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1화. < 식물 기반 의약품 (4) > (268/301)

111화.  < 식물 기반 의약품 (4) >

“불법화해서 규제한다고요?”

임길원이 황준영에게 물었다.

“네. 사실상 병원 진료 기록보다 더 민감한 건강 정보를 일반 회사가 맘대로 열람하겠다는 건데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걸고 넘어지면 규제할 수 있을 겁니다.”

“캬아!”

부사장 백중혁이 감탄을 터뜨렸다.

“역시 대표님입니다. 뛰어난 혜안이십니다.”

그러나 임길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대표님. 그렇게 쉽게 되지 않을 겁니다.”

“안 된다고요?”

“국내에서 유전자 검사는 원래 의사의 허가가 있어야 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젠 그냥 일반 회사가 고객 샘플을 받아서 자의적으로 할 수 있게 법령이 개정됐어요. 바로 작년에요.”

"......."

“근데 개정 1년만에 다시 뒤집어서 불법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죠. 류영준도 그걸 알고 저 사업을 진행한 것이고요.”

“아니, 왜 일반 회사한테 그런 걸 허용해주는 거야?”

백중혁이 흥분해서 말했다.

“국제 진단 시장의 트렌드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옛날부터 일반 회사들이 개인을 상대로 유전자 검사를 해줬었어요."

임길원이 설명했다.

“물론 그게 질병 관련 유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종 뿌리를 찾아주는 서비스였죠. 미국은 다인종 국가니까요."

“그런 회사들이 커짐에 따라서 질병을 진단해주는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류영준처럼 그 비싼 장비를 200대나 사다가 게놈 프로젝트까지 동시 진행하면서 어마어마하게 일을 벌이는 사람은 없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규제를 완화했다는 겁니까?”

황준영이 물었다.

“맞습니다. 지금 정부에 압력 넣으면 그건 시대를 역행하는 방향입니다. 만약 정부가 법령을 뒤집는다고 해도 그건 시간 벌이에 불과해요. 결국 다시 트렌드를 따르게 될 겁니다.”

미팅 테이블에 긴 침묵이 흘렀다.

“그럼 임 전무. 좋은 방법이 아예 없어요?”

황준영이 물었다.

“역으로 류 대표를 지원해주자니까요. 우리는 아직 그 유전자 검사 사업이 정확히 어떻게 굴러가는지 잘 모릅니다. 류 대표가 그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동향을 살피면서 준비했으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조급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류 대표를 오히려 지원해주면서 자세히 알아보잔 말이에요.”

황준영이 내키지 않는 듯 머리를 매만졌다.

“그보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우리가 고객한테 요구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밀어붙이는 건 어떻습니까? 그리고 암 발생률이 높은 고객은 그냥 안 받으면 되잖아요.”

황준영이 물었다.

“아……."

임길원이 탄식을 뱉었다.

지금 유전자 검사는 의료 행위가 아니라서 의료보험공단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리고 기존의 보험 가입서에서 개인 정보 열람 동의 항목은 의료보험공단에 집중돼있다.

따라서 현재는 보험사들이 에이젠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고객한테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이 없는 셈이다.

“그렇죠. 그걸 요구해야죠!”

백중혁이 또 나섰다.

“대표님 말씀대로 정보의 불균형이 존재하면 유전자 검사 결과 발병률이 높은 사람들이 보험사를 역선택할 수도 있잖습니까. 정보는 균등해야 합니다.”

“그거 보험사 이미지에 매우 나쁠 수도 있습니다.”

임길원이 지적했다.

“임 전무. 지금도 진료 기록 같은 거 조회해서 이전 5년 이내에 항암 치료를 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거나 합니다. 그거랑 같은 맥락 아닙니까?”

백중혁이 말했다.

“하지만 아예 발병한 경력조차 없는 일반인들한테, 유전자 검사 데이터를 토대로 ‘너는 발병할 것 같으니까 보험 가입 안 돼’ 하는 건 느낌이 다르지 않습니까?”

“상관없어요. 결국 보험사들 다 그런 식으로 갈 텐데요.”

백중혁이 딱 잘랐다. 그리고는 대표 이사를 쳐다보았다.

“대표님, 제가 의원님들한테 연락해서 이거 추진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법안이 개정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에이젠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몰려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임길원이 물었다.

“유전자 검사를 받은 적 있느냐고 물어보면 됩니다.”

황준영이 답했다.

“검사 결과 말고요? 검사 여부만 묻는다는 겁니까?”

“네. 그리고 검사를 받은 적 있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핑계 대서 가입을 거절하십시오.”

"......."

“그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국민들이 알아서 유전자 검사를 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왠지 알아요?”

“왜죠?”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라고 답변한 후에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험들이 쌓이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

“보험사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루트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열람할 수 있나보다, 싶겠죠?”

황준영이 말했다.

“그럼 보험이 문제가 아니게 돼요. 취업이나 승진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기 시작하겠죠. 50대에 90 퍼센트 확률로 폐암 발생한다는 사람을 어느 회사가 임원 진급시키겠어요? 보험사가 이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더라, 어쩌면 에이젠이 몰래 건강 정보를 팔지도 모른다, 이런 불신들이 팽배해지는 겁니다. 우리가 슬쩍 그 소문을 보태줍시다. 그럼 유전자 검사 시장의 성장률이 매우 둔화되겠죠. 법안 개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충분히 벌 수 있습니다.”

“크으. 역시 대표님 생각은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백중혁이 짧게 박수를 쳤다.

"......."

임길원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래도 되는 건가?’

뭔가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

세계적인 스타 과학자 류영준이 진단 사업을 시작한다.

그의 홈그라운드인 에이바이오와, 거대 제약회사 에이젠의 협력 사업이다.

이 소식은 단번에 전국을 휩쓸었다.

딱히 홍보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전국 매스컴이 쉴 새 없이 그 사업이 어떤 것인지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연의 대학의 신정주 교수는 아예 주요 방송사마다 불려다니면서 유전자 검사가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죽기 전에 1억 2천만 원을 내고 유전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췌장암 세포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최적화된 치료법을 찾으려고 했던 거죠.”

신정주 교수가 말했다.

“그 비싼 검사 비용이 불과 10년 만에 지금은 100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에이젠에서 서비스하는 것은 전체 DNA를 다 분석하는 게 아니라 일부 질병 관련 위치들만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쌉니다. 게다가 대량의 장비를 토대로 일종의 ‘도매가격’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가격은 더 낮아집니다. 그래서 지금 홍보하는 걸 보면 10만 원 이내의 가격에 질병 유전자들을 봐준다고 하거든요.”

“그걸 보면 어떤 게 좋습니까?”

인터뷰어가 물었다.

“어떤 암이 언제 발생할 확률이 몇 퍼센트다, 이런 식으로 발병률을 예측해줄 수 있습니다. 헬스 케어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 되죠."

“서비스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요?”

“제가 그걸 에이젠 측에 문의해서 알아봤습니다. 세 단계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일단 에이젠에 고객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합니다. 그럼 에이젠에서 조그마한 플라스틱 용기를 보내줍니다. 고객은 거기다 침을 뱉어서 다시 우편으로 에이젠에 보내줍니다. 끝이에요. 그 다음은 에이젠이 타액 속의 DNA를 증폭시켜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겁니다.”

유전자 검사라는 개념은 시민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지만, 수없이 떠들어대는 매스컴과 류영준에 대한 높은 관심도 때문에 그 단어는 순식간에 친숙해졌다.

그리고 서비스를 시행하는 당일 아침.

에이젠의 제1 연구소는 폭주하는 서비스 신청 문의에 아침부터 시달렸다.

순식간에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의 수가 약 2,000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열에 일곱은 가족 단위로 서비스를 신청했다.

“그거 알아요? 아까 위층에서 들었는데, 다섯 시간만에 서비스 마감이래요.”

진단기기개발 부서의 이명국이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충격적이네요.”

송유라 수석이 마른세수를 했다.

“게놈 프로젝트 팀으로 갈걸 그랬어요.”

“거긴 거기대로 또 헬이에요. 1억 명 DNA 해독하는 게 보통 일인가……."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여기 왔는데 앞으로 업무량이 어떨지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이명국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대량의 플라스틱 용기를 가지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제1 연구소에 새로 발족된 부서인 ‘유전자 검사 부서’로 이동했다.

여기에는 대부분 행정 업무를 보는 직원들만 있었는데, 이미 서비스 신청이 전부 마감된 지금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당일 유전자 검사 신청은 모두 마감되어……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샘플 받을 플라스틱 용기 가지고 왔습니다.”

송유라가 용기가 들어있는 자루를 빈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수석님.”

하루만에 다크써클이 생긴 부장이 물건을 넘겨받으며 말했다.

“아직 좀 일의 분배가 명확히 안돼서 이런데, 다음에는 저희 행정 부서에서 플라스틱 용기도 준비해서 고객들한테 샘플 받아가지고 연구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는 기계 돌리고 데이터 분석만 죽어라 해도 하루 5,000 건 간신히 할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들어오는 거라.”

“제가 문과라서 그쪽 프로세스는 잘 모르지만 굉장히 일이 많으리라는 건 알 것 같습니다. 파이팅입니다.”

“……부장님도 파이팅.”

두 팀장은 은근한 동지애가 담긴 눈빛을 주고받았다.

“뭐하고 계세요?”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고 류영준이 나타났다.

“다들 고생이 많으시겠지만 조금만 힘내주십시오. 직원들 더 뽑아드릴 테니까요. 계속 구인 중입니다.”

“연구원도 더 뽑나요?”

송유라가 물었다.

“네. 근데 10억 짜리 엘리미나 장비를 돌리고 DNA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과학자가 국내에 몇이나 있겠어요? 제 생각엔 여러분이 거의 답니다. 그러니 연구원 인원 보충은 해외에서 해야 할 텐데……, 시간 좀 걸릴 겁니다.”

"......."

“연봉은 올려드릴 수 있습니다."

“예에……."

“파이팅.”

***

류영준은 강남의 한 고급 술집에 들어갔다.

에이젠의 이사 중 하나인 SG 그룹의 김영훈이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다.

류영준에게 김영훈은 꽤 고마운 인물이다.

처음 에이바이오를 창설할 때 자금 200억을 마련하도록 도와주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진단 키트를 개발할 때도 모바일 잭을 통한 스마트폰 연동 방법을 찾아주었다.

본래 출신이 SG전자였던 것을 잘 살린 것이다.

그는 줄곧 윤대성 대표를 견제하면서 류영준을 키우는 포지션을 취해왔다.

그럼 지금은?

류영준이 보여준 기적적인 혁신들에 너무 감동해버린 김영훈은 진단 키트 개발을 기점으로 류영준의 강력한 후원자로 변했다.

‘에이젠과 에이바이오는 언젠가 합병할 것이고, 그 공룡 제약사는 류영준이 이끌어야 한다.’

김영훈은 그렇게 생각을 굳힌 상태였다.

그리고 김영훈은 SG생명에 있는 아끼는 후배, 임길원의 술주정을 며칠째 들어주다가 마침내 오늘 술자리엔 류영준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류영준입니다.”

류영준은 임길원과 악수를 나누었다.

임길원은 류영준이 오기 전에 이미 김영훈과 술을 잔뜩 마셔서 꽤 취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류영준을 만나니 술이 확 깬 듯, 또렷하고 긴장한 표정이었다.

“반갑습니다. SG생명의 임길원이라고 합니다.”

그가 인사했다.

“자, 두분 다 앉읍시다.”

김영훈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두 분은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와 사업가입니다.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소개해주니 제가 정말 기분이 좋군요. 얘기들 나누시죠.”

“김영훈 이사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요즘 절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류영준이 말했다.

"......."

임길원은 입술을 꾹 깨물고 잠깐 생각을 다듬었다.

“후우.”

그가 술을 왈칵 들이마셨다.

그리고 입가를 닦으면서 말했다.

“류 대표님. 지금 SG생명에서 류 대표님의 유전자 검사법을 음해하려고 합니다.”

“유전자 검사법을요?”

“네. 유전자 검사를 받은 고객들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면서 마치 에이젠 내부에서 유전자 검사 결과를 외부에 비밀리에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합니다.”

"......."

“그렇게 시간을 벌어서 나중에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보험 가입 시 참조하는 문서로 포함시킬 겁니다. 법령을 개정해서요. 그리고 검사 결과에 따라서 가입을 거절하는 식으로 갈 겁니다.”

류영준은 임길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얘길 왜 저한테 해주십니까?”

“네?”

“유전자 검사 사업이 보험 업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대응책을 SG생명 내부에서 마련한 것 같은데, 왜 제게 전해주시나요?”

"......."

임길원의 표정이 약간 우울해졌다.

“류 대표님. 보험은 대수의 법칙에 따라 리스크를 나누는 겁니다. 그건 질병이라는 큰 재해를 맞닥뜨린 가난한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예요.”

그가 말했다.

“그리고 유전자 진단은 그 재해를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그것도 서민들의 희망이죠.”

"......."

“저는 보험업이 그런 기술의 앞길을 가로막는 걸 원치 않습니다. 그 유전자 진단 사업은 류 대표님이 하시는 대로 성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험업은 거기에 맞춰서 생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물색해야지, 이런 방식은 안 됩니다. 그리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보험 가입을 거절해버린다니.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럼 그 사람들은 병이 생기면 어디서 보호를 받습니까? 심지어 발병률도 높은 사람인데요. 이건 리스크를 나누는 게 아니라 몰아주는 거잖아요.”

“그렇군요.”

“제가 생각하는, 제가 여태까지 해온 보험업은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

“제가 40대에 전무까지 달면서 회사 내에서 승승장구만 했다고 저보고 천재니 어쩌니 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진짜 천재 앞에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웃기지만. 저는 사실 그런 똑똑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한텐 그냥 이 업종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일했을 뿐이에요. 한치 앞도 모르는 미래에 위험을 모두가 나눠가져서 다 함께 손잡고 나아간다는 게. 얼마나 민주적이에요.”

임길원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제가 좀 취했나요. 쓸데없는 소리까지 했네요.”

“아닙니다.”

류영준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SG생명이 어떻게 전략을 짜고 있는지,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대응책이 있습니다.”

“대응책이요?”

“네."

“그게 뭔가요!”

“SG생명 임원분께 말씀드릴 순 없죠.”

류영준이 빙긋 웃었다.

“아……. 네. 맞습니다. 얘기하지 마세요. 저도 회사에서 대표님이 물어보면 얘기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임길원은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잠깐 화장실 좀.”

류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복도를 돌아 나가서 술집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휴대폰을 꺼내 에이젠 대표이사 윤대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밤늦게 죄송합니다. 혹시 주무시고 계셨나요?”

-아니요. 아직 퇴근도 안 했습니다.

“하하, 제가 너무 힘든 일을 부탁드렸죠? 죄송합니다. 제가 연구만 하다보니 금융업은 전혀 몰라서요.”

-괜찮습니다. 에이젠의 자회사 형식으로 보험사 하나 만들어드리는 것 정도는 저한텐 그렇게 큰 일이 아닙니다.

윤대성이 말했다.

“제가 지금 얘기 들은 게 좀 있는데, 보험 업계에선 아무래도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일반적이죠. 유전자 검사 결과로 나온 고위험군을 가입시키는 보험업을 어떤 미친 사람이 하겠습니까? 저도 깜짝 놀랐는데요.

류영준이 빙긋 웃었다

“보험 가입자가 질병에 걸리는 게 회사에 손해라면, 손익을 개선하는 방법은 고위험군의 가입을 막는 게 아니죠. 가입시켜서 보험료를 받은 다음, 그 고객이 병에 안 걸리게 하거나 극초기에 진단해서 값싸게 치료해버리는 게 최선 아닙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