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4화. 해피니스 제국 (2)
“리암 사무장님이시죠? 레이드에 참여하는 헌터들이 몇 명이죠?”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는 건가요?]
“레이드에 나가는데 지휘부에 인원 보고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지금 보고라고 했습니까?]
감히 나한테?
직접 와서 인원 체크를 한다고 해도 허락을 해 줄까 말까인데? 보고를 하라고?
레이드에 참여 아니 관장하기 위해 광장에 도착한 리암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지윤미 마스터를 쳐다봤다.
미국의 군사 식민지 대한민국.
대한민국에 전운이 돌아 데프콘이 발령되고 그 단계가 3단계까지 올라가면 전시 작전 통제권은 한미 연합 사령부에 이양되어야 한다.
한미 연합 사령부의 수장은 당연히 미국이고.
그 말은 즉, 전쟁이 나면 대한민국은 미국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잘 모르시나 본데, 전쟁이 발발하면 대한민국은…….]
“스카이 캐슬.”
[네?]
“제가 소속되어 있는 국가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우리 스카이 캐슬에서 이번 레이드를 총지휘하기로 했고요. 레이드에 참여하고 싶으면 저희의 통제를 따라야 합니다.”
이세훈 재상 말대로야.
지금 이자 전시 작전 통제권에 대해 말을 하려고 했어.
지윤미는 두 눈에 힘을 주고 리암을 쳐다봤다.
[스카이 캐슬이 국가였습니까? 우리 미국에서는…….]
“바빠요. 쓸데없는 거로 당신과 실랑이할 시간 없어요. 레이드에 참여하고 싶으면 인원과 무기 현황을 보고하세요. 거부하면 참여할 수 없습니다.”
[참여할 수 없다고요? 저는 지금 미국을 대표해서 우방국인 일본을…….]
“우방국이고 나발이고. 일왕님께서 일본의 전시 작전 통제권을 우리 스카이 캐슬에게 일임했어요. 그러니 보고를 하고 레이드에 참여할 건지. 돌아갈 건지만 결정을 하세요.”
불만은 일왕한테 따지시고.
[끙…….]
바보 같은 일왕 놈.
우리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전시 작전 통제권을 넘기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 우리 미국이 아닌 스카이 캐슬에 붙어먹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이봐요!”
[알았소.]
지금 부관 쳐다보는 거 안 보여?
보고하려고 하잖아!
리암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부관과 눈을 마주쳤고 그가 대신해 지윤미 마스터에게 보고했다.
[격수 500명, 궁수 300명, 마법사 100명, 힐러 100명입니다.]
“천 명이라…… 예상했던 것보다 많네요. 미국에서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참여하겠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네요.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죠?]
중세 시대 유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식이 느껴지는 양피지.
리암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지윤미의 손에 들린 물건을 쳐다봤다.
“변신 주문서예요. 주문서를 찢으면서 제가 안내하는 대로 마나를 움직이세요.”
[변신 주문서? 뭔지도 모르는 아이템을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쓰라고 하면…….]
“바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찌릿.
[알았소.]
눈빛 한번 살벌하네.
싸가지 없는 계집 같으니라고.
그래 일단 시키는 대로 해 주지.
나중에 두고 보자.
리치만 해치우면 이 치욕을 다 갚아 주마.
리암은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마나를 움직였다.
그리고 이내,
‘뭐야? 내 살들이…….’
리암을 비롯한 미국 헌터 협회 인원들의 외형이 해골로 변해갔다.
“마나를 다루시는 분들이라. 처음인데도 잘하네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설마 우리한테 저주를…….]
“변신 주문서라고 했잖아요. 2시간 정도 지나면 알아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주가 아니라는 말입니까?]
“원한다면 바로 해제해 줄 수 있어요.”
의심하고는.
찌익.
찌익.
지윤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변신 주문서를 연이어 찢으며 오크와 늑대인간과 같은 몬스터로 변신을 하고 또 원래 모습으로 되돌렸다가 다시 해골로 변신을 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리 단시간에 외형을 변신시킬 수 있다니…….]
“외형뿐만이 아니에요. 기운까지도 해골로 바꿔 주는 주문서에요. 먼저 몬스터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몬스터들이 선제 공격을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나눠 주는 거고요.”
[헐…….]
역시 성수와 미스릴만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쿵닥쿵닥.
부들부들.
변신 주문서를 사용해 해골로 변신한 리암은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두려움.
[혹시 사람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면…….]
그의 몸을 떨리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두려움이었다.
“물론 사람으로도 변신할 수 있어요.”
찌익.
[헐…….]
“어때요? 똑같죠?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제가 당신인 줄 알겠죠?”
씨익.
지윤미는 빙그레 웃으며 해골로 변신한 리암을 쳐다봤다.
“대한민국의 부산에 서큐버스와 뱀파이어가 등장했을 때 저흰 정말 큰 혼란을 겪었어요. 인간을 보면 무턱대고 달려드는 오크와 언데드 몬스터들과 달리 그놈들은 인간으로 변신해 인간 사회에 파고들었거든요.”
[…….]
“정말 끔찍하고도 잔인한 놈들이었죠. 친구의 모습으로. 부모의 모습으로. 그리고 때론 또 연인의 모습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가 별안간 날카롭고 긴 송곳니와 손톱을 찔러 댔으니까요.”
[…….]
“부디 바라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네요.”
[뭐라고요? 그 말은 설마…….]
“저희 재상님이 하신 말을 가슴속 깊이 새기세요. 우리 스카이 캐슬과 적이 되는 순간 미국의 수뇌부들은 자신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애인의 심장이 꿰뚫리게 될 테니까.”
그러니 그만 까불라는 얘기야.
현대 무기로 전쟁을 하면 결국 너희가 이기겠지만 너희도 무사하지는 못할 테니까.
“잘 알아들은 거로 알고 전 이만 가 볼게요. 미국 헌터 협회는 맨 후미에서 따라오시면 돼요.”
[……네.]
리암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윤미 마스터가 대놓고 협박을 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 *
[사무장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본국으로 빨리 알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건 너무 위험한 아이템입니다.]
[일단 레이드에 집중한다. 저리 대 놓고 협박을 했을 땐 분명 우릴 감시하고 있다는 거야. 섣불리 움직였다간 되레 화를 자초할 수 있어]
[아…….]
변신 주문서의 이능을 직접 체험하고 그로 인한 위력과 파급력까지 유추한 리암은 순종적인 자세로 대열을 뒤따랐다.
언데드를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 성수와 미스릴.
미국인으로서. 미국의 헌터로서 그는 당연히 그것들을 미국이 차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이 망하든. 스카이 캐슬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생성되든 상관이 없었지만, 성수와 미스릴을 조국의 품에 안겨 주고 싶었다.
그래야 자국의 국민이 몬스터로 인해 더는 떨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일단은 계획대로!]
가슴은 차갑게. 머리는 뜨겁게.
이전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성수와 미스릴을 소유해야 했다.
변신 주문서를 가진 스카이 캐슬이 두렵긴 하지만 이대로 굴복을 하면 그 자리를 내어 줘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한다.
리암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떨리는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그때,
“언데드 몬스터입니다. 모두 멈추세요.”
수만이 넘는 언데드 군대가 연합의 앞을 막아섰다.
“제가 나설까요?”
“아직 초입이에요. 영주님께선 힘을 아끼세요. 리치를 상대하셔야 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저 정도는 그냥 몸풀기용으로 제가 해도 될 것 같은데?”
“분명 리치가 있는 곳에 도달하기 전에 강한 몬스터가 나타날 거예요. 그때 몸을 푸시면 되지 않을까요?”
“……네.”
뭐야? 저 여자가 총사령관이었던 거야?
영주나 재상이 아니라?
리암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지윤미 마스터를 쳐다봤다.
어느 정도 위치가 있는지는 알았지만, 지윤미 마스터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하몽 님.”
“네!”
“최은빈!”
“네!”
지윤미 마스터의 부름에 엘프 부대와 마녀 부대가 앞으로 나섰다.
‘뭐 하려는 거지?’
광역 마법이라도 쏟아부으려는 건가?
대규모 전투니 광역 마법이 효율은 높겠지만 마법 소모가 심할 텐데?
리암은 당황스러워했던 것도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엘프 부대와 마녀 부대를 쳐다봤다.
마법사들의 마법은 현대 무기의 미사일만큼이나 화력이 좋아 강력한 대미지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마나 소모가 심했다.
지금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하게 되면 정작 이번 레이드의 목표인 리치를 상대할 때 제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은 놈들. 마법사들의 마나는 최대한 아꼈다가 리치가 나타나면 쏟아부어야지.’
리암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지휘부로 걸어갔다.
웬만하면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한 수 가르쳐 줘야 할 듯했다.
성수가 미스릴도 중요했지만, 일단은 스카이 캐슬에서 리치를 해치우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이봐요. 지윤미 마스…….]
“#$#$#$#$#$#$턴!”
“#$#$#$#$#$#$턴!”
뽀각.
뽀각.
“#$#$#$#$#$#$턴!”
“#$#$#$#$#$#$턴!”
뽀각.
뽀각.
[헐!]
이건 무슨 마법이지?
지윤미 마스터를 불러 세운 것도 잠시 리암은 놀라다 못해 경악스런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널브러진 해골들을 쳐다봤다.
A급 격수의 마나가 담긴 검을 맞고도.
A급 마법사의 마나가 담긴 마법을 맞고도.
전투기의 미사일을 맞고도 쉽사리 죽지 않고 달려들던 언데드 몬스터들이 수수깡처럼 부서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아니 그게…… 광역 마법이라도 쓸 줄 알고 말리려고…….]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데 괜한 걱정을 하셨네요. 고작 2티어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마법사의 귀한 마나를 소모할 만큼 전 멍청하지 않아요.”
[……네. 그래 보이네요. 지휘중에 죄송하지만, 혹시 무슨 마법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처음 보는 마법인데…….]
“턴 언데드! 언데드 전용 마법이에요. 3클래스 마법이고 광역 마법과는 달리 마나 소모가 그리 심하지 않죠.”
[아…….]
도대체 이자들의 힘의 끝은 어디인가?
변신 주문서도 모자라서 언데드 전용 마법까지 개발하다니…….
“처음 보시는 것 같은데 궁금하시면 여기서 함께 보셔도 돼요. 라미아와 타란툴라가 주로 출몰하지만, 미국에도 언데드 몬스터들이 없지는 않을 테니.”
[네, 감사합니다.]
리암은 마치 스승에게 가르침이라도 받는 거 마냥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턴!”
“#$#$#$#$#$#$턴!”
뽀각.
뽀각.
“#$#$#$#$#$#$턴!”
“#$#$#$#$#$#$턴!”
뽀각.
뽀각.
수천여 명의 엘프 부대와 마녀 부대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학살하며 길을 뚫었다.
“마법사들의 실력이 많이 늘었네요.”
“네. 영주님 덕분이에요. 하데스 신전으로 몰려드는 언데드 몬스터들을 상대로 다들 수련을 열심히 한 것 같더라고요.”
“그렇군요. 이제 더는 언데드 몬스터 때문에 골머리를 썩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턴 언데드를 하는 마법사들을 보며 해용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골은커녕 좀비조차 상대하는 걸 버거워했는데 지금은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듯 다들 여유롭게 상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드레이크까지 언데드화 시킨 거야?’
커다란 익룡의 모습을 한 뼈다귀 드레이크들 수백 마리가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