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영주님-180화 (180/255)

180화. 그리폰 (5)

슈우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우웅.

{살려줘!}

하늘을 맴돌던 그리폰이 바닥으로 수직 낙하 해서 화살에 맞아 부상을 당한 중국인 헌터들을 한 명씩 낚아채기 시작했다.

{발버둥 치지 마! 어차피 여기서 떨어져도 죽어. 반항하지 말고 일단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

이미 공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지 중국인 헌터들은 그리폰의 발톱에 잡혀 상공으로 날아오른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허나,

“이 빌어먹을 놈아, 가만히 있었잖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폰의 발톱에 잡혀 구름 가까이 올라갔던 중국 헌터들이 다시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당탕탕.

우당탕탕.

뿌찌직.

뿌찌직.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땅으로 떨어진 중국인 헌터들은 나뭇가지와 바위 같은 곳에 부딪혔고 끔찍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리폰에 의해 사냥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저놈들 실수로 떨어뜨린 게 아니라 일부러 떨어뜨린 것 같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슈우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우웅.

마나로 인해 육체가 강화됐다고는 하나 중력을 이기지 못한 헌터들은 움직임을 멈췄고 그리폰들은 다시 땅으로 수직 낙하해서 헌터들을 낚아챘다.

‘차라리 칼침 맞고 죽는 게 낫지.’

사냥 방법이 참으로 고약한 놈들이었다.

부들부들.

부들부들.

동료들이 옆에서 처참하게 죽는 것을 본 중국인들은 모두 짐 마차 밑에서 숨어 몸을 부르르 떨며 숨어 있었다.

우리의 화살 공격을 시작으로 연이어 그리폰의 공격을 받은 그들은 싸울 의지를 완전히 잃고 두려움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었다.

“지윤미 마스터님, 그리폰들을 조준해 주세요.”

“괜찮을까요? 사람들을 놔두고 그리폰마저 공격하면 우리의 정체가 탄로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할 수 없어요. 아무리 적이라 하나 저런 식으로 죽게 하는 건 마음이 편치가 않네요.”

“네, 알겠어요. 사실 저도 보고 있는 게 마음이 편치가 않긴 했어요.”

지윤미 마스터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발키리 길드 헌터들을 쳐다봤다.

“모두 그리폰을 조준해.”

“네, 알겠어요.”

슈우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우웅.

스르륵.

스르륵.

아직 우리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는지 그리폰들은 우리 쪽에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았고 발키리 헌터들이 그리폰들이 낙하하는 타이밍에 맞춰 수백여 발의 화살을 쏘았다.

그런데,

끼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팅! 팅! 팅팅!

팅! 팅! 팅팅!

“……?!”

“……?!”

그리폰에게 날아간 화살들이 박히지 않고 모두 날개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모두 아만티움 화살로 바꾸고 마나를 입혀!”

“네!”

“네!”

우린 오크의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고 화살 역시 일반 철제 화살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윤미 마스터가 부랴부랴 검은색 빛을 발하는 화살촉으로 교체를 지시했다.

그리폰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가죽 역시 그동안 봐왔던 그 어떤 몬스터보다 질긴듯했다.

허나,

“끼아아아아아악.”

“뭐야? 저 새끼들 모두 도망가는데요?”

두 번의 낙하로 인해 부상을 당한 헌터들 대부분 그리폰의 발톱에 잡혀 하늘로 끌려갔고 만족할 만큼 사냥을 했는지 그리폰들이 구름 위로 사라졌다.

처음이었다.

몬스터와 대면해 이렇게 허망하게 패배를 한 것이.

눈을 뜨고 있는 상태에서 코를 베인 것처럼 뭔가 허무함과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 몰려왔다.

중국인 헌터들을 타겟으로 정했기에 망정이지. 혹여나 우리를 타겟으로 공격을 했다면 우리도 그리폰의 발톱을 피하지는 못했을 듯했다.

“지윤미 마스터님. 헌터들을 챙기세요.”

“네. 모두 정신 차리지 못해!”

발키리 길드 헌터들 역시 나랑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폰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저들부터 제압하세요.”

“네.”

그리폰이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한 우린 일부 헌터들과 헬퍼들만이 남은 중국인들에게 걸어갔다.

{뭐야! 오크잖아. 젠장!}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늑대! 늑대들을 타고 있습니다. 도망친다 해도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단 흩어져. 이대로 산 채로 잡혀 먹히고 싶어?}

우리를 본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고함을 치며 우왕좌왕했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세요.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 드리겠습니다.”

{……?!}

{……?!}

오크의 모습을 하고 있긴 했지만 하몽이 준 목걸이를 사용해 의사를 전달하자 중국인들이 반쯤 넋이 나간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우리 씨엘(Cielo) 부족 오크들은 인육을 먹지 않습니다. 그러니 투항하세요.”

{씨엘 부족 오크?}

“그렇습니다. 우린 당신들이 그동안 봐 왔던 오크 부족과는 다른 오크들입니다.”

{…….}

{…….}

헬퍼들을 이끄는 팀장급 되어 보이는 인물 몇몇이 나와 대화를 시작하자 우왕좌왕하던 헬퍼들이 자리에서 멈춰 섰다.

{정말 우리를 해치지 않을까요?}

팀장급 헬퍼가 기대하는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반쯤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가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기대감이 생긴 모양이다.

“해치려고 했다면 당신들은 이미 모두 죽었습니다.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난 빙그레 웃으며 오크로 변신해 늑대들의 등에 타고 있는 발키리 길드 헌터들을 쳐다봤다.

우리의 화살 공격에 이어 그리폰에게 공격을 받은 저들의 숫자는 채 오십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마저도 대부분 헬퍼들이었고.

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대로 흩어져서 도망가 봤자 저들은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모두 무기 내려놔!}

{팀장님…….}

{어차피 흩어져도 잡힌다. 살길이 있는 것 같으니 일단 따라 보자.}

{……네.}

쿵. 쿵.

중국인 헬퍼들이 체념한 얼굴로 땅에 무기를 내려놨다.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해치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살길을 찾아보려는 모양이었다.

“모두 포박하세요.”

“네!”

“네!”

지윤미 마스터와 발키리 길드 헌터들이 전투 의지를 상실한 중국인 헬퍼들에게 다가가 밧줄로 몸을 묶었다.

{뭐야? 방금 그 말은 한국어 아니야?}

“재갈도 물리세요.”

“네.”

나와 달리 아티팩트가 없던 지윤미 마스터의 말은 그대로 들렸는지 중국인 팀장이 살짝 반항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올라가죠.”

“네.”

오십여 명의 포로를 잡은 우리는 전장을 정리하고 다시 산맥 위로 올라갔다.

* * *

“오늘은 여기서 밤을 보내야 할 것 같네요.”

“네, 알겠어요. 야영 준비를 할게요.”

중국인들을 포로로 잡는 사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고 발키리 헌터들이 능수능란하게 산맥 위에 자리를 잡고 밤을 지새울 준비를 시작했다.

평야 지대도 아닌 경사가 가파른 산길에서 야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녀들의 움직임엔 전혀 거침이 없었다.

지난 시간 오크들에게 고립을 당한 경험 때문인지 발키리 길드 헌터들은 두 발을 뻗고 누울 자리만 있으면 그 어디에서도 지낼 수 있을 만큼 빠른 적응력을 갖추고 있었다.

끼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저것들 설마 우릴 보고 저러고 있는 건 아니겠죠?”

“우릴 보고 온 게 맞는 것 같아요.”

그새 잡아간 중국인들을 모두 해치웠는지 그리폰들이 다시 날아와 우리 머리 위 상공을 노닐었다.

{밑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그리폰의 타겟이 됩니다.}

“아까와 달리 이곳은 숲이 울창해서 장애물이 많아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나뭇가지가 아무리 두껍고 질겨도 다 부숴버리고 낙하합니다. 헌터들의 말로는 그리폰의 낙하 속도가 시속 100마일 정도 된다고 합니다. 찍히면 죽습니다. 당신들이 누구이든 간에 상관하지 않고 협조할 테니 밑으로 내려가시죠.}

청방 길드 헌터들을 피해 제법 높은 곳으로 올라와서 포로들의 재갈을 풀어 줬더니 헬퍼 팀장으로 보이는 자가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어째 자신들을 포박해 신체를 구속하고 있는 우리보다 그리폰을 더 무서워하는 듯했다.

“흠…….”

난 고민스런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쳐다봤다.

100마일이면 시속 160km 이상 된다는 얘기였다.

손 쓸 틈도 없이 헌터들을 낚아채더니 정말 대단한 스피드였다.

[성주님, 저자가 얘기하는 것처럼 빠르긴 하지만 그리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익스퍼트 상급. 아니 스카이 캐슬 기준으로 B급 이상의 마나를 화살에 담아 날리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자리를 옮겨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에릭이 다가와 그리폰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공중형 몬스터에다가 큰 덩치와 달리 스피드가 빠르지만, 아예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모양이었다.

“B급 이상이라…… 백여 명 정도 있으니 저 정도는 위협이 되지 않겠네요.”

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발키리 길드 헌터들을 쳐다봤다.

세계수의 축복을 받고 정령과 계약한 그녀들은 모두 기존에 받았던 등급에서 1~2단계씩 상승한 상태였고 30% 이상이 그리폰을 상대할 수 있는 상위 헌터들이었다.

{B급 이상의 헌터가 백 명이나 있다고요? 도대체 당신들 정체가 뭔가요?}

중국인 헬퍼 팀장이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스카이 캐슬이 만들어지기 전 한국에 알려진 최강의 헌터는 A급 헌터 열 명이 전부였다.

그리고 B급 역시 채 수십여 명이 되지 않았고.

B급만 돼도 어지간한 국가에 가면 귀빈급 대우를 받으며 스카우트해 갈 정도로 상위 헌터인데 그런 인재들이 이 자리에만 백 명이나 있다고 하니 믿기 힘든 모양이었다.

“알려 드릴까요? 근데 우리의 정체를 알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평생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텐데 괜찮은가요?”

“끙…….”

중국인 헬퍼 팀장이 앓는 소리를 내며 내 시선을 피했다.

포로로 잡힌 상태에서도 우리의 정체가 궁금할 정도로 호기심이 왕성한가 본데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더 이상 물어볼 게 없으면 이제 제가 묻죠. 높은 지대로 올라가면 그리폰한테 공격을 당한다고 했는데 그럼 당신들은 이곳까지 올라와 지형을 살펴본 적이 없겠네요.”

{무슨 말인지 어렵습니다.}

“들은 그대로예요. 청방 길드 헌터들이 이곳까지 올라온 적이 있나요?”

{있긴 있습니다. 처음 이곳에 당도해 성을 보수하고 주변 지형을 탐색할 때 몇 번 올라오긴 했습니다. 헌데 높은 곳으로 올라올수록 길이 험하고 그리폰의 공격까지 있어 지금은 아무도 올라오지 않습니다.}

“그래요? 그럼 그리폰만 해결하면 우리가 산맥을 따라 이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네요?”

{그렇긴 한데…….}

중국인 헬퍼 팀장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묻는 말에만 답하면 될 텐데 내 질문의 의도를 캐치하기 위해 생각을 하려 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었다.

“지윤미 마스터님. 계획했던 것보다 이곳에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네요.”

“상관없습니다. 성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면 됩니다.”

“고마워요. 그럼 우리가 머무는 능선 길을 따라 최은빈 부대장이 말한 하늘 다리까지 길을 만들어 주세요.”

“길이요? 여기다가 도로를…….”

“아니 그런 길 말고 헌터들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주변 몬스터를 처리하고 길만 뚫어 놓으시면 될 것 같아요.”

난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지윤미 마스터를 쳐다봤다.

중국인 헬퍼 팀장은 단순히 그리폰이 두려워 대답한 듯했지만 그가 전해 준 정보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청방 길드 헌터들이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가 이곳에 자리 잡게 되면 우린 항상 그들보다 높은 곳에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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