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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영주님-58화 (58/255)

58화. $%#$%#@

“……호흡이 안정됐네요.”

“그 말은 깨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네. 한숨 푹 자고 나면 일어날 거예요.”

“휴우. 다행이네요.”

지윤미 마스터가 드워프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짐작건대 그녀는 드워프의 존재를 아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까지 한 듯했다.

“드워프한테 방해되지 않게 나가서 설명해 드려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치료를 끝나자 지윤미는 나와 각 길드의 수장들을 이끌고 성의 후문으로 이동했다.

“민정아, 주위를 물러 줘.”

“네, 알았어요.”

마스터들을 제외하고 참모들이 우리와 멀찌감치 떨어졌고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보아하니 제법 은밀한 얘기를 하려고 하는 듯했다.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절대 다른 곳에 가서 말하면 안 돼요. 지금 하는 얘기가 혹여나 민간에 흘러나가게 된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어요.”

난 지윤미 마스터를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방금 성주님께서 치료하신 생명체는 드워프라는 이종족이에요.”

“이종족이요?”

역시 그녀는 드워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도 이미 운디네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생김새는 오크들과 같은 몬스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제가 알기론 드워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꽤 높은 지능을 갖고 있고 오크들과도 적대적인 관계로 알고 있어요.”

“흠…….”

“재난 관리 본부와 헌터 협회에서는 게이트 안을 단순히 몬스터가 사는 던전이 아닌 지구와 같이 또 하나의 세상이 아닐까 하고 오래전부터 조사하고 있었어요. 일본에선 부정하고 있지만, 그쪽에서는 이미 인간과 문명의 흔적을 발견해서 다른 국가들의 눈을 피해 자국에 열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개척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고요.”

“개척이요?”

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지윤미 마스터를 쳐다봤다.

드워프를 봤을 때보다 개척이라는 말이 내겐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개척의 시작은 길. 즉 도로다.

동인천에서 연수동으로 넘어가는 고속 도로.

그 도로 하나를 뚫는데도 수천억 원이 들었다고 하던데 과연 던전 안을 개척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만약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게이트까지 길을 만들려고만 해도 아마 조 단위 이상의 돈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그 돈을 투자하는 만큼 꽤 많은 시간과 인원마저 할애해야 할 테고.

우리야 고립된 상태에서 미스릴 광산과 암염 동굴을 발견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다 치고 일본에서 개척을 시작했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일본에서도 우리처럼 미스릴 광산과 같은 무언가 특별한 것을 발견한 걸까요?”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일본으로서는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모험을 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지진과 방사선으로 인해 일본만큼 새로운 땅이 절실한 국가도 없으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러다 게이트가 닫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간혹 게이트가 닫히기는 하지만 그건 게이트 마나가 불안정할 때 얘기예요. 여기 오크의 숲처럼 마나가 안정된 게이트는 계속 유지가 되고 있고요. 게다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헌터들이 게이트 내부에서 만났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어요.”

“게이트 내부에서 만났다고요?”

“네. 각각 자국의 게이트를 통해 진입했는데 던전 안에서 조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사실이라면 게이트 내부가 연결되어 있다는 거잖아요?”

“네. 그래서 재난 관리 본부랑 헌터 협회에서도 은밀히 조사하는 거예요. 중국과 러시아 역시 소문을 부정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각국 모두 게이트와 던전에 관련해서는 정보를 극도로 감추고 있어요.”

지윤미 마스터가 굳은 표정으로 그동안 내가 접할 수 없었던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래서 사람은 뭐가 됐든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하나 보다.

단순히 헬퍼로 있을 때는 그저 허드렛일하는 게 전부였지만 위치가 올라가니 남들이 모르는 일들까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성태와 최은빈 역시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인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형님도 처음 듣는 얘기인가 보네요?”

“그렇지. 뭐. 우리야 워낙 영세하니까.”

장지원은 한 길드의 마스터임에도 방금 한 얘기를 처음 듣는 듯했다.

“지윤미 마스터님.”

“네. 성주님.”

“이번에야 어쩔 수 없다 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네. 물론이에요. 앞으론 제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장지원 마스터와 성주님도 알게 되실 거예요.”

지윤미 마스터가 나와 장지원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발키리 길드.

태백산맥 길드.

흑기사 부대.

마녀 부대.

우리는 지금 스카이 캐슬에 터전을 잡고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맹 이상의 관계였다.

비밀은 용납되지 않았다.

감추고 숨기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면 신뢰가 깨지고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때,

“성주님, 드워프가 머무는 막사에 빨리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박민정이 숨을 헐떡거리며 네게 다가왔다.

“왜요? 그새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그게 기껏 다 죽어가는 거 살려놨더니 드워프가 깨어나면서 난동을 부려서…….”

“난동을 부렸다고요? 그래서 누가 다치기라도 한 건가요?”

“그게 저희 쪽은 괜찮은데 드워프가 많이 다친 것 같습니다.”

“드워프가요? 설마 또 때리기라도 한 겁니까?”

“……반항이 너무 심해 어쩔 수 헌터들이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끙…….알았어요. 일단 가 보죠.”

난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드워프가 머무는 막사로 이동했다.

“죄송합니다. 성주님. 드워프의 반항이 너무 심해서…….”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드워프가 깨자마자 공격을 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습니다.”

막사에 도착하니 흑기사 부대 소속 헌터들이 마치 큰 죄라도 지은 것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잘못을 청해 왔다.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그 정도가 심했던 모양이다.

아까는 없었던 깨지고 부서진 흔적들이 많이 보였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난 조성태의 보호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아! $%$#%!@#!@#!”

정신을 나갈 만큼 때리진 않았는지 드워프가 쇠사슬에 묶여 괴성을 질러 됐다.

“우린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니에요. 대화가 하고 싶어요. 그러니 제발 진정 좀 해 보세요.”

“크아아아아! $#%$%%$%@#@#@”

쇠사슬에 묶여 있는데도 계속 발버둥을 쳐 지윤미 헌터가 제압을 해 계속 대화를 시도했다.

‘일단 재워야겠다. 운디네.’

-응, 알았어.

슬립.

짐작건대 언어가 달라 지윤미 마스터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저렇게 서로 괜한 힘을 뺄 바에는 일단 잠을 재우는 게 나을 것 같아 난 운디네를 소환했다.

그런데 그때,

“#$#$##$#@$”

“……?”

나와 눈이 마주친 드워프가 조금은 평온해진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도와 달래.

‘도와 달라고? 넌 드워프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야?’

-아니 몰라.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느낌적인 느낌?

“흠…….”

난 지그시 드워프를 쳐다봤다.

“$%$%$%$%$%”

“마스터님, 뒤로 물러나 보시겠어요.”

“위험해요. F급 아니 최소 E급 탱커 정도의 근력을 갖고 있어요.”

지윤미가 염려 섞인 표정을 날 쳐다봤다.

“그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떨어져 주세요. 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는 그리 적개심을 품고 있지 않은 것 같으니.”

“……네.”

지윤미가 반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났다.

그녀가 보기에도 나와 눈이 마주친 드워프가 조금은 진정이 된 것처럼 보였나 보다.

“%$#$#$#$#$”

지윤미 마스터에게 제압을 당한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던 드워프가 가만히 누워 날 쳐다봤다.

‘운디네, 일단 치료부터.’

-응, 알았어.

아쿠아 워터.

따스하고 포근한. 파란빛을 머금은 물이 드워프의 몸을 감쌌고 몸 곳곳에 새로이 생긴 상처들이 조금씩 아물어갔다.

그런데 그때,

덥석.

“#$%E#$”

“…….”

드워프가 내 손을 붙잡고 또 말을 걸어왔다.

“설마 여성체인가?”

커다란 눈망울로 날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끈적끈적했다.

눈빛만 보면 마치 사랑이라도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바보야,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저 아이 아무래도 내 존재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카사가 형체화 되어 나타나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

-저 봐. 눈빛이 더 초롱초롱해졌잖아.

친숙함.

나도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드워프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마치 어렸을 적 같이 놀았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일단 밥부터 줘야 할 것 같네요.”

난 지윤미와 눈을 마주치며 식사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드워프를 처음 봐 원래 이렇게 생긴 걸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고문을 꽤 오래 받아 뼈가 앙상하고 볼이 홀쭉해진 것 같았다.

“$%R$%#%#$%”

치료를 마치고 내가 뒤로 물러나자 드워프가 당장 하늘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또 몸을 꿈틀댔다.

“밥 갖다주려고요. 밥!”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보디랭귀지는 알아들을 터.

난 수저로 밥을 먹는 시늉을 하며 드워프를 진정시켰다.

“쇠사슬을 풀어 주면 좋겠는데 그건 안 되겠죠?”

“네. 그건 곤란할 것 같아요. 저희야 괜찮지만, 혹시나 딴마음을 품고 있다가 공격을 하면 헬퍼분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지윤미 마스터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이유 모를 친숙함에 쇠사슬에 묶여 있는 드워프가 가엽고 안타까워 풀어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아무래도 시간을 두고 서로 알아보며 신뢰를 먼저 쌓아야 할 것 같았다.

“혹시나 해 미음을 만들어 왔어요.”

“네, 잘했네요.”

난 음식을 받아 드워프에게 갖다주었다.

“오늘은 일단 이걸 먹어요. 몸이 괜찮아진 것 같으면 내일은 내가 더 맛있는 걸 해서 갖다줄게요.”

“$%$%$%$%”

냠냠.

내 마음이 전달됐는지 드워프가 숟가락을 들어 미음을 먹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어요. 성주님 아니었으면 꽤 애먹을 뻔했네요.”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일단 오늘은 좀 쉬게 해 주는 게 나을 것 같네요.”

“네.”

밥 먹을 때 쳐다보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기에 우리는 드워프가 편히 식사를 할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 * *

드워프가 내가 주는 밥이 아니면 먹지 않으려 한다는 보고에 난 끼니때마다 드워프 막사를 찾아와 식사를 함께했다.

“마스터님, 드워프를 데리고 다니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드워프를 데리고 다닌다고요?”

“네. 여기서 종일 있으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아서요.”

쇠사슬에 묶여 종일 숙소에 갇혀 있는 드워프가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자고로 햇볕을 쐬며 살아가야 했다.

짐작건대 이런 식으로 억류를 하면 백 년이 지나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흠…… 네, 알겠어요. 박민정.”

“네. 마스터.”

“길드원 네 명을 더 붙여 줄 테니 혹시 모를 사고가 생기지 않게 특별히 유념해.”

“네. 마스터.”

지윤미 마스터도 드워프가 가엽게 느껴졌는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드워프를 통해 게이트와 던전에 대해서 정보를 얻고 싶어 하기도 했기에.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드워프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었다.

“오늘은 저랑 같이 다녀요. 괜찮죠?”

“#$#$#$#$”

“좋다고요?”

“#$#$$%$%”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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