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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영주님-252화 (252/255)

252화. SSS급 정령사 (2)

[너무 뜨거운데 이 온도를 일반인이 버틸 수 있다고?]

그리폰에 올라타 화룡의 둥지 대륙 위 하늘에 올라온 하몽은 의문스런 표정을 지으며 대지를 쳐다봤다.

마치 강줄기처럼 화룡의 둥지 곳곳에 퍼져서 흐르고 있는 붉은색 용암이 보였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대지와 한참 떨어진 상공 위에 있는데도 몸에서 절로 땀이 나고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공기가 뜨거웠다.

당장 타 죽을 만큼 뜨겁지는 않았지만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 몸에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길 듯했다.

[열사병으로 처음엔 많이 죽었습니다.]

[……?!]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고 그 와중에 과도한 육체노동까지 하는데 멀쩡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나마 헌터들은 마나로 몸을 보호할 수 있어서 버틸 만했지만 헬퍼로 들어왔던 일반인들은 수천여 명이 죽어 나갔습니다.]

고삐를 잡고 그리폰을 운전 중이던 린하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하몽의 의문에 대답해 주었다.

[드워프들이 무구를 만들어 주지 않았다면 아마 일반 군인들과 헬퍼들은 그때 다 죽었을 겁니다.]

[드워프들이 무구를 만들어 주었다고요?]

그동안 몇 번이나 청방 길드 헌터들과 싸워 봤는데? 그 어디에도 드워프의 손길이 느껴지는 무구를 입은 헌터들은 없었는데?

드워프 종족은 종족 자체가 손기술이 좋다.

물론 카프리가 여타 드워프들에 비해 뛰어난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특출’나다고 표현할 만큼 실력 차가 대단히 많이 차이 나지는 않았다.

드워프들이 만든 무구는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도 튀어나오는 송곳처럼 어디에 내놔도 눈에 띄기 마련인데 청방 길드 헌터들이 입고 있는 무구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하몽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린하이를 쳐다봤다.

[네. 제가 지금 입고 있는 갑옷도 드워프들이 만들어 준 겁니다.]

[흠…… 아무리 봐도 그리 좋은 갑옷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네. 맞습니다. 수뇌부에서 아무리 구타를 하고 또 고문해도 공격력이 좋은 무기나 방어력이 뛰어난 갑옷을 만들어 주지는 않더군요. 근데 이 갑옷을 입으면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어도 체온이 유지가 됩니다.]

[체온이 유지가 된다고요?]

잠깐만. 다시 한번 볼게요.

하몽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엉금엉금 앞으로 걸어가 린하이의 갑옷 안쪽을 살펴봤다.

‘이건! 불의 인장…….’

이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니.

내가 너무 전투에만 사로잡혀 있었구나.

[방어력이 낮다는 이유로 이렇게 특출 난 이능이 있는 아이템도 못 알아보다니…….]

하몽이 자책 어린 표정을 지으며 스스로 나무랐다.

[그 정도는 아닌데 그저 조금 덜 덥게…….]

[그건 드워프들이 효능을 최소로 줄여 놔서 그런 겁니다. 불의 인장을 만들 정도의 실력이 있다면 체온 조절 정도가 아니라 이곳에서 추위를 느낄 정도의 무구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추위라…….]

역시 그랬군요.

사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뇌부들도 더 드워프 종족을 못살게 굴었던 거고요.

분명 더 공격력과 방어력이 좋은 무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들어 주지 않았으니까요.

지금 입고 있는 갑옷도 수뇌부들의 구타와 협박이 아니라 매일 밥을 갖다 주고 없는 살림에 드워프들이 마시고 씻을 수 있게 몰래, 몰래 깨끗한 물을 갖다 준 헬퍼들 때문에 만들어 줬거든요.

린하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혹시 이 갑옷을 무엇으로 만든 지 아십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헬퍼들의 말을 들어 보니 드래곤 플라이, 켈베로스 가죽. 불골렘 파편. 그리고 이곳에서 잡은 몬스터의 코어 등등을 갖다 줬다고 했습니다.]

[이곳을 점령하면 다 구할 수 있는 것들이네요. 하늘이 우릴 돕고 있나 보네요.]

[네? 하늘이요?]

[얘기 드렸잖아요. 이 불의 인장을 만들어 무구에 새겨 놓으면 이곳에서도 추위를 느낄 만큼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고. 반대로 그 말은 얼음 여왕의 얼음 마법을 막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

정말 대단한 아이템이었네요. 그래서 중국 정부와 수뇌부에서 그리 태평할 수 있었던 거군요. 바로 머리 위 러시아가 얼음 나라가 됐는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했더니 막을 준비가 되어 있었나 보네요.

린하이는 이제야 이해된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해안가에 거의 다 도착한 것 같네요. 조금 더 높이 날아오르겠습니다.]

[네. 저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운전하세요.]

[네.]

화룡의 둥지 해안에 도착한 린하이는 그리폰을 조종해 구름으로 들어갔다.

망원경이 있다면 이미 적에게 정체가 노출됐을 테지만 정확한 인원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영주님 말 안 듣고 바로 오크들을 돌격시켰으면 정말 많은 오크가 죽었을 뻔했네요.]

[그러게요. 저렇게 많은 이들이 매복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미티어 스트라이크 몇 번 날리고 가면 좋을 텐데 아쉽네요.]

영주님의 명령만 없었으면…….

구름으로 들어간 하몽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화룡의 둥지 남쪽 해안가 언덕을 쳐다봤다.

최하 삼만에서 십만.

그곳엔 총과 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청방 길드의 헌터들과 헬퍼들이 매복을 하고 있었고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날리면 큰 피해를 줄 수 있을 듯했지만, 선뜻 결심이 서지 않았다.

해용이 동쪽과 서쪽을 교란하라고 했기에 혹여나 자신의 판단대로 움직였다가 계획이 틀어질까 염려됐다.

[아쉬워도 참으세요. 우리의 임무는 타격이 아니라 교란이잖아요.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적들이 성에 들어가 농성이라도 벌이면 되레 더 골치 아픈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고 있는 거고요.]

예상했던 것보다 인원이 많다.

까딱했다간 꽤 긴 싸움이 되겠어.

하몽은 염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원이 너무 많아. 공천당 뿐만이 아니라 다른 정파와도 결국 손을 잡은 건가?]

10만에 이르는 매복 병력을 보고 린하이의 얼굴도 금세 어두워졌다.

태자당, 공천당, 상하이방.

일당 독재의 모습을 비치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 공산당은 3개의 정파가 균형을 이루며 권력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청방은 그중에 공천당이라는 정파와 손을 잡고 있었고.

[하몽 님 아무래도 저희는 북서쪽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북서쪽이요? 거기는 왜?]

[북서쪽에 게이트가 있습니다. 제 예상이 맞았다면 청방은 중국 공상당 전부와 동맹을 맺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지금 여기엔 많아야 3만 정도의 헌터와 군인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공천당의 후원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비토섬과 켄트성. 그리고 스카이 캐슬에서 수십만에 가까운 헌터와 군인들을 잃었습니다.

태자당과 상하이방의 도움 없이 지금 여기에 십만의 병력이 모여 있는 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린하이는 다급함과 간절함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하몽을 쳐다봤다.

해용은 서쪽으로 가서 그저 혼란만 주라고 했지만 린하이는 게이트로 가 입구를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지구 쪽 일은 잘 모릅니다. 제가 영주님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왜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알아듣게 설명해 주십쇼.]

[방금 하몽 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이 불의 인장만 있으면 얼음 여왕의 마법을 막을 수 있다고. 중국 정부에서도 그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청방 길드와 동맹을 맺은 것 같고요. 빨리 가서 게이트를 막지 않으면 우린 이백만 명이 넘는 중국의 군인들과 싸워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백만 명이라니…….]

상황이 다급하게 됐구나.

영주님의 명령이 우선이지만 지금은 린하이 님의 결정을 따라야겠어.

자칫했다간 큰 전쟁이 벌어지거나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퇴각할 수도 있으니까.

[린하이 님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전쟁에선 총사령관의 명령을 따르는 게 중요하지만, 때론 실무 지휘관의 판단이 더 정확할 때가 많았다.

하몽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감사합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삐이이이이이이이!

하몽의 허락을 받은 린하이는 뿔피리를 불어서 서쪽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그리폰 부대의 방향을 바꿨다.

[린하이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래도 중국 공산당 3대 정파 모두 청방과 동맹을 맺은 것 같다. 우린 게이트를 차단하러 간다. 어차피 영주님께서 후방에서 혼란을 주라고 했다. 명령을 어기는 게 아니니 따르길 바란다.]

[네. 알겠습니다.]

린하이는 옆으로 붙은 수하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내,

[젠장! 이미 들어왔잖아.]

[헐……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게이트에 도착한 린하이는 개인 화기로 위장한 수십만의 군인들과 수백여 대의 최신식 전차를 목도했다.

[우레이.]

[네!]

[넌 ‘을’ 조와 ‘정’ 조를 데리고 중심부로 가라. 가서 드워프들과 노예로 붙잡힌 사람들을 구해.]

[노예들부터 구하라고요? 안 그래도 인원 차이가 심한데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전쟁에 승리해도 그들을 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영주님은 화룡의 둥지를 차지하시는 것보다 드워프 종족의 구출을 우선시하시는 분이니까. 명령에 따라.]

그동안 청방과 공산당의 행태를 보면 먼저 구해 놓지 않으면 그들은 무조건 죽는다.

전쟁에 패배해 자신들이 차지하지 못할 거 같으면 차라리 죽여서 없애고 불태울 놈들이니까.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개인 화기로 무장한 수십만의 병력을 보고도 린하이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현재 자신이 해야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취했다.

[하몽 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곳을 차지하려면 저들이 해안가로 가지 못하게 여기서 공격을 해야 합니다. 하나 저들은 청방 길드가 아니라 중국의 군인들이고 공격을 하는 순간 길드와 길드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로 전쟁해야 할 겁니다. 대한민국까지도요]

[아스날 대륙의 일은 아스날 대륙에서 해결하는 거로 협정을 맺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무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협정이라는 건 양쪽의 힘이 대등할 때는 유지되는 거니까요.]

[아…… 제가 결정할 사항이 아닌 것 같은데…… 영주님한테 보고를 올리고…….]

[그럼 늦습니다. 아무리 그리폰을 타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영주님께 돌아가는 동안 저들도 해안가에 도착할 겁니다. 그럼 우린 30만 아니 어쩌면 100만이 넘는 대군의 총알 세례를 받으며 상륙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하아…….]

어떡해야 하지?

지금이라도 중심부로 간 부대와 합류해 드워프 종족만 구하고 퇴각을 해야 하나?

근데 이 상황에 그게 가능할까?

지끈지끈.

하몽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누르며 미간을 찡그렸다.

엘프족의 수장으로 지휘부에 올라 있긴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엔 상황이 너무 중대했다.

그런데 그때,

[저기 누가 오는데요?]

[……?!]

누군가 정찰조로 남겨 놓은 그리폰을 타고 날아오는 게 보였다.

“크으!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역시나 두 분에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셨네요.”

[재상님.]

[재상님.]

휴우.

다행이다.

이세훈 재상이 왔다.

이세훈을 본 하몽은 마치 신마 전쟁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본 것처럼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몽 님!”

[네!]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날리세요. 뒷일은 모두 내가 책임집니다.”

수십만의 군인들이 행군하는 곳을 향해 세훈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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