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9화. < 제7 연구소 (7) > (65/301)

209화.  < 제7 연구소 (7) >

-폐수를 풀면 어떻게 됩니까?

양군위 성장이 물었다.

“그곳 습지에는 하이드로카라 카라보이드(Hydrochara caraboides) 라는 학명의 수생 곤충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딱정벌레의 일종인데 하루에 모기 유충을 1,000마리씩 잡아먹는 천적이죠.”

류영준이 말했다.

“폐수가 흘러나오면 습지의 산도가 변하면서 카라보이드가 그 지역에서 절멸될 겁니다.”

-그럼 모기가 증가할 것이다 이겁니까?

“네. 카라보이드는 다른 곤충도 먹기 때문에 모기가 사라져도 문제가 없지만, 카라보이드가 사라지면 얘기가 다릅니다. 송사리 같은 다른 포식자들도 장구벌레를 잡아먹긴 하지만 그걸론 모자라……."

-그만.

양군위 성장이 말을 잘랐다.

-그만하십시오. 류 박사님. 괜히 물어봤군요. 결국 지금 모기 멸종 프로젝트를 다시 여기서 하려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아닙니까?

“오해하신 것 같군요. 그건 다른 국가에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

“제가 광둥성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건 순수하게 광둥성이 모기를 매개로 하는 전염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곳 시민들이 걱정되어서요. 하지만 그렇게 반대하시는 걸 무릅쓰고 광둥성에서 할 이유는 없어요.”

류영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 폐수가 흘러나가면 꽤 처리하기 곤란한 생물 재해가 될 겁니다. 알래스카에서 부옇게 뭉쳐서 날아다니는 모기떼를 광둥성에서 보게 될 수도 있어요. 모기 매개 전염병이 돌지 않더라도 곤란하실 텐데요. 그리고 성장님이 광둥성 환경을 아끼시는 것 같아 얘기한 겁니다.”

-내 인민들과 광둥성의 환경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양군위가 딱 잘랐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거랑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궁금한 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뭡니까? 류 박사님하곤 계속 마찰만 있어서 저도 맘이 불편하니, 제가 답해드릴 수 있는 거면 답변해드리죠.

“신장위구르 자치구 쪽에 대해서 혹시 좀 아시는 것 있습니까? 최근에 거기서 무슨 사고가 있었다거나……."

-아는 바 없습니다. 그리고 광저우에서 신장위구르까지는 굉장히 거리가 멀어요. 대한민국이 열 개는 들어갈 거립니다. 저는 광둥성의 업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랍니다. 북서부 저 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양군위가 말했다.

-더 얘기할 건 없으신가요?

“네."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뚝.

전화가 끊어졌다.

"......."

류영준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미움 받으시네요.

로잘린이 말했다.

“그 공장지대를 가동하면 상당히 곤란해질 텐데.”

-자업자득이죠. 하지만 오늘 언론에 발표 난 거 보면 주민들하고 논의해가면서 진행하겠다고 했다던데요.

“시간 버는 거지. 거기 준설에 들인 돈이 얼마인데 가동을 안 하겠어.”

-좀 있으면 모기떼가 재해 수준으로 들끓어서 도와달라고 연락이 올 겁니다.

“……그때 뎅기나 지카 같은 전염병이 돌 가능성은 어때? 모기만 있으면 귀찮은 정도겠지만 자칫하면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데.”

-중국 보건 당국에서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에 따라 심하게 달라질 일이에요. 시뮬레이션으로 지금 예측하긴 좀 어렵군요.

류영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냥 광둥성을 버리시죠. 할 만큼 했잖아요.

로잘린이 말했다.

“내가 거기가 자꾸 신경 쓰이는건 광둥성 지역 내에 마카오, 광저우는 물론이고 홍콩까지 들어 있기 때문이야. 물론 홍콩은 국경이 나눠져 있지만.”

-모기한테 국경선은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렇지. 중요한 도시들이 많은 경제 허브인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도 그곳에 많이 진출해 있어. 그 때문에라도 가능하면 광둥성에서 하루빨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그곳의 민간인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방법이 있어?”

-폐수 배출 이후에는 아마 한동안 경제와 일상이 마비될 정도로 모기떼가 들끓을 거예요. 문밖에 나서는 순간 와르르 몰려들어서 모기기피제나 모기약이 의미가 없는 상황일 겁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그렇겠지. 그걸로 쫓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결국 확률 싸움이라 물리게 돼있어.”

-더 강력한 모기 퇴치제를 새로 만드시죠.

“어떻게?”

-모기의 후각 뉴런 구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람의 몸에서 증발하는 땀 등의 부산물들이 모기의 후각 세포의 CpA 수용체 접촉하면 모기는 사람을 찾아내고 덤벼드는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그 부산물에 독성 물질을 달아주면 꼼짝달싹 못하겠죠.

[동기화 모드 : 모기 퇴치제]

“고마워.”

류영준이 동기화 모드를 펼치며 말했다.

“광둥성에 있는 한국 기업들만이라도 연락을 연락을 해봐야겠어.”

-그리고 모기 박멸 프로젝트는 그냥 다른 데서 하죠.

“그래. 양군위처럼 완고한 사람이 바뀔 것같지도 않고. 어차피 인공지능은 한번 개발되면 데이터만 바꿔서 다른 도시에서 쓸 수도 있으니까 프로젝트 진행 국가를 바꿔야겠군. 싱가포르에서 연락이 왔었는데 그쪽으로 가야겠어.”

그리고 그것 말고도 고민할 게 산더미다.

특히 신장 위구르가 그렇다.

-그 지역은 대체 무슨 일일까요?

로잘린이 물었다.

“나도 전혀 모르겠네.”

***

김영훈 이사에게 프로젝트 회의를 맡기고 잠깐 나온 류영준은 메셀슨 박사와 통화를 했다.

메셀슨 박사는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연구들을 이해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다.

-내 지금껏 이런 종류의 실험들은 처음 봅니다.

메셀슨이 말했다.

-이건 생물학 실험이 아닌 것 같아요. 리피드(Lipid)를 이용한 인공막을 개발하고 그곳에 전자전달계를 갖추려고 했습니다. 식물 잎에서 얻은 엽록체의 싸이토크롬을 가져다가 막에다 박아놨죠.

메셀슨이 불평을 터뜨렸다.

-뭔 원시 세포를 재현이라도 하려고 한 건지.

"......."

류영준이 로잘린을 힐끔 돌아보았다.

‘이거 완전 너 만드는 실험이잖아.’

로잘린이 비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만들진 못할 겁니다. 자연계로부터 생명이 탄생하는 사건은 인간의 뇌가 이해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복잡성이 아니에요. 심지어 제 영향을 상당히 받은 당신조차도요.

‘그러냐.’

류영준은 멋쩍은 듯 메셀슨과의 통화로 돌아갔다.

“뭐 다른 특이한 건 없었습니까?”

-바이러스를 만들었더군요.

“탄저균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박테리아잖아요?”

-맞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 개발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요. 렌티 바이러스(Lenti-virus)로 보이는데 몇 가지 조작을 해서 불활성화해 둔 것입니다. 용도는 잘 모르겠군요.

“탄저균보다 위험한 것이었다면 GSC 회의실을 테러할 때 그걸 썼을 텐데요.”

-저도 그 포인트에서 안심했었지만 CIA가 다른 자료를 찾아냈습니다.

“어떤 자료인가요?”

-중국의 북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에 대한 자료입니다. 바이러스를 그곳으로 운반했어요.

“정말요?”

-CIA에서 류 박사님에게 알려줘도 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전해드리는 겁니다. 하지만 다른 데서는 발설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CIA가 지금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어떤 용도인지, 무엇에 쓰였는지 확인하려고 말입니다.

“혹시 그 바이러스 샘플이 있습니까?”

-하나 있어요.

“저한테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류영준이 물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보내드리겠습니다.

***

철컥.

로잘린과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에 대해 수다를 떨던 류영준의 사무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유송미 비서였다.

“전에 중국에서 양심수들을 사형시키고 장기를 적출해서 불법 이식한다고 하셨던 건이요.”

그녀가 말했다.

“네. 제가 한번 알아봐달라고 했죠.”

“아직 많은 자료를 얻은 건 아닙니다. 대부분은 보안 때문에 알 수도 없고요.”

“의학 논문들을 추적해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안 그래도 비서실에서 중국에서 쓰인 장기이식 의학 논문들을 좀 스터디했어요.”

“우리 비서실에서 그런 것도 해요?”

“그럼요. 다른 박사님들처럼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알아낼 수 있는 정보들도 있죠.”

유송미가 말했다.

“최근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쪽에서 장기이식 수술이 대규모로 일어났어요.”

“뭐라고요?”

류영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약 3년 전부터 그쪽 병원들에서 행해진 장기이식 수술 건이 3만 건에 이릅니다. 대부분 의학 논문들의 데이터가 그쪽을 향하고 있더라고요.

"......."

류영준은 생각에 잠겼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

네이처의 에디터인 안토니 역시 비슷한 정보를 입수했다.

그는 현재 신장위구르 자치 구역에 들어와 있었다.

의대 교수들을 만나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곳 웨이우얼 대학교와 인근의 연계 대형 병원들에서 장기이식 수술이 많이 있었는데 혹시 관련 데이터를 보거나 수술을 담당하신 의료진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수술은 대개 기증자와 환자의 인권 문제로 관련 정보를 노출할 수 없으며 의료진 면담은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셔야 합니다.”

카운터의 원무 직원이 답했다.

“그럼 지금 면담 예약해주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안토니 페리슨. 영국인입니다.”

안토니가 말했다.

“면담 이유는요?”

“수술 과정에 대해 궁금해서요. 제가 안 좋은 곳이 있어서.”

“신분증 주세요.”

“면담 예약하는 데 신분증이 필요한가요?”

원무 직원은 대답 대신 안토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여기 있습니다.”

안토니가 신분증을 내밀었다. 네이처 에디터인 사원증이 가방을 열자마자 보였지만 일부러 여권을 꺼냈다.

“……수술을 전담하셨던 의료진이 지금 휴가 중이라 안 계세요.”

원무과 직원이 컴퓨터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이곳 병동에서만 지난해에 5천 건이 넘는 수술이 있었는데 그 의료진이 한두 명은 아닐 것 아니에요?”

“불편하신 곳 전담하는 선생님이 안 계세요.”

“어디 아픈지 얘기도 안 했는데요.”

“다음 분.”

원무 직원은 안토니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을 앞으로 불렀다.

접수대에서 나온 안토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병원 안을 한번 휘 둘러보았다.

수상하다.

병원 내에 고위직 환자들이 가득했다. 정장 입은 수행원을 서너 명씩 거느린 채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노인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헤이.”

누군가 뒤에서 안토니의 어깨를 쿡 찔렀다.

"악!"

안토니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영국인 같아서 인사했습니다. 로버트라고 합니다.”

CIA 요원 로버트가 영국 억양의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아. 안녕하세요. 영국인이십니까?”

“어머니가요. 제 국적은 미국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안토니 페리슨입니다.”

“잠깐 이동해서 얘기 좀 하실까요?”

로버트는 안토니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다.

“기자죠?”

로버트가 물었다.

“네?”

“정보 캐는 데 능숙해 보이시진 않고. 이 근처에 폭스며 CNN이며 이미 잔뜩 깔려있습니다. 아까 원무과 직원도 당신 신분증 확인하는 게 목표였지, 애초에 누구 만나게 해줄 생각 없었어요. 당신은 당한 겁니다.”

"......."

“다짜고짜 원무과에 가서 약속부터 잡으려 하시는 게 아주 순진해 보이더군요. 어디 소속이십니까?”

“……학술지 네이처의 에디터입니다.”

“하하. 그래서 그랬군요. 하긴 과학계에선 그냥 물어보면 답해주는 수준이라 감추는 정보를 캐고 어쩌고 할 일이 보통은 없겠죠. 학술지 기자들도 오다니, 하긴 좀 신기한 일이긴 하죠.”

“무슨 일입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던 사실 중 하납니다. 이 지역에는 거대한 수용소가 있어요.”

“수용소요?”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반중 정서가 굉장히 강한 지역이고 무슬림이 강세입니다. 옛날부터 종교 때문에 중국 정부에 반기를 많이 들었고 무력 충돌도 있었어요.”

로버트가 말했다.

“중국 정부는 전부 힘으로 진압했습니다. 그리고 ‘취업 캠프’를 만들었죠.”

“취업 캠프요?”

“말이 취업 캠프지, 백만 명의 무슬림 위구르인이 수용되어 있는 캠프입니다.”

"......무슨......."

안토니가 얼어붙었다.

“뭐라고요?”

“본래 뭘 조사하시다가 여기까지 온 겁니까?”

로버트가 물었다.

“사…… 사형된 양심수의 불법 장기 이식……."

“그랬군요. 하지만 이제부턴 학술지에서 다룰 만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보다 더한 일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이상 얘기 해드릴 수는 없지만요. 위험한 지역에서 순진하게 여행하며 취재하려 하지 마시고 회사로 복귀하세요.”

로버트가 말했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제가 생각하는 일이 여기서 일어난다면 그건 의료계의 문제이기도 해요.”

안토니가 공포를 억누르며 간신히 말했다.

“학계에서도 알 권리와 알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가 모기 같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조만간 그렇게 될 겁니다.”

로버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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