시 그 난교파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현재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류장 의자에 걸터앉아서 몸과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고 있으려니 등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

“아..그놈의 아저씨는... ..”

그녀는 오피스텔을 정리하고 나온 듯 화장과 머리모양이 그대로였다. 옷만 갈아입은 상태였다. 어제 입었던 후드티였다. 내가 돌아보자 그녀는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왜 따로 만나자고 하신 거예요?”

“좀 물어볼 게 있어서”

“흐음...제가 솔직히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 언니편이면 어쩌려고요..”

그럼 로드해버리지 뭐. 본심은 이랬으나 입 밖에 꺼낼 수가 없었기에 다른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할 수 없지만... 그 여자 편이야?”

그녀는 자못 심각한 척 하면서 물어보자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역시 이상해요.”

“그래? 이상한 건 됐고, 어디론가 들어가서 이야기 할까?”

“아..그, 그게..죄송해요. 제가 시간이 없어서, 아침에 할 일이 있어요. 여기서 그냥 대답해 드릴게요.”

시계를 보더니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는 데야 뭐 할 수 없어서 그대로 궁금한 걸 질문했다. 우선은 약에 관한 것이었다.

“그 약은 뭐야? 마약이라고 했지?”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거의 이성을 잃어서 섹스밖에 모르는 괴물이 된다는 사실 밖에는“

그녀의 대답에 나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실제로 한 알의 약으로 이성을 잃고 구멍만을 찾아서 박아댔던 체험을 하지 않았는가. 파티뿐 만 아니라 그런 약까지 취급한다는 사실에 오한이 일어났다. 정말 웃기지도 않는 여자였다.

“그럼 그 여자는 대체 뭐야?”

“이득이 될 것 같은 참가자는 약의 강도를 약하게 해서 계속 돈을 뜯어내고, 그것보다 더 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VIP룸에서 접대해요. 접대하는 여자달의 급도 점점 올라가고요, 그리고 좀 수상하다고 생각되면 버리는 말로 취급해서 혹시라도 단속의 낌새가 있으면 먹이로 경찰한테 넘기기도 하고, 그대로 약에 절여서 폐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자기 맘대로 사람을 주물러요.”

“너는 그럼 VIP룸에서 상대하는 거야? 아까 그 여자를 VIP룸에서 찾는다고 불러냈잖아.”

“아니요? 아저씨를 발견하고 다가갈 구실을 찾고 있는데 마침 VIP룸에서 언니를 찾는걸 보고 이거다 싶어서 이용한 거예요. 그리고 저는 그냥 잡일을 거들고, 가끔가다 손님도 상대해요. 흉터 때문에 언니가 중요한 일은 안 시켜요.”

“그래? 아까 거역할 수 없다고 했지? 돈도 못 받는 다고 했잖아. 이런 모임에서 빠져 나올 수는 없어?”

“네.... 제가 매춘을 한건 사실이라... 그 약점을 잡혀서 강제로 참석하게 만들어 놨어요. 저뿐만 아니라 일반손님을 상대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그래요. 매춘조직의 관리 하에 있지 않고 몰래 몰래 개인적으로 몸을 파는 여자들을 노려서 파티에 채워 넣는 거 같아요. ”

생각보다 거대한 모임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약점이 잡혀서 꼼짝 못할 텐데도 나를 도와준 그녀가 고마웠다. 그 여자를 부셔버리는 김에, 그녀도 그 모임에서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 여자를 부셔버리면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될 테니 내세울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실패해서 그 여자 쳐부수는 걸 포기하게 될 수도 있으니 호언장담을 하기는 이르기도 했다.

“그래? 그 여자에 대해 더 아는 건 없어?”

“네,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도우미에 불과해서 그 이상은 알려주지도 않고 알 수도 없어요..”

“그렇구나..”

그녀는 다시 시계를 보더니 더는 안 되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해요.. 저 가봐야 될 거 같네요.”

“으..응, 아 맞다 연락처 좀 알려줄래? 물어볼 거 생기면 연락할 수 있게”

비록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나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연락처를 물어보는 대 사건을 일으켰다. 거절 당할까봐 가슴이 콩닥거렸다. 물론 목적은 연애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선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뭐..뭐야, 친절한척 하더니 결국 연락처 하나도 못주겠다는 건가?

“저 사실 핸드폰이 없어요...”

하하하. 나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거절방법도 참, 핸드폰이 없다고? 요즘 세상에. 나는 이 세계에 끌려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낄낄대던 여자들의 수많은 애프터 거절 방법이 떠올랐다. 영화나 식사를 하자고 하면 갑자기 지인이 죽고 친구가 결혼을 하고 별 변명이 다 나온다지 아마? 그녀도 그렇게 말을 돌려서 거절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표정이 썩어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에게 거절당하는 건 익숙한데도 뭔가 슬퍼왔다.

“그 대신 집 전화번호를 알려드리면 될까요?”

그렇게 말하더니 핸드백에서 다이어리를 꺼내서 번호를 적더니 그 페이지를 찢어서 나에게 넘겨주었다. 거절이 아니었나? 헐? 설마 정말로 핸드폰이 없는 건가? 집 전화번호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내어주는 그녀에게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얼떨결에 종이를 받았다. 그러자 그녀는 정말로 급하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꾸벅여서 인사를 한 후에 떠나가려 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래, 잘 가, 무슨 일 있으면 여기로 연락하면 되지?”

내가 종이를 들어 보이면서 물어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렇게 정류장에서 떠나갔다. 종이를 들여다보니 예쁜 글씨로 서예리라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 비록 핸드폰 번호는 아니지만 집 전화번호를 땄다는 사실이 상당히 기뻤다. 감격에 차 있는데 눈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올려다보니 간다고 하고 사라졌던 그녀가 숨을 헐떡이면서 서있었다. 가다가 뛰어서 돌아온 모양이었다.

“응? 잊은 거라도 있어?”

내가 의문을 담아서 물어보자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가다보니까, 한 가지 생각난 게 있어요. 최근에 그 언니하고, 모임을 관리하는 조폭두목하고 자주 의견이 충돌하는지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싸우는 걸 많이 봤어요.”

“정말?? 고마워...!! 도움이 되는 정보야 그건..”

“그 위험한 짓은 하지 마시구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니까, 아무튼 전 진짜로 가볼게요”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정말로 급한지 뛰기 시작했다. 그걸 알려주려 숨까지 헐떡이면서 돌아  온 건가? 알면 알수록 착해 보였다. 까면 깔수록 좋지 않은 것만 나오는 차유린과는 정 반대였다. 왜 매춘을 하고 있는 건지 사정은 모르겠지만, 뭔가 좀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건 그렇고 그녀가 알려준 정보는 쓸모가 있어 보였다. 그 두 명을 조금 이간질을 하면 파고들 틈이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기다려라.

레벨.2 진실과 거짓[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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