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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보는 탑 공략집-32화 (32/292)

32화

펫으로 삼을 몬스터를 찾아 7층 전역을 헤매었다.

그 여정은 아직도 진행 중.

한번 펫을 들이게 되면 펫의 사망 시까지는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을 기울여야만 했다.

공략집이 너무 막연하게 힌트를 제시하긴 했다.

“좀 대놓고 알려 줄 것이지.”

공략집이 묘사한 바로는,

준수한 전투력을 지녔으며 스피드와 지구력이 뛰어나 탈 것으로도 쓸 수 있는 몬스터.

지나오는 동안 몇몇 후보들이 있긴 했다.

킹 베어부터 흑랑, 쌍두묘, 라돈 에이프 등등.

하지만 모두가 조금씩 조건에 미달되었다.

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사냥을 하면서 벌써 강화석을 세 개나 획득했으니, 나름 쏠쏠한 7층을 공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외딴 섬의 끝자락.

철조망 속에는 뭔가 익숙해 보이는 몬스터 몇 마리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캥타우]

캥거루같이 생긴 놈들이었다.

솔직히 외양만 보자면 캥거루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크기가 조금 더 크려나?

어쨌든 직접 몸으로 부딪혀 보며 공략집이 제시한 몬스터가 맞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이놈도 아니라면 다시 후보군을 좁혀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는 수밖에.

내가 철조망 안으로 들어서자 캥타우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그랬듯 7층의 몬스터들은 집단으로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와 봐.”

나는 불굴의 검을 들어 올렸다.

칼집에서는 검을 뽑지 않은 상태.

펫의 후보를 찾고 있다 보니 처음부터 해를 가할 수는 없었다.

캥!

캥타우 녀석이 갑자기 양발을 머리까지 들어 올려 가드 형태를 만든다.

하는 짓이 마치 복싱 선수를 연상시켰다.

휘익!

나는 칼집으로 캥타우의 머리 쪽으로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녀석은 가드 올린 한쪽 발로 내 칼집을 흘려보냈다.

“이것 봐라?”

비록 내가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몬스터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꽤나 민첩한 녀석이다. 그리고.

슈우우우웅!

놈의 거대한 앞발이 송곳처럼 나에게 쏘아져 왔다.

이건 일반적인 괴수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잘 훈련된 복서의 느낌이다.

탑에서도 이와 유사한 공격을 본 적이 있었다.

김세용의 돌주먹 스킬.

타악!

칼집을 짧게 잡고 캥타우의 주먹을 쳐 냈다.

팔에 저릿한 떨림이 느껴졌다.

일단 공격력은 합격이다.

* * *

7층의 다른 몬스터들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캥타우에게 투자했다.

아무 놈이나 반려 몬스터로 들일 수는 없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놈이 내가 찾던 그놈이라는 것.

7층의 다른 몬스터와 비교했을 때 레벨이 높진 않지만, 포텐은 가장 우수했다.

공략집이 제시했던 공격력, 스피드, 지구력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크기도 타고 다니기에 적당한 수준.

복싱 기술을 연상시키는 인간적인 공격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을 굳혔으니 이제 제압에 들어갈 때다.

타아아악!

칼집으로 캥타우의 목줄기를 강타했다.

순간 녀석의 몸이 비틀거린다.

타악!

타아악!

타아악!

이번엔 사정없이 복부 쪽.

캥타우는 나의 연타에 저항도 못한 채 몸으로 공격을 받아 냈다.

나의 공격은 현란해지며 캥타우의 이곳 저곳을 강타했다.

놈의 앞발 가드는 이미 무력했다.

나의 변화무쌍한 공격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그럼에도 어떻게든 버텨 내며 도망치진 않았다.

캥타우. 이놈은 보면 볼수록 몬스터라기보다는 슈퍼 헤비급의 복서 같은 느낌이다.

쿠우우웅!

하지만 매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

캥타우는 결국 땅에 무릎을 대고 쓰러졌다.

이놈 진짜 몬스터 맞아?

쓰러지는 모습도 영락없는 사람이다.

채애애앵!

칼집에서 불굴의 검을 뽑아 들었다.

나는 검 끝을 캥타우의 목에 가져다 댔다.

이미 나의 몬스터 길들이기 스킬은 발휘되고 있었다.

“먹여 주고 재워 줄 수 있는데, 따라오지 않을래?”

캥타우는 숨을 헐떡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만약 내게 조련사 특성이 없었다면, 놈은 바로 반격했을 것이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을 테니까.

“네 선택에 따라서 넌 여기서 죽을 수도, 살 수도 있어. 그러니까 잘 결정해.”

나는 제안만 할 수 있을 뿐, 선택의 몫은 이놈에게 달려 있다.

만약 이 녀석이 거절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불굴의 검을 휘두른 후 다른 캥타우를 찾아 나설 것이다.

어차피 다른 놈들도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 테니.

스르르.

캥타우의 앞발이 올라간다.

그 앞발이 가리키는 곳은 내가 들고 있는 불굴의 검.

그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내가 널 검으로 제압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캥!

캥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알아들은 내가 신기하다.

캥타우는 두 앞발을 모두 들어 올려 가드 자세를 잡았다.

“내가 주먹으로 널 제압하면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거냐?”

캥!

이 요망한 캥거루 같으니라고.

“야, 난 검투사야. 검을 쓰는 게 당연한 거라고.”

캐캥!

하지만 이 녀석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기를 들고 자신을 제압한 날 치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한낱 캥거루 주제에 별걸 다 요구한다.

“좋다. 일어서라.”

별수 있겠는가.

놈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수밖에.

나는 불굴의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캥타우 녀석이 일어서자, 나는 거리를 벌린 후 가드 자세를 잡았다.

살다 살다 몬스터와 복싱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근데 그거 아냐? 내 체급은 기껏해야 미들급도 안 된다는 거.”

내 신체 스펙은 키 178에 68킬로그램.

딱 봐도 2미터가 넘어 보이는 이놈과는 체급 차이가 넘사벽이다.

캥!

하지만 그딴 것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난 도대체 뭘 기대한 거냐.

역시 영락없는 몬스터가 맞았다.

* * *

이 탑에서 내 직업은 검투사.

주먹질은 탑 밖에서도 탑 내에서도 해 본 적이 손에 꼽는다.

검술 외에는 공격용 스킬이 전무하니 내 주먹질은 날 것 그대로였다.

다만, 회피 하나는 자신 있다.

나는 캥타우 녀석보다 모든 스탯에서 우월할 테니까.

휘익.

휘이익.

공격은 기술의 영역이지만, 회피는 본능의 영역에 있다.

나는 녀석의 모든 공격을 피해 내며 간헐적으로 녀석의 몸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어어억!

내 펀치를 맞은 캥타우가 옅은 신음을 뱉어 냈다.

비록 스킬이 없으니 일격필살은 어려워도 타격은 충분히 줄 수 있다.

근력 스탯이 꽤 좋으니까 말이다.

차곡차곡 적립된 나의 펀치에 캥타우의 동작은 점점 둔해지고 있었다.

퍼어어억!

결국 캥타우 녀석이 쓰러졌다.

무려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공방전.

복싱으로 치면 20라운드 넘게 뛴 셈이다.

나는 쓰러진 캥타우를 향해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이걸로도 부족해?”

충분히 보여 줄 만큼 보여 줬다.

주먹질은 나의 영역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여유 있게 승리를 가져갔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어도 내가 받은 타격은 거의 없었으니까.

“내 펫이 된다면, 넌 더 강해질 수 있다. 이제부턴 레벨업을 할 수 있을 테니.”

내 말에 캥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놈. 몬스터 주제에 강함을 동경하고 있다.

확실히 보통 몬스터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가끔씩 스파링도 붙여 주마.”

물론 내가 할 생각은 없다.

우리 동료 중에는 안성맞춤인 녀석이 하나 있으니까.

스파링을 하다 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캥!

[캥타우가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캥타우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정말?”

캥!

아마도, 이놈의 향상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캥타우는 내 앞에서 자세를 낮추었다.

이놈도 나름대로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캥타우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이름이라…….”

거창하고 멋들어진 이름을 짓는 건 내 취향이 아니다.

“캥수 어때?”

캥타우, 아니 캥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캥!

* * *

로비에 돌아와서는 결국 겸업 사실을 커밍아웃할 수밖에 없었다.

캥수는 도저히 숨길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었으니까.

다행히 로비에서 캥수를 키우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름이 캥수라고요?”

“네. 캥수야. 다시 한번 제대로 인사 드려라.”

캥수가 납작 자세를 낮추자,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다들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몬스터가 길들여지는 존재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 테니까.

몇몇은 본인들도 직접 나가서 몬스터를 길들여 오겠다고 했는데, 그걸 말리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조련 스킬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그렇지, 캥수야?”

캥! 캥!

“그나저나 이호영 씨. 갑자기 겸업이라니, 어떻게 된 일입니까?”

“보상입니다. 늘 그래 왔듯이.”

대충 그렇게 얼버무렸다.

전부 다 납득시키려면 공략집의 존재까지 밝혀야 하니까.

“펫이라니, 완전 부럽네요!”

“그거 타고 다녀도 되겠는데요?”

“안 그래도 타고 왔습니다.”

펫으로 캥수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낀 대목이었다.

달릴 때의 스피드와 지구력은 우리 플레이어들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공략집이 나에게 추천한 몬스터가 캥수였음을 이제 확신할 수 있다.

“그나저나, 강화는 잘들 되고 계십니까?”

결과가 문득 궁금했다.

갑자기 캥수 쪽으로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7층의 메인은 어디까지나 강화이다.

“강화요? 대박이죠!”

서준호가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내게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내밀었다.

<낡은 장검>이었던 이름은 어느새 <예리한 장검>으로 바뀌어 있었다.

존재하지 않던 등급도 생겨났다.

“중급이군요.”

그렇다면 그 아래엔 하급도 있다는 의미.

“네. 강화에 연이어 성공을 했으니까요.”

두 번의 성공.

이제 슬슬 다음 시도가 불안해지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무기가 중급이 되어 버리며 아이템의 격은 이미 많이 높아졌다.

강화 확률 보정을 위해 현질도 했을 테니 적지 않은 골드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강화 또 할 겁니까?”

“그게…… 아직 고민 중입니다.”

서준호는 미간에 주름살을 만들었다.

우리가 7층에 머물며 강화를 하도록 부여받은 기간은 72시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천천히 고민하며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의 강화 확률을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리겠지.

[공략집이 전송되었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현자의 상태창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공략집: 강화 확률은 다음과 같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무급 → 하급 70%

2. 하급 → 중급 50%

3. 중급 → 상급 20%

4. 상급 → 레어 10%

5. 레어 → 유니크 1%

6. 유니크 → 보물 0.03%

※ 단, 모든 아이템의 첫 강화 시에는 행운 보정을 적용받습니다.

※ 보물 등급 이상의 아이템은 강화할 수 없습니다.

※ 확률 보정 아이템은 가성비가 좋지 않으니 절대 구입하지 마십시오.

※ 당신이 가진 모든 조건을 고려했을 때, 유니크 등급까지의 강화를 추천 드립니다.

상당히 유익한 정보였다.

공략집을 통해 보물 등급 이하 아이템들의 위계를 알게 되었으며, 보물 등급 이상의 아이템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강화합니다! 구경하실 분들은 오세요.”

나는 불굴의 검을 빼어 들었다.

이 검의 등급은 레어.

원래대로라면 유니크로 강화될 확률은 고작 1퍼센트이지만, 아직 한 번도 강화되지 않은 순정 그대로의 상태이니 행운 보정을 받게 될 것이다.

거기에 니케의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확률은 상당히 높아진다.

공략집도 해 볼 만하다고 보증해 주었으니 이건 무조건 하는 것이 맞다.

“레어급인데도 강화를 한다고요?”

“네.”

나는 모두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나의 강화 성공이 부디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3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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