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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영주님-247화 (247/255)

247화. 해피니스 제국 (5)

“리암 님 같이 가시죠.”

[저도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이제 동맹이 됐으니 당연히 참석해야죠.”

그래야 같이 싸울 거 아니야?

혹시 얼음 여왕도 우리 혼자 싸우게 할 계획을 짜둔 건 아니지?

그럼 나 진짜 못 참는다.

우리랑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조금 더 정성을 보여.

세훈은 빙그레 웃으며 리암을 지휘부로 안내했다.

* * *

“……미국과 영국에서 데몬과 발록을 처치했다고 합니다.”

지휘부를 소집한 세훈은 리암이 전해준 정보를 공유했다.

“마왕을 둘이나 해치웠다고? 어떻게?”

리치도 못 없애 일본이 망하는 걸 지켜봤으면서 그동안 힘을 숨겨 왔던 건가?

해용은 의문과 의심이 섞인 얼굴로 세훈과 리암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게 미사일을 쏘니까…….]

죽어 버리더라고요.

저희도 놀랐습니다.

여차하면 핵폭탄이라도 터트릴 계획이었는데 너무 쉽게 죽어 버리더라고요.

해용의 따가운 시선에 리암은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했다.

“미사일이요?”

그걸 지금 믿으라고 하는 말인가요?

리암의 대답에 해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때,

[가능합니다.]

“하몽 님?”

엘프족 장로 하몽이 대답을 대신했다.

[뱀파이어 로드 브레드, 언데드의 왕 리치를 상대하셔서 마족과 마물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

[애초에 그 두 종족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마나가 담긴 공격이 아니면 육체가 파괴되어도 부활할 수 있었던 거고요.]

“그럼 데몬과 발록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여기 옆에 앉아 계신 오키도키 님의 오크족처럼 데몬과 발록 역시 마계의 한 종족이고 그 정점에 선 자들일 뿐입니다. 마왕이라고 해서 모든 마족의 권능을 다 가진 건 아닙니다.]

“흠…….”

정상적인 놈들이 아닌지는 알았지만 참 아이러니하네요.

2티어 급 몬스터인 해골조차 해치우지 못하는 무기인데 마왕을 해치울 수 있다니.

“상성의 차이라는 건가?”

[네. 맞습니다. 상성. 마족과 마물을 상대할 땐 그 상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얼음 여왕을 해치우기 위해서 미티어 스트라이크 부대가 필요하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뱀파이어 로드 브레드, 언데드의 왕 리치에게 영주님의 에르메스 검이 치명적이었지만 얼음 여왕한테는 마나가 담긴 불속성 마법이 더 치명적이니까요.]

“아…….”

하몽의 설명에 해용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안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전 또 이 와중에도 뭔가 더 숨기고 있는 건지 알고 의심을 했네요.

해용은 진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리암에게 사과했다.

“영주님 궁금증이 풀리셨으면 회의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찡긋.

그래 사과 잘했어.

이제 리암 막 구박하고 의심하면 안 돼.

앞으로 써먹을 구석이 많은 놈이란 말이야.

세훈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해용에게 윙크하고 하몽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몽 님.”

[네. 재상님.]

“얼음 여왕을 처치하러 가려고 합니다.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기다렸다가 상대하는 게 아니라 찾아간다고요?]

얼음 여왕 쳐들어오면 해치우려고 대한민국과 켄트 왕국에 대규모로 마법진을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왜?

하몽은 당황과 의문이 섞인 표정을 지으며 세훈을 쳐다봤다.

“일본에 와서 깨달았습니다. 마왕과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 우리가 스카이 캐슬에 꽁꽁 숨어 있는 동안 지구의 인간들이 큰 고통 속에 지내고 있다는 것을요.”

[……?]

“……?”

“그래서 전 결심했습니다. 고통 속에 있는 러시아 국민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더는 숨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설사 그 길에 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

“……?!”

“엥?”

너 갑자기 왜 이러냐?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세계 평화?

지난번에 통일 어쩌고저쩌고할 때도 당황스러웠는데 이제는 세계 평화가 꿈인 거야?

해용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세훈을 쳐다봤다.

“하몽 님 대답해 주십쇼. 얼음 여왕을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일전에 영주님께도 말씀드렸지만, 현재 우리 마법사들의 마법 방어력으론 얼음 여왕의 마법을 막아 낼 수가 없습니다. 수백 발의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난사해서 단숨에 해치우면 모를까. 만약 실패하거나 먼저 공격을 받으면 우린 모두 얼음 조각상이 되어버리고 말 겁니다.]

“수백 발이라…… 아직 우리한테 그렇게 많은 상위 마법사들은 없잖아요?”

[네. 그래서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마법사들의 화력만으론 얼음 여왕을 해치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니까.]

“아…….”

그렇군요.

현재 전력으론 얼음 여왕을 해치울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가 없는 거군요.

세훈은 실망과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 또 무슨 꿍꿍이인 거지?’

분명 지난번에 다 설명하고 전달을 했던 내용인데?

왜 굳이 들춰내서 사기를 떨어 뜨리…….

“리암 님.”

[네?]

“혹시 세계 헌터 협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지원이라 하면 헌터들을 보내 달라는 말씀입니까?]

“저희 혼자 어떻게 해 보려고 했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네요. 들으셔서 알겠지만 불속성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마법사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혹여나 얼음 여왕이 선제 공격을 했을 때를 대비해서 도발할 탱커들도 필요하고요.”

[흠…….]

어떻게 해야 하지?

세계 헌터 협회의 지원을 요청한다는 건 아예 전면으로 나선다는 건가?

리암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몬스터들로부터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200여 개 국가의 헌터들이 가입한 세계 헌터 협회.

그곳에 지원을 요청하는 건 단순한 의미가 아니었다.

[혹시 스카이 캐슬의…….]

“네. 맞습니다. 스카이 캐슬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헌터 협회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싸워 얼음 여왕을 해치웠으면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아…….]

역시…….

건국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거구나.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UN

세계 헌터 협회는 바로 그 국제연합의 산하 기관이었다.

“어렵겠습니까?”

[그게 UN에 가입하려면 주권 국가…….]

“제가 알기론 과거 인도와 우크라이나 등등 몇 개 나라도 아직 주권 국가가 아닐 때 가입한 거로 아는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제가 이 자리에서 대답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 허락해 주시면 본국에 연락해서 스카이 캐슬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긍정적으로.”

[네. 긍정적으로!]

“알았어요.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고 미국의 대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저희야 얼음 여왕이 쳐들어와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어 상관이 없는데…… 러시아 국민이 걱정이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리암아 나 지금 부탁하는 거 아니야!

협박하는 거야.

거절하면 그냥 이 길로 바로 영지로 돌아갈 거다.

그러니 잘 선택하라고 해.

세훈은 걱정과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리암에게 얼른 가서 보고하라는 듯 손짓을 했다.

“리암 님이 나갔으니까 이제 진짜 회의를 시작해 볼까요?”

“진짜 회의? 그럼 지금까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야?”

“거짓말이라니요. 영주님은 잘 모르겠지만 제 초등학교 꿈이 통일과 세계 평화였습니다.”

“지…….”

랄하고 있네.

이래 대놓고 협박해 놓고.

넌 내가 바보로 보이냐?

해용이 가자미눈을 뜨고 세훈을 노려봤다.

건국을 허락하고 왕이 된다고 했지만, 자꾸 변해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속상했다.

“됐다. 말을 말자. 얘기해 봐. 진짜 계획을.”

“다들 들으셔서 알겠지만 리암이 미국을 설득하고 또 미국이 세계 헌터 협회를 설득해 헌터들을 보내 주면 우린 러시아로 갈 겁니다. 그리고 얼음 여왕을 해치워서 세계 평화와 동시에 우린 건국을 하게 될 겁니다.”

끄덕끄덕.

끄덕끄덕.

세훈의 설명에 지휘부 모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쿡쿠 님.”

[네.]

“일전에 지시한 일은 잘 진행되고 있나요?”

[네?]

여기서 대답하라고요?

북한 지휘부를 죽이는 것은 물론이고 평양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는데?

“제가 북한 상!황! 을 알아보라고 했잖아요. 현재 상황을 정!확!히! 얘기해 주세요.”

[언데드 몬스터로 인해 북한 수뇌부들은 물론이고 평양 주민 대부분이 전염된 상태입니다. 정부 기능은 망가진 지 오래고 군인들과 헌터들마저 언데드를 피해 중국 쪽으로 망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런! 러시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북한부터 가야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를 통해 연락하면 북한 쪽에서도 흔쾌히 길을 열어 줄 겁니다. 현재로서 살길은 우리의 지원을 받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군요. 다들 들으셨죠. 리암이 세계 헌터 협회의 허락을 받아 오면 어차피 가는 길이니 북한을 들러야겠네요.”

“설마 그 말은 지금 통일을?”

“헐…….”

북한이라니.

통일이라니.

그게 가능한 거였어?

대한민국 소속된 지휘부들 인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괜찮겠습니까?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우리가 통일하는 건 바라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미국을 우리 편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리고 지금 얼음 여왕을 처치하기 위해 먼저 러시아로 간다고 했고요. 정신 제대로 박힌 놈들이라면 이 와중에 우리 통일 못 하게 하겠다고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아…….”

왜 어울리지 않게 세계 평화 어쩌고저쩌고 하나 했더니 의도적으로 말한 거였구나.

통일이라…….

정말 통일만 되고 스카이 캐슬의 우방국으로 남을 수 있다면 더는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구나.

대한민국 재난 관리 본부장 김용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청방은?”

“어? 네?”

“청방은 어쩔 거냐고!”

통일하는 것도 좋고. 세계 헌터 협회에 가입해 국가로 인정을 받는 것도 좋고. 다 좋은데 왜 청방에 대한 계획은 없냐?

러시아야 당장 멸망할 판이니 우리의 손으로 들어 준다 쳐도 중국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해용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이세훈을 쳐다봤다.

그동안 수없이 싸워 왔고 마족과 몬스터만큼이나 걸림돌이 되는 청방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그놈들은 꼭 손을 봐 줘야 해. 그리고 그놈들한테 잡혀 있는 드워프 종족도 구출해내야 하고.”

“그게…… 그놈들까지 감안해서 계획을 짜기엔…….”

“만들어.”

“……?”

“아직 안 만들었으면 네 시나리오 안에 청방에 대한 처우도 만들어. 너라면 가능할 거야.”

이건 친구가 아니라 스카이 캐슬의 영주로서 재상에게 내리는 명령이야.

그동안의 죄를 떠나서 청방은 반드시 손을 봐야 했다.

그래야 드워프 종족을 구해서 카프리한테 가족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

해용은 눈에 잔뜩 힘을 주며 세훈을 노려봤다.

그런데 그때,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

“스카이 캐슬 본성에 청방이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발키리 길드 헌터가 사색이 되어 지휘 막사로 뛰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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