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 보는 탑 공략집-34화 (34/292)

34화

두 개의 유니크 아이템과 한 마리의 펫.

7층에서 내가 얻은 건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제부터 골드 정산이 시작됩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나는 가장 많은 골드를 받을 것이다.

관건은 얼마를 받을지의 문제.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당신은 보상으로 12,800골드를 지급받았습니다.]

“어?”

생각보다 보상이 세다.

강화를 통해 유니크를 두 개나 얻었으니 나름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골드를 더 퍼 줬다.

이렇게 될 줄 미리 알았더라면, 골드를 더 벌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만족해야겠지.

“호영이 형! 왜 그러는데!”

내가 놀라는 소리를 들었는지 김세용이 다가왔다.

“왜긴 왜겠냐. 골드 정산 때매 그러지.”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었길래? 형이 그래도 우리 중에서 제일 벌었을 거 아니야.”

“많이 벌기는 개뿔.”

김세용의 상태창을 보니 골드 수량에 큰 변화가 없다.

하긴 강화로 꼴아 먹은 걸 생각하면 마이너스 정산을 받아도 모자랄 판이다.

“설마 3천도 못 번 거야?”

3천이라니.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1위 정산을 한 번이라도 받아 봤어야 그걸 알지.

“3천이 뉘 집 개 이름이냐?”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대답했다.

이건 김세용을 위한 착한 거짓말이다.

사실대로 말해 주면 화병이 날지도 모를 테니까.

“그런가? 하긴, 형은 몬스터도 많이 안 잡았으니까.”

김세용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다.

네가 기분 좋았으면 그걸로 됐다.

나는 로비를 돌아다니며 다른 동료들의 보상 결과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고용우가 내 다음으로 많이 벌었다.

“용우야, 나름 쏠쏠했겠네?”

“형 덕분에요. 헤헤.”

“스탯에 잘 투자해 봐. 이제는 어리다는 이유로 움츠리지도 말고.”

“넵!”

이번 7층을 발판으로 용우 녀석은 본인의 핸디캡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강화 이벤트에 무심했던 채이설이 4위였다는 점.

우리 중에선 강화를 통해 이득을 본 사람이 단 3명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모의 주식 대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투자자가 상위권이었다는 신문 기사가 문득 떠올랐다.

“이설 씨, 혹시 후회되지 않아요?”

“전혀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앉은 자리에서 골드 좀 만지게 됐는데 이걸로 뭘 하면 좋을까요?”

채이설이 내게 물었다.

그녀의 상태창을 보니, 잘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이번에 구입한 레테의 목걸이로 마력도 높아졌고, 스탯 간의 밸런스도 힐러치고는 나쁘지 않다.

“앞으로 어떤 사건들이 있을지 모르니 아껴 두는 것도 괜찮겠죠.”

“네!”

마치 입시 플래너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채이설은 플래너를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모범생이고.

7층이 마무리되며 내 골드는 드디어 5만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골드를 소모하지 않고 쟁여 둔 이후는 상점창의 레벨을 올리기 위함.

“역시!”

레벨업 된 상점창에는 새로운 물건들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한참 뒤에야 볼 수 있는 신세계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꼼꼼히 품목들을 살폈다.

이제 한 번쯤은 빅 쇼핑을 해 볼 타이밍.

무기나 방어구는 필요 없다.

능력치를 올려 주는 액세서리들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찾았다.

공략집이 미리 언질을 준 대로 혹시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있었다.

[스킬 랜덤 박스]

- 가격: 50,000 골드

- 남은 수량: 1

가격이 미쳤다.

너무 저렴해서.

레어급의 아이템이 10만 근처에서 형성되는 걸 감안하면, 이건 그야말로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랜덤]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으니 이 아이템의 가치에 대해선 의심해 볼 순 있겠다.

별 필요도 없는 쓰레기 스킬이 나올 확률이 아주 높을 테니까.

하지만 니케의 반지를 가진 나에겐 해당 없는 이야기.

거저 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변함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스킬 랜덤 박스를 구입하였습니다.]

다른 구역에 있는 미지의 플레이어 또한 이 상점창을 보고 있을 터, 마지막 수량이니 신속하게 구입했다.

신상이라 그런지 따끈따끈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스킬 랜덤 박스를 개봉합니다.]

굳이 뜸 들일 이유는 없다.

갖고 있는다고 더 숙성되는 것도 아니고.

내겐 세 가지의 가능성이 있다.

검투사 관련 스킬.

조련사 관련 스킬.

그리고 누구에게나 뜰 수 있는 일반 스킬.

뭐가 뜰진 모르겠지만 마지막의 경우라면 더 좋겠다.

[미니맵 ON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역시 니케는 배신하지 않았다.

직관적으로도 무슨 스킬인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번 써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을 거 같은데.

[미니맵을 가동합니다.]

나는 곧바로 신상 스킬을 확인했다.

눈앞에 조그마한 로비의 지도가 펼쳐진다.

지도 안에 찍혀 있는 열세 개의 점.

바로 플레이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2층 서바이벌 미션에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써 본 그 미니맵과 비슷했다.

한 가지 향상된 기능이 있다면 점 위쪽을 확대하면 플레이어의 이름이 보인다는 것.

5만 골드로 스킬 하나를 거저 얻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 * *

[8층 미션 시작 전까지는 5일 남았습니다.]

[8층 미션은 자격 갱신의 장입니다. 수련에 매진하십시오.]

자격 갱신의 장이라.

여러 가지 추측이 가능하겠지만, 아직 의미는 불명확했다.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

역시 공략집이 있었다.

[공략집: 8층은 본인 직업과 관련된 시련을 받는 장소입니다. 당신은 검투사와 조련사로서의 자격을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증명에 실패할 시, 죽습니다.]

죽는다.

참 소름 돋는 말이었다.

“자격 갱신의 장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막연한 메시지에 사람들은 저마다 8층 미션의 의미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여기서 교통정리를 해 줄 사람은 당연히 나밖에 없다.

“운전면허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갱신하지 않습니까? 우리들의 직업에 대한 재심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겠지요.”

“아아!”

내 말에 모두가 납득을 했다.

내용이 대단해서가 아니다.

그동안 보여 준 실적이 있었기에, 내 작은 한마디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번에도 내 말은 사실로 판명될 테고.

“그런데 만약 재심사에서 탈락을 하게 되면…….”

“그냥 쉽게 생각합시다. 탈락하면 죽을 거라고. 우리가 3층 이후로 잘 버텨 왔을 뿐이지, 이 탑은 결코 관대한 곳이 아닙니다.”

나는 동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사실 그동안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꽤 오랫동안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서로가 으쌰으쌰 하며 고난을 견뎌 냈던 상황.

하지만 이번 7층에선 몇몇 후퇴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골드를 잃었고 심지어 무기를 잃은 플레이어도 있었다.

“호영 씨의 말을 들으니 정신이 확 드는군요.”

“맞아요. 남은 5일 동안 죽도록 수련만 해야겠네요.”

다들 정신을 바짝 차려서 다행이다.

나는 줄곧 지속되고 있는 평화에 불안감을 느껴 왔다.

“그럼, 이제 수련들 합시다.”

* * *

5층 미션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플레이어들은 도서관이 된 로비에서 무공서 하나씩을 고른 적이 있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그 무공서를 바탕으로 수련을 했고, 그 수련은 지금까지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아직 그 누구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말이다.

“아! 그때 그 권법서를 다 외웠어야 했는데!”

수련 도중 김세용이 투덜댔다.

벽에다 대고 주먹을 퍽퍽 지르는데, 뭔가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

“세용아, 무공을 책으로 익히는 건 아니잖아?”

“그건 형이 몰라서 그래. 그 책은 뭔가 막힌 부분을 뚫어 주는 책이었단 말이야!”

책을 읽는 것만으로 그런 효과가 있다면, 왜 아직도 막혀 있는 건지.

아주 핑계가 좋다.

“그래 형이 미안하다. 그때 무식하게 소설만 읽는 바람에.”

“쳇!”

“이참에 캥수랑 스파링 한번 해 볼래? 혹시 또 알아? 실전에서 막힌 부분을 뚫어 낼지.”

“내가 지금 심기가 좀 불편해서 스파링은 좀 위험한데. 괜찮겠어?”

캥!

옆에서 듣고 있던 캥수가 두 앞발을 마주치며 소리를 냈다.

이 녀석도 한바탕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캥수야, 몸 풀어라.”

결국 둘 간의 스파링이 성사되었다.

수련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캥수와 김세용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나로서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내가 키우는 펫이 처음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니까.

그냥 스파링일 뿐인데도 잘했으면 좋겠다.

마치 고3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된 느낌이다.

캥!

캥수는 콩콩 뛰며 스텝을 밟았다.

김세용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몸을 풀었다.

“들어와라, 귀요미.”

녀석은 본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캥수를 귀요미라 불렀다.

방심하다가 펀치 한 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지.

사실 대부분의 면에서 앞서는 건 김세용이긴 했다.

키는 작아도 리치는 더 길며, 주먹의 파괴력도 한 수 우위에 있고, 무엇보다 <돌주먹> 스킬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캥수가 결정적으로 앞서는 것 하나.

캥!

바로 스피드다.

캥수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앞발을 뻗었다.

휘이이익!

만약 캥수를 인간 복서처럼 생각했다면 김세용은 지금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스타일이 완전 다르니까.

“와! 씨!”

캥수의 앞발이 아슬아슬하게 김세용의 얼굴 옆을 스쳤다.

김세용은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가드를 올리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캥수야 몰아쳐!”

김세용이 캥수의 복싱 스타일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을 때가 기회.

콩! 콩!

캥수가 몬스터 특유의 변칙적인 스텝으로 김세용의 품으로 파고든다.

퍼어억퍽!

캥수의 원투펀치가 김세용의 양쪽 죽빵을 시원하게 마사지하는 순간이었다.

* * *

캥수는 대(大)자로 뻗어서 침을 질질 흘렸다.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 있었고 앞니 하나가 부러진 상태였다.

하지만 표정만은 밝다.

본인이 좋아하는 복싱으로 원 없이 치고받은 게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캥수야. 설마 나랑 싸울 때보다도 재밌었던 거냐?”

캥!

짜식이 쓸데없이 솔직하다.

하긴 내가 캥수를 상대한 방식은 복싱 스타일이 아니긴 했다.

절대 감각으로 농락을 했던 것이지.

“앞으로도 저놈이랑 또 싸우고 싶어?”

캥!

스파링에 제대로 재미 들었나 보다.

몬스터들 사이에 있을 땐 이렇게 상대해 주는 존재가 없었을 테니 그럴 만도 했다.

“렙업 좀 한 다음에 또 붙어 보자. 알았지?”

캥!

현재 캥수의 레벨은 1.

내 펫이 되며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

김세용도 캥수의 포텐을 알았으니 긴장해야 할 것이다.

스파링을 마친 후 김세용은 애써 무심한 표정을 지으며 벽에 기대어 있는데, 놈은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초반뿐이었지만 한낱 몬스터에게 잠깐이나마 밀렸다는 사실에 자존심을 상한 것이다.

반면 큰 깨달음도 얻었을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변칙 공격에 잘 적응했고, 그로부터 성장을 한 느낌.

스킬의 레벨은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다시 수련으로 복귀해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일.

그 시간 동안 너무나 평온했다.

불안할 만큼.

자격 갱신의 장을 맞아 저마다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무려 4일이 지나도록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은 사실은 내게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잡생각이 깊어진 순간 고용우가 외쳤다.

“어? 저기를 보세요!”

그런 쓸데없는 불안함은 가지지 말아야 했던 것일까?

절묘하게도 나 때문인 것처럼 이 빌어먹을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평화가 너무 길었습니다.]

[8층 미션이 시작되기 전, 막간의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로비의 한쪽 벽이 열리기 시작했다.

손서연이 처음 우리 쪽으로 합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스르르.

벽 너머, 우리의 앞에 나타난 것은 또 다른 구역의 사람들.

우리와 똑같은 열세 명의 플레이어였다.

[반갑겠지만 서로 인사는 하지 말길 바랍니다. 어쩌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될 사이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럼,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 미션: 다른 구역의 플레이어를 죽이십시오.

- 보상: 죽은 플레이어의 능력 일부를 랜덤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 35화에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