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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영주님-208화 (208/255)

208화. 언데드 학살자 (2)

[흠…… 수련을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단시간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는 어려울 텐데요? 차라리 코어를 매입해 마나 팔찌에 마나를 채우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내가 훈련을 받고 싶다고 하니 퍼거슨이 고개를 흔들며 코어로 마나를 충전하는 걸 추천했다.

F=>E급 필요 코어 10,000개.

E=>D급 필요 코어 20,000개.

D=>C급 필요 코어 40,000개.

C=>B급 필요 코어 80,000개.

B=>A급 필요 코어 160,00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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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스카이 캐슬의 여력이라면 나 한 명쯤 S급으로 올릴 재력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빈번한 만큼 토벌된 몬스터도 많아 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코어를 매입할 수 있을 테니까.

“마나양만 올리는 거라면 그게 빠르겠죠. 한데 그런 식으로 올리는 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요.”

난 퍼거슨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급 정령사, 아니 지구의 계산법으로 난 SS급에 이르는 정령력을 이미 갖고 있다.

의지만 보이면 지금도 정령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마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양이었다.

퍼거슨의 추천대로 마나 팔찌에 마나만 채우는 걸로 그치면 어차피 그 마나는 다 정령들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 이용될 것이다.

한 방의 정령 마법을 더 쓰면 전투에 용이해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흑마법사 네크로맨서나 뱀파이어 로드 브레드 같은 상위 마족들을 만나면 내가 후방으로 빠져야 하는 건 매한가지였다.

난 그게 싫었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 정령들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에 더 치중해야 했고 어떠한 전략, 전술도 없이 힘 대 힘으로 부딪히는 단순한 패턴으로 전투를 치러야 했다.

그로 인해 운디네는 항상 사이즈를 보고 버거울 것 같으면 매번 후퇴를 권유했고.

난 정령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내 몸을 보호할 힘을 원하는 것이었다.

[맞습니다. 이미 SS급에 이르는 정령력을 갖고 계신데 마나를 조금 더 올린다고 단숨에 강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하나 그건 수련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

[하몽 님이 가르치고 있는 엘프 부대와 마녀 부대만으로도 지금 저희의 공격력은 아주 막강합니다. 문제는 전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약하고 마법 딜레이마저 있는 그들을 대신해 적의 공격을 막아 줄 수 있는 탱커가 없다는 겁니다.]

“흠…….”

[저희 왕국의 기사단과 태백산맥 길드가 방패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브레드 같은 상위 마족의 공격을 막아 주기엔 역부족이니까요.]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퍼거슨도 현재 우리의 약점을 정확히 캐치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몽이 그랬다.

100방의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쏠 수 있다면 얼음 여왕도 해치울 수 있다고.

그래서 하몽은 엘프들과 마법사들의 수련을 박차를 가하고 공방 헬퍼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마법진을 쉼 없이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그래봤자 100방의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쏠 동안 얼음 여왕을 붙잡아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제대로 된 탱커 한 명만 있으면 얼음 여왕 방어도 할 수 있고 부담 없이 지금 당장 일본으로 날아가 리치와 데스 나이트도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영주님이 수련을 하신다 해도 단시간에 그 자리를 채워 주긴 어려울 겁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영주로서 직무에 맡는 일을 하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퍼거슨이 권유에 이어 이번엔 명백히 거절의 뜻을 전해왔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만큼 그 효율이 높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퍼거슨. 안 할 거면 그냥 빠져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내가 가르쳐 준다.”

“카프리?”

카프리가 길에 있는 꽃줄기 하나를 질겅질겅 씹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영지가 커지고 발전해 나감에 따라 그와 공방에서 할 일은 계속 늘어만 가서 인사할 시간도 없었는데 조금 짬이 났나 보다.

“왜 싫어? 탱커 필요하다며?”

“그렇긴 한데, 카프리가 검술도 할 줄 알았어요?”

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카프리를 쳐다봤다.

C급에서 B급 정도.

그도 꽤 많은 마나를 품고 있고 도끼를 사용하는 걸 보긴 했지만 뛰어난 전사는 아니었다.

“지금 표정 상당히 불손하다. 퍼거슨이 나보다 강할지는 몰라도 가르치는 거라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흠…….”

“왜 못 믿겠어?”

“그런 건 아니고…….”

약간 미심쩍기는 했다.

카프리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서 왠지 심술과 짜증이 느껴졌다.

“축구를 잘한다고 잘 가르칠 수 있다면 마라도나와 펠레는 지금 세계적은 명장이 되어 있겠지.”

“축구도 알아요?”

“멍청이가 보여줘서 봤다. 제법 흥미 있는 스포츠더군.”

자세히 보니 카프리의 벨트에 태블릿 PC가 있었다.

대장장이자 발명가인 그는 유독 지구의 과학 아니 문명에 관심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스포츠도 접한 모양이다.

“선수 시절에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한 이가 정작 감독이 돼서 이름을 날리고 명장이 되는 것처럼 검술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검술에 소질이 없어 익스퍼트에 머물고 있지만 가르치는 거라면 나도 잘할 수 있다.”

“흠…….”

난 고민스런 표정을 지으며 카프리와 퍼거슨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제 한국어에 적응했는지 그의 말투는 꽤 부드러워졌고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지구의 인물을 대며 설명을 하는데 제법 일리가 있었다.

“참고로 지난 마족 전쟁 때 선두에 서서 탱커 역할을 했던 종족은 바로 우리 드워프였다.”

“이 말이 사실인가요?”

[네. 맞습니다. 마족 전쟁 때 이종족 연합의 선봉장은 카프리 님의 아버님이신 카이로제 님이셨습니다.]

퍼거슨이 나와 카프리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이로제 님 덕분에 우린 마족과 대항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드워프는 가장 많은 피해를 받으며 빨리 죽기도 했었죠.]

퍼거슨의 얼굴에 점점 씁쓸함이 가라앉았다.

얘기하다 보니 옛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드워프는 그 어떤 종족의 전사보다 용맹했고 강했습니다. 하나 제가 알기론 드워프 종족의 전사 수련 과정은 꽤 많이 힘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카이로제 님한테 듣기론 열 명 중에 여덟 명은 수련하다가 도망을 가거나 그도 아니면 신체에 장애가 생겨 중단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열 명 중에 여덟 명이 신체에 장애가 생긴다고요?”

[네. 죽는 이도 꽤 된다고 들었습니다. 드워프 종족의 전사 수련 과정은 이종족 연합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만큼 위험하고 힘들다고 악명이 자자했었습니다.]

퍼거슨이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얼굴을 보아하니 내가 거절하기를 원하는 모양이었다.

수련이 꽤 과격한 듯했다.

“좋아요. 카프리 님이 도와주신다면 열심히 한번 배워 볼게요.”

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카프리는 직설적인 말로 때론 상처를 주곤 하지만 빈말은 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가 강해질 수 있다고 하면 강해지는 것이었다.

수련 과정이 꽤 위험하고 힘든 모양인데 내가 원하던 바였다. 아니 전투를 위한 훈련을 하는데 힘들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 정도는 나도 감안하고 결심을 한 것이었다.

[영주님 다시 한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설마 카프리가 절 죽이기야 하겠어요?”

퍼거슨은 내 바짓가랑이도 잡고 말리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따라와라. 제대로 훈련을 시작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있다.”

“네.”

난 일 초의 고민도 없이 카프리의 뒤를 따라갔다.

* * *

“왔냐?”

“스카이 캐슬은 어떡하고? 형님이 왜 여기에?”

“카프리가 훈련 시켜준다고 해서 왔지. 스카이 캐슬은 걱정하지 마.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니까.”

카프리를 따라 공방 건물에 도착하니 그 앞에 장지원과 김현규, 김영균을 필두로 한 십여 명의 태백산백 길드원이 서 있었다.

“그래도 성주가 자리를 비우면…….”

“넌 성주일 때 자리 지켰어?”

“끙…….”

마스터들을 성주로 임명해서 한 지역씩 관장하게 했는데 장지원은 수뇌부들을 다 이끌고 왔음에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어차피 성의 운영은 김용규 본부장이 파견시킨 공무원들과 인재들이 실무를 맡고 있으니 그들을 믿고 완전히 떠넘긴 모양이다.

나 역시 성주 시절, 이부성과 이세훈, 발키리 길드 그리고 지휘부에게 떠넘겨서 더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혼자 하면 못 버틴다. 그래서 멍청이들 부른 거다.”

“혼자 하면 못 버틴다고요?”

“영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고단할 거다. 혼자 하면 외롭다. 위로될 거다.”

장지원이 떼를 써서 온 줄 알았는데 카프리가 부른 모양이었다.

쾅! 쾅!

“한 세트씩 가져가서 양 발목과 팔목에 채워라.”

“헐…… 이거 통 아만티움 아니야?”

“그러게요? 이거 엄청나게 무거운데요?”

카프리가 우리 앞에 수십 개의 검은색 수갑을 내려놨다.

팔찌 2개 발찌 2개가 한 세트인 모양인데, 대충 들어도 하나에 10kg는 되는 것 같았다.

“잔말 말고 빨리 착용해라. 훈련 가야 하니까. 갖고 있던 무기는 모두 여기 내려놔라.”

“……네.”

“……어.”

우린 더는 묻지 못하고 어영부영 수갑을 착용했다.

카프리는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 바쁜 드워프였고 하는 일이 많았다.

그 때문인지 그는 필요한 말이 아니면 가급적 하지 않았고 보통 직접 몸으로 보여 주는 걸 선호했다.

아마 따라가면 왜 수갑을 차게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카프리는 글루틴 마을 성곽 동쪽 입구로 걸어갔고 그곳에 수십여 명의 길드원을 데리고 온 지윤미와 이아영 마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이 여긴 어쩐 일로?”

“카프리 님이 영주님과 태백산맥 형제들의 훈련을 시키는 걸 도와달라고 해서 왔어요.”

“아, 안전을 위해서 도와달라고 했나 보네요.”

난 두 마스터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군대에서 훈련해도 의무병이 대기하기 마련이다. 한데 드워프의 훈련 방식은 더 위험하니 힐러들을 비상 대기 시켜 놓으려는 모양이었다.

“시선 끌리면 안 되니까 너흰 적당한 동물로 변신해라.”

“네, 알겠어요.”

“네, 알겠어요.”

발키리와 플로라 길드 헌터들이 언데드 몬스터로 변신했다.

성문을 나가면 바로 늑대인간의 서식지이기에 언데드로 변신을 하면 늑대인간이 봐도 공격을 하지 않았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사냥 중이신가 본데 인사는 하지 않아도 되니 집중들 하세요.”

“네. 영주님.”

성문 근처이다 보니 사냥을 하는 헌터들이 많이 보였고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인사를 하려고 해서 난 손을 저으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십 분, 이십 분, 두 시간.

카프리는 한참을 걷고 나서야 걸음을 멈췄다.

헌터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제법 깊숙하고 외진 곳이었고 조금만 더 안으로 들어가면 좀비와 해골, 구울과 같은 언데드 몬스터들마저 출몰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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