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농사짓는 영주님-147화 (147/255)

147화. 드워프 구출 작전 (1)

스마트폰의 노예.

요즘 사람들을 지켜보면 과연 스마트폰이 없었을 땐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로 한시도 손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잠들기 직전까지도 스마트폰을 쳐다보다 잠이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유치원생들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크게는 백만 원이나 하는 고가의 물건이다.

게다가 월 이용료 역시 수만 원에서 십만 원이 넘게 나오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일성 그룹은 그 스마트폰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여 글로벌 기업이 되었고.

짐작건대 마나 팔찌의 존재가 알려지면 스마트폰 못지않게 파급력이 생길듯했다.

마족과 마물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감추고 숨기는 것보다는 널리 보급하여 거국적인 측면으로 활용하는 게 현명할 듯했다.

“……영구 물품이 아닌 소비 물품으로 개발을 했으면 하네요.”

“소비 물품이라…… 일부러 물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란 말인가?”

“네. 맞아요. 그럼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스카이 캐슬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레 높아질 거예요.”

난 카프리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짐작건대 그가 만든 마나 팔찌는 전투 중에 충격을 받지 않는 이상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쓸 수 있을 듯했다.

장인 종족 드워프의 수장 카프리가 만들었기에.

그건 굳이 더 물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땅을 파기 위해 만드는 삽 하나 곡괭이 하나, 그가 만든 장비조차 모두 헉 소리가 날 만큼 대단한데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나온 아이템은 오죽하겠는가.

허나 난 스마트폰처럼 마나 팔찌도 정기적으로 AS를 받아야 하고 그 수명이 2년 정도 되길 바랐다.

“흠…… 무슨 말인지 어렵다.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성주가 시키니 그렇게 하겠다. 쩝.”

카프리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애써 만든 무구의 품질의 떨어뜨리라고 하니 마음에 들지 않는 듯싶었는데 내가 원하니 지시를 따라주려는 모양이었다.

“성주님, 성주님의 의도는 알겠는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마나 팔찌를 다른 나라에 보급하면 상위 헌터들이 양산될 겁니다. 지난번에 미국과 일본 헌터 협회 쪽 일도 그렇고 타국의 헌터 전력이 높아지면 저희가 받는 압박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김용규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일본, 중국, 미국, 러시아…….

우리나라 근처에 있는 나라들은 모두 세계를 주름잡는 강대국이었고 그만큼 땅도 넓고 인구도 많았다.

만약 우리가 마나 팔찌를 공급해준다면 분명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빠르고 많이 상위 헌터들이 양산될 가능성이 컸다.

김용규는 그걸 염려하는 듯했다.

“저도 그건 알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재난 상태이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의 이익과 안위만 생각하면서 움직이면 물매를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일단 제가 시키는 대로 이웃 국가들이 억하심정을 가지지 않게 최대한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하죠. 마나 팔찌는 물론이고 미스릴과 치료제, 해독제, 이능 음식 모두 최소한의 물량만 남겨 놓고 수출하는 방향으로.”

“헉! 이능 아이템마저 모두 다 수출을 하시겠다고요?”

김용규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일본에서 전쟁까지 언급하며 도움을 요청했다면서요. 그 말은 그만큼 사지에 몰렸다는 거잖아요. 궁지에 몰리면 쥐가 고양이도 문다고 하잖아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우리에게도 좋을 게 없으니 달래 줘야죠.”

“……제가 모르는 무언가 있는 겁니까? 제가 보고 받기론 이렇게 타 국가까지 배려하며 움직일 정도로 대륙 상황이 그렇게 심각하진 않은 거로 아는데요?”

파격적인 나의 결정에 김용규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감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일련의 일들과 중급 정령으로 상승하며 나름 깨달음을 얻어 소유욕과 욕심을 누그러뜨리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 나의 결정은 호구에 가까웠다.

김용규는 뭔가 나한테 저의가 있다고 의심하는 얼굴이었고 사실 하고자 하는 일이 있어 안배하는 거긴 했다.

“역시 본부장님은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가 없네요.”

“네?”

“중국 아니 정확히는 중국에 열린 게이트와 연결된 게이트 안 대륙을 치려고 합니다.”

“헐…….”

“헐…….”

김용규와 마스터들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아이템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보다 더 놀란 얼굴들이었다.

“중국 쪽과 연결된 대륙에 드워프들이 있습니다.”

“중국에도 드워프가 있다고요?”

“네. 드워프를 잡아서 목에 쇠사슬을 감아 놓고 노예로 부리고 있더군요. 아마 마나 팔찌가 공급되면 그 드워프들은 더 핍박을 받고 고단하게 될 겁니다.”

난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김용규와 마스터들을 쳐다봤다.

노예로 잡힌 드워프들.

정령들의 말도 그렇고 카프리의 말과 성정으로 봤을 때 그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만큼 무구를 만들어 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허나 청방 헌터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만든 무구들이 계속 밖으로 흘러나가게 된다면 드워프들이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무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그 뒤의 일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흠…… 그래서 아이템을 판매하신다고 한 거였군요.”

“네. 맞아요. 일단 지금 계획은 정체를 숨기고 기습을 해서 구출해 올 생각이긴 한데 최악의 경우 정체가 드러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때 만약 타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으면 자칫하면 진짜 몰매를 맞을 수도 있으니까.”

“끙…….”

“끙…….”

김용규와 마스터들이 앓는 소리를 내었다.

짐작건대 다들 최악의 경우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듯했는데 상상만 해도 암담한 모양이었다.

중국은 인구가 14억 명이 넘는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었으니까.

5천만이 갓 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과 척지게 되면 마족과 몬스터과 아니라 그들의 손에 의해 지도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다.

“……이미 결정을 하신 겁니까? 바꾸실 의향은 전혀 없으십니까?”

“제가 지난번에 얘기했죠. 발키리 길드 소속 헌터와 헬퍼들이 처음 좀비에게 전염이 됐을 때 만약 해독제를 만들지 못했다면 우린 청방을 쳤을 거라고.”

“끙…….”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카프리는 우리의 가족이고 지금 그의 동료들이 청방 길드 헌터들에 의해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으며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구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아…….”

김용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을 도모하려 했던 미국과 일본 헌터 협회 때문에 자연스레 스카이 캐슬과 뜻을 함께하게 되어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불편하고 난감한 모양이었다.

“얼핏 보긴 했지만, 드워프가 수십 명이 넘게 있었습니다. 그들을 구출해 올 수 있었다면 카프리의 손은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더 빠르고 많은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카프리도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아…….”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잠시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예로 혹사당하는 드워프를 구출하자고 했을 땐 스카이 캐슬의 안위 때문에 두려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더니 장가라는 말에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바뀌며 두려운 기색이 약간 희석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장가는 무슨. 난 그런 거 필요 없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나 때문에 무리할 필요 없다. 나 지금 이대로 사는 것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정말이세요? 진짜 행복해요?”

“그렇다. 난 행복하다. 어렸을 적엔 나도 예쁜 색시 만나서 나 닮은 자식 낳아서 오순도순 살겠다는 희망을 품은 적이 있었지만 접은 지 오래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생각은 상상 속에서조차 해 본 적이 없다.”

“하아…….”

“하아…….”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카프리를 쳐다봤다.

표정은 시큰둥했지만, 그의 말속엔 분명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뭘 하면 되겠습니까? 성주님이 지시하신 대로 이웃 국가들과 최대한 친목을 도모해 놓으면 되겠습니까?”

김용규가 고민스런 얼굴을 한 것도 잠시 내 뜻에 따르고 계속해서 스카이 캐슬과 함께 한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무사히 드워프들을 구출 해와도 청방은 우리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혈안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어쩌면 증거가 없어도 우리를 의심하고 압박을 할 수도 있고요. 허나 이웃 국가들이 우리 편을 들어주고 우호적으로 지낸다면 청방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아예 내친김에 중국 쪽에도 아이템들을 잔뜩 판매하고 선심을 써서 애초에 의심해도 그걸 내색하지 못하게 하면 더욱더 좋고요.”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을 소집해 여러 가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최대한 피해가 오지 않게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두겠습니다.”

“청방에 대한 자료도 구할 수 있으면 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용규가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랜 고민 없이 힘든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카프리 님도 카프리 님이지만 드워프들을 데리고 오면 그만큼 마족과 몬스터를 막아내는데 수월할 테니 무조건 같이해야죠. 그것 또한 몬스터 웨이브의 위협 속에 사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일이니까요.”

“네. 맞아요. 우리끼리 잘 먹고 잘살겠다고 이러는 건 아니죠.”

난 김용규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했다.

실패하면 꽤 큰 곤욕을 치를 수 있지만 수십여 명의 드워프 종족을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아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기술적으로 앞서 나갈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우린 그 기술력으로 바탕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안정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을 테고.

게다가 청방 길드는 아레스의 강태훈과 버팔로 길드와 공모해 인천에 웨이브를 조장한 단체였다.

그때 그 언데드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가족을 잃고 상처를 받은 사람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이 지금 내 옆에 영지민으로 와 있었다.

이들은 내 가족이었고 난 성주였다.

난 영지민을 대신해 복수해 줄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또 청방 길드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나와 내 지인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뿌드득.

‘이번엔 피할 수 없겠지.’

난 입술을 굳게 다물며 하늘을 쳐다봤다.

준비를 마치고 그곳에 도착하면 난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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