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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영주님-215화 (215/255)

215화. 초보 헌터들의 성지 (1)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에너지 볼트!”

“#$#$#$#$#$#에너지 볼트!”

“크윽!”

아프다. 너무 아프다.

견습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고 마법을 발사할 때마다 최소 서너 개의 에너지 볼트가 날아와 내 등과 몸에 적중했다.

스크린 야구장에 가서 메이저 리그로 설정하고 게임을 시작했을 때 날아오는 야구공의 속도와 비슷한 걸 보니 150km 언저리 되는 듯했다.

견습 마법사들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 대비만 잘하고 있으면 못 피할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주력 상대가 그들이 아니라 해골과 버그 베어라는 것이었다.

에너지 볼트에 안 맞겠다고 견습 마법사들을 집중하다 보니 어느 주위에 버그 베어와 해골들이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 있었다.

“윤미야, 집중해. 버그 베어 다가가고 있잖아. 견습 마법사들은 제대로 한 방만 맞아도 즉사야!”

“우리도 한다고 하는 거야!”

등 뒤에서 이아영과 지윤미 마스터의 고함이 들려왔다.

전사 계열에 상위 헌터인 태백산맥 길드원과 비교해 견습 마법사들의 방어력이 약해 잠깐의 방심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

우리가 몬스터들을 제대로 해치우지 못해 뒤로 새어가는 경우가 많아 위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견습 마법사들이 수련에 참여하는 동시에 나와 태백산맥 길드 헌터들은 물론이고 발리키 길드와 플로라 길드마저 이마에 땀이 흥건해 질만큼 긴장의 연속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무슨 사달이 나도 날 것 같았다.

“조성태, 그레이 기사단도 도와.”

“네, 알겠습니다.”

카프리도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그레이 기사단의 사냥을 허락했다.

그리고 이내,

“지윤미 너희는 안쪽으로 진입해서 몬스터들이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하게 차단해.”

“네, 알겠어요.”

발키리 길드에게는 몬스터의 접근량을 조절시켰다.

잠시 그레이 기사단을 투입하기는 했으나 계속 수련을 유지하려는 모양이었다.

“카프리 님, 견습 마법사들이 방어력이 너무 약해서…….”

“알아, 알아 나도. 그래서 일부러 데리고 온 거야. 겸사겸사 플로라 길드도 훈련하려고. 발키리 길드 의료팀 최유라 팀장이 그러던데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살릴 수 시간을 골든 타임이라 칭하더군. 그러니 너희도 견습 마법사들한테 집중하며 그 커트 라인을 만들어 봐. 찰나의 차이일지라도 너희들이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생사가 갈릴 수 있을 테니까.”

“끙…….”

견습 마법사에 이어 플로라 길드도 제대로 수련에 참여하는 순간이었다.

한데,

두웅! 두웅! 두웅!

‘왜 몬스터 양이 줄어들지 않는 거지?’

그레이 기사단과 발키리 길드가 사냥에 동참했는데도 몬스터가 계속 물밀듯이 몰려왔다.

“해용아, 저기 좀 봐 봐.”

“……?!”

축축하고 눅눅한 기운이 강해져 고개를 돌리니 신전에서 검은색 기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우리 때문에 몬스터가 몰려온 게 아니라 저 기운 때문인 듯했다.

“카프리 도대체 뭘 만진 거예요?”

“만지긴 뭘 만져. 당연히 복구 하려고 수리 좀 한 거지.”

“하아…….”

카프리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표정을 지으며 내 물음에 답했다.

카프리의 손재주가 대단하긴 대단했다.

얼핏 봐도 최소 수십 년은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고 부서진 채 방치된 것 같은데 몇 시간 만에 그걸 이 정도로 복구해 놨으니 말이다.

“카프리, 이거 부숩시다.”

“미쳤어? 그걸 왜 부셔? 내가 분명 복구한다고 했잖아. 넌 허락했고.”

“그렇긴 한데 이런 말은 없었잖아요.”

“당연하니까 안한 거지. 린드 공주가 카시오페아 신전에 가면 편안해하는 것처럼 마족과 언데드 몬스터들이 마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나랑 인연 끊을 거 아니면 그대로 둬!”

카프리가 얼음장 같은 기세를 내뿜으며 소리를 질렀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신전을 부수면 정말 나랑 인연을 끊기라도 할 태세였다.

“고집부릴 걸 부리 세요. 몬스터들을 끌어들이는 신전을 어떻게 그냥 둬요!”

“꼭 나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잖아. 몬스터들이 이리 알아서 몰려들면 굳이 돌아다니며 사냥할 필요 없이 여기서 자리 잡고 하면 더 안전하고 좋잖아.”

“하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충분히 연구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고!”

되도 않는 핑계를 대며 날 노려보던 카프리가 용의 뼈로 된 신전의 기둥을 감싸 안았다.

“절대 못 부숴. 부술 거면 나부터 죽이고 부숴!”

“하아…….”

똥고집도 이런 똥고집이 없었다.

아무래도 호기심과 탐구심이 발동해도 제대로 발동한 모양이었다.

“지윤미 마스터님, 영지에 전령을 보내서 지원 요청을 하세요.”

“네, 알겠어요.”

“수련은 끝났으니 모두 싸우세요. 일단 몬스터들부터 처리 좀 하죠.”

“네, 알겠습니다.”

난 마스터들을 향해 총공격을 지시했다.

* * *

린하이의 그리폰 부대.

오키도키의 오크 부대.

하몽의 엘프 부대.

퍼거슨의 근위 기사단과 마법사단.

.

.

.

활성화된 마신의 신전으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몰려왔고 지원 요청을 받은 이종족 부대들이 오고 나서야 상황이 좀 정리됐다.

“다친 사람 없죠?”

“네. 플로라 헌터님들이 잘 보호해 주셔서 다들 무사해요.”

지원군이 오고 나서 난 바로 견습 마법사들부터 살폈다. 다행히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몰린 게 아니라 마기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으로 온 것인지 몬스터들이 진형도 없이 따로따로 온 덕분이었다.

스르륵.

스르륵.

뽀각.

뽀각.

지금도 여전히 몬스터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지만, 인근에 있는 놈들은 다 정리가 된 건지 그 숫자가 많지 않았다.

[마신의 신전이라…… 이곳에 이런 것이 있을 줄이야.]

[카프리 님, 마신의 신전을 복구하시겠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장 부숴야 합니다.]

“맞습니다. 연구를 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위험한 물건입니다. 오늘만 해도 보십쇼. 우리가 지원오지 않았으면 큰일이 생길 뻔했잖아요.”

마신의 신전을 본 부대장들이 소리를 높이고 얼굴이 잔뜩 붉어져 적대감을 표출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지만 몬스터 웨이브에 이르는 몬스터 몰림에 생각보다 반응이 과했다.

하나,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난 이것을 연구할 거고 분명 영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시킬 거다. 영주한테 이미 허락도 받았으니 두말 하게 하지 마라.”

카프리는 여전히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영주님 어찌 마신의 신전인 줄 알면서도…….]

“영주님, 당장 파괴하셔야…….”

“잠시만요.”

난 손을 들어 부대장들의 말을 멈춰 세웠다.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부대장들이 흥분하는 건 이해를 하지만 카프리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어느 편을 바로 손들어 줄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웨이브에 이르는 몬스터 몰림이 있었지만 우린 무사히 무찔렀다.

그리고 지금은 견습 마법사들만으로 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딱 적당히 몬스터들이 찾아오고 있었고.

카프리가 얘기한 것처럼 지금처럼만 몬스터가 찾아온다면 굳이 쫓아다니며 사냥하는 수고도 덜고 우리도 수련을 이어 갈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확실히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물건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결정을 내릴 만한 사항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할 사항은 아닌 것 같네요. 다른 성주들의 의견도 듣고 저도 더 고민한 후에 결정하는 걸로 하죠.”

[네, 알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얼굴을 붉히고 언성을 높이던 것도 잠시 내가 심사숙고하여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니 모두 군말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 * *

신전을 복구할 건지, 부술 건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일단 임시로 막사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내가 결정을 내릴 동안 사람들이 머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해용아, 들어가도 되냐?”

“들어오세요.”

막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장지원 마스터가 찾아왔다.

“궁금해할 것 같아서 찾아왔다.”

“……?”

“성주들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

“아……궁금해요.”

난 장지원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프리가 예상한 대로야. 다들 퍼거슨을 찾아가 신전을 부수는 쪽으로 동조하고 있어.”

“역시 그쪽으로 흐르고 있군요.”

“당연하잖아. 에르메스의 검도 그렇고 성수도 그렇고 카시오페아 신전과 성물 때문에 큰 위기를 넘겼고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에 반하는 신전을 복구시킨다고 하니 다들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

“그쪽으로 논쟁이 펼쳐지면 안 되는데…….”

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몬스터들의 이끌림. 신전을 복구했을 때 더 위험한 일이 찾아올 수도 있는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를 하면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다.

하나 만약 종교적인 이유로 반기를 든다면 난 그들의 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이 부분은 이미 카프리와 운디네의 설명으로 결정을 지은 상태다. 만약 위와 같은 이유로 퍼거슨의 손을 들어 준다면 앞으로 다른 신전이 들어올 때 겪지 않아도 될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네가 고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동안 종교적으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마저 휘둘러지게 될 거야.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

“형은 어느 쪽이세요?”

“나야, 물론 복구하는 쪽이지.”

“왜?”

“카프리가 복구하고 싶어 하잖아. 미우나 고우나 친구 따라가야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반대하면 바로 절교하자 할걸?”

“아…….”

참 단순해서 좋았다.

“그리고 지금 정도만 유지해도 견습 마법사는 물론이고 하위 헌터들한테도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 같아.”

“……?”

“우리 때문에 길이 꽤 많이 개척됐다고 해도 사냥을 나가면 사방이 위험 덩어리잖아. 근데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으면 몬스터들이 알아서 찾아오니 하위 헌터들도 부담 없이 사냥에 나설 수 있을 거야.”

“아…….”

요즘 계속 같이 붙어서 훈련을 해서일까. 장지원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F급에서부터 시작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른 이유에서일 것이다.

장지원이나 나나 지금은 꽤 높은 자리에 올라왔지만, 어려웠을 때 시절을 잊지 않고 있었으니까.

나도 이번엔 깊게 고민하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게 나을 듯했다.

“태백산맥에서 여길 맡아 줄 수 있나요?”

“물론이지.”

“부마스터들한테 안 물어보고 그렇게 바로 대답해도 되는 거예요?”

“물어보긴 뭘 물어봐. 너랑 내가 복구한다는데 그놈들이야 당연히 예스지! 크크.”

“그런 건가요?”

“그런 거야.”

“알았어요. 그럼. 태백산백 길드에서 이곳의 경비를 서는 걸로 하고 공방 헬퍼들과 안지현 실장을 불러주세요. 복구해 보죠. 우리.”

난 입술을 굳게 다물며 장지원과 악수를 하였다. 성주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 보고 결정하려 했는데 이번엔 내 뜻을 관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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