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생명의 플레이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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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기화가 지나치다고 생각해서 안 했을 뿐이야.”
류영준이 말했다.
-동기화에는 지나침이 없습니다. 높을수록 더 효율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더 많은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데 왜 그걸 피하시죠?
“······.”
-당신의 대뇌변연계 편도체의 외측기저핵 신경세포에서, 가바 수용체로 연결되는 전기 신호가 탐지되는군요. 이는 공포를 느낄 때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제가 말을 거는 순간부터 불안증과 공포 상태에 빠지게 되었군요.
“그게······.”
-알 것 같습니다. 동기화 값이 높아지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에 영향을 받을까봐 걱정하시는 것이죠?
류영준이 침을 꼴깍 삼켰다.
로잘린은 모르는 게 없다.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될 수도 있나?”
-네. 가능합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류영준. 당신의 몸은 에이젠처럼 거대한 주식회사입니다. 저는 당신의 몸에 대한 지분을 미량이지만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에는 제 의결권이 그만큼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친······.”
-‘생각’이란 대뇌 신경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들의 화학 작용의 결과일 뿐입니다. 저는 당신의 대뇌 일부를 잠식하고 있고, 동기화되어 있으므로 당신의 생각에는 제가 만들어낸 전기신호들이 포함됩니다.
“아니, 이제 와서 그렇게 얘기하면 어떡해. 그런 건 일찍 알려줬어야지.”
-어째서죠?
“난 내 생각에 간섭받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인간의 사고는 모든 것에 간섭을 받습니다. 마트 카운터에 걸려있는 젤리를 발견하는 순간 계획에 없었던 지출이 추가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감으로 인식하는 모든 정보가 당신의 뇌에서 새로운 전기 신호를 끊임없이 발생시킵니다. 가벼운 감기 때문에 생긴 컨디션 난조에도 신경 세포 중 흥분하는 종류가 달라지고 생각의 결론이 바뀔 수 있죠. 제가 만들어내는 신호들도 그런 것들과 본질적으로 별 다를 바 없습니다. 당신의 뇌 이외의 그 어떤 변인으로부터도 완전히 자유로운, 간섭받지 않는 생각이라는 건 애초에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능력입니다.
로잘린이 속사포처럼 쏘아댔다. 류영준은 골치 아픈 듯 머리를 움켜쥐었다.
“알겠어. 하지만 네가 만들어내는 생각은 그런 거랑은 달라.”
-어떻게 다르죠?
“넌 감정 같은 게 없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과 좀 다르단 말이야. 난 내 인간성을 훼손시키고 싶지 않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인간성이란 게 무엇입니까?
“인간적인 성질을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해야 하지?
“도덕적인······.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
-저는 그 누구보다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느끼는 공포심에 대해서도 단순히 느낀다는 사실을 판별할 뿐만 아니라, 가바 수용체의 흥분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공포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정량적으로······.
“아니, 아니야.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냐.”
-다른 개념입니까?
“그래.”
-이해할 수 없군요.
“그래서 네가 인간성이 없다는 거야. 그게 있었으면 이해했을 거야.”
-그것은 순환 논증의 오류입니다.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를 확실히 하고 그 존재를 증명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오. 됐어. 그만해. 무슨 철학 클래스냐?”
류영준이 로잘린의 말을 잘랐다.
그보다 진짜 좀 큰일이다.
아직까진 로잘린이 위협적인 것 같진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거 아닌가?
설마 로잘린을 상대로 내 몸의 지분 싸움을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이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제로 아닌가? 지광만 같은 놈들 상대하는 게 훨씬 낫지, 이놈은 차원이 다른 먼치킨인데.
-공포심이 심화되었군요.
로잘린이 말했다.
-하지만 류영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왜?”
-저는 당신의 몸을 떠나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오직 당신의 안위를 지키고,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만 기능합니다. 저는 당신의 몸을 보호하고 항상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시킬 것이며, 이 사회 내에서 당신의 지위를 상승시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고맙긴 하지만 그게 네 삶의 목표는 아닐 거 아냐?”
-삶?
삶이라는 단어가 좀 부적절한가?
로잘린도 약간 충격을 받은 듯했다. 모든 것을 꿰뚫듯 알고 있어서 줄줄 설명만 하던 녀석이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네······. 무슨 얘길 하시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생명체죠. ······. 그렇습니다. 저한테는 삶이란 게 있어요. 하지만 류영준. 이 부분은 제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뭐?”
-왜 저를 창조하셨습니까? 당신은 제 창조주이니, 이 물음에 해답을 줄 사람도 당신만이 유일합니다.
“······.”
-한 번도 이런 걸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혹시 제 존재의 목표나 이유가 있습니까?
“······. 그런 거 없어. 우연히 일어난 사고였을 뿐이야.”
어쩐지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다.
“미안.”
-왜 사과하시죠? 전 당신에게 종속된 존재입니다. 당신은 어떤 경우에도 제게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잘린이 말했다.
-아무튼 제 존재의 이유나 목표가 없다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전 원래 계획했던 대로 당신을 위해서 작동하겠습니다. 일단 당신이 잘 보존되어야 저도 생존할 수 있으니까요.
“진심이야?”
-물론입니다.
띠링
여태 보던 것과 좀 다른 종류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로잘린이 자아를 갖추었습니다.>
<이제부터 로잘린과 일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시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때는 여전히 피트니스를 소모해야 합니다.>
자아를 가졌다고?
와, 이거 점점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로잘린.”
-네.
“이제 동기화 모드 같은 것 없이도 그냥 대화할 수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리고 부르시기 전에 제가 말을 걸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신경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턴 항시 의식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거기 더해서 당신이 원하시면 일시적으로 제게 몸의 통제권을 맡기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억! 아냐. 그건 괜찮아.”
류영준이 황급히 말했다.
***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성공한 주인공이 많은 돈과 명성을 가지고 부모님께 돌아가면 꼭 사건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부모님을 직장에서 괴롭히는 진상 고객 또는 상사를 제압하는 식의 클리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류영준의 부모님은 이미 호강하고 있었다. 그들이 류영준의 부모라는 게 주위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류영준의 아버지 류태식은 행복 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하고 있었는데, 대수롭잖게 지나치던 입주민들이 얼마 전부터 하나씩 와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701호에 사는 대학원생 아가씨였다.
“아저씨! 류영준 박사님 아시죠? 저희 엄마가 아저씨가 류영준 박사님 아버지라고 하시던데······.”
“아, 예. 예. 저희 아들놈이에요.”
“하하. 별 건 아니고 제가 의대에서 대학원 다니고 있거든요. 근데 류 박사님이 이번에 사이언스에 논문 내고 인터뷰하신 걸 봐서요.”
그녀가 류태식에게 선물용 음료 세트를 내밀면서 말했다.
“저, 혹시 류 박사님 한 번 뵐 수 있을까요? 같이 코웍할 수 있으면 최고고, 그게 아니어도 한 번 만나 뵙고 싶은 분이라서······.”
“아이고, 예. 얘기는 해보겠습니다. 근데 저희 아들놈도 바빠 가지고······.”
“하하, 네. 안 되면 할 수 없고요. 하긴, 많이 바쁘실 거예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이때만 해도 류태식은 우리 아들이 좀 유명해졌나보다, 생각하며 하루 종일 헤실헤실 웃기만 했다.
논문을 냈다는 학술지 ‘사이언스’라는 게 뭔지는 몰랐지만, 인사도 안 하던 아가씨가 와서 말을 거는 걸 보면 대단한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전에 애 엄마가, 류영준이 거의 천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내줬다는 얘길 했었다.
‘그 놈이 어릴 때부터 똑똑하더니 뭔가 큰 걸 터뜨려서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구나!’
류태식이 상상할 수 있는 류영준의 성공의 범위는 그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소로운 얘기다.
어느 날 갑자기 TV에 류영준이 나타났다.
경비실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문가 인터뷰랍시고 류영준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는 기자를 향해 어색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길 줄줄 하면서 녹내장 치료에 성공할 것이다 어쩐다 짧은 설명을 마치고 들어갔다.
‘얘가 TV에도 다 나오네.’
자랑스러운 건 둘째 치고 신기했다.
그리고 2주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녹내장 임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질 시점이었다.
이젠 입주민들이 지나다닐 때마다 류영준과 녹내장 얘길 했다.
“아이고. 아저씨는 얼마나 좋아요. 아드님이 녹내장 치료법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가지고. 돈도 엄청 많이 벌겠네.”
“아저씨 이제 경비 일 그만두세요? 아드님이 그렇게 성공해가지고 너무 부럽네요. 우리 아들내미도 공부 좀 해야 하는데. 아드님 어떻게 공부시켰어요?”
“요새 뉴스에 맨날 류영준 박사님 얘기 나옵니다. 저희 회사 부장님도 눈 오른쪽 녹내장인데 나중에 치료할 수 있는 거죠? 제가 아저씨 얘기하니까 부장님이 정말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아저씨! 아저씨네 아드님 덕분에 저 차 한 대 값 뽑았슴다! 에이젠 주식 3천 정도 가지고 있었는데 며칠만에 거의 5천 다 됐어요. 감사하다고 전해주십쇼!”
이런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매일같이 들으면 어떤 보수적인 부모라도 어깨 뽕이 차올라서 으쓱하게 마련이다.
근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떡밥이 터졌다.
이 아파트 입주민 중 10 퍼센트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믿어지는가?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동네 영감들이 그 비좁은 경비실에 죽치고 앉아있기 시작했다. 그 훌륭하신 아드님 얼굴 한 번 보여 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진짜 되는 거냐, 언제 약 나오냐, 물어보는 질문들을 거의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받았다.
게다가 류영준이 에이바이오라는 계열사를 만든다는 얘기도 추가로 떠올랐다.
류태식의 칭호는 ‘경비아저씨’에서 ‘치매 약 사장 아버지’ 같은 이상한 혼종 단어로 변했다.
슬슬 기분 좋은 걸 넘어서 부담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가장 난처한 건 중매 요청이었다.
“류 박사님 아직 미혼이라믄서? 우리 딸래미가 요기 동사무소에서 공무원 하는데 한 번 소개나 해주지?”
“우리 조카가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애가 참하고 예쁘고 성격도 좋고······.”
이런 종류의 중매 신청이 하루에 하나씩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 제일 심했던 건 1201호 할머니였다.
“류 사장 아범. 이거 한 번 봐요.”
“뭡니까?”
“우리 손녀 사진. 예쁘지?”
“예쁘네요.”
“그 류성준 박사님인가 그 분하고 한 번 만나나 보라 하지?”
“근데 좀 어려 보이시는데······.”
“으응. 아니여. 인자 해 바뀌어서 스무 살이여. 두 달 전에 수능 쳤고.”
류태식은 몇 초간 할 말을 잃었다.
“스무 살이면 한참 애죠! 이제 수능 끝난 애를 무슨 중매를 보세요?”
“뭐가 어려. 다 컸지. 나 때는 열여덟이면 결혼하고 그랬어.”
아니 그건 60년 전이고.
“······. 이거 할머니 손녀분도 아시는 얘기예요?”
“가는 몰라. 류성준 박사님이 오케이하면 전해줄라고.”
“류성준이 아니고 류영준이에요.”
“그려. 한 번 얘기해봐.”
“예에······.”
하지만 류태식은 한 번도 류영준에게 이런 얘기들을 전해주지 않았다.
많이 바쁠 아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이런 사정은 류영준의 어머니, 오영숙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대전 도마동의 한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하루 종일 싱글벙글 했다.
아들이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무슨 논문을 썼고 무슨 약을 만들었고 무슨 회사를 차린다는 얘기들에 그녀는 별 관심이 없었다.
류영준이 대학생이었을 때 집에 찾아오던 것, 딱 그만큼 기뻤다.
“아이고, 영숙 씨 아들 온다고 좋아 죽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김숙자가 말했다.
“아들 성공해서 오니까 얼마나 좋겠수.”
옆에서 한영미가 거들었다.
“아들 얼굴 보는데 앞머리나 좀 정리해요.”
김숙자가 깔깔 웃으면서 오영숙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가리켰다.
“근데 애가 식당으로 바로 온다고 그러지 않았나? 영숙 씨랑 같이 애 아빠 보러 간다고 그랬지?”
한영미가 물었다.
“맞아요. 먼저 집에 잠깐 들렀다가 짐만 두고 바로 나와서 네 시에 여기 온댔어요.”
“네 시?”
한영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다섯 시 넘었는데.”
***
지광만은 온갖 종류의 권모술수에 능하다. 그 중에선 매우 지저분한 것들도 있다.
류영준이라는 명마의 고삐를 쥐는 데 실패했다. 그 괴물은 이제 계열사를 만들어 본사를 삼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본사 지분을 더 내주면서 그 막강한 계열사, 에이바이오를 창설시켜주면 어떻게 될까?
윤보현의 왕위 계승은 불가능해진다.
자회사를 따로 만들어서 일감 몰아주기 같은 걸 해도 솔직히 류영준을 이길 자신이 없다.
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서 내버려두면 회사를 비대하게 키울 테지만 그것은 윤대성의 회사가 아니라 류영준의 회사다.
그리고 지광만이 충성하는 대상은 에이젠이라는 회사가 아니라 윤대성이고 그의 아들 윤보현이다.
지광만은 류영준을 포기할 각오를 다졌다.
여기서 포기한다는 말의 뜻은 다른 회사로 보낸다는 게 아니다.
셀리제너의 간암 신약을 사서 사장시키는 걸 최종 컨펌했던 게 지광만이다.
회사와 윤대성 일파의 이익을 위한다면 경쟁사의 성장도 이루어져선 안 될 일이다.
“실리를 취할 때는 가장 확실하고 크게. 가장 빠른 길로.”
지광만은 이미 일성 병원의 리베이트 건을 터뜨릴 때 용역을 써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다.
음지의 힘을 빌리는 것.
수많은 권모술수로 에이젠을 지금까지 키워온 그에게는 일상적인 비즈니스 중 하나였다.
사실 이보다 더 사악한 짓도 많이 저질렀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상대가 국가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명인이라는 게 걸리지만, 특별한 뒷배도 없는 놈이고, 아직은 검경에 미칠 지광만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류영준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은 대전 도마동의 외진 곳에 있는 오래된 주택이었다.
좁고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안쪽으로 한참 파고 들어야 한다.
이런 길을 택시 기사들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류영준은 골목 입구에서 내렸다.
익숙한 회색 돌담들 사이를 걸어, 이젠 장사를 하지 않는 쌀집 앞에 이르렀을 시점이었다.
부우우우우!
왼 쪽에서 그레이스 한 대가 급발진으로 튀어나왔다.
쾅!
충격과 함께 류영준의 몸이 십수 미터를 날아가 데굴데굴 굴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남자 셋이 차량에서 내렸다.
“됐나?”
콧수염을 기른 가죽 재킷의 남자가 담배를 입에 물면서 말했다.
“확인해봐.”
그가 명령을 내리자 건달 하나가 렌치를 든 채 류영준에게 다가가 몸을 뒤집었다.
주르륵.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된 거 같습니다. 형님.”
건달이 말했다.
“어어! 야! 뒤에!”
콧수염이 화들짝 놀라 담배를 뱉으며 소리쳤다.
류영준의 상체가 부드럽게 일어나고 있었다.
찢어진 뒤통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어떤 감정도 없는 무미건조한 눈동자가 건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