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화. <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 (11) >
“포스버그 위원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수염이 수북한 풍채 좋은 남자가 물었다.
카니우스 사무총장.
과학 한림원의 최고 직위에 있는 종신 위원이다.
“괜찮습니다.”
포스버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저는 포스버그 위원님이 너무 몸을 함부로 쓰시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과학도 중요하지만 교수님의 인생도 중요합니다.”
카니우스가 말했다.
“정말 괜찮습니다. 그리고 류 박사의 아이디어는 분명 설득력 있어요. 두 가지 기술 모두 별도의 허가가 필요없을 정도로 안정적이고요."
"......."
“단지 둘을 합쳐서 응용하는 케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니, 혹시 이 임상 사례가 의료법상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부분들이 있다면 공주님께서 좀 무마해주셨으면 합니다.”
포스버그가 데시데리아에게 말했다.
송지현의 어깨가 움찔했다.
‘공주였어?’하는 표정이다.
류영준도 사실 놀랐지만 겉으로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포스버그가 덧붙였다.
“저는 혹시 이 치료가 잘못되더라도, 그게 류 박사님의 발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저는 과학계에서 이제 할 일이 끝났고 몇 걸음 물러나서 노벨상 심사나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류 박사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젊은 과학자니까요.”
데시데리아는 포스버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말했다.
“스웨덴 왕실의 이름으로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럼 환자분께 투여할 치료제를 준비하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기대하고 있겠네.”
포스버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과학자들과 왕세녀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 류영준은 곧장 실험실을 향했다.
카롤린스카에서 빌린 실험실이다.
카게쿠니 교수는 수지상세포 촉진 키트를 가지고 나타났다.
류영준은 멸균 작업대 내에서 37도 온도로 데운 용액에 캐스나인을 넣고 촉진 키트를 섞었다.
한참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 실험실에 손님이 찾아왔다.
데시데리아 왕세녀였다.
그녀는 경호팀과 수행원들을 이끌고 실험실 앞까지 온 다음, 초인종을 누르고 밖에서 기다렸다.
실험실에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류영준이 밖으로 나오자 그녀가 말했다.
“류 박사님. 정말로 포스버그 교수님을 치료할 수 있습니까? 아까는 교수님들 앞이라서 이 질문을 못 드렸습니다.”
류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 제발. 꼭 부탁드립니다. 그분은 스웨덴의 과학 한림원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평생을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보고 후배들을 양성한 사람이에요.”
포스버그는 스웨덴의 국민 영웅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의사로, 국내로 따지면 이국종 교수 정도 되는 존경과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었다.
의학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왔다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카롤린스카에서 환자를 직접 보던 외과 교수 시절에는 과로로 쓰러진 적이 다섯 번이나 있을 정도다.
신기술에도 매우 개방적이어서, 매일 새벽까지 논문을 읽던 사람이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진보한 의학 기술이 발견되면 최우선으로 도입해오곤 했다.
단순히 한 병원의 의사가 아니라, 스웨덴의 의학 자체를 지속적으로 견인했던 인물인 것이다.
“제약, 생물학계에서도 유명하실 거예요. 류 박사님은 처음 뵈었나요?”
데시데리아가 말했다.
“저는……. 네. 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류영준이 민망해하며 답했다.
“류 박사님은 젊으니까요.”
어느새 뒤에 다가온 카게쿠니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레고리 멘델이 살아나서 이 자리에 나타나도 얼굴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과학자들은 연구 필드에서 만나지 않은 과거 인물들의 얼굴을 잘 모릅니다. 논문에 과학자의 사진은 안 실리니까요.”
“그렇군요.”
데시데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영준이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포스버그는 이미 은퇴하고 노벨상 심사위원이 되어 있었으니, 그들이 연구 필드에서 만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 나이대에서는 포스버그 교수를 아는 이들이 꽤 많지요. 제약, 생물학계는 의사들하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카게쿠니가 말했다. 데시데리아가 덧붙였다.
“포스버그 교수님은 스웨덴 과학 한림원에 열여덟 명밖에 없는 종신 위원 중 한 분이세요. 그분을 치료해주신다면 스웨덴의 왕실과 한림원도 두 분께 깊이 감사할 겁니다.”
류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성공시키겠습니다.”
***
이튿날 아침.
카게쿠니 교수가 만든 희대의 역작, 수지상세포 촉진제가 제작됐다.
보통은 암세포를 찾아가는 지도 쯤 되는 물질을 촉진제에 포함시키지만, 이번에 집어넣은 물질은 유전자 가위인 캐스나인이다.
그리고 14개 유전자의 구조에 대한 정보가 RNA 형태로 함께 들어갔다.
“시작하겠습니다.”
마르쿠스 교수는 떨리는 손으로 포스버그의 정맥에 약물을 투여했다.
‘확인해줘.’
류영준은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로잘린과 함께.
-동기화 모드를 켜드리겠습니다.
포스버그의 정맥에 흐르는 물질들이 거대하게 확대되어 류영준의 망막에 상을 맺었다.
시간이 느려졌다.
피코초와 옹스트롬 단위를 분간하는 동기화 모드에서 류영준은 분자 현상을 천천히 살펴보게 되었다.
마치 우주선이 정거장에 도킹하는 것처럼, 캐스나인 하나에 RNA 분자가 하나씩 부착되었다.
이 RNA는 표적 유전자를 찾아가는 지도다. 이번 치료에는 총 14종류의 RNA를 입력했다.
14종의 유전자를 조작하기 위해서다. 캐스나인은 RNA 지도를 보면서 저절로 표적 위치를 찾아가 절단할 것이다.
파스스스
인지질이 뭉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촉진제가 수지상세포의 막의 문을 두드렸다.
마치 거품 안으로 부드럽게 감싸여 들어가는 것처럼, 캐스나인은 수지상세포 내부로 이동했다.
수지상세포는 MHC라는 물질에 캐스나인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시 세포막 표면으로 튀어나왔고, 인접한 위치에 떠다니던 면역 세포와 접촉했다.
그럴 리 없겠지만 류영준은 마치 세포들의 대화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항원이다.
수지상세포가 면역 세포들에게 캐스나인을 넘겨주고 있었다.
-확인하겠습니다.
면역 세포는 캐스나인을 집어삼켰다.
그 순간.
세포 내로 침투한 캐스나인이 갑자기 활성을 띄면서 면역 세포의 DNA로 이동했다.
캐스나인은 RNA 지도를 읽어서 30억 자에 해당하는 거대한 유전물질의 도서관을 수색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표적 유전자를 발견했다.
-E1K
뚝.
캐스나인은 DNA에서 E1K 유전자가 입력된 위치를 잘랐다.
생명 현상의 핵심인 DNA가 잘려나가는 사태는 면역 세포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다.
면역 세포 내부의 DNA 수리 기작이 작동했다.
그러나 캐스나인과 함께 딸려온 몇 개의 염기가 수리 과정에 끼어들었다.
마치 연골이 찢어진 무릎을 메스로 가르고 철심을 박아 넣는 수술과 같다.
DNA를 찢고 그 자리에 유전자의 변종 일부를 집어넣고 자연 봉합한다.
새롭게 탄생한 조작된 유전자에서는 전보다 훨씬 막대한 양의 E1K가 쏟아져 나왔다.
면역 세포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쏴아아아
그것은 혈관 내부를 이동하여 무시무시한 속도로 종양을 향해 질주했다.
-삐비빗.
종양으로부터 신호가 흘러나왔다.
면역세포를 작동 정지시키는 PD-L1 신호다.
-팅, 팅, 팅.
그러나 종양이 뿜어내는 물질들은 면역 세포의 껍질을 뚫지 못하고 모두 튕겨나가고 말았다.
-쿠웅!
그리고 면역세포는 종양에 부딪히더니 곧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면역세포 침습(T cell infiltration)'
류영준은 책으로 배운 생명 현상을 관찰하며 팝콘이라도 씹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웬만한 액션 영화 뺨치는 박진감이다.
-파앙!
면역세포가 분출한 퍼포린이 암세포 셋을 일격에 날려버렸다.
세포막이 찢어진 암세포들은 흐물거리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앙!
두 번째 발포에 또 세 개의 암세포가 파괴되었다.
‘……. 며칠 안 걸리겠어.’
기대한 것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윤아에게 사용했던 키메라 면역 치료법보다도 더 효과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지금 면역세포에서는 조작된 유전자가 무려 14개나 되니까.
E1K를 제외하고도 면역세포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최적의 표적이 되는 유전자 13개를 추가 조작했다.
종양 유도 능력을 강화하거나, 종양이 내뿜는 저해 물질들에 저항하거나, 종양 내부로 침투하는 능력을 끌어올리거나, 종양을 파괴하기 위해 내뿜는 세포 독성 물질들의 양과 위력을 증대시키거나.
‘카게쿠니 교수님의 방법을 쓸 때 면역세포의 유전자는 한 번에 40군데까지 조작할 수 있다.’
부작용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에는 14개만 표적으로 삼았지만 이미 막강하다.
‘미국에 암 연구소가 완성되면 이 기술을 최적화해서 상용화로 밀어붙여야겠다.’
정말 암을 정복하는 날이 올지도모른다.
류영준은 동기화 모드를 종료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종양을 향해 몰려드는 수만 개의 면역세포들이었다.
***
학회가 끝났다.
에이젠 제1 연구소와 에이바이오의 과학자들은 이미 귀국했거나 남은 연휴를 즐기면서 유럽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류영준은 아직 카롤린스카에 있었다.
이곳에서 하는 노벨상 심사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에는 최종 결정 사안을 스웨덴 왕립 과학 한림원에 제출한다.
그리고 한림원에서 최종 승인하면 노벨상이 수여될 것이다.
당연히 최고의 이슈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역효과였다.
“저는 쥐 실험을 통해서 어떤 기작으로 발생하는지 설명해드렸습니다. 근데 사실 이젠 쥐를 통한 실험 정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아예 사람한테서 임상 사례가 보고되었으니까.”
헤리어크 교수가 말했다.
제이미 앤더슨이 마른 침을 삼켰다.
포스버그의 몸에서 일어난 하이퍼프로그레션은 면역 관문 억제제의 개발자인 올리버와 제이미 앤더슨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첫 번째 사례일 뿐이요. 그리고 그 환자의 몸에 정말 EGFR 돌연변이가 있는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제이미가 말했다.
“심사위원님들. 그동안 면역 관문 억제제는 여러 환자들에게 투여됐지만 하이퍼프로그레션이 일어난 경우는 처음입니다. 딱 한 차례 일어난 일로 이 중요한 신약의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면역 관문 억제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아직도 가치 있고 중요한 약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하지만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한테서는 하이퍼프로그레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그 신약을 쓰기 전에 종양의 EGFR 유전자의 상태가 어떤지 진단하고 써야합니다. 그런 점을 보면 범용성의 측면에서 가치가 좀 떨어지게 되는 건 사실이네요.”
제이미 앤더슨은 이를 악물며 류영준을 쏘아보았다.
면역 관문 억제제는 콜드스프링에버 연구소에서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연구소의 연구소장은 제이미 앤더슨이다.
제이미 앤더슨은 연구소에서 나오는 모든 논문에 교신저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즉, 면역 관문 억제제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제이미 앤더슨에게도 타격이 가는 일인 셈이다.
“지금 류 박사가 얘기한 내용들, 아직 추가적인 실험과 교차 검증이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제이미 앤더슨이 말했다.
“그건 맞습니다.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나오는 논문들 중에서 50년 후까지 살아남는 건 10%도 안 된다고 하니까요. 틀렸을 수도 있으니 교차 검증 해야죠. 논문이 나가면 많은 과학자들이 면역 관문 억제제와 EGFR 유전자의 관계를 실험해볼 겁니다.”
“근데 류 박사. 그때까지 노벨상 수상을 미뤄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임상 사례 하나와 쥐 실험 한 번으로 노벨상을 취소할 수는 없어요. 올리버 교수가 받아야 하는 상입니다.”
제이미 앤더슨이 다시 고집을 부렸다.
"......."
카롤린스카 교수들은 시름 가득한 한숨을 쉬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들도 스웨덴 사람이고 의사다. 게다가 카롤린스카의 의사들이다.
이곳에서 포스버그는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를 무너뜨린 면역 관문 억제제에는 당연히 불편함을 느꼈다.
그들은 이미 류영준과 카게쿠니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제이미 앤더슨이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외부 심사자로 모셔온 다음에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해버리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더군다나 제이미 앤더슨 정도 되는 거장이라면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웠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신약과, 그것조차 치료할 수 있는 신약. 둘 중 무엇에 무게를 둘지는 뻔한 것 아닌가요?”
그러나 류영준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다.
“다시 말하지만 단발성 사례입니다. 재현된다는 보장도 없고, 현재로선 동료들의 리뷰도 받은 적 없는, 류 박사 당신 혼자만의 주장이에요. 게다가 하이퍼프로그레션을 치료했다고 하는 거, 성공인지 아직 확신할 단계가 아닙니다.”
“예후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좋다 뿐이지, 나아서 병실 밖을 돌아다니고 그러지는 못하잖아요. 그리고 류 박사. 그 기술은 사실상 당신이 개발한 거지, 카게쿠니 교수가 한 겁니까?”
“카게쿠니 교수의 기반 기술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원천 기술 제공의 공로를 얘기하는 거예요.”
대치 상황이 잠깐 지속되었다.
“좀 늦었습니다.”
심사위원 중 하나인 마르쿠스 교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놀랍게도 휠체어 하나를 밀고 들어왔는데, 거기에는 포스버그가 앉아있었다.
“병실 밖을 돌아다니시네요, 이제.”
류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교수님!”
카롤린스카의 교수들이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나오셔도 됩니까?”
그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 괜찮네. 몸 상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포스버그는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리고는 류영준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제이미 앤더슨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랜만입니다, 앤더슨.”
“……오랜만이군요. 몸은 좀 어떻습니까?”
제이미 앤더슨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하하. 앤더슨 이름 하나 믿고 면역 관문 억제제를 썼다가 죽을 뻔했습니다. 근데 카게쿠니 교수와 류영준 박사님이 살려주셨죠.”
포스버그가 답했다. 그는 이어서 교수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심사는 어떻게 돼갑니까? 누구 쪽으로 기울어 있어요?”
“포스버그 교수님은 이 심사에 낄 자격이 없습니다.”
제이미 앤더슨이 딱 잘라 말했다.
“아, 물론 나는 자격이 없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요. 심사에 끼어들거나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카롤린스카의 권한이니까. 근데 앤더슨 소장. 그거 압니까?”
“뭘요?”
“저는 노벨상 수여를 총괄하는 스웨덴 왕립 한림원에 종신 위원으로서 자격이 아직 정지되지 않았습니다. ‘종신’ 위원이니 죽을 때까지인데, 놀랍게도 아직도 살아있으니까요.”
"......."
“류 박사님. 사이언스에 논문 투고하셨죠?”
갑자기 포스버그가 류영준 쪽으로 질문을 던졌다.
“네."
“언제쯤 나올까요?”
“글쎄요. 몇 달은 걸릴 겁니다. 마르쿠스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서 이번에 일어났던 임상사례도 포함시켜서 투고를 새로 했거든요. 때문에 약간 늦어졌죠.”
“노벨상 시상 이후에 그 논문이 나오겠군요. 노벨상을 받은 기술이 불과 반 년만에 사이언스지에 얻어맞는 대망신을 겪느니 저는 그냥 지금 암으로 죽는 게 낫겠습니다.”
"......."
“최소한 사이언스지에서 그 논문을 내놨을 때 방어할 논리라도 갖춰야 할 거예요. 그런 것 있습니까? 앤더슨?”
제이미 앤더슨이 이를 바득 갈았다. 그의 손가락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
십수년에 걸친 연구였고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임상을 다 뚫고 제품화까지 성공했는데 노벨상 직전에 와서 아시아인 애송이 하나가 갑자기 모든 걸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포스버그는 피식 웃었다.
“심사가 끝나면 카롤린스카 노벨 회의에서 투표까지 마치고 최종 성정된 후보의 이름과 업적을 실어 국왕폐하한테 서문을 올리겠죠. 폐하, 누구누구한테 노벨상을 줍시다, 하고요.”
포스버그가 말했다.
“지금 기세면 제가 금방 퇴원할 것 같아서요. 어쩌면 그때 폐하 옆에서 그 서문을 같이 볼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때 꼭 합리적인 결과를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