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23화. < 인공장기 (12) > (79/301)

223화.  < 인공장기 (12) >

류영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의료계의 장기이식 스캔들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미 이 사건에 대해서는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한 마디씩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엔 느낌이 다르다. 류영준이다.

발표자의 이름값만큼 세계인의 집중력이 순식간에 바짝 올라갔다.

대체 어떤 얘기가 나올까?

어디서 이야기가 퍼졌는지, 불과 한나절 사이에 류영준의 지난 동선이 알려졌다.

귀국하자마자 거의 바로 광둥성으로 돌아갔었다는 사실과, 그 다음엔 신장 지역에서 몇 주간 지내다가 왔다는 소문.

‘그는 무언가 알고 있다.’

CIA와 미 대통령이 발표할 때도 이 정도로 긴장감이 올라가진 않았다.

과연 류영준은 어떤 폭탄을 터뜨릴 것인가?

외신 기자들이 잔뜩 몰려와있는 기자회견장에서 류영준은 대형 스크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컴퓨터에 USB 하나를 꽂았다.

“저는 오늘 신장 지역에 퍼진 바이러스와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 그리고 인공 장기에 대해서 발표하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튀어나온 세 개의 키워드가 하나같이 괴이한데, 신장 스캔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몰라서 다들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다.

류영준은 USB에 연결된 데이터를 띄웠다.

“과거 GSC 국제회의실을 습격했던 테러리스트 단체는 최근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취업캠프 시설에 바이러스를 풀었습니다. 렌티 바이러스를 개조해서 만든 이 바이러스는 식수를 통해서 전염됩니다.”

화면에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분자생물학적인 세포 침투 과정이 나타났다.

기자들은 발표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몸에서 어떤 병증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급격한 속도로 분열하는 세포들에서 작동해서 뇌척수액에서 유산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신체 마비와 호흡 곤란, 심장 기능 상실로 사망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발생과정의 태아가 아닌 이상 그 정도로 급속한 속도로 세포가 분열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의 몸에서도 병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류영준이 말했다.

“딱 한 가지 경우에는 이 바이러스가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을 일으킵니다.”

류영준은 화면을 넘겼다.

[장기이식]

이식된 장기로부터 바이러스가 증폭되는 과정의 모식도가 나타났다.

“감염자의 장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었을 경우, 장기를 문합한 위치에서는 미세한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세포 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이식을 받은 수혜자의 몸에서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이 발병하게 됩니다. 이에 대한 동물 실험 데이터입니다. 봐 주십시오.”

류영준은 해당 실험 자료를 공개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심장을 이식받은 비글들에서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이 발병했다.

비글들은 모두 2주 이내에 사망하고 말았다.

“저는 중국의 신장 지역으로 이동해서 이 바이러스를 연구했습니다. 신장 위구르 취업 캠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저는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의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지금 중국 지도층은 이것을 투약중이며, 뇌척수액의 유산을 제거하여 병증을 상당히 많이 잡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류영준은 화면을 넘겼다.

이식된 장기의 면역 반응과 2차 이식에 대한 자료가 나타났다.

치료 후 재이식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제가 만든 치료제로 뇌척수염을 잡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본래 이식했던 장기에 문제가 생깁니다. 다시 재이식을 해야 하는데, 면역 반응이 올라가있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굉장히 강력해집니다. 100 퍼센트 조직적합성이 맞는 공여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다행히 에이젠바이오는 오래 전부터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있었고, 이들 중 일부를 이식해서 환자를 100여 명 정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류영준이 조건을 붙였다.

“이식 수술은 에이젠바이오의 차세대 병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기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집니다. 첫째는 인공장기를 체외에서 보관하는 게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중국까지 가지고 가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공장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의사들이 에이젠바이오의 차세대 병원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손에서 이식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신장에서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을 에이젠바이오로 불러들인다.

기자들은 류영준의 의도를 읽고 소름이 끼쳤다.

“어느 지역과 달리, 저희는 의료 윤리를 충실히 지킵니다.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병원내에서는요.”

류영준이 미묘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기자들의 눈이 빛났다.

"......."

류영준은 기자들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면서 말했다.

“그러니 에이젠바이오를 찾아오시는 중국의 고위 관료들께서는, 현재 신장 지역의 스캔들을 고려하시어 공항과 이동 루트에서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CIA에서 발표한 자료와, 찾아오는 중국 관료들의 명단이 매치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술이 이루어지는 위치까지 공개됐다. 에이젠바이오 차세대 병원.

그 앞에 죽치고 있으면 게임 끝 아닌가?

기자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이제 핵심 포인트는 한 가지다.

한족의 심장을 이식 받은 주석에게서 과연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이 발병했는가?

“바이러스에 대해 한 가지 더 알려드릴 게 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재조합한 그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서 매우 안정하며 UV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CIA에서 발표된 신장 대학병원의 부속 연구소 지하에 있는 그 불법 수술실의 구조를 확인해보았는데.”

류영준은 공개된 수술실 도면과 구조에 대한 자료를 열었다.

“고위험도 수술을 많이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헤파 필터의 공기 순환 횟수가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일일 수술량이 엄청났던 것으로 추정되어, 제 예상이 맞다면……."

류영준이 말했다.

“공여자가 비감염자였다 하더라도 만약 그 불법적인 수술실에서, 실시간으로 장기 적출을 해서 이식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병증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빠르게 받아쓰기 시작했다. 류영준이 정갈한 의학의 언어로 중립적으로 표현한 말이 곧바로 자극적인 메시지로 변했다.

[천슈에 주석, 불법 수술 받았다면 뇌척수염 가능성 있어.]

[과연 천슈에는 인공장기 이식을 받으러 올 것인가?]

류영준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에이젠바이오로 걸음을 돌렸다.

“내가 다 살이 떨린다.”

박주혁이 옆에서 말을 걸었다.

“너 주석을 저격했는데 괜찮겠냐?”

“괜찮아.”

류영준이 말했다.

“이 스캔들 더 키울 거니까.”

찌이이잉!

유송미 비서의 휴대폰이 울렸다.

“비서실에서 넘어온 전화입니다.”

유송미가 말했다.

그녀는 전화를 류영준에게 건네주었다.

“중국 중남해 근정전에서 대표님을 연결해달라고 하네요……."

유송미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류영준입니다.”

류영준이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

-류 박사님. 인공 장기를 개발하면 중국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펭 쿠이 비서실장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근정전의 통역 담당이 잔뜩 긴장한 말투로 펭 쿠이의 말을 옮겨주었다.

“원래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계획이 바뀌었습니다. 주석님께서 한국으로 오시라고 전해드리십시오.”

류영준이 말했다.

“제가 드린 치료제 덕분에 마비가 풀려서 이제 운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셨을 테니까요.”

-.......

펭 쿠이는 잠깐 말이 없었다.

-류 박사님.

그가 말했다.

-일개 기업인이 중국을 적으로 돌리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저는 의학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렸을 뿐입니다.”

-기자회견에서 떠들썩하게 말입니까? 한국에 가서는 고사하고 중국 내에서도 이젠 주석님의 움직임을 지켜보려는 눈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 지금 주석님께는 적이 많습니다.

“제가 그 부분을 신경써드려야 합니까?”

-…….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장기만 조용히 보내십시오.

“원하면 해드리겠습니다.”

-네?

“하지만 이식했을 때 안전은 장담 못합니다. 임상 동의서에 그 부분을 확인해주신다면 보내드리죠.”

-.......

펭 쿠이는 이 싸움이 불가능한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국 주석을 인질로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 저 멀리 떨어진 한국의 에이젠바이오 사무실 소파에 편히 앉아서 왼 손에 주석의 심장을 쥐고 있다.

“비서실장님. 우리 솔직하게 얘기하죠.”

류영준이 말했다.

“저는 이미 주석님이 받은 시술이 불법인 걸 알고 있습니다. 신장 병원의 제대로 된 수술실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서 수술했다면 그 병이 발병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전부 당신의 지나친 추측일 뿐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죠.

“과학은 믿음이 아닙니다.”

-........

“이해하는 거죠.”

-류 박사. 이제 그만…….

“주석님께 이렇게 전해 드리십시오.”

류영준이 말했다.

“살려는 드리겠다고.”

통화를 끊었다. 옆에서 박주혁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이 미친……."

“걱정 마. 주석 한 사람이 아니라 그의 측근들까지 수백 명이 지금 오락가락한 상황이야. 이 정도 위기면 아무리 독재 정당이라도 권력 구조에 개편이 일어나게 마련이지.”

류영준이 말했다.

“말했잖아. 이 스캔들 더 키울 거라니까.”

***

양군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양군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냉수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며 전화를 받았다.

“후우……. 양군위입니다.”

-류영준입니다. 성장님, 오랜만입니다.

“당신 정말 소름끼치게 무서운 사람입니다. 일반 민간인이 중국 주석을 끌어내리려고 하다니……."

양군위가 말했다.

그는 이미 류영준의 발표를 보고, 류영준이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했다.

-생명윤리에 발생한 부정을 저는 단 한 번도 외면한 적이 없습니다. 제 삶의 일관된 신념이 하나 있다면 그것입니다.

“……. 이해합니다. 이번 일은 확실히 우리 당이 저지른 거대한 실태였습니다.”

-당신 위에 있는 상관들의 숨을 끊는 일을 제가 하는 것보다는 성장님이 하는 게 나을 듯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후우……."

-저한테 이미 보내주신 자료들이 전부 있다는 걸 알고 계시겠죠.

“알고 있습니다.”

-부담스러우면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테니.

“아닙니다. 중국 내에서 일어난 사고를 중국 내에서 수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양군위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는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회견 준비해.”

양군위가 비서에게 말했다.

“혈패 에이전시에 대한 기록을 전부 공개한다. 그리고 이친친의 행방불명에 대한 우리의 공문서도 오픈할 거야. 지금 근정전에서 발표했던 이친친의 주거지 이전 기록은 조작된 거라고 하겠다.”

“성장님! 진심입니까?”

“지금 내가 안 하면 중국은 정말로 침몰한다.”

양군위가 말했다.

“나는 당에 충성하고 중국에 충성하는 사람이야. 천슈에 주석이 아니라. 류 박사는 나한테 지금 천슈에 체제를 교체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거야.”

양군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해.”

***

“광둥성의 지역별 행방불명자 비율입니다.”

양군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했다.

아주 세심하게 작은 마을 단위로 집계된 통계에는 찌에양의 매혈 마을과 다른 빈민 마을들에 대한 비교 분석 값이 있었다.

똑같이 가난한 마을이라도 매혈을 하는 마을에서 행방불명자의 비율이 무려 30배나 높았다.

“이 비정상적인 숫자의 차이는 매혈 조직과 어떤 집단의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양군위가 말했다.

“광둥성의 성장이자 중국의 시민으로서, 저는 오늘 광둥성의 시민인 이친친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발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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