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해피니스 제국 (3)
끼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하늘을 뒤덮은 드레이크들이 입속에서 커다란 불덩어리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피해! 피해야 합니다.]
저거 맞으면 다 죽습니다.
하늘 위에서 열기를 느낀 리암은 호들갑을 떨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신식 전투기들을 순식간에 녹여버린 화마. 아니 브레스.
리암은 본 적이 있었다.
마왕 발록과 함께 등장해 태우는 게 아니라 마치 용암처럼 모든 것을 녹아내리게 했던 본 드레이크들의 브레스를.
현대의 그 어떤 무기로도 저 브레스를 막아 낼 수는 없었다.
아마 우주 비행체이자 최첨단 전투기인 ST가 없었으면 아마 미국은 저놈들로 인해 모두 녹아내렸을 것이다.
“#$##$#$#$#$#$앱솔루트 배리어!”
“#$##$#$#$#$#$앱솔루트 배리어!”
[……?!]
분명 눈앞까지 브레스가 날아왔었는데…….
[고작 이런 반투명한 막 하나로 브레스를 막아 냈다고?]
“고작이 아니고 10클래스 절대 마법 방어에요. 브레스는 물론이고 핵미사일이라도 이 마법은 못 뚫어요.”
시간이 짧은 게 좀 흠이기 하지만…….
근데 이 양반 보면 볼수록 귀여운 맛이 있네?
지금 나 지키려고 앞을 막아선 거야?
지윤미 마스터는 빙그레 웃으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리암을 쳐다봤다.
미국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계속 적대감을 드러내더니 정작 위험하다고 판단되자 바로 방패를 꺼내 앞을 막아섰다.
물론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그 마음이 기특했다.
“하몽 님, 버거우면 얘기하세요. 영주님을…….”
[아닙니다. 저희가 해치울 수 있습니다. 얼음 여왕을 상대하기 위해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브레스가 위력적이긴 하지만 언데드 일뿐이야. 턴으로 잡을 수 있어.
하몽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본 드레이크들을 노려봤다.
마법사의 탑을 만들고. 카프리와 함께 아티팩트를 만들고 또 하데스 신전에 가서 죽음 문턱까지 갈 정도로 마법사들을 수련시켜왔다.
본 드레이크가 아니라 리치가 앞에 있어도 뒤로 물러나기엔 억울할 정도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여기서 물러나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최은빈 부대장!]
“네, 알겠어요.”
하몽의 외침에 따라 엘프 부대와 마녀 부대 마법사들이 육망성을 그리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A급 마법사들은 브레스에 대비해 앱솔루트 베리어 준비를 하고 나머진 모두 성공할 때까지 턴을 해!”
“네!”
“네!”
저들이 마법사라고?
[우리 격수들 보다 더 빠른 것 같은데?]
“뭘 이 정도 갖고 놀라요? 얼음 여왕을 처치하기 위해 수련 중인 우리 연합 최정예 마법사들이에요. 마왕을 잡으려는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닌가요?”
지윤미 마스터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마법사들을 쳐다봤다.
기분이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헌터 협회 사무장이라며 거드름을 피웠던 리암이 놀라다 못해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 시발 깜짝 놀랐네. 저놈들은 꼭 잊을 만하면 나타난단 말이야.”
“영주님…….”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욕이 나왔네요. 근데 본 드레이크는 하몽 님과 은빈 씨가 해결한다 치고 저놈들은 어쩌죠?”
해용은 어깨를 으쓱하며 앞을 바라봤다.
그곳엔 아직 수만의 좀비와 해골, 스파토이들이 서 있었다.
“보아하니 마법사들이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네. 충분히 확인했어요.”
영주님도 많이 변하셨네.
예전 같았으면 싸우라고 해도 뒤에 계시려고 했는데…….
지윤미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몸이 근질근질한지 해용이 계속 전투하고 싶어 하는 의향을 내비치자 허락해 준 것이다.
이전 같았으면 일단 발키리 길드들을 투입해 화살 공격을 했겠지만 회수하는 것도 일이라 해용을 투입하는 게 시간이 절약될 것 같았다.
“그럼 저놈은 제가.”
흐흐.
해용은 마치 어린아이같이 신이 난 얼굴로 언데드 무리에 뛰어들었다.
휘이익.
휘이익.
뽀각.
뽀각.
언데드의 몬스터에게 상극인 에르메스의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해골들이 다시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갔다.
팅! 팅!
해골들의 공격은 해용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용의 갑옷과 발렌시아가 방패. 그리고 거대 여왕의 부산물로 만든 은빛 망토. 바바리까지.
고작 2티어 급 몬스터들이 공격해 상처를 내기엔 무리가 있었다.
‘고작 이게 전부라면 시간을 끌 필요가 없겠어.’
일본은 패망 직전까지 몰고 갔다고 해서 만전을 기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네.
지윤미 마스터는 한결 여유로워진 표정을 지으며 휘하 부대들을 쳐다봤다.
자신이 이끄는 발키리 부대.
조성태의 그레이 기사단.
장지원의 태백산맥.
오키도키의 오크 부대.
린하이의 그리폰 부대 그리고 일반 헌터들까지.
한 명, 한 명 다 눈을 마주쳤다.
“싸우고 싶나요?”
“네!”
“네!”
몸이 아주 근질근질해 죽겠습니다.
싸우게 해 주세요. 제발!
“싸우세요! 전군 돌격!”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쿵! 쿵! 쿵!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지윤미 마스터의 전군 돌격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헌터들의 기함 소리와 북소리. 그리고 뿔나팔 소리가 울리며 파도처럼 헌터들이 몰려갔다.
수만, 아니 어쩌면 그 뒤에 수십만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두려워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모두 언데드 몬스터들과 싸우는 걸 즐기는 것처럼 얼굴에 흥분과 미소가 서려 있었다.
‘이건 전쟁이 아니고 학살이야!’
리암은 더는 놀랄 힘도 없었다.
‘본국에 빨리 알려야 해. 안해용 영주. 어쩌면 정말 일본을 구하기 위해, 아니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강림한 신일지도 몰라.’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운 건, 단 하나였다.
스카이 캐슬을 절대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
그거 하나뿐이었다.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았는데 본 드레이크의 마법을 막아 냈어.’
분명 보았다.
안해용에게 날아드는 본 드레이크의 브레스를.
근데 그는 마치 귀찮은 파리라도 내쫓듯 그저 가볍게 방패를 한번 휘두르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손짓 한 번에 브레스가 소멸했다.
수천억 원. 아니 수조 원을 들여서 만든 미국의 전투기들도 순식간에 녹아내리게 했던 그 브레스를 말이다.
성수고 나발이고. 스카이 캐슬을 건드리면 몬스터가 아니라 스카이 캐슬에 의해 멸망을 하거나 아니면 두려움에 빠져 살아야만 할 것 같았다.
막아야 했다.
[핸드폰이랑 무전기를 가져와.]
[여긴 통신 시설이 부서져서…….]
[찾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본국에 연락할 방법을 찾아.]
[네!]
[네!]
리암의 명령에 미국 헌터 협회 헌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무전기가 터지는 지역을 찾기 위해서.
리암의 명령에 토를 다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상명하복 때문에?
아니었다.
그들도 똑똑히 본 것이다. 아니, 보고 있었으니까.
일본을 멸망 직전까지 빠뜨렸던. 전 세계를 공포에 빠뜨렸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도륙되고 있는 모습을.
“리암 사무장님? 지금 뭐 하는 짓이시죠? 누가 허락도 없이 병력을 움직이라고 했죠?”
[죄송합니다. 출정하기 전 제가 본국에 전투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스카이 캐슬에서 리치를 해치우면 당신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쯧쯧. 혹시나 했는데…….”
[죄송합니다. 당장 이 자리에서 죽여도 달게 죽겠습니다. 하나 본국에 연락은 하게 해 주십쇼. 저의 그릇된 판단으로 미국과 스카이 캐슬이 적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물론 일개 사무장인 제 판단만 믿고 전투기를 바로 보내지는 않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윗선에서 제 판단을 믿고 또 존중해…….]
“그만. 그만! 뭐 이렇게 말이 길어요. 결론. 결론만 말하세요.”
[전 죽여도 좋으니. 본국에 연락해 스카이 캐슬과 관련되어 진행되고 있던 모든 작전을 취소해야 한다고 보고를 하게 해 주십쇼.]
“흠…….”
지윤미 마스터는 고민스런 표정을 지으며 리암 사무장을 쳐다봤다.
얼굴이 사색이 된 걸 보니 변신 주문서와 스카이 캐슬의 전투력을 보고 잔뜩 겁을 먹은 듯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때,
“그전에 한 가지 약속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이세훈이 나타났다.
[말씀하십쇼. 경청하겠습니다.]
“인정하세요. 지난번에 우리 스카이 캐슬을 도모하려 했고. 이번에도 역시 같은 짓을 하려 했다는 걸.”
[인정하겠습니다. 본국에서 오리발을 내밀어도 제가 인정을 하겠습니다. 증거도 있으니 모두 스카이 캐
슬에 드리겠습니다.]
“증거까지 주겠다?”
[네. 그러니 본국에 연락만 하게 해 주십쇼. 더 이상 스카이 캐슬에 실수를 하지 않게. 더는 본국에서 스카이 캐슬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도와주십쇼.]
“3시 방향으로 1km쯤 가면 핸드폰이 되는 지역이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가 보세요.”
똑똑한 놈이네.
지금 당신의 판단이 미국을 살렸어.
이세훈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측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세훈의 허락에 리암은 없던 꽁지가 빠질 정도로 빠르게 뛰어갔다.
“저렇게 보내도 괜찮을 걸까요?”
“괜찮아요. 저러라고 일부러 힘을 보여준 거니까.”
전 나라를 세우려고 하는 거지.
일본이나 독일처럼 세계 통일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미국과 싸우기 위해서 힘을 보여준 게 아니라 싸우기 싫어서 보여준 거예요.
미국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적당한 배상만 해 준다면 굳이 싸울 필요 없잖아요.
이세훈은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그때,
“아직 해지려면 먼 것 같은데?”
“해지려면 먼 게 아니라 열두 시밖에 되지 않았어요.”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리치가 있는 곳에 도착한 것 같네요. 귀환 주문서 챙기셨죠?”
“물론이죠. 언제든 찢을 수 있게 팔목에 넣고 다니고 있어요.”
“잘하셨어요. 뒤로 물러나 계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귀환 주문서 찢으시고요.”
“네.”
이세훈을 뒤로 물린 지윤미 마스터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병력을 뒤로 물려야겠어.’
지윤미는 굳은 표정으로 북과 뿔나팔을 손에 들고 있는 헌터들을 쳐다봤다.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온 것도 모자라, 공기마저 끈적끈적하고 뭔가 음습했다.
“전군 후퇴!”
쿵! 쿵! 쿵!
쿵! 쿵! 쿵!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지윤미의 명령과 함께 북소리와 나팔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저놈인가 보네요.”
“상대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 꽤 강해 보이긴 한데 힘이 가늠되네요.”
뒤로 물러나 진형을 정비한 해용을 하늘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보라색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의 외형임에도 마치 거인족처럼 10M가 넘는 키를 자랑하는 리치가 하늘에 둥둥 떠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