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 < 차세대 종합 병원 (5) > (215/301)

58화.  < 차세대 종합 병원 (5) >

류영준은 지난번처럼 사이언스를 비롯한 국제 학술지 등에 구인 공고를 낼 계획이었다.

슬프지만 에이바이오가 아무리 뛰어난 회사라고 해도,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과학 주변국이다.

반면에 IUBMB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제 학술 모임 중 하나이다.

명문대학 교수나 거대 제약사의 핵심 인력들, 연구소의 책임급 과학자들이 발에 챌 정도로 버글대는 곳.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류영준은 창설할 병원과 에이바이오의 인력을 이참에 모두 모은다는 각오로 사람들을 만났다.

다행히 통합뇌질환학회에서 그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가 워낙에 강렬했던 탓에, 에이바이오의 부스는 뛰어난 실력자들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었다.

몇 시간을 연달아 면접을 보던 중, 류영준은 IUBMB 학회 담당자를 통해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 국장 제임스였다.

-한국인인 류 박사님을 미국에서 스카우트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류 박사님이 미국의 지식인들을 빼가시는군요.

제임스가 웃으며 말했다.

“과학에는 국적이 없는 거니까요.”

류영준이 대답했다.

-하하하. 제가 한 방 먹었군요.

“싫으신 건 아니죠?”

-물론입니다. 저도 지금 류 박사님이 하는 일은 인류 보편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국적은 잠시 접어두자고요.

“미국 암센터 옆에 에이바이오의 암 연구소를 지은 후에는, 다시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류 박사님이 훈련해서 보내주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제가 그분들께 많이 배울 겁니다.”

류영준이 겸손하게 말했다.

-류 박사님 같은 분이 이 세상에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저도 사비로 후원 좀 하고 싶군요.

“언제든 저희는 받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투자자와 후원자들을 만난 후, 시간은 흘러서 오후 네 시.

류영준은 직원들에게 부스를 맡기고 송지현과 함께 학회 내의 빈 회의실로 이동했다.

“아까 챙겨주셔서 고마웠어요.”

송지현이 말했다.

“챙겨주다뇨?”

“저한테 아는 척해 주셔서 저희 부스에 투자자들 밀어주신 거잖아요.”

“네? 아닙니다.”

류영준이 의아한 듯 말했다.

“예? 하지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인사해 주시고……"

“그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사람들 앞인 게 무슨 상관이에요. 같이 프로젝트 하는 협력사 동료분을 학회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도 안 하고 모른 척하면 그게 무례한 거죠.”

류영준이 빙긋 웃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 투자자들 앞에서 업무 미팅 잡으면서 협력사인 걸 공개해 주신 거 아니에요?”

“원래 여기서 송 박사님 만나면 일 얘기하려고 했다니까요. 저는 그 투자자들 별로 신경 안써요. 그 사람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뭐 하는지보다 송 박사님하고 미팅해서 우리 연구를 조금이라도 더 진척시키는 게 더 중요해요. 근데 그 사람들 보는 눈 때문에 굳이 협력사 관계인 걸 감춰가면서 어렵게 만날 필요 없잖아요? 셀리제너가 저희랑 협력사인 게 뭐 잘못된 것도 아니고.”

송지현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

맞는 말이다.

부스 안까지 같이 가자며 친절하게 동행해 준 것도 그냥 방향이 같으니까 그런 것일 테다. 아무런 사심도 없을 것이다.

에이바이오에서 프로바이오틱스 미팅을 할 때도, 대표인 본인이 직접 회의실 셋업하던 사람 아닌가?

류영준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이 사람은 권위를 몸에 둘러싸지 않는다. 과학계 스타가 되기 전과 후가 똑같다.

역분화 줄기세포를 만들기 전의 평범한 주임 연구원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물론 똑똑한 사람이니 자신의 행동이 셀리제너에 투자자들을 밀어줄 거라는 것도 예상했을 테지만, 그게 굳이 행동을 바꿀 이유가 되진 않는다.

프로바이오틱스 때문에 에이바이오와 함께 일하면서 최명준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에게 얘길 들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

권력이나 사적인 친분 같은 것을 과학과 절대 섞지 않는 외골수 과학자.

정말로 그냥 협력 관계에 있는 회사 직원이라 인사했고, 일 얘기를 하고 싶어서 약속을 잡은 게 전부였다.

같이 일하는 벤처라고 말해준 것도, 주위의 투자자나 과학자들이 궁금해하니까 그들의 호기심을 배려해 준 것뿐이다.

그게 셀리제너와 송지현에게 큰 이익이 되긴 했지만, 일부러 유도해 준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으니까…….

“송 박사님?”

“앗, 네?”

잠깐 생각에 잠겨 있던 송지현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불러도 답도 없고.”

류영준이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아, 죄송해요. 뭐라고 하셨죠?”

“췌장암 치료제에 쓰려고 하는 그 캡슐 코팅 말이에요. 그걸로 클로로토니스 리무비투스에서 분리한 에이먹을 싸서 당뇨 치료제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에이먹을 코팅하자고요?”

“네. 그 캡슐 코팅 기술 개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제가 미국으로 오기 직전에도 실험을 하다가 왔어요. 애초에 위산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코팅은 그렇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에요. 전에 류 박사님이 알려주셨던 키토산 이중 코팅법도 좀 응용했고요. 이미 코팅 기술 자체는 거의 완성 단계예요.”

“다행이네요. 생체 물질 에이먹도 그걸로 코팅할 수 있겠죠?”

“아마 가능할 거예요.”

“좋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같이 췌장암 치료제랑 당뇨 치료제, 둘 다 진도 좀 빼보죠.”

“……네.”

송지현의 약간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 * *

일요일 오전.

류영준은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약 2주간의 미국 일정이 끝났다.

이제 에이바이오는 세계적인 이목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병원 설립을 위한 기금은 벌써 상당한 액수에 이르렀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해산하시죠. 저 때문에 주말 반납하신 분들은 월요일, 화요일 쉬시고.”

류영준이 말했다.

에이바이오의 부스를 도와준 직원들을 먼저 보낸 후, 류영준은 앨리스하고도 인사를 나누었다.

“수고했어요, 앨리스.”

“류 대표님도 고생하셨어요.”

“다음에 통역 부탁할 일 있으면 또 맡길게요.”

“영어 잘하시던데 굳이 필요해요?”

“있어야 맘이 놓이니까요.”

“좋아요.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앨리스가 선글라스를 끼고 떠났다.

사람들을 전부 보낸 후에 류영준은 케이캅스 경호 팀원들과 함께 천천히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고 다리가 저절로 우뚝 섰다.

“류영준이다!”

수백 명의 인파와 경찰이 입국장에 쫙 깔려 있었다.

펑! 펑!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폭죽처럼 사방에서 터졌다.

“류 박사님! 여기 봐주세요!”

“잘생겼다!”

“병원왕 류영준!”

병원왕?

류영준이 황당한 표정이 됐다.

군중들 사이엔 심지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류 박사 병원 지으신다]

[과학계 개비스콘 류영준]

[병원 짓는 데 세금을 왜 쓰죠? 후원금을 모으면 되는데]

[???:불로초요? 그거 줄기세포 아닌가요?]

.......

“사인해 주세요!”

“오빠!”

경찰과 안전 요원들이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흥분한 이들이 있다.

경찰들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질서를 유지하려 애썼다.

탁!

놀라서 잠깐 정신이 마비되어 있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쳤다.

박주혁이었다.

“좀 웃어주고 손 흔들어주고 그래야지, 아마추어같이 멀뚱멀뚱 서 있냐. TV에서 이런 거 못 봤어?”

“내가 연예인도 아닌데 무슨……'

“가자. 따라와. 다들 따라오세요.”

케이캅스 경호팀의 보호 아래 박주혁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차에 올라타고 보니 안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다.

천지명 수석과 배선미 책임, 그리고 박동현과 정혜림, 고순열이었다.

“뭐예요? 우리 생명창조팀 다 왔네.”

류영준이 깜짝 놀랐다.

“우리 대표 모시러 왔죠.”

천지명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일요일인데요?”

“직원으로서 온 게 아니라 그냥 사적인 친분으로 온 거거든요. 우리 그 정도 사이는 되잖아요?”

정혜림이 말했다.

“감동적이에요. 정말 고맙습니다.”

류영준의 답변에 박주혁이 황당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

“나한텐 아무 말도 안 하더니? 자식아, 나도 일요일에 지금 너 데리러 나왔잖아.”

“고마워.”

“크, 영혼 없는 거 보소.”

“근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너, 밥 먹었어? 기내식?”

“아니. 별로 생각 없어서.”

“그럼 밥부터 먹으러 가자.”

박주혁은 차량 내비게이션에 어느 유명 한식당 이름을 찍었다.

* * *

월요일 오전 아홉 시부터 류영준은 모든 팀과 미팅을 했다. 한 팀당 최대 두 시간.

“거의 정답 자판기 같은 느낌이에요. 문제를 넣으면 정답이 나오는 그런 거……"

대표 사무실에서 나온 제이콜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펠리시다가 그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실험 전략 다 짜주시죠?”

“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죠?”

“지금 여섯 시간째 만나는 팀원들마다 줄기세포로 척수 만드는 법, 줄기세포로 골수 만드는 법, 줄기세포로 연골 만드는 법, 하나씩 알려주고 계세요. 그대로 실험만 진행만 하라면서.”

“정말 믿어지지가 않네요. 물론 그래도 이 정도의 실험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쉽진 않겠지만.”

제이콜이 말했다.

류영준은 독감 치료제나, 애완 동물 또는 축산 동물의 질병 치료제들을 개발할 땐 외주를 맡겼었다.

그들은 치료제를 합성만 하면 실험동물이나 세포에 처리하여 약효를 확인만 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줄기세포로 다른 기관이나 조직을 배양하는 것은 난이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라면 끓이는 것 정도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고급 요리로 올라갈수록 숙련된 요리사가 아니면 레시피를 갖고 있어도 요리를 완성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다.

특히 생물학 실험은 모든 변수를 통제하기 힘들다는 그 특성상, 요리에 쓰는 ‘물’의 출처가 한강인지 제주도인지까지 따져야 한다. 배양액의 제조 공장의 라인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지는 황당한 사건도 종종 벌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줄기세포의 신생 조직 분화 같은, 기존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실험이라면 1선 실험자의 상황 관리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세포 상태와 분화 단계를 진단해가면서 세포 트랜스펙션 방법을 최적화하거나, 팩스 (FACS) 솔팅 방법을 잡거나……. 여전히 조율 해야 할 조건들은 많죠.”

펠리시다가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 전략을 스케치해주면 해볼 만해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예요.”

철컥.

대표 사무실 문이 열리며 클로이 수석팀이 나왔다.

“뭐 맡으셨어요?”

제이콜이 물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피부 재생하는 거요.”

클로이가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쪽도 고난도의 실험을 맡아 열정과 투지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대표 사무실 안.

류영준은 팀원들의 업무 분배를 다시 체크하고 있었다.

프로바이오틱스 팀과 췌장암 치료제 개발팀을 제외하고 남은 연구원들을 네 팀으로 나누었다.

그들에게 척수, 골수, 연골, 피부 조직을 차례로 맡겼다.

마지막은 생명창조팀이다.

똑똑.

천지명이 밖에서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다.

배선미와 박동현, 정혜림, 고순열 네 사람이 차례로 테이블에 앉았다.

“저희는 줄기세포로 뭐 만드나요?”

박동현이 물었다.

“여러분한텐 오가노이드를 맡길 거예요.”

“오가노이드요?”

“네. 이번에 우리가 줄기세포로 시작하는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거예요.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장기’를 모방한 소형 생체 조직이에요. 사람의 장기와 똑같은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는데 크기만 작은 거죠. 반대로 얘기하면 이게 성공해야 우리가 인공 장기를 배양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우리는 오가노이드를 정밀 진단용으로 쓰고, 인공 장기를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쓸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 그 작업의 스타트를 끊는 겁니다.”

“아……"

정혜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탄식을 뱉었다.

“대표님 솔직히 자신 없는데요. 너무 고난이도인데……. 저희 중에 오가노이드 해본 사람 없어요.”

“그렇죠. 근데 어차피 우리 회사에선 오가노이드 경험 있는 사람 없어요. 전에 프랑스에서 지원하셨던 분이 오가노이드 해보신 분인데, 우리 회사 출근하려면 시간 좀 걸린댔어요. 거기 정리하고 오셔야 해서.”

“그럼 우리 회사에 지금 오가노이드 전문가가 아무도 없다는 겁니까?”

천지명이 물었다.

“네."

류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지명이 허탈한 듯 허허 웃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세계 최고 신기술 중 하나를 새 사업으로 시작하는데, 경험자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들어간다고?

하지만 상대가 류영준이다.

분명 가능성이 있으니 하자고 하는 거겠지.

“제가 실험 방법을 짜드릴 수 있으니 프로젝트 자체는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될 거예요.”

류영준이 말했다.

“이 실험은 워낙 사람 손을 많이 타서, 연구자가 생물학 실험에 초고도로 숙련된 사람이어야 해요.”

"......."

“그래서 생명창조팀에게 맡기려는 거예요.”

“지금 사내에 월드 클래스 과학자들도 많이 있는데……"

배선미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여기 계신 분들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생명창조를 하던 분들이니까요."

생명창조 팀원들의 얼굴에 혼란이 번졌다.

“생명창조랑 관련이 있나요?”

정혜림이 물었다.

“아뇨. 근데 공통점이 하나 있긴 하죠.”

“공통점이요?”

“둘 다 현재 인류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는 거."

"......."

“진지하게 하는 얘기에요. 생명창조. 그걸 해내기 위해서 여러분은 온갖 방법들을 다 시도해 보셨잖아요. 진짜 하다 하다 안 돼서 박동현 선임님은 배양액에 침도 뱉어봤다면서요.”

“악! 그건 또 어떻게 아셨죠?”

박동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실험 로그에 있던데요. 에이젠에 있을 때 읽어봤습니다.”

“……그때 길형준한테 깨지고 좀 빡쳐서 제정신이 아녔어요……"

“지금 사내에 새로 입사한 과학자들은 다들 자기 분야에서 제법 유명한 분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걸 낯설어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는 아니죠.”

“확실히 저희는 에이젠 연말 세미나에서 조금이라도 덜 털리려고, 로잘린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보려고 온갖 짓을 다 해보긴 했습니다.”

천지명이 말했다.

“그렇겠죠. 그러니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개고생을 하면서 워낙 다방면에 걸쳐 실험 스킬들이 축적됐을 테니까요.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자신감을 가져요.”

“어떻게 하면 되죠?”

“장기 중에서 비교적 구조가 쉬운 것부터 만듭시다.”

“어떤 거요?”

“장이요.”

류영준이 말했다.

“정확히는 소장. 오가노이드에 성공한 다음엔 그대로 스케일 업해서 소장 자체를 만들 겁니다.”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다니……"

정혜림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종양이나 크론병 때문에 소장을 절제한 환자들은 단장증후군에 걸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심각한 복통과 만성적인 설사, 지방변, 탈수와 막대한 무기력감으로 고통받죠. 그게 심하면 결국 이식 수술을 받게 되고요. 하지만 그것도 기증자가 없으면 방법이 없어요.” 

류영준이 말했다.

“우리 기술로는 기증자가 없어도 됩니다. 그들의 삶의 질을 우리가 회복시켜 줍시다.”

“알겠습니다.”

천지명이 답했다.

류영준은 그들에게 세세한 실험 방법을 정리해서 알려주었다.

원래 똑똑한 엘리트들이 다. 다섯 사람은 순식간에 류영준의 실험 전략을 소화했다.

그들이 나간 후.

류영준은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든 채 생각에 잠겼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 골수, 연골, 피부 조직, 그리고 소장 재건.

이 다섯 프로젝트는 기득권 거대 제약사들의 밥그릇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예를 들어 연골 재생이 가능해져서 상용화되면 지금 시중의 모든 관절염 관련 약들이 사장되는 식이다.

통합뇌질환학회 발표 이후 슈마틱스 같은 곳에선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무언가 준비 중일 것이다.

제임스가 경고했던 게 생각난다.

‘테슬라 꼴 나지 말랬지.’

류영준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조금 마셨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