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 에이바이오 암 연구소 (4) >
월요일 아침. 제 1연구소의 진단기기 개발 실험실에는 류영준과 생명창조 팀 연구원들이 나타났다.
제 1연구소.
정말 오랜만이다.
그 동안도 몇 번 오긴 했지만 에이바이오의 첫 건물을 받아내기 위해서 연구소장실이나 행정실에 들렀던 것뿐이다.
징계를 받은 후에 연구원들이 있는 연구동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어쩐지 시선들이 따갑네요.”
이동하면서 박동현이 말했다.
제 1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류영준을 적대시하진 않았지만 상당히 신경 쓰이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무시해요.”
류영준이 말했다.
그들은 복도를 가로질러 2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좌우에 항암신약 부서의 실험실 13개가 쭉 나온다.
이걸 가로질러야 진단기기 개발 부서의 실험실로 이동할 수 있다.
철컥.
이동하는 길에 211호에서 연구원 한 명이 불쑥 튀어나왔다.
“앗……."
김형석 선임 연구원이다.
류영준이 항암신약 부서에서 주임 연구원으로 일하던 때 옆자리를 썼던 선배다.
그는 류영준의 얼굴을 마주하고 몸이 굳었다.
“오랜만이네요. 김 선임님. 잘 지내셨죠?”
류영준이 인사했다.
“류 박사……아니 류 대표님도 잘 지내셨나요?”
“그럼요.”
“……제 1연구소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김형석이 류영준의 눈치를 살폈다.
“볼일이 좀 있어서요.”
“류 대표님이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혹시 그거랑 관련된 건가요?”
김형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췌장암을 어떻게 고친다는 건지 그 아이디어와 실험 전략은 보안 때문에 유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사실 자체는 입소문을 타고 벌써 여기저기 번져서 같은 업종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김형석은 이 상황을 줄곧 경계했었다. 류영준이 그 치료제를 세상에 내놓고 항암 필드를 공략하는 것 말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항암신약 부서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에이젠의 항암신약 부서는 전 세계 최고의 지식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김형석은 솔직히 류영준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거랑 관련이 있긴 합니다.”
류영준이 대답했다.
김형석의 긴장한 얼굴 위로 약간의 안도감이 비쳤다.
“저희랑 췌장암 치료제 공동 개발하시려고요?”
김형석이 물었다.
아무리 천재라도 암은 쉽지 않다. 그만한 치료제를 혼자 개발하진 못했을 것이다.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잘 안 되니 결국 항암신약 부서를 찾아온 거겠지.
제 1연구소의 항암신약 부서는, 아무래도 항암제 개발에 있어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과와 노하우를 축적한 연구실 중 하나니까.
“아니요.”
류영준이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그 치료제는 이미 거의 다 개발됐습니다. 제 1연구소에 찾아온 것은 진단기기 개발 부서를 만나기 위해서예요.”
“진단 부서요?”
뜻밖의 말에 김형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럼 전 실험하러 가야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커피나 한 잔 하죠.”
류영준은 짧게 대답하고 김형석을 지나쳤다.
생명창조 팀원들과 함께 복도를 쭉 가로지르자 이제 진단기기 부서의 실험실들이 나타났다.
류영준은 실험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에이바이오에서 왔습니다.”
입구에서 그가 연구원들에게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소장님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송유라 수석 연구원이 류영준을 맞아주었다.
“귀찮게 하진 않겠습니다. PDMS 바이오칩만 지원해주시고, 실력 있는 실무자 한 명만 붙여주세요.”
류영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송유라는 과학자 한 명을 붙여주었다.
진단기기 개발 부서에서 테크닉이 가장 뛰어나고 PDMS를 이용한 랩온어칩 개발을 전공한 박사급 주임 연구원이다.
박소연.
그녀는 류영준을 보고 "헉.” 소릴 내면서 놀랐다. 하지만 류영준의 표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이, 이쪽이에요.”
박소연이 말했다.
그녀는 류영준과 생명창조 팀을 데리고 연구실 한쪽으로 이동했다.
PDMS 칩을 종류별로 탱크에서 꺼내주자 류영준은 그 중에서 3mm 두께의 칩을 골랐다.
“PDMS 칩에 혈장이 이동하는 통로를 팠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나요?”
류영준이 물었다.
박소연은 칩을 몰드에 넣고 찍어서 라인을 만들어주었다.
류영준은 가장자리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칼로 잘라냈다.
가운데에 펀치로 홈을 팠다. 아가로즈를 끓여서 박소연이 만든 라인의 틈새에 파이펫으로 10 마이크로리터씩 흘려 넣은 다음 굳혔다.
반대편에는 석션 장비를 걸어놓았다. 이제 이걸로 혈액을 당겨서 PDMS 내부의 통로를 지나게끔 하면, 아가로즈의 미세한 그물망으로 혈구를 걸러내고 혈장만 분리할 수 있다.
“여기 각 위치에 마이크로 챔버를 만들 수도 있나요?”
류영준이 몇몇 위치를 짚으면서 물었다.
박소연은 혈장이 이동하는 라인의 원하는 위치마다 미동 펀치로 챔버를 만들어주었다.
“고마워요.”
분리된 혈장은 각각 서로 다른 마이크로 챔버로 이동한다.
챔버에 류영준은 가지고 온 동결건조된 캐스나인을 비롯한 시료들을 넣었다.
“시료 드라이해주세요.”
류영준이 칩을 내밀자 박소연은 건조기에서 시료의 용매를 모두 날렸다.
두 사람은 업무 얘기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소연은 류영준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기만 했다.
류영준도 실험에 집중했다.
약 두 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류영준은 PDMS 칩 위에 자신의 혈액을 떨어뜨렸다.
잠깐의 반응을 지켜본 후.
“뉴클리에이즈 프리 워터 주세요.”
실험실에서 쓰이는 가장 깨끗한 증류수다.
박소연이 조그만 약병에 담긴 물을 내밀자 류영준은 그걸로 DNA를 녹여서 수거했다.
“NGS로 분석 부탁드립니다.”
DNA를 내밀자 박소연이 담담하게 받아들었다.
“네."
실험은 빠른 속도로 나아갔다.
***
류영준과 생명창조 팀은 박소연의 도움을 받으면서 하루 종일 실험에 매진했다.
불과 한나절만에 진단 키트 기술의 핵심을 거의 다 해치워버렸다.
누가 들으면 기절할 만한 속도로 일을 진척시킨 것이지만, 이제 생명창조 팀원들에게 이런 것은 그리 대수로운 게 아니다.
실험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 7시가 넘었다.
“밥이나 먹고 갈까요? 제가 사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좋아요. 그럼 우리 첫 회식했던 곳으로?”
배선미가 물었다.
마침 그 가게가 머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생명창조 팀이 연말 세미나에서 성과를 올린 후에 처음 갔던 고기집이다.
[ 아직 안들어온흑우없제 ]
“옛날 생각나네요.”
자리를 잡고 소고기를 구우면서 류영준이 말했다.
“그때 연말세미나에서 역분화 줄기세포 터뜨렸을 때 진짜 짜릿했는데. 그쵸?”
“맞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우리가 이렇게 될 줄 몰랐죠. 설마 류 대표님이 이사가 되고 계열사를 만들어서 우리가 그 밑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천지명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말씀 편하게 하세요. 업무 끝났잖아요. 사석인데요 뭘. 박주혁도 저랑 둘만 있을 때는 저한테 욕도 해요. 사람들 있을 때 존대 깍듯이 하는 게 더 어색할 정도예요.”
“하하, 그럴까……요?”
천지명이 어색하게 말끝을 높였다.
“사실 저는 회사에서도 굳이 직급 나눠서 권위 만들고 이런 건 별로라서……. 배울 만큼 배운 과학자들이 서로 존경할 줄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또 조직은 그런 게 아니라고 박주혁이 잔소리 하더라고요.”
“그렇죠. 조직은 그런 게 아니죠. 공적인 공간에서는 류 대표님이 반드시 대표직으로 대우를 받아야 해요.”
천지명이 말했다. 류영준은 별로 동의하진 않았지만 괜히 더 부담 주는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진짜 반 년 사이에 우리 엄청 성공했네요.”
박동현이 말했다.
“다들 그때 류 박사님이 에이젠을 먹어버리겠다, 최대 주주가 되겠다, 어쩐다 할 때 기억나요?”
“솔직히 이렇게 얘기하기 좀 그렇지만, 그 당시엔 약간 미친 사람같았는데 이젠 정말 그걸 실현하기 직전이네요. 에이젠이랑 지분 교환만 하면 사실 에이젠의 최대 주주가 될 예정이시고요. 진짜 당시엔 꿈같은 얘기였는데.”
정혜림이 말했다.
“동현이는 그때도 류 박사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가능성 있어 보인다면서.”
천지명이 말했다.
“아, 뭐 사실은 반신반의하는 상태였죠. 근데 말로는 일단 숙여야하지 않겠습니까. 사람 인생 어찌될지 모르는 건데.”
“네, 이제 속마음 잘 알았습니다.”
류영준이 빙긋 웃자 박동현이 장난스럽게 그의 어깨를 쳤다.
“에이, 장난이죠. 사랑합니다, 대표님.”
“사랑은 집에 가서 아내분이랑 아기들한테만 주시고요. 저는 괜찮습니다.”
생명창조 팀원들은 류영준에겐 고향 친구들 같은 느낌이다.
사실 딱히 그렇게 오래 본 사이들도 아니다. 하지만 주임 연구원 시절의 류영준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말로 설명하기 힘든 안도감을 줬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내로라하는 인재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뒤처지지 않으니, 사실상 류영준에겐 정말 최고의 팀이었다.
창의적이고 어려운 프로젝트일수록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
인간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들.
한잔 두잔 술을 비워가면서 회식 자리의 분위기는 점점 취해 무르익었다.
“근데 류 박사님.”
정혜림이 약간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이런 말 해도 되나? 그…… 소연 씨요.”
“네."
“아직 류 박사님한테 마음이 있는 거 같아요.”
옆에서 박동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 실험할 때 옆에서 쳐다보는 눈빛이 거의 드라마 한 편 찍을 기세더만.”
“그래요?”
“네. 여기서 제일 눈치 없는 순열 씨도 알아챘을 걸요.”
박동현이 고순열을 가리켰다.
고순열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요즘 윤주 씨랑 연애를 해보니까 알겠는데 그건 확실히 류 박사한테 마음이 많이 남은 표정이었달까……."
류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뭐 어쩌겠습니까. 솔직히 전 이제 박소연한테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남은 정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고 심지어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어요.”
류영준이 말했다.
“오우……. 차가운 남자.”
천지명이 허허 웃었다.
“근데 난 류 박사님이 꼭 박소연 씨가 아니더라도 좋으니, 연애도 좀 하고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배선미가 말했다.
“류 박사님은 아직 젊잖아요.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그때만 즐길 수 있는 것들도 있어요.”
“맞아요. 제가 류 박사님 나이에, 미혼이고, 류 박사님의 명성과 돈이 있잖아요? 그럼 아주 난리 났습니다. 흐흐.”
박동현이 말했다. 류영준은 피식 웃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일중독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연구가 더 좋아요. 딱히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고요.”
***
진단 키트의 최고 장점은 사람 몸에 약물을 투여하는 종류의 임상시험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혈액을 채취해서 몇 분 안에 반응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니까.
불과 며칠 사이에 생명창조 팀원들은 진단키트 개발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이젠 류영준의 손이 필요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개발의 진척도도 상당히 높아서 조만간 제품의 기본형이 탄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앞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빅뉴스가 나왔다.
[에이바이오, 췌장암 치료제 임상시험 돌입.]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임상 1상 진행.]
[수술 후 재발한 췌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실험 요법]
췌장암은 치료 난이도가 엄청나게 높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바이오 벤처들이 시도해보는 대상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벤처라는 특성상, 나름대로 기발한 전략을 하나씩은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이 방법이라면 췌장암을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어서다.
또 하나는 임상시험 지원자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췌장암은 치료법이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실험 요법 한 번 해보겠다는 지원자들이 있다.
특히 그게 에이바이오처럼 이전에 많은 혁신을 보여준 회사에서 만들어낸 기술이라면 상당한 유인책이 된다.
한국에서는 에이바이오 차세대 병원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아직 에이바이오에 합류하지 않은 MIT 의대의 펑장 교수가 임상시험을 총괄하기로 했다.
그리고 키트 개발이 시작된 지 3주가 되었을 무렵.
류영준은 MIT의 평장 교수의 사무실에 가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류 박사님.”
“반가워요.”
“좀 피곤해보이시네요.”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돼서요. 혹시 임상시험은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입니다.”
펑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흥분감을 견딜 수 없어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제가 좀 더 빨리 에이바이오에 가서 이걸 했어야 했는데!”
펑장은 거의 자리에서 방방 뛰려고 했다.
“하하, 앞으로도 정복할 암은 많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올해 하반기부터 에이바이오에 합류하시는 거지요?”
“지금 당장도 가고 싶은 기분입니다.”
“환자들이 많이 차도를 보이나요?”
“5년 생존률이 8 퍼센트밖에 안 되는 암이잖아요? 말기 환자들의 췌장을 수술로 절제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나이 많은 환자들의 경우에는 수술 자체를 할 수가 없을 때도 많아요.”
펑장이 말했다.
“하지만 이번 치료제 같은 경우는 수술도 필요 없고 경구 투여하는 약형이라서 상당히 체내에 도입하기도 쉽고요. 지금 1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하고 있는데 열 명은 거의 완치 직전입니다.”
“그래요?”
“네. 나머지 네 명도 굉장히 호전을 보이고 있고요. 약 자체가 아주 강하게 들어요. 대체 어떻게 만든 겁니까? 그렇게 타겟하기 어렵다는 췌장에서 암세포만 정확히 쏙쏙 골라서 죽이고 있어요. 다른 건 둘째 치고 약효가 드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서 어떤 환자들은 투여한지 닷새 만에 종양의 90 퍼센트가 사라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잘 듣는다고 하니 다행이군요.”
“맞습니다. 말기 췌장암 환자들의 경우에는 암세포가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어서 처치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뭐 그것까지는 지금 기술로 어쩔 수 없죠. 일단 이 정도 효율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에요.”
“그래요……. 말기가 되면 전이가 될 수 있죠.”
류영준이 턱을 괴면서 펑장의 말을 곱씹었다.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제 콘슨앤커슨과 엘리미나에서 각 병원마다 췌장암을 빠르게 진단하는 서비스를 실시해서 말기까지 가지 않도록 잡아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네. 콘슨앤커슨의 데이비드 대표가 엘리미나를 구워삶아서 MOU를 맺은 다음 과학기술정책 국장하고 담판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각 병원마다 엘리미나 장비와 테크니션을 공급하고 미국 연방정부가 그걸 지원하기로요.”
"흠."
“아직 업계의 뒤에서 돌아다니는 찌라시 같은 소문에 불과합니다만, 전 관련자에게 직접 들은 겁니다.”
펑장이 허허허, 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관련자요?”
“그게……. 하하. 사실 데이비드 대표한테 직접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 하지 말라던데, 괜찮겠죠. 하하하. 그 사람이 제 학부 선배인데 꽤 친한 사이거든요.”
펑장이 말했다.
“이제 콘슨앤커슨이 진단하고, 에이바이오가 치료하면 췌장암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는 크게 떨어질 겁니다.”
“콘슨앤커슨도 머리를 잘 썼네요.”
“네. 그리고 데이비드 대표가 류 대표님을 만나보고 싶어하더군요. 혹시 괜찮으시면 자리 마련해볼까요?”
“좋습니다.”
류영준이 흔쾌히 대답했다.
에이바이오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과학자들이 빽빽이 들어찬 곳이다.
업계 뒤에서 찌라시처럼 떠돈다는 그 소문을 류영준도 당연히 들었다.
“교수님께서 날짜 잡아주시면 한 번 뵙겠습니다.”
사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만날 사람들 중에 데이비드가 이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