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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화. < 제7 연구소 (3) > (61/301)

205화.  < 제7 연구소 (3)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안토니는 뿌듯한 듯 미소 지었다.

“보건 당국 장관님한테 직접 물어보면 어차피 발뺌하시겠죠?”

류영준이 물었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이미 저희가 이 부분을 중국 보건 당국 측에 한번 확인해봤는데,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죠.”

“중국에서 사망하는 중환자들의 극히 일부만 장기 기증을 하더라도 충분히 그 숫자를 채울 수 있다면서요.”

“알겠습니다. 저는 따로 에이젠바이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조사해보겠습니다. 만약 정보가 더 업데이트 되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

본래 류영준은 베이징에 귀국 비행기를 예약해두었지만 지금은 취소되었다.

일정이 끝났을 때에 광둥성 광저우 시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굴 탓할 게 아니다. 본인이 마구 움직였던 탓이니까.

아무튼 에이젠바이오의 비서실에서는 베이징 비행편을 취소하고 광저우 시에서 인천 공항으로 바로 날아오는 비행기를 다시 예약해주었다.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 도착한 류영준은 에이젠바이오 비서실의 유송미 비서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유송미가 인사했다.

“합병 일로 바쁠 텐데 굳이 마중 안 나와도 되는데요.”

류영준은 반가워하며 말했다.

“거의 끝나기도 했고, 이제 더 이상의 일정 변경을 막기 위해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제가 옆에 붙어있지 않으면 귀국도 취소되고 갑자기 티베트나 네팔 쪽으로 가버리실지도 모르니까요.”

“하하. 미안해요.”

류영준이 사과하자 유송미는 빙그레 웃었다.

“그만큼 중요한 일들이었으니까 그러셨겠죠. 얼마나 바쁘셨을지 한국에서도 쭈욱 지켜봐서 알아요.”

유송미는 류영준을 퍼스트 클래스 좌석으로 안내하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대표님께서 다음에는 이렇게 장기간 자리를 비우실 때는 반드시 비서실에서 수행원들을 데리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경호팀만 데리고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한데요.”

류영준이 말했다.

“에이바이오만 경영하실 때는 그래도 됐겠지만 앞으로는 아니에요. 대표님은 이제 세계 최대 기업의 오너예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에이젠바이오 만한 크기의 거대 기업은 몇 개 없고, 그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은 비서실에서 수행원들을 잔뜩 뽑아서 데리고 다니거든요.”

“경영인은 조만간 따로 뽑을 겁니다. 대부분의 경영 일들을 거기다 맡기고 저는 연구 쪽으로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류영준이 말했다.

“연구만 하신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또 허찌엔칭 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크게 싸우실 거죠?”

“어……. 그야 그렇죠.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유송미는 빙그레 웃었다.

“대표님은 정말 철저하게 과학자세요. 솔직히 저 같은 비서실 직원들은 대표님의 천재성 만큼이나 그런 모습이 좋아서 따랐던 것이고요."

유송미는 앞으로의 류영준의 모습이 대강 짐작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 경영인을 뽑아서 맡시시더라도 대표님의 위치가 바뀌는 건 아닐 거예요. 이사회가 최대 주주인 대표님 중심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전문경영인을 뽑아봤자 그냥 경영 쪽 업무를 총괄해서 맡을 피고용인을 한 명 더 쓰게 되는 것뿐이죠.”

“그렇긴 하죠.”

“그럼 바쁘신 건 똑같을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비서실에서 수행원을 꼭 데리고 움직이셨으면 해요. 저희가 함께 움직이면서 업무들을 대행해드리면 훨씬 일이 수월하실 거예요.”

“알겠어요. 이번에 비서실에서 절 쫓아다니느라 고생이 많았나보네요. 주의할게요.”

류영준은 김철권을 비롯한 경호팀과 함께 예약된 자리로 이동했다.

“좋은 자리 아니라서 죄송해요. 광저우에서 출발하는 비행편 중에서는 젤 괜찮은 걸로 골랐는데 이것뿐이었어요.”

유송미가 말했다.

“아니에요. 수고하셨어요.”

자리에 앉고 잠깐 시간이 지나자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3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인천에 도착하면 오후 한 시일 텐데, 아마 공항에 기자들 잔뜩 깔려 있을 거예요.”

유송미가 말했다.

“그래요?”

“당연하죠. 대표님 중국에서 이번에 저지른 일들 반응 엄청 뜨거워요.”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 중간 점검 좀 해봅시다. 어떤 상황인지.”

“일단 대표님 자리 비우신 동안에 경영 본부 통합은 완료했습니다. 에이젠 경영 본부 사람들 대부분이 직급 유지하면서 합류했고요. 비서실은 새로 꾸렸죠. 제 입장에선 천만다행이에요. 그 전엔 거의 저 혼자서 담당하던 업무들이었는데 이젠 비서실 직원만 일곱 명이니까요.”

“좋아요. 연구소들은?”

“에이바이오의 연구원 대부분이 정해진 인선대로 여섯 개 연구소에 재배치되었어요. 그리고 제7 연구소 소속이 될 사람들은 아직 에이바이오 본사에서 대기중입니다. 좌석 배치하고 부서를 만드는 중이에요.”

“애트목스와 소송전은 어떻게 됐습니까?”

“한국에서 공판은 승소했어요. 최종 결정된 배상액은 100억 달러보다 약간 큰 모양인데, 애트목스 측에선 항소했습니다. 그리고 법무팀에선 곧 베이징에서도 공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류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이번에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신 후 후속 선언이 세계 각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캐나다, 영국, 미국, 스웨덴,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 스위스 등 11개 국가에서 총 772명의 과학자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했습니다.”

“고맙군요."

“그리고 국내의 미세먼지는 달리는 미세먼지 저감 장치가 도입된 후 ‘좋음’을 24시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봄이니 미세먼지가 많이 증가할 시점인데도요.”

“셀리제너가 좋아하겠네요.”

“거기 지금 제2의 에이바이오라면서 주식 시장에서 난리 났어요. 4거래일 연속 상한을 찍었고 5일째나 되어서야 증가폭이 좀 꺾이더군요.”

“솔직히 그 정도로 대성할 만한 건 아닌데.”

“그래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부분 있나요?”

“나머지는 가서 제가 직접 확인하죠.”

“저도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네."

“흰줄숲모기 멸종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나요? 광저우에서 광둥성 성장하고 미팅하신다고 통보하신 게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신 소식입니다.”

“음……. 잘 안 됐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어쩌면 광둥성 말고 다른 데서 하게 될지도 몰라요.”

“왜요?”

“생태계에 그 정도로 큰 변동을 주는 일은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니까 허락할 수 없다더군요.”

“아……."

“나한테 방법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면 비서님은 비서실 사람들하고 다른 걸 좀 조사해주세요.”

“어떤 건가요?”

“중국 내에서 사형된 양심수들의 장기가 무단 적출되어서 환자들에게 이식됐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알고 싶어요."

“……. 알겠습니다.”

전혀 상상치 못한 얘기에 유송미는 좀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스튜어디스 한 명이 그들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기내식 서비스입니다.”

스튜어디스는 음식을 서빙하면서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류영준 에이바이오 대표님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이젠 에이젠바이오 대표지만요.”

“와."

스튜어디스는 입을 가리고 환하게 웃었다.

“그게 사실……. 제 조카가 호모시스터증인가 그거라서요.”

“호모시스틴뇨증 (Horn ocystinuria)이요?”

류영준이 물었다.

“네! 맞아요.”

스튜어디스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것 때문에 동생 부부가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치료 가능한 질병인데, 지금은 괜찮나요?”

“네. 신생아기부터 계속 관리를 하고 있어서 아직은 괜찮다고는 해요.”

“아직 어리다면 앞으로도 계속 잘 관리해야 합니다.”

“네. 근데 동생 부부가 이번에 대표님께서 중국에서 하신 걸 보고 엄청 감명을 받았어요. 유전자 조작 아기를 치료하신 거요."

"......."

“관리 가능한 병이라는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래도 그 어린 애한테 매일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찌개 한 스푼 맘 놓고 못 먹이는 게 얼마나 속상한지 모른대요. 하지만 이런 유전병도 앞으로는 완치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좋아하더라고요.”

“그랬군요.”

“네. 저희는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

류영준은 귀국하자마자 밀린 일정 몇 개를 처리한 후, 첫 이사회를 열기 전에 에이바이오의 구 사옥으로 이동했다.

약 일곱 명의 팀장급 과학자들이 회의실에 있었다.

류영준은 그들과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천지명 박사님은요?”

“며칠 전에 미국으로 떠나셨습니다. 대표님 지시사항으로요. 그래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배선미 책임 연구원이 말했다.

“아. 기억납니다.”

천지명은 엘시와 연락하기 위해 직접 미국으로 찾아가보겠다고 했다.

“그럼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설립할 제7 연구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 될지는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동안 에이젠바이오는 신약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는데, 우리 회사 정도의 능력이면 그 이상의 일도 시도해봄직 하다고 생각합니다. 발병한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 장치처럼 공중 보건을 위한 일들을 하는 거죠.”

류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라이드를 넘겼다.

“이 페이지에는 927개의 질병 목록이 있습니다. 대부분 생소하실 겁니다. 그 이유는 이 목록은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희귀질환 리스트기 때문입니다. 환자 수 2만 명 이내. 또는 너무 적어서 유병 인구를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질환들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대부분이 면역 체계 이상 또는 유전 질환이고, 유병 인구가 적다는 말은 곧, 약을 개발해도 시장성이 없다는 뜻이 되어서 그 어떤 제약사도 치료제 개발을 뒤로 미루는 실정입니다.”

류영준은 과학자들을 똑바로 바라보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우린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이 유전 질환들을 전부 정복하는 걸 제7 연구소의 목표로 삼을 겁니다.”

“10년…….."

과학자들이 당황했다.

“10년 동안 900개 질환을요?”

“캐스나인과 줄기세포, 그리고 1억 명 유전자 해독 데이터를 이용한 GWAS를 잘 쓰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제7 연구소의 업무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류영준이 슬라이드를 넘겼다.

거기에는 모기 멸종 프로젝트의 간트 차트와 전략 모식도가 나타났다.

“우리는 환경 문제들을 다룰 겁니다. 미세먼지는 시작일 뿐입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훨씬 거대한 문제들. 이를 테면 이번에 섭씨 48도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폭염으로 사상자를 낸 델리의 이상 고온과 그런 현상들을 야기하는 온난화. 또는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의 위협.”

“자, 잠깐만요. 방사능 같은 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물론입니다.”

류영준이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

“우리는 앞으로 이런 환경 문제들도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해나갈 겁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바로 모기 멸종이 될 겁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그걸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하나 마련할 생각입니다. 1억 명의 유전자 해독을 토대로 구축했던 초대형 질환 예측 GWAS와 함께 쓰일 겁니다. 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거예요.”

"......."

“이번에 미미를 치료할 때, 부족한 전임상 데이터들 속에서 임상시험의 조건을 예측하는 데 성공한 건 인실리코 (In sillico) 실험 덕이었습니다.”

인실리코 실험은 컴퓨터와 생물학 정보들을 이용한 가상 실험을 말한다.

“그 인실리코 전문가를 제7 연구소에 초빙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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