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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화. < 에볼라 (10) > (23/301)

167화.  < 에볼라 (10) >

-사람과 직접 접촉으로 옮는 경우는 어떻게 합니까?

앙골라 보건 당국 직원이 물었다.

“콩고에서 모든 감염자를 통제할 겁니다.”

류영준이 답했다.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콩고 내에서는 크게 유행할 듯한데, 그걸 모두 잡아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간다의 질병감염감시 국장이 물었다.

“네. 콩고는 모든 시민을 완치할 수 있는 자원을 이미 비축하고 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그리고 미셸 장관님과 약속해둔 것인데, 콩고 정부는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들의 출국을 막는 것은 물론이고, 타국민이 입국할 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예정입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접촉을 통한 감염을 완전히 통제할 계획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콩고 내에서 에볼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있지만, 이 사태가 판데믹으로 번지는 걸 막는 데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사정으로 이쪽에 감염자가 생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앙골라 보건 당국 담당자가 물었다.

“혹시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까?”

-꼭 그렇다기 보다……. 사업 때문에 콩고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요…….

담당자들이 류영준의 눈을 피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맞습니다. 양국을 자주 오가면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를 잠복기 상태로 운반할 수도 있죠.”

류영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극히 적어서 유행을 일으킬 정도는 안 됩니다.”

-.......

“그리고 콩고 정부에서 지난 1개월간의 입국자 명단을 정리해두었고, 여러분에게 공유해드릴 예정입니다. 그 사람들을 지금 검진하고 격리하세요. 20일 이내의 잠복기 동안은 전염성이 없으니 격리 치료하면 에볼라 유행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

그러나 보건 당국 담당자들은 여전히 똥 씹은 표정이었다.

-류 박사님……. 그 치료제랑 백신이란 것 말인데요, 에이바이오에서 새로 개발하고 생산한 것이지요? 저희도 물량을 나눠주실 순 없습니까?

우간다 질병감염감시 국장이 물었다.

“그건 어렵습니다. 치료제와 백신 모두 현재는 에이바이오만 생산하고 있으며 콩고 정부와 독점 계약을 했습니다. 콩고 사정이 시급해서요.”

-생산 허가를 내주시면 저희가 자체 생산하겠습니다. 물론 로열티는 드리고요.

“그럼 허가는 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는데, 생산 과정이 꽤 까다롭습니다. 현지 기업들의 시설에 적용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짧아도 몇 달은 소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하지만 제 말대로 하시면 치료제는 거의 쓸 일이 없을 겁니다. 탄저균 펜스를 설치하면 여러분의 국가에선 에볼라가 유행하지 않을 테니까요. 만약 여행객 등에서 극소수의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콩고에서 그들을 치료할 만큼의 치료제만 소량 구입하시면 됩니다.”

-음……. 알겠습니다…….."

보건 당국 담당자들이 말했다.

“아니면 신경 쓰이는 다른 부분이 있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탄저균 펜스는 케냐에 대량으로 들여놓는 중이니, 연락 주시면 곧바로 판매하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었다.

모든 영상 통화가 종료되자 류영준은 호텔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면서 쯧, 혀를 찼다.

-왜요?

로잘린이 물었다.

“저 나라들에선 통제가 안 되는 감염자들이 꽤 나올 거야.”

-아닙니다. 탄저균 펜스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에볼라는 자연적인 방식으로 그걸 넘지 못합니다.

“그에 더해서 콩고의 입국자 명단을 넘기면 사람 간 접촉으로 인한 감염도 막을 수 있지. 하지만.”

류영준이 말했다.

“밀입국한 사람들이 많을 거야. 콩고 동부에서 내전을 벌이는 틈을 타서 자원을 약탈하러 들어오는 사람들 말이야.”

-아.

로잘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입출국 내역이 없어서 관리가 안 되니까 자국에서 에볼라가 발병할 것이다?

"응."

-하지만 그렇게 돼도 유행이 커지진 않습니다. 탄저균 펜스 때문에 감염 루트가 전부 잡힐 테니까요.

“맞아. 판데믹은 확실히 막을 수 있고, 저 인접국들에서도 2014년 유행에 비하면 훨씬 간소한 수준일 테니 그냥 소란이 좀 일고 말겠지.”

-네. 그럴 겁니다.

“하지만 무시할 순 없을 정도일걸. 그게 애매해서 아마 콩고 정부에 치료제를 달라고 애걸해야 할 테고. 근데 콩고에서 자원 약탈자들한테 쉽게 내줄지는 모르겠다.”

-자업자득이죠. 그러게 왜 남의 나라의 내전을 부추겨서 사람들 죽게 만들고 밀입국해서 자원을 약탈합니까.

“자업자득……."

-제가 당신을 만난 후로 지금껏 줄곧 인간 세상을 지켜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뭔데?”

-인간이 가장 혐오하는 질병이란 것은 인간이 겪는 일들 중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거라는 겁니다.

"......."

-당신들의 세상은 거대한 부조리와 불평등으로 가득해요. 하지만 보세요.

로잘린이 말했다.

-에볼라는 부자도, 거지도, 약탈자도, 정부군도, 반군도, 민족도 가리지 않고 일단 인간이면 평등하게 감염시킵니다.

“하지만 부유한 선진국일수록 방역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 에볼라에 안 걸리는걸.”

-그건 인간이 만든 불평등이고요.

로잘린이 말했다.

-바이러스 자체는 미국 대통령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불평등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 아프리카 땅에 국한되게 만든 것뿐이죠.

반박할 수 없다.

정확히 맞는 말이었다.

류영준은 쓰게 미소 지었다.

“모두 평등하게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지. 그걸 위해서 우리가 연구하는 거고.”

***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선방하고 있습니다.

며칠 후.

류영준은 호텔 방에서 시뮬레이션 모드로 아프리카 중부를 관찰하고 있었다.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었다.

대부분 동물들의 사체를 통해서 퍼져 나오는 바이러스들이다.

기존에 콩고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탄저균을 매개로 해서 마치 세대 교번을 하듯이 유행을 증폭시켰다.

주변을 폭발적으로 오염시킨 후, 탄저균 안으로 쏙 숨어서 바이러스를 증폭하고, 다시 튀어나와서 주변을 끔찍하게 전염시키는 식이다.

태양 자외선이나 산화적 환경 등에 취약한 에볼라 바이러스에게 탄저균은 벙커 역할을 했다.

그들은 탄저균을 거점으로 삼아서 공격적인 정복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르완다, 앙골라, 우간다 등의 정부가 살포한 에볼라 백신을 넘지 못했다.

밀림의 탄저균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꾸준히 흡수해서 제거하고 있었다.

류영준은 시뮬레이션 모드에서 감염성을 색깔 분포로 살펴보았다.

콩고가 까만색으로 나타났고, 그 인근 밀림 지역들은 모두 하얗다.

바이러스는 퍼지지 않는다.

판데믹은 오지 않는다.

-성공했네요. 축하드립니다.

“아직 더 지켜봐야지. 콩고는 어때? 그쪽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줘.”

류영준이 말했다.

이번에는 콩고 민주공화국의 킨샤사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확진자가 30만 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시뮬레이션으로 살펴본 그곳의 실제 감염자는 100만이 넘었다.

나머지는 아직 잠복기라 발병하지 않았거나 겁을 먹고 병원에 가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미셸의 지휘 아래 콩고의 보건 당국은 에볼라 치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에볼라 치료제 무상 공급.

특히 그들은 에이바이오에서 구매한 대량의 치료제를 무상으로 풀어버림으로써 환자들을 유인했다.

과연 GSC다. 미셸의 질병관리 지휘 능력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연구원의 능력이 아니라 보건정책 총괄자로서의 능력이다.

이런 건 류영준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젠 거꾸로 한국으로 스카웃하고 싶을 정도네.’

각 지역 병원으로 필요한 물자를 정확히 보내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에볼라를 설명하고 환자들을 끌어내는 실력은 상당했다.

국내의 질병관리본부도 온갖 뛰어난 사람들을 모아놨지만 미셸은 그곳에 가서도 발군일 것이다.

‘치료 가능’, 그리고 ‘무상 치료’

에볼라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았던 두 문구가 콩고의 각 시가지를 휩쓸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가기 어려운 시골 지역에는 의료진이 직접 치료제를 들고 찾아갔다.

백신 접종자도 빠르게 늘었다.

며칠 전에는 수백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벌써 50만 명이 넘었다.

***

마이비 도시의 시장은 파우로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반군에게 가족이 몰살당했던 그는 뿌리 깊은 원한으로 필립을 미워했다.

그리고 에볼라 유행은 필립이 만든 환상이라고 굳게 믿었다.

파우로의 말대로 절대 오지 않을 일일 줄 알았다.

“……. 내가 잘못 생각했다.”

필립은 자신의 재선거 출마까지 포기해가면서 시민들에게 에볼라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려고 했다. 그 진정성을 이제 깨달았다.

-헌법 재판소, 재선거 잠정 연기.

뉴스가 떠올랐다.

‘이만한 국가적인 재난 속에서 투표를 진행할 수야 없겠지.’

시장은 보건 당국에서 보내온 리포트들을 읽었다.

미셸 보건복지부 장관이 마이비 도시에 무려 2톤의 치료제를 보급했다고 한다.

덕분에 마이비 도시에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치솟았으나, 놀랍게도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치사율 90 퍼센트라는 그 공포의 질병이 이 도시를 휩쓸었는데도 말이다.

그에 더해서 백신도 접종 중이다.

‘솔직히 이번 에볼라 대유행은 필립과 미셸이 막아냈다.’

마이비 도시는 그들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

시장은 전화를 들었다. 파우로 위원의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파우로 위원은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는 킨샤사에서 필립을 만나고 있었다.

“나라가 통째로 난리군요.”

파우로가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필립은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서 한 입 먹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파우로가 물었다.

“후보님. 어떻게 에볼라가 오는 걸 아셨습니까?”

“몰랐습니다.”

필립이 대답했다.

“몰랐다고요?”

“제가 과학자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당연히 몰랐죠. 하지만 저는 미셸 장관과 류영준 박사를 믿었습니다.”

"......."

“에볼라를 비롯한 몇 가지 감염성 질병은 그 전부터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번엔 미셸 장관님이 심각한 표정이 돼서 에볼라가 탄저를 감염시키는 것 같다는 리포트를 들고 오셨죠. 파우로 위원님도 보셨을 겁니다.”

필립이 말했다.

“마침 류영준 박사님이 우리한테 빚을 진 게 하나 있었고,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 생각해서 곧바로 모셨지요. 그 분도 미셸 장관님 의견에 동의하셨고, 몇 가지 실험을 해보니 사실로 드러났다고 보고해주시더군요.”

"......."

“제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전부 실패하기만 했죠. 후보 출마 포기까지 하면서 에볼라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고 애썼는데 별 효과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필립이 말했다.

“이럴 때는 정치인의 무력함을 느낍니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류영준 박사와 미셸 장관, 그리고 그들이 이끈 과학자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미셸을 콩고로 초빙해서 장관직을 맡기고, 보노보의 반출 허가를 내주면서 류영준을 끌어온 게 필립이었다.

그 사실을 파우로도 알고 있었다.

“저 때문이죠.”

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에볼라를 믿지 않았던 것 말입니다. 그건 저 때문입니다.”

“위원님은 정말로 에볼라를 믿지 않으셨으니까요.”

필립이 말했다.

"......."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요. 제가 지금 어떤 비난들을 받고 있는지 아시잖습니까?”

파우로가 말했다.

그 말대로다.

에볼라 유행 이후 파우로 위원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울렸다.

이전에는 에볼라가 오지 않는다며 파우로를 응원하던 이들이 공포에 질려서 책임 질 것을 요구했다.

중립을 지키거나 필립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파우로에게 맹비난을 쏟아부었다. 당장 광장에 끌고가서 처형이라도 할 기세였다.

“다 제 잘못입니다.”

파우로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민주 선거에만 모든 관심을 쏟아부어서 이번 이슈도 정치적으로 해석했습니다.”

"......."

필립은 케이크를 한 조각 더 먹었다.

“류영준 박사님에 대해서 찾아보았는데, 이런 얘길 하셨더군요.”

그가 말했다.

“과학에는 정치를 섞지 말라고. 과학은 절대 객관의 학문이어야 한다고.”

"......."

“저는 그게 정말 좋았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군과 반군이 나뉘어서 민족적인 갈등과 내전, 독재를 겪으면서 정치적인 혼란의 수렁에 깊이 빠졌어요.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과학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그 학문은 어떤 정치적인 치우침도 없이 정답을 찾아 깊은 고민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때로는 정말 찾아내고요.”

“……. 정말 그렇군요.”

“파우로 위원님. 저는 콩고가 과학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파우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물 한 잔을 쭉 들이마시고는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필립 후보님. 후보님이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면 대선은 아마 저 혼자 치르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출마를 포기할까 합니다. 재선거가 잠정 연기되었으니 지금 포기하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음.”

파우로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서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이 자리에서 지금 얘기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제가 출마를 포기해버리면 사실상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 되는데, 아마 헌법 재판소에서 후보 출마 과정부터 다시 진행할 겁니다. 재선거 자체가 기약도 없이 잠정 연기된 상황이니 명분도 있지요.”

파우로가 말했다.

“그리고 필립 후보님이 보여주신 게 있으니 그때는 다시 출마를 하시더라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

"이번엔 제가 완전히 졌습니다. 그리고 많은 걸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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