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2#[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제 옆에 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3$#@$$#23”
난 손짓, 발짓까지 하며 드워프에게 설명하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서로 대화는 통하지 않았지만 대충 내 의도를 파악한 듯했다.
연륜.
종족이 다를 뿐이지. 난 이런 경험이 수도 없이 많았다.
명동에 있는 에스 백화점에 근무했을 때, 고객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과 일본인이었고 그때도 난 보디랭귀지라는 만국 공통어를 사용해서 한국말로 잘 응대를 했었다.
“@#$##$!”
철커덕철커덕.
철커덕철커덕.
양발에 묶여 있는 철 수갑이 불편한지 드워프가 땅을 보며 뭐라고 투덜거렸다.
짐작건대 풀어 달라고 하는 듯했다.
“미안해요. 아직은 안 돼요.”
난 드워프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음 같아선 나도 풀어 주고 싶었지만, 오크들에게 꽤 모진 고문을 당했는지 그의 눈엔 아직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괜히 방심하고 풀어 줬다간 사고가 생길 수도 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서로가 신뢰하기 위해선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왜 다들 저기 모여 있는 거지?’
오크성을 둘러보고 있는데 후문에서 헬퍼들이 모여 있는 게 보여 그리로 걸어갔다.
“오셨습니까. 성주님.”
“뭣들 하세요?”
“그게 아무래도 이상해서 성벽을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성벽이 이상하다고요?”
“네. 오크들은 분명 저희가 쳐들어올 것을 알고 준비를 했을 텐데 정문에 있는 성벽보다 이쪽을 더 두껍고 높게 지어났더라고요. 게다가 이쪽엔 해자까지 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자까지 파고 있었다고요?”
난 놀란 표정을 지으며 후문으로 나가 앞을 살펴봤다.
유거성의 말대로 후문이 있는 성벽 앞으로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는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마무리 공사만 하고 물만 채워 놓으면 꽤 그럴듯한 연못이 될 듯했다.
적이 쳐들어왔을 때는 성벽만큼이나 꽤 강력한 장애물이 될 테고.
“주위를 살펴봤나요?”
“네. 헌터들이 계속 정찰하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까진 특별한 것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인원을 더 편성해도 좋으니 지금보다 더 넓고 깊게 자세히 살펴보라고 하세요. 제가 보기에도 심상치가 않네요.”
난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후문 앞에 숲과 산맥을 쳐다봤다.
처음엔 목숨이 경각에 달려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계속해서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게 있었다.
왜 이 많은 오크가 이리로 몰려왔을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잡기 위해 몰려왔다고 여겼지만 그러기엔 오크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연이은 전투 패배로 오크들은 우리의 영토를 인정하는 듯 공격은커녕 주위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들어 공격을 한 건 미스릴 광산과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쳐들어온 것이었다.
짐작건대 오크들은 우리 때문에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닌 듯했다.
오크, 늑대인간, 묘족, 드워프까지…….
운디네가 그랬다.
묘족과 드워프는 이종족이라고.
그렇다면 그들도 우리처럼 이곳 어딘가에 터전을 잡고 살았다는 것인데, 고양이들은 부모를 잃고 여기까지 쫓겨 왔고 드워프는 오크에게 포로로 잡혀 있었다.
“성주님?”
“잠시만요. 생각 좀 할게요.”
난 손을 올려 턱을 매만지며 계속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그리고 난,
“설마 오크들도 쫓겨서 여기까지 몰려온 건가?”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감히 오크들이 비벼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상위 몬스터가 있거나 그도 아니면 오크보다 더 거대한 무리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해자 공사를 이어가시고 이쪽에도 투석기를 배치하세요.”
만사 불여튼튼.
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뭐든 튼튼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았다.
행여나 오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쳐들어와도 쉽게 이곳을 내주지 않게.
“성주님, 혹시 여기도 근거지로 삼으시려는 건가요?”
“단순히 땅굴 기지로 삼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잖아요.”
“맞아요. 다른 건 몰라도 저 온돌 집은 너무 탐이 나요. 드워프가 우리의 말을 알아듣고 좀 더 지어주면 좋을 텐데…….”
경호를 위해 따라다니던 박민정 부 마스터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드워프를 쳐다봤다.
온돌 집.
날씨가 점점 추워짐에 따라 방한 시설이 미비한 집에서 자는 게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남자보다 체온이 낮은 여자들은 더 많은 애로 사항이 있는 듯했다.
“저리 신체를 구속하고 집을 지으라고 하면 드워프 입장에선 우리나 오크나 다를 게 없을 것 같네요.”
난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견고한 성벽과 해자.
아만티움 화살.
돌로 만든 온돌 집.
게다가 용광로가 구비된 대장간까지.
이곳은 스카이 캐슬보다 더 발전된 시설이 많았다.
드워프가 조금만 더 협조적으로 나와 주면 이곳에서의 생활이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일들이 조금 더 수월해질 듯했지만, 드워프의 태도로 봤을 때 자발적으로 도울 생각은 없어 보였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지만 내 옆에 서서 사람들이 성벽과 온돌방을 보고 감탄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도 드워프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성주님, 새참으로 파전을 만들었는데 막걸리를 좀 같이 나누어 줘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혹시 제 것도 있으면 저도 맛보았으면 좋겠네요.”
“당연히 성주님 것도 있죠. 그럼 얼른 가져오겠습니다.”
난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헌터, 헬퍼 가릴 것 없이 대부분에 사람이 오크 사체를 해체하고, 성벽을 보수하고, 해자를 파고, 그것도 모자라 땅굴까지 파고 있었다.
육체노동이 너무 심해 하루 세끼만으론 힘이 나지 않을 듯해서 안 그래도 걱정을 했는데 김성준 팀장이 알아서 새참을 준비한 듯했다.
“성주님, 여기 가져왔습니다.”
“크으! 좋네요. 성준 씨한테 잘 먹는다고 전해 주세요.”
땅굴을 파는 곳 옆에 앉아 막걸리 한잔을 쭉 들이켜니 폐부까지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약간 텁텁한 맛이 많이 났는데 계속 만들다 보니 맛도 더 좋아진 듯했다.
이 정도 맛이라면 밖에서도 돈 주고 사 먹으라고 해도 사 먹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킁킁.
꿀꺽.
별 표정 없이 옆을 따라다니던 드워프의 목젖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애써 숨기려 하는 듯하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막걸리 통을 흘깃거렸다.
“성주님, 드워프도…….”
“파전만 주세요.”
“네?”
“우리야 술이라는 걸 알지만 드워프는 상한 음식을 줬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드워프에게 파전만 건네줬다.
“#%$$#%#%$%$%”
“네? 뭐라고요?”
“#$##%$#%$#%$%”
“천천히 말해 보세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
“$%$%$%$%!”
드워프가 막걸리 통을 향해 손짓하며 무언가 계속 말을 건네 왔다.
내 짐작이 맞는 듯했다.
그의 눈빛과 태도를 보아하니 자신에게도 막걸리를 나누어 달라고 하는 듯했다.
“드워프가 목이 마른 것 같네요. 물 좀 갖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성주님.”
“아, 목이 말랐군요. 이거 드세요.”
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원한 물을 떠 오게 해서 그에게 밀어줬다.
쿵! 쿵!
“$%$%$#%$#%#$%”
드워프가 답답한지 가슴을 치며 내게 소리를 질렀다.
“성주님, 드워프가 막걸리를 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네. 저도 알고 있어요.”
“근데 왜 모른 척을?”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했잖아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일을 해야죠.”
“헐…….”
난 박민정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 사람처럼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짐작건대 나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듯했다. 아니 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에 대해 많은 오해와 선입견을 품고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난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내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손해가 올 것 같으면 불의를 봐도 타협을 하거나 적당히 모른 체하는 스타일이었다.
드워프가 원한다고 해서 이렇게 선뜻 막걸리를 내 줄 생각은 없었다.
기브 엔 테이크.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헌데 내가 보기엔 지금 막걸리를 줘 봤자 드워프는 우릴 도와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나중에 말이에요. 이곳을 빠져나가 지구의 문물을 들여올 수 있다면 저 땅굴을 넓혀서 지하상가를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네요. 헤헤.”
꿀꺽꿀꺽.
냠냠.
“네?”
“저희 아버지 소원이 지하상가에 수선 방 하나 차리는 거였거든요. 자신의 실력으로 지하상가에 수선 방을 차리면 떼돈을 벌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 별거 아닌 그 소원을 저는 들어주지 못했어요.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상가는 몇 평 되지도 않는 것 같은데 권리금을 수천만 원씩 달라고 하더라고요.”
“……?”
꿀꺽꿀꺽.
냠냠.
내가 뜬금없이 지하상가 얘기를 하자 박민정이 말문을 잃은 채 날 쳐다봤다.
퇴각했다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몇 번 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갑자기 아버지 얘기를 하니 많이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꿀꺽꿀꺽.
냠냠.
아무래도 술 때문인 듯했다.
어느새 잎이 떨어지고 있는 쓸쓸한 날씨와 풍경을 보며 술 한 잔 기울이니 나도 모르게 또 아버지 생각이 났다.
함께 살 땐 그렇게 원망스럽고 지겨웠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오랜 시간 보지 못하니 요즘 들어 부쩍 아버지가 자꾸 보고 싶었다.
‘수정이랑 함께 가면 정말 좋아하실 텐데…….’
꿀꺽꿀꺽.
냠냠.
잠시 회상하는 사이 막걸리 통이 절반이나 비어 있었다.
“더 마시면 취하겠네요. 이제 치워 주세요.”
“……네.”
멍한 표정으로 내 얘기를 듣던 박민정이 드워프의 눈치를 살피며 막걸리 통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
쿵! 쿵!
가슴을 치고 막걸리 통을 보며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성주님…….”
“치우세요. 지능이 높다고 하니 말은 통하지 않아도 제가, 아니 우리가 원하는 것이 뭔지 알 거예요.”
“네, 알겠어요.”
박민정이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막걸리 통을 들고 갔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막걸리가 정 먹고 싶으면 일을 하겠지!’
난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순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난 드워프를 학습시켰다.
계속 그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한 사람에게만 새참과 막걸리를 나누어 주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드워프는 소고기와 막걸리를 좋아하는 듯했고.
“아직 고기는 몸에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이거 드세요.”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쿵! 쿵!
난 그 두 가지만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