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 인공장기 (11) >
이튿날 아침.
세계 곳곳의 언론사가 발칵 뒤집어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인권 유린 현장]
[중국의 장기 적출 괴담은 전부 사실인가?]
[신장 지역에서만 장기 이식 무려 4만 8천 건]
[신장 위구르 자치구역 취업 캠프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신장 대학병원 부속 연구소 지하 사진 최초 공개]
[장기적출 대상자를 가둬두는 감옥 같은 시설들 확인]
찌라시 같은 동네 일간지부터 가디언이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초거대 신문사들까지 모조리 이 사건을 다루었다.
1분 간격으로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고 역겨운 사실을 담고 있었다.
안토니가 가져온 동영상과 사진 기록들이 공개됐다. 그 동영상들은 유튜브에서 순식간에 천만 조회수를 달성했고 실시간으로 빠르게 치솟았다.
사방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목소리들과 손짓들.
창문 하나 없는 손바닥만한 감옥과 거기 갇혀있는 무기력한 사람들.
생활실 안쪽으로 이어져있는 수술실의 차가운 풍경.
이 모든 것과 대조적으로 깨끗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관리되고 있는 수술 환자의 회복실.
그 모든 사진들이 모든 언론에 오르내렸다.
네이처는 1면 헤드라인에 사진과 동영상을 걸어놓고, 목숨 걸고 취재해온 안토니의 인터뷰도 실었다.
“미국이 구출해온 위구르인 피해자는 현재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피해자는 수용소와 지하에 대해 증언하겠다고 했지만 백악관은 의사의 권고를 따라 후일로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미 대통령 캠벨은 곧바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 일은 21세기에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인권 참사입니다.”
CIA를 그 지역으로 보내고, 전개되어가는 상황에 대해 보고를 들었을 때에도 캠벨은 이 맥락을 정치적으로 이해했다.
지하자원의 풍만함으로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지역, 신장.
가스와 석탄과 석유가 흐르는 그 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제 사회가 압력을 잘 넣으면, 정말 운 좋으면 신장의 독립까지 추진해볼 만한 스캔들이었다.
그리고 만약 정말 독립시킨다면?
그 연약한 신생 국가 신장은 국제 사회의 원조와 개발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그 사업에 뛰어들 나라는 당연히 미국이다.
신장은 미국의 새로운 동맹국이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서쪽이 끝나는 지점에 미국의 동맹국을 두고, 미국의 손아귀 아래에서 주무를 수 있다.
그 거대한 지하자원 덩어리를 말이다.
하지만 갖가지 정치 전략으로 가득 차있었던 캠벨은, 네이처의 안토니가 가져온 자료를 보자마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순간 정치적인 맥락을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이게……. 이게 인간이 할 짓인가……?”
그들은 가축이나 다름없었다.
도살을 기다리는 닭이나 돼지처럼, 늘어선 케이지에 무력하게 갇혀 있다가 날짜가 되면 하나씩 나와서 수술대에서 도살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
안토니를 향해 공포에 질려서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캠벨은 이 상황에 대해 정치적인 성패보다는 인간적인 분노와 탄식을 느끼고 있었다.
“백악관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 유린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느끼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한 데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입니다.”
캠벨의 발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신장 지역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올라왔다.
중국과 가장 친한 러시아조차도 이 결의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없었다.
전 세계가 중국에 대해 비난을 퍼부어대는 가운데, 놀랍게도 중국 내부에서도 당을 향해 총질하는 사람이 있었다.
***
-양군위 성장, 미쳤습니까?
보건당국 장관이 양군위에게 전화해서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 발표한 성명서 당장 취소하세요.
“왜요?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병원 개인의 일탈입니다. 우리 당 지도부 사람들은 그게 그런 식으로 이식되는 건줄 몰랐던 것…….
“그게 말이 됩니까!”
양군위가 받아쳤다.
“병원 수술실을 내버려두고, 부속 연구소의 지하 주차장 5층 아래에다 수술실을 만드는 미친 병원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그런 곳에 들어가서 수술을 받으면서, 아 이건 다 합법이겠구나? 그런 빡대가리가 우리 당 지도층이면 그것도 문젭니다! 심지어 수술대 바로 옆에서 공여자를 죽이고 장기를 뽑았다는데!”
-그…….
“어떤 놈들인진 모르겠지만 당을 좀먹는 그 벌레 같은 놈들을 전부 목을 쳐야 합니다. 중국이 지금 국제 사회의 여론의 풍파를 해쳐나가는 방법은 그것 하나뿐이에요.”
-.......
보건당국 장관의 말문이 막혔다.
양군위는 아침에 성명을 발표해서 중국 내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임을 표명했다.
동시에 신장 대학병원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진행한 의료진과, 책임자인 메이 위썬, 그리고 장기이식의 수혜자들인 고위직들까지 전부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가 이 성명서를 다루면서 중국 내에서도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오……. 정말 미치겠군. 양 성장. 이 일이 지금 누구 선까지 연결돼있는지 압니까?
“모르는데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주석님이라해도 상관없습니다. 잘 들으시오 장관님. 내가 충성하는 것은 당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양군위가 호통을 쳤다.
“그리고 지금 그 벌레 같은 놈들 전부 잡아다 목을 치지 않으면 중국이라는 배의 밑바닥이 뚫려서 침몰하고 말 겁니다.”
-.......
“정말 사람 빡치는 게 뭔지 아십니까? 광둥성에 모기떼가 휩쓸고 지나갔을 때, 외국 투자 자본의 15퍼센트가 빠졌습니다. 모든 업무가 마비되는 초대형 생물 재난이었으니까! 그걸 내가 류 박사를 데려와서 간신히 메웠죠. 지금은 안정화됐습니다.”
양군위가 말했다.
“모기떼는 아직도 많긴 하지만 정점을 찍었을 때에 대비하면 10 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미국에서 대통령 성명을 발표하고 온갖 언론리 난리를 친 후.”
양군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무려 30 퍼센트의 자본이 빠졌어요! 30 퍼센트!”
그는 책상을 쾅 소리나게 내리쳤다.
“광둥성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중국의 최고의 경제 허브입니다. 온갖 공장과 회사들이 밀집해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여기서 그 엄청난 양의 공장들을 돌리는 데 쓰는 석탄과 석유 대부분이 어디서 오는지 아십니까?”
양군위가 말했다.
“신장에서 가져옵니다! 신장! 거기가 중국 지하자원의 보고니까! 외국 자본가들은 상황 돌아가는 꼴을 다 안 거예요! 중국 당의 고위직 그 호로쌍놈 몇몇의 개삽질로 인해서 이제 중국 정부가 신장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걸!”
-자, 잠깐만 진정 좀…….
“내가 진정하게 생겼소!”
양군위가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내 앞으로 밀려드는 기업들의 탄원서와 소송 문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압니까!"
-.......
“보건당국 장관이라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이 머저리 같은 상황을 진즉에 알아챘을 텐데! 대체 그동안 어디서 뭘 했던 겁니까! 예? 내가 어제 성명에서 당신 모가지부터 쳐버리라고 소리지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아시오!”
-그……. 그게…….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성명을 내시면 안 됩니다…….
“그 성명이 중국의 자존심을 지킨 유일한 물건이니 그거 취소하라는 헛소리 말고 다른 할 말 없으면 끊으십시오. 그리고 공안청에서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나도 광둥성을 지키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양군위가 전화를 끊었다.
***
이제는 상황이 다음 단계로 전개되었다.
마침내 CIA가 중화 의생명 연구센터 지하의 보안 서고에서 가져온 서류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은 수술의 공여자와 수혜자들의 암호화된 코드 네임을 모두 해독해서 실명을 공개했다.
또한 수술에 대한 진료 기록도 함께 터뜨렸다.
그 자료를 목격한 세계인들은 앞으로 닥칠 파장을 예상하고 모두 경악했는데, 그 중에는 양군위도 있었다.
“주석님이?”
양군위는 침을 꼴깍 삼켰다.
성명서를 발표하며 주석이래도 상관없다고 했는데 진짜로 주석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이 상황은 정말로 좀 심각하다.
중국에서 당 주석이라는 위치가 차지하는 이미지는 매우 크다. 그건 미국 같은 민주 국가에서 대통령 이상의 위상이다.
‘이 사태를 어떻게 넘어선단 말인가?’
양군위는 순수한 애국심으로 상황을 걱정했다.
그리고 중국 근정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이 사실을 부정했다.
“주석님이 받은 심장 이식 수술은 완전히 합법적입니다.”
근정전 대변인이 발표문을 냈다. 일부러 외신 기자들까지 모아놓고 일을 크게 벌였다.
“CIA가 공개한 자료가 조작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주석님께서 신장 대학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수술에는 조금도 위법한 사항이 없습니다. 이친친이라는 청년의 심장을 이식했는데, 이 청년은 한족 청년입니다. 중국이 그동안 신장 지역의 테러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취업 캠프 같은 강수를 두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친친은 그와 상관없습니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중환자실에 있다가 사망했고, 기존에 환자 본인의 서명으로 이루어진 동의서에 기반하여 심장 이식을 진행했습니다.”
대변인이 말했다.
“여기 진료 차트와 이친친 씨의 신원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으며, 심장 이식의 집도의 이름과 과정에 대한 진료 날짜도 있습니다. 자료는 모두 나눠드린 것과 동일합니다. 질문 있으시면 하십시오.”
“이친친 씨가 광둥성 출생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근데 광둥성 출신 한족의 심장을 베이징에 있는 주석이 이식받는데, 왜 수술은 한참 멀리 떨어진 신장에서 하나요?”
CNN 기자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이친친 씨가 신장 지역으로 주거지를 이전해서 그곳에서 5년간 살았기 때문입니다. 인민등록 시스템에 주거지 이전 기록이 있습니다.”
대변인이 서류를 가리키며 답했다.
지난 이틀 사이에 부리나케 수정해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폭스 뉴스의 기자가 질문했다.
“수술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고, 주석님이 그동안 신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 정말 사실입니까?”
“알고 계셨다면 진즉에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하셨을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주석님은 신장 대학병원에 대한 감사와 엄격한 법 집행을 지시하셨습니다.”
“근정전에서도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발표가 되었는데, 주석님이 모르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안 될 이유 있습니까? 주석님은 국가 운영을 위해 헌신하느라 몹시 바쁜 분입니다. 밤낮없이 일하시는 가운데 심장병을 얻으실 정돕니다.”
“한족 청년인 이친친이 왜 신장 지역에 가서 살았죠?”
“신장을 하나의 중국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는 그동안 신장 지역으로 한족이 주거지를 이전하는 것을 지원해왔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사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변인은 막힘없이 술술 답변을 해나갔다.
많은 중국 인민들이 ‘그럼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걸 방송으로 지켜보던 한 사람은 식은땀을 주르르 흘렸다.
양군위였다.
‘지뢰를 밟았다.’
CIA가 이쪽으로 몰아간 것이다.
근정전이 허둥대며 급히 반격하느라 실수를 한 것이다. 뒷걸음질 치다 지뢰를 밟았다.
“류 박사……. 지금 류 박사는 어디서 뭘 하고 있나?”
양군위가 비서에게 물었다.
세계 정점에 있는 그 유명한 생물학자, 생명 윤리의 광신도나 다름없는 그 사람이 이 사태에 지금까지 침묵을 지켰다.
왜?
지뢰를 밟았을 때 주석의 목을 쳐버려야 하니까.
이친친.
그 이름 어디서 들어봤다 했는데 이제 기억이 났다.
“내가 행방불명하고 매혈 기록을 보내준 사람이잖아……."
뚜르르르!
양군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았더니 중국 공안청에 소속된 정보 요원이었다.
-양 성장님!
그가 소리쳤다.
-저는 류 박사의 통역을 맡았던 정보원입니다. 지금 근정전 발표를 보고 전화드리는 건데, 류 박사가 양 성장님한테 혈패 에이전시의 기록과 광둥성 찌에양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혹시 자료를 주신 게 있습니까?
"......."
양군위가 침을 꼴깍 삼켰다.
“전부 줬습니다. 행방불명자 명단과 매혈 기록까지……."
-……. 잠깐만……. 그럼 류 박사는 지금 발표된 게 거짓인 걸 아는 겁니까? 이친친이 신장에 가서 산 게 아니라 피를 팔다가 행방불명된 사람이라는 걸?
“압니다.”
-이런 미친…….
“당신은 근정전에 소속된 공안이지 않습니까? 류 박사가 알 가능성이 있다면 당신은 근정전이 저런 발표를 하는 걸 왜 막지 않았습니까?”
-제가 저렇게 발표될 걸 어떻게 압니까? 저는 말단 정보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장 지역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받아서 신장에 있었습니다!
“……망했어.”
양군위가 말했다.
“근정전이 당한 거야.”
똑똑!
비서가 문을 두드렸다. 양군위는 전화를 끊고 문을 열어주었다.
“성장님 지금......."
“류 박사가 뭔가 시작했나?”
비서의 눈이 커졌다.
“맞아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중국의 매혈 조직에 대해서 얘기한다는가?”
“네? 아니요.”
비서가 고개를 저었다.
“신장 지역의 바이러스와 아급성 괴사성 뇌척수염? 그 질병하고요. 그리고……. 인공장기 개발에 대한 내용이랍니다."
양군위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 벌어진 사건 뒤에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 지금 말한 걸 내가 하나도 이해를 못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