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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보는 탑 공략집-179화 (179/292)

179화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방금 전 캥수의 펀치에 절명한 붉은개의 두목, 녀석이 차고 있는 목걸이가 이번 미니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플레이어는 둘, 아이템은 하나이니 결국 둘 중 하나는 양보를 해야만 한다.

그게 아니면 적정선에서 합의를 보든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할까?”

“결국 당신이 갖겠다는 말이군요.”

역시, 예언자답게 직감 하나는 탁월하다.

“그럼 어떻게 정할까? 이 아이템의 소유권. 하나밖에 없으니 쪼갤 수도 없고.”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어차피 캥수가 혼자서 처리하기도 했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캥수가 수고를 한 것도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신주아는 캥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양심은 있다.

소유권을 놓고 고집을 피웠다면 피곤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캥!

캥수는 신주아의 손등을 핥은 후 신나게 아이템을 가지러 쫄래쫄래 뛰어갔다.

결국 내 손에 들어온 붉은 빛깔의 보석이 박힌 목걸이.

[키르아의 룬]

- 효과: 룬을 섭취하여 일시적으로 일정량의 마나를 회복할 수 있음.

미니 퀘스트인 만큼 대단한 보상은 아니지만, 요긴하게 쓸 수는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바다 위를 비행하다가 피로해지면 섭취한다든가.

“바다 횡단은 바로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굳이 지체할 이유가 없잖아. 만약 날아서도 바다를 건너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테니까. 왜? 걱정돼?”

“꽤 긴 시간 저를 안고 비행하셔야 하는데, 하루 정도만이라도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농담이지?”

“진지합니다.”

“이미 김세용 그놈을 한번 안고서 날아 본 적이 있어. 너보다 두 배는 무거운 사이즈인 데도 날개가 버텨 주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테이아의 날개를 바로 폈다.

듀퐁의 집에서 본 지도가 실제 거리를 정확하게 나타낸 것이라면, 반대쪽 대륙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다.

거기에 방금 키르아의 룬을 얻었으니, 마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변수의 존재 여부가 관건일 뿐.

28층의 세계에서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누구도 성공한 적 없는 모험이니, 모든 것이 미지의 영역이다.

휘이이이잉-

하지만 출발 전에 했던 고민들은 모두 기우였다.

바다 위의 상공에는 두 대륙을 가로막는 결계도, 파수꾼 역할을 하는 비행형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평온하네.”

그냥 바다.

지구에서 보아 왔던 그런 바다였다.

때로는 잔잔한 물결이 출렁거렸고, 때로는 거센 파도가 밀려들었으며, 드넓은 대양을 역동적으로 헤엄쳐 가는 물고기 떼들도 볼 수 있었다.

이제는 경계 태세를 풀고 비행을 즐겨도 될 것 같다.

“어때? 신주아. 멋지지 않아?”

“절대 저를 놓으시면 안 됩니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신주아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감정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니, 표정은 더 가관이다.

“뭐야! 지금, 설마 눈 감고 있는 거야?”

“높은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짧게 대답을 하고는 입술을 꽉 깨무는 것이 정말로 고소공포증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이 정도로 무서웠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 그랬어? 다른 퀘스트를 계속 해결하다 보면, 분명 방법이 있었을 텐데.”

이를테면 두 대륙을 연결하는 워프 게이트가 존재한다든가.

어차피 하늘을 날아가는 방법은 나 외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법이니 말이다.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더 이상 말 시켜도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신주아는 다시 한번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조금만 더 참아. 이제 곧 악마의 낭떠러지니까.”

데라의 사람들이 말하는 일명 바다의 끝.

절대 시각을 통해 일찌감치 확인할 수 있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시절에나 상상해 봤을 광경이 곧 눈앞에 펼쳐진다.

바다의 모든 물들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절벽.

하지만 바다의 끝에선 이러한 물리 법칙은 무시되고 있었다.

놀랍다.

“신주아, 안 보면 후회할 광경인데 괜찮겠어?”

“보면 더 후회할 것 같습니다.”

“대답 안 한다더니, 잘하네.”

절벽의 아래는 내 절대 시각으로도 바닥을 볼 수 없는 심연의 공간.

무엇이 존재할지 호기심일 일었지만, 참기로 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바다 건너에 존재할지도 모를 미지의 대륙을 발견하는 일이니까.

지금까지 온 만큼만 더 가게 된다면, 우리는 도달하게 될 것이다.

듀퐁이 ‘진짜’ 데라라고 표현했던 그곳에 말이다.

* * *

[남은 시간: 28일]

난이도 136. 제나가 헬 난이도라고 표현했던 미션이었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행보는 매우 순조로웠다.

28층의 첫날, 듀퐁을 만나 데라 대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는 바로 대륙의 끝으로 이동했다.

거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이틀.

몇 시간의 비행이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는 비로소 바다를 건넌 최초의 인류가 되는 데 성공했다.

듀퐁의 말대로 정말로 바다 건너에는 또 다른 대륙이 존재했다.

이곳이 [진짜] 데라인지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말이다.

비행을 마친 후에 우리는 바로 캥수를 타고 이동했다.

우리가 착륙한 해안가에는 마을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조금 더 내륙 쪽으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었다.

캥!!

캥수는 신나게 달렸다.

27층에서는 활약할 기회가 없었다며 아쉬워했는데, 이곳에서는 물 만난 것처럼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신주아. 힘들지는 않아?”

“사실 마음이 좀 힘듭니다. 이렇게 민폐 캐릭터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민폐라니?”

“바다를 건너는 내내 이호영 씨는 저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이렇게 이호영 씨에게 업혀 있으니 말입니다.”

“그거야, 캥수가 원래는 1인용 탈것이라 2중으로 어부바하는 수밖에 없잖아. 정 마음이 불편하면 자리를 바꾸든가.”

“네. 차라리 제가 이호영 씨를 업겠습니다.”

“농담도 못 알아듣네. 자리 바꾸는 대신, 신주아 네가 처리할 일이 좀 해야 할 거 같아.”

“네?”

“전방 1.5 킬로미터 부근에 완전무장한 무리가 있어. 인원은 모두 일곱 명. 인상착의는 그다지 친절해 보이지 않는 게 왠지 충돌이 있을 거 같은 느낌이야.”

“그게 보이십니까?”

“내 눈 좋은 거 몰랐구나.”

좋은 것은 눈만이 아니지만.

어쨌든 이 대륙에서 드디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순간이었다.

만나면 물어볼 것이 많다.

캥!!

일곱 명의 무장 괴한.

그들은 우리 앞을 가로막았으며, 나는 순순히 캥수를 멈춰 세웠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친절한 나그네들일 리는 없었다.

“뭐야! 말이 아니잖아?”

“이런 동물은 처음 보는데?”

“뭐가 됐든지 간에 털어먹을 게 많아 보이는데, 아주 잘 됐어!”

이런 외진 곳에서 활동하는 도적 떼라…….

예정대로, 신주아 혼자 출전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가진 거 다 내놔. 타고 온 동물, 그리고 여자까지도.”

녀석들은 킬킬 웃으며 신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신주아가 이 도적 떼 놈들의 음탕한 시선을 못 느꼈을 리가 없다.

그녀는 도적 떼들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뭐야? 이렇게 순순히 온다고? 이럴 땐 살려 달라고 빌어야 제 맛인데! 다들 안 그래?”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한 털보 녀석의 말에 나머지 여섯은 깔깔대며 웃었다.

하여간 28층에선 털보가 문제다.

녀석이 신주아의 몸에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쌔애애앵!

어느새 신주아의 손에는 양날 도끼가 들려져 있었고, 털보의 모가지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땅에 떨어진 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다.

“로이!!”

“이 미친년이!!”

순식간에 일어난 죽음에 흥분한 도적 하나가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챙!

신주아는 도끼를 들어 올려 가볍게 내리치는 칼을 막아 내고는, 바로 녀석의 가슴팍을 찍어 버렸다.

단발마의 비명과 또 한 명이 피를 토하며 풀썩 쓰러졌다.

‘흠…….’

미약하지만, 도적 떼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확실하다.

마나였다. 가짜 마나가 아닌 진짜 마나.

“신주아! 다 죽이면 곤란해!”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으니 최소 하나 이상은 살려 두어야 한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도적 떼는 다섯.

신주아는 도끼를 빙빙 돌리며, 전투태세를 유지했다.

도끼에서는 그녀가 발출하고 있는 마나가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다.

도적 떼 놈들이 수준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한 희생자는 더 나올 것이다.

“망할 년! 넌 뒈졌어!!”

“지금이야! 다 같이 덤벼!!”

역시.

차라리 잘된 일이다.

다섯을 다 살려 줘 봐야 계속해서 도적질에 강간을 비롯하여 온갖 쓰레기 짓은 다 하고 다닐 테니까.

신주아는 도적 떼 녀석들의 합공을 현란하게 피해 내며 양날 도끼를 휘둘렀다.

평소 모습과 다르게 그녀의 전투 스타일은 지극히 패도적이다.

사람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몬스터를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그녀의 공격에선 일말의 자비도 느껴지지 않았다.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았기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쟤 좀 무섭네.’

그냥 캥수를 시킬 걸 싶은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잠시 후 전투 현장으로 다시 눈을 돌렸을 땐,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 있었다.

“한 명으론 불안해서, 일단 두 놈 살려 두었습니다.”

“……어.”

녀석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물론 몸도 성하지는 않다.

나는 녀석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따라 너희 둘은 살 수도 있어.”

두 녀석은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첫 번째 질문, 이 대륙의 이름은 무엇이지?”

내 질문에 놈들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호…… 혹시 데라 대륙. 이라고 대답을 하면 되는 것입니까?”

“어. 맞아.”

이로써 듀퐁의 가설 중 하나가 진실이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 노인네가 마냥 술주정뱅이만은 아니었나 보다.

“바다 건너에는 무엇이 있는지 혹시 알고 있나?”

“모릅니다! 바다의 끝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이곳에도 ‘바다의 끝’ 이라는 용어는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모양.

바다를 건넌다는 개념이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럼, 드래곤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거 없어?”

“그런 건 정말 모릅니다! 믿어 주세요!”

“주워들은 거든 책에서 본 거든 뭐든 좋아. 데라에서 드래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게 언제 어디서였는지 정말 몰라?”

“모릅니다! 드래곤이 사라진 게 까마득한 옛날이라는 것밖에는요!”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인지, 녀석들은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애당초 지나가는 도적 떼에게 많은 걸 기대하진 않았다.

이만하면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결은 된 셈.

단 하나만 빼고 말이다.

‘듀퐁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건너온 반대쪽 대륙은 가짜 데라.’

그 가설에는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바다 건너편 데라의 사람들은 가짜 마나를 사용했으며, 적어도 이 도적 떼들이 사용하고 있는 힘은 진짜 마나가 틀림없으니까.

그런데 이 녀석들의 반응을 보면, 이들은 가짜 데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양쪽 대륙이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완벽하게 분리되어 존재하는 세상이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지만 뭔가 이상했다.

가짜 세상에 살았던 듀퐁이 진짜 세상의 존재를 의심했는데, 그 반대의 케이스가 없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

진짜 세상의 누군가가 가짜 세상을 만들었어야 이야기가 자연스럽다.

이런 문제는 도적 떼들하고 할 이야기가 아니다.

훨씬 더 거물을 만나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묻지. 확실하게 잘 대답해야 살 수 있을 것이다.”

“네. 저희가 알고 있는 선에서 뭐든 다 대답하겠습니다.”

“여기 인근 지역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인물이 누구지? 가장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 말이야.”

그 사람을 찾아가 대화를 해 볼 생각이다.

거기서도 두 대륙의 진실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없다면, 좀 더 윗선을 찾아가면 될 것이다.

“이 인근에서 가장 명망 높은 인물이라면…….”

“그래, 그게 누군데?”

사라져 버린 드래곤의 존재도 두 대륙의 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듀퐁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레티노 가문의 가주, 듀퐁 밀레티노.”

듀퐁?

왠지 내가 아는 얼굴일 것만 같은 느낌.

그 순간 공략집이 전송되었다.

- 18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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