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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차세대 종합 병원 (1) -여기까지 무료 연재였습니다. (211/301)

54화.  차세대 종합 병원 (1) -여기까지 무료 연재였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주신다고요?”

류영준이 물었다.

“네. 류 박사님이 모든 종류의 신경 질환을 전부 치료하겠다고 인터뷰하셨던 것,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죠.”

“솔직히 그 땐 많은 과학자들이 믿지 않았습니다.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은 대단한 성과였지만 신경질환을 치료한다는 건 또 다른 얘기니까요. 대중들은 환호해도 과학자들 상당수는 그게 그저 젊은 패기에 뱉어놓은 말이라 여겼습니다.”

“그랬겠죠.”

“하지만 이제 알츠하이머 치료에 성공한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하셨으니, 많은 사람들이 류 박사님의 인터뷰를 좀 더 진지하게 믿을 겁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류 박사님이 그 꿈을 하루 빨리 실현하려면 그들과 협력해야 할 겁니다. 그걸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류 박사님의 연구 터전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

“전공자니 이미 아시겠지만 미국은 세계가 공인하는, 생명공학과 의학의 세계적 허브입니다.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과 시설과 인력 풀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임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 증거로 류 박사님의 나라에서도 지놈 (Genome)을 처음엔 게놈이라고 읽었지만 이젠 지놈이라고 읽지 않습니까?”

‘유전자 전체’라는 의미의 단어 ‘Genome’은 한국에 처음 들어올 때 독일식 발음으로 ‘게놈’이라 소개되었다.

2000년 이전에만 해도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영미권의 연구 성과가 워낙에 압도적인 격차로 치고 나가다보니 국내의 연구자들 모두 그에 영향을 받았다.

이제는 한국의 모든 과학자들이 미국식 발음으로 ‘지놈’이라 읽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요.”

류영준이 말했다.

“제 사위가 한국인이거든요. 그래서 류 박사님에 대한 애틋함이 더 큽니다.”

제임스는 이미 류영준에 대해 많은 것을 조사했다. 어떤 종류의 인물인지. 어떤 것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행동하는지.

“류 박사님은 꼭 인류의 의학과 과학의 발전을 위해 하느님이 보내준 사람 같습니다. 오직 그것만을 원하시는 것 같아요.”

“······.”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분이라는 얘길 들었습니다. 돈을 밝히는 분도 아니시죠. 류 박사님이 원하는 것은 오직 과학의 발전. 질병의 정복. 그뿐입니다. 그렇죠?”

제임스가 말했다.

“그럼 미국으로 오시지 않을 이유가 있습니까? 애국심은 잠깐 접어두시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초국적으로 생각해주십시오. 그리고 생물학의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미국도 당신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원래 과학에는 국적이 없는 법이죠. 저는 연구 윤리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제 연구를 가속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겁니다.”

류영준의 말에 앨리스와 김철권이 깜짝 놀라며 그를 돌아보았다.

“국장님. 미 연방 정부에서는 저를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지원해주실 수 있나요?”

류영준이 물었다.

“일단 에이바이오를 미국으로 옮기십시오. 연방 정부가 주도해서 이주를 돕겠습니다. 그곳의 핵심 인력들 중 상당수가 사이언스 커리어를 보고 입사한 외국인이라 들었습니다. 미국으로 터전을 옮긴다고 이탈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 창립 초기니 덜 부담스러우실 테고요.”

“에이젠은요? 전 에이젠의 이사이기도 합니다.”

“다국적 거대 기업에서 외국인 이사나 CEO가 존재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류 박사님이 미국 국적을 취득하셔도 에이젠에서 일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저 에이바이오의 위치만 미국으로 옮겨질 뿐이죠.”

제임스가 말했다.

“그리고 에이바이오가 미국 법인이 되면, 연방 정부가 실리콘밸리에 에이바이오의 새 사옥을 마련해드릴 겁니다. 그리고 연간 30억 달러에 상당하는 금전적, 물적 지원을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연 30억 달러.

확실히 파격적이긴 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일을 진행하면 한국 정부에서 규제할 것 같은데요.”

“그렇겠죠. 하지만 류 박사님께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저희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그리고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이익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죠?”

“미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득권 제약사의 카르텔로부터 당신을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제약사 카르텔이요?”

“류 박사님. 예전에도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신경 치료에 쓰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뉴럴클리닉스라는 꽤 유망한 벤처였죠. 그 회사가 어떻게 몰락했는지 아시나요?”

“어떻게 몰락했나요?”

“슈마틱스와 로쥬를 비롯한 몇몇 기성 제약사들이 보도 자료를 돌렸습니다. 이런 내용들이 들어갔죠.”

제임스가 가방에서 당시 보도 자료가 담긴 기사를 꺼냈다.

<암 줄기세포란 줄기세포와 관련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암세포이다. 이들은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하며, 다양한 종류의 암세포를 만들어낸다.

본래 폐암은 폐암, 간암은 간암으로 한정된 타입의 암세포만 생산하지만, 암 줄기세포는 모든 타입의 암세포를 만들어내 전신에 전이시킬 수 있는 것이다.

뉴럴클리닉스에서 제작 중인 줄기세포 기술의 안전성은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으며, 그것이 암 줄기세포로 변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버드 의대의 피에트로 교수 외 12명의 연구에 따르면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쥐 30마리 중 12마리에게서 종양이 발견되었으며······.>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류영준이 말했다.

“원래 과학 선동은 사실만 가지고 하는 겁니다.”

“테슬라 꼴 나지 말라는 거죠?”

“정확합니다.”

20세기에 에디슨은 직류 전기를 발명했고, 테슬라는 교류 전기를 발명했다.

교류 전기가 여러모로 더 효과적이고 편리했으며, 충분히 안전했다. 그리고 에디슨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밥줄을 위협받게 된 에디슨은 교류 전기를 이용한 전기의자를 개발해 사형 집행 도구로 사용했다.

일종의 이미지 테러다. 대중에게 교류 전기가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테슬라에게 투자했던 회사 ‘웨스팅하우스’는 파산 위기까지 갔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테지만 거기까지 가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대중은 류 박사님처럼 똑똑하지 못하거든요. 아직도 세계 곳곳의 많은 환자들은 거대 제약사들에게 충성합니다. 그 카르텔이 거짓 선동을 쏟아내고 공작을 퍼부어대면 많은 난항을 겪을 겁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하지만 제가 에이바이오를 미국으로 옮기면, 그들의 위협이나 거짓 선동을 막아주겠다는 건가요?”

“아니요. 이 부분은 에이바이오를 미국으로 옮기지 않아도 해당됩니다.”

류영준이 고개를 갸웃했다.

“옮기지 않아도요?”

“그렇습니다. 류 박사님. 지금부턴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국 국장이 아니라 그냥 한 시민, 한 명의 과학자로서 얘기하는 겁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저는 류 박사님의 천재성보다도 류 박사님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 더 좋습니다. 류 박사님에 대해 여러 가지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천재 류영준의 이면에 있는 과학자 류영준의 모습 말입니다.”

“······.”

“이 자리에 있으면서 그 동안 제약사 카르텔들이 어떤 짓들을 하는지 많이 봐왔습니다. 아프리카나 인도 같은 곳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행패도 일어나고 있죠. 그들은 정말로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계산합니다.”

“그렇죠······.”

“전 국장이기 이전에 MIT 교수였고 과학자입니다. 과학자로서 말하건대, 저는 지금의 제약계에는 사실 지식보다 태도를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가져다주어도 그걸 쓰는 사람이 방화범이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임스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유에서 류 박사님을 더 탐내기도 했습니다.”

“······.”

“오직 저희가 원하는 것은 하나뿐입니다.”

제임스가 말했다.

“류 박사님이 거대 제약사들의 공작에 무너지지 않고 빨리 회사를 키우는 겁니다. 그래서 인류의 의학을 진보시키는 겁니다. 죄송한 얘기지만 한국이 그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꽤 위험한 발언 아닌가요?”

“기록되는 대화도 아닌데 뭐 어떻습니까. 그리고 미국이나 한국의 관계나 위신보다도 지금은 류 박사님의 미래와 과학의 진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선 솔직한 얘기만 나누고 싶군요.”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류 박사님. 초국적으로 생각해주십시오. 당신은 더 이상 한국에만 국한될 인력이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미국이 당신을 더 잘 서포트할 수 있습니다. 미국으로 오십시오.”

제임스가 수를 던졌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후, 류영준이 말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과학에는 국적이란 게 없습니다. 저도 어디 시민권을 갖느냐에 별로 얽매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럼 미국으로 오시는 겁니까?”

“많은 지원을 해주신다고 해도 에이바이오를 그곳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에이바이오의 핵심 인력은 녹내장과 역분화 줄기세포를 처음 제작한 한국인 과학자들이거든요. 저와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더 편하니까요. 회사를 옮기면 장기적으로는 몰라도 당장은 시간을 반드시 잃을 겁니다.”

“······.”

“하지만 국장님이 말씀하신 부분, 잘 이해했습니다. 그런 메리트를 놓치고 싶진 않군요. 이렇게 하죠. 에이바이오의 자회사를 미국에 차리겠습니다. 그리고 미 국립 암센터와 협력 관계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암센터하고요?”

“저는 암 연구도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췌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입니다.”

제임스의 얼굴에 충격이 번졌다. 이건 몰랐던 정보다.

“췌장암이요?”

“네. 데이터를 드릴 순 없지만 성공할 거라 생각합니다. 미국은 암 연구와 치료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국립암센터에는 엄청난 양의 암 환자들의 유전체 데이터가 있죠. 그 부분에선 독점적인 곳입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암센터의 모든 데이터와 첨단 시퀀싱 장비, 모든 종류의 케미컬과 의사와 테크니션들을 연계해주시면 그곳에서 이후의 암 연구를 진행하겠습니다. 그 자회사에 말씀하셨던 지원을 전부 해주십시오.”

“······.”

제임스가 고민에 잠겼다.

“류 박사님은 줄기세포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셨지만 항암제 쪽에선 아직 인정받은 부분이 없습니다.”

“그럼 췌장암 임상을 진행할 때까지 기다리셔도 됩니다. 이 건은 그 후에 다시 논의하시죠.”

***

경호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세미나실을 향해 달렸다. 김철권은 기세 좋게 뒤따랐지만 앨리스는 금방 숨을 헐떡였다.

‘이거 꼭 옛날 생각나네.’

에이젠의 연말 세미나에서 역분화 줄기세포를 발표할 때도 이랬는데.

이번에도 그 때처럼 지각하나 걱정했는데 이번엔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맞췄다.

철컥.

세미나실 문을 열고 류영준이 홀 안에 들어섰을 때는 그가 발표할 차례가 되기 5분 전이었다.

쫙 펼쳐진 거대한 강의실 1, 2층에 가득 들어찬 수천 명의 시선이 일제히 류영준에게 쏠렸다.

이번 학회에서 이 발표를 위해 특별히 대관한 곳이다.

사실 원래는 콘서트나 연극 등을 하는 문화 공간이었는데 이번에 특별히 강의실로 변모시켰다.

약 2,500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에이젠의 연말세미나 공간보다도 더 컸지만 여유로워 보이진 않았다.

이 역사적인 발표를 듣고 싶었던 연구자들과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이 더 이상 좌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단에 쪼그리고 앉거나 통로에 선 채, 또는 2층 난간 바로 뒤에 기댄 채로 노트와 펜을 들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류 박사님!”

베흐나흐 교수가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아직 5분 있습니다.”

“바로 올라가야겠군요.”

류영준이 앨리스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녀는 강의 규모가 생각 이상이라 좀 당황한 눈치였다.

“저, 저도 같이 올라가면 되나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발표와 질의응답은 저 혼자 할 겁니다.”

류영준이 연단에 올랐다.

마치 시사회 무대처럼 넓다,

류영준은 그 공간을 쭉 가로질러 컴퓨터 앞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멀리 떨어진 객석에서 보이는 그의 옆모습은 작았지만 힘이 있었다.

컴퓨터엔 미리 보내준 발표 자료가 이미 열려 있었다.

진행자가 컴퓨터의 마우스포인터와 연동되는 레이저 포인터를 건넸다.

고요한 긴장감 속.

류영준이 마이크를 들었다.

프레젠테이션 버튼을 눌러 대형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의 재생과 알츠하이머의 치료>

제목과 함께 객석에서 짧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거대한 객석을 똑바로 마주했다.

맞은편에서 작은 소란들과 긴장이 일었다.

미리 프린트한 논문을 펼치는 손가락들.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

노트북을 두들기는 타자음.

곳곳에서 처절하거나 희망에 찬 눈물과 한숨과 기도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에이바이오의 류영준입니다.”

류영준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발표에 집중하며 숨소리마저 잦아들었다. 앨리스는 그 광경을 보며 약간의 전율을 느꼈다.

그들 모두가 이 발표에 고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알츠하이머의 임상 1상 성공.

“지금부터 알츠하이머 환자 여덟 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투여하여 그들의 증상을 개선한 연구에 대해 발표하겠습니다.”

류영준이 강의를 시작했다.

아침 일찍부터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 국장 같은 사람을 만나서 떠들어대느라 꽤 용을 썼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조금도 피로하지 않았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철저한 메카니즘 분석.

한 시간 반에 걸친 강의가 부드럽고 강렬하게 객석을 휘감았다.

“······하여 MRI 영상을 통해 보았을 때 대뇌 피질이 다시 팽창하고 뇌실이 작아진 것을 볼 수 있으며, 정상 뇌 대비 평균 97 퍼센트 이상의 뇌 크기를 회복했습니다. 또한 베타 아밀로이드 이미징 결과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임상 환자들의 뇌에서는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여덟 명의 환자에게서 모두 동일한 치료 효과를 보았으며, 지금까지 종양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상입니다.”

발표가 끝났다.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군요. 혹시 질문 있으면 답해드리겠습니다.”

짝짝짝짝짝짝짝!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오면서 동시에 사방에서 손이 올라왔다.

“알츠하이머 외의 다른 뇌질환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까?”

존스 홉킨스 뇌과학 인스티튜트의 교수 레베카가 물었다.

“테스트한 적은 없지만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에서도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블러드브레인배리어를 어떻게 넘은 겁니까?”

이번엔 브라운대 생명공학과 교수 에이든이 물었다.

“RVG29 글리코단백질을 붙였습니다.”

곳곳에서 질문들이 쏟아졌다.

“3K3A-APC의 안전성은 확실합니까?”

“류 박사님, 임상 2상부터는 몇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겁니까?”

“한국인 외의 다른 유전적 백그라운드를 가진 환자에 대해서도 임상 계획이 있습니까?”

“줄기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갈 가능성은 없습니까?”

류영준은 차분히 하나씩 답해주었다.

그러다가 적절한 질문 하나가 나왔다.

“에이바이오의 다음 줄기세포 치료 타겟은 무엇입니까?”

“척수를 재생할 겁니다.”

“척수!”

“그리고 골수도 만들 겁니다. 그 다음은 연골과 장기 재건입니다. 1년 안에 전부 임상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

뭐라고?

교수들의 입이 벌어졌다. 객석 전체가 한 방 얻어맞은 분위기가 되었다.

“에이바이오는 그걸 해낼 능력이 있습니다. 오늘 입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술들을 개발하면서 제가 만들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마침 기자 분들이 이곳에 많으니 기자회견을 겸해 지금 얘기하겠습니다.”

류영준이 말했다.

“줄기세포에 기반한 재생 의학과 오가노이드 (organoid : 장기 유사체)를 이용한 개별 환자 맞춤형 병원을 건립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찍······찍어······.”

가급적 촬영을 자제해달라는 당부가 먼저 전해져 있었으나 이젠 상관없다.

플래시가 사방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자들의 펜과 타이핑 속도가 빨라졌다. 그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썼다.

“이 병원은 최초의 ‘차세대 종합 병원’이 될 겁니다. 돈도, 인력도 많이 부족합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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